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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 ‘박근혜 원칙’ 평가 방점, 조선만 “김칫국 마시지 마”
조본좌
2013. 6. 7. 16:44
언론 ‘박근혜 원칙’ 평가 방점, 조선만 “김칫국 마시지 마”
[아침신문 솎아보기] 한반도 신뢰프로레스 가동되나… 북한 페이퍼컴퍼니 정체는?
7일 아침종합신문 머리기사는 ‘남북회담’이 차지했다. 6일 북한이 6·15
공동선언 발표 13주년을 계기로 개성공단 정상화와 금강산 관광 재개를 위한 남북 간 당국 회담을 제안했다. 한국 정부는 오는
12일 서울에서 남북 장관급 회담을 열자고 밝혔다. 북한의 전격 제안을 정부가 바로 수용해 회담 장소와 시간까지 제안한 것이다.
그동안 대화를 거부해오던 북한이 의제를 확대해 회담을 제안하고 정부가 이를 수용하면서, 꼬여 있던 남북관계가 풀릴 수 있을지
주목된다.
북한이 조세피난처인 영국령 버진아일랜드에 페이퍼컴퍼니를 설립한 것으로 드러났다. 독립인터넷매체 뉴스타파는 6일
‘조세피난처’ 프로젝트 5차 명단을 공개하며 북한에 주소를 두거나 북한과 연계된 것으로 추정되는 페이퍼컴퍼니 설립자 2명의 이름을
발표했다.
다음은 7일자 아침종합신문 머리기사 제목이다.
경향신문 <북, 당국 회담 제의…정부 “장관급 회담 12일 서울 개최”>
국민일보 <北이 움직였다…한반도 신뢰프로세스 ‘물꼬’>
동아일보 <출구 찾는 北, 현충일에 대화의 손 내밀다>
서울신문 <정부 “남북 장관급회담 12일 서울서 열자>
세계일보 <정부 “12일 서울서 장관급 회담 열자”>
조선일보 <정부 “12일 서울서 南北장관급 회담하자”>
중앙일보 <한·미·중 3각 압박에 한발 물러선 김정은>
한겨레 <북 전격 제안, 남 파격 화답…‘장관급 대화’로 새틀짜기>
한국일보 <새 정부 첫 남북대화 열릴 듯>
북한의 ‘전향적’인 태도, 왜?
그야말로 ‘전격’ 제안에 ‘파격’ 화답이었다. 북한은 박 대통령의 현충일 추도사가 나온 지 2시간도 안 돼 당국간 회담
제의를 했고, 우리 정부는 7시간 뒤 남북 장관급 회담을 제안했다. 북한이 이를 수용하면 2007년 5월 29일∼6월 1일 회담
이후 무려 6년 만에 남북 장관급회담이 재개되는 것이다.
대부분의 언론은 북한의 이번 태도가 ‘전향적’이라는 데 공감했다. 미·중·일은 물론 국내 시민사회와 정당들, 개성공단
기업들도 모두 환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경향은 북한이 “개성공단 정상화, 남북 통신선 복구 등 최근 불거진 긴급 현안은 물론
금강산 관광 재개, 이산가족 상봉, 6·15 남북공동선언 행사 같은 이명박 정부 시절 단절된 사업들을 망라”했으며 “박정희·김일성
시대 작품인 7·4 남북 공동성명을 기념하는 공동행사까지 덤으로 얹었다”며 “이명박 정부 5년 동안 막혀 있던 남북의 모든
조치를 풀겠다는 듯한 태도”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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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2면 | ||
그렇다면 북한은 왜 이렇게 갑자기 전향적인 태도를 보인 것일까. 북한이 국제사회의 제재를 돌파하기 위해 출구전략을 모색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동아일보는 “한미중 3각 공조를 바탕으로 한 국제사회의 대북제재로 궁지에 몰린 북한이 출구전략으로 남북 대화 카드를 꺼내든 것”이라고 분석했다. 세계일보 역시 “국제사회 제재를 남북대화 무드로 희석시키려는 의도”이자 “대북제재를 완화시키면서 남북관계 및 6자회담 등에서 주도권을 쥐겠다는 의도”라고 말했다.
미·중 정상회담이 코앞이라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주석은 7-8일 미 캘리포니아 주
린초 미라지의 휴양지 서니랜즈에서 정상회담을 열어 국제현안 논의할 예정이었다. 국민일보는 북한이 “중국이 미국의 강경한 대북입장에
갈수록 동조하는 쪽으로 흐르는 분위기”에 불안해했으며, “미국의 강경한 대북 입장에 중국 동의할 가능성 사전에 차단”하려 했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중국이 북한에 대화를 압박했다는 정황도 나온다. 중국은 최근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특사로 베이징을 방문한
최룡해 군 총정치국장에게 6자회담 분위기 조성 차원에서 경색된 남북관계를 풀어야 한다는 뜻을 강하게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제난 회복을 위한 신뢰 회복
북한이 경제난 회복을 위해 국제사회의 신뢰를 회복하려 했다는 해석도 있다. 서울신문은 북한이 ‘포괄적’ 제안을 한 것에
대해 “북한의 경제난도 작용한 것으로 관측된다”고 말했다. 서울은 “김정은 국방위 제1위원장이 박봉주 내각 총리를 지명하며, 경제
활성화와 외자 유치에 적극 나섰지만 거의 성과를 이루지 못했다”며 “특히 해외 투자를 유치하려면 북한의 대외 신용 회복이
급선무인데, 개성공단 및 금강산 관광 정상화로 일정 부분 신뢰 회복도 가능하다는 판단이 작용했을 수 있다”고 밝혔다. 실제로
북한은 지난달 29일자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정령을 통해 외국 자본이 쉽게 진출할 수 있는 경제개발구 설치 관련 법을 제정하는
등 투자 유치 분위기를 만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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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신문 3면 | ||
세계일보 역시 “남북관계 개선 없이는 경제난 극복이 어렵다는 점도 배경으로 꼽힌다”고 말했다. 세계는 “북한이 올해
협동농장과 공장, 기업소의 자율권 확대를 비롯한 경제관리개선 조치를 추진하고, 원산을 세계적 휴양지로 만들겠다는 구상에서 마식령
스키장 건설을 독려하고 지난달 29일 경제개발구법을 제정하는 등 경제특구를 확대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며 “이런 조치가
성공하려면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 문제 등이 해결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조선일보는 개성공단에 주목했다. 조선은 “5년 전 금강산 관광 중단으로 연간 5000만달러의 수입을 잃은 북한은 지난
4월 개성공단 가동 중단으로 연간 8700만달러를 스스로 포기했다”며 국가안보전략연구소 이수석 박사의 말을 빌려 "개성공단의
재가동 가능 시한을 가동 중단 후 두 달 정도로 보는데 이제 그 마지노선이 가까워졌다. 개성공단을 재가동해야 한다는 현실적인
인식을 한 것 같다"고 전했다.
일단 대화의 물꼬는 텄지만 글쎄…
하지만 북한이 회담을 수용한다 해도 아직 갈 길이 멀다는 분석도 나온다. 경향은 “5년 동안 밀린 숙제를 한꺼번에 하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라며 “북한은 핵보유를 헌법에 명기했고, 핵능력을 한층 끌어올리는 등 상황 변화가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국제사회가 북한의 대화 제의 자체를 나쁘게 보지는 않겠지만, 구체적 성과를 도출하는 데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남북 간 회담에서 다루어질 의제는 크게 세 가지, 개성공단, 금강산 관광, 이산가족 상봉이다. 언론은 이산가족 상봉의
경우 큰 문제가 되지 않겠지만 금강산 관광과 개성공단 재개에 있어서는 남북이 쉽게 합의를 이루지 못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세계일보는 한국 정부가 단순히 재개를 넘어 금강산의 경우 박왕자씨 피살사건 등에 대한 신변보장대책을 요구할 것이며, 개성공단의
경우 재발방지대책을 요구할 것이기 때문에 합의가 쉽게 이루어지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동아일보 역시 북한이 대화를 수용하는 데 있어 선결조건을 언급하지 않은 것은 전향적인 태도이지만, 실제 회담장에서 금강산
관광·개성공단 재개 등을 놓고 “책임소재와 재발 방지책 등이 맞물리면서 남북 간 치열한 기싸움이 벌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동아는 이어 “금강산의 경우 관광중단 기간 일방적으로 취한 제도적 조치를 되돌리는 것과 훼손된 시설물 원상회복 등의 절차가
필요하다”며 “2010년 2월에도 금강산 개성 관광 재개를 위한 남북 실무회담이 열렸지만 진상 규명, 재발 방지책 마련 등에서
합의를 마련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한겨레는 “남북 당국의 만남은 2011년 10월 비핵화 회담 이후 처음이며, 통일부 장관의 남북회담은 2007년 6월
이후 열린 적이 없다”며 남북 간 대화 단절의 벽이 높다는 점을 강조했다. 한겨레는 이어 “금강산 관광의 경우 북한은 2011년
법을 고쳐 현대의 50년 독점권을 무효화했다. 이를 둘러싼 법적 효력 다툼이 예상된다”며 “정부가 요구해온 개성공단의 자의적 운영
중단에 북한이 얼마나 신뢰할 만한 조처를 내놓을지도 의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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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1면 | ||
박근혜의 원칙에 굴복한 북한? 중앙·동아는 물론 한겨레까지 ‘박근혜 성과’ 인정
대부분의 언론은 북한이 태도를 바꾼 배경에 ‘박근혜 정부의 원칙’이 있다고 분석했다. 정부 역시 그동안 북한을 향해 던진
일괄된 메시지가 북측의 입장 선회에 영향을 주었다고 판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새누리당 역시 “북한의 변화는 그간 정부의
일관되고 단호한 대북 정책의 결과”라고 평가했다.
국민일보는 <한목소리 단호 대응 박근혜식 대북압박 먹혔다>라는 기사에서 “박근혜 대통령식(式) ‘원
보이스(One Voice)’ 압박전략이 제대로 효과를 발휘”했다며 “도발 위협에 굴복하는 형태로 ‘잘못된’ 남북관계를 지속하지
않겠다는 의지”와 “북한의 체제 지속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미국·중국과의 공조 틀을 공고하게 짬으로써 북한이 옴짝달싹할 수 없을
정도로 압박 수위를 높였다”는 점을 칭찬했다. 서울신문도 “그동안 북한을 자극하지 않으면서도 끈기 있게 대화를 촉구해 온 대북
기조가 북한의 태도를 바꿔 놓았다는 평가도 나온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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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일보 3면 | ||
동아일보 역시 ‘박근혜 효과’를 칭찬했다. 동아는 “박 대통령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위협과 보상의 악순환을 끊겠다”고
밝히는 동시에 “대화의 문은 항상 열려 있다”는 점을 강조해 왔다”며 “이런 기조는 지난달 한미 정상회담에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확고한 지지를 끌어내는 등 국제사회의 호응이 더해져” 힘을 얻었고, “결국 류길재 통일부 장관이 4월 11일 북한에
대화를 촉구한 지 56일 만에 북한도 회담 제의를 수용하는 결과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중앙일보는 아예 이번 북한의 태도 변화를 박근혜식 한반도 신뢰프로세스의 승리라고 평가했다. 중앙은 “원칙과 신뢰를 앞세운
박 대통령의 일관성이 북한에도 먹혀들기 시작했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북한의 도발과 협박에 ‘일관된 한목소리(One
Voice)’로 대응해 온 압박전략이 효과를 낸 것”이라며 “박 대통령은 흔들림 없이 대화의 문은 열어 두되 ‘도발과 보상,
재도발하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겠다’는 의지를 거듭 강조했다”고 말했다.
중앙은 박 대통령이 야당의 대북 특사 파견 요구에도 눈하나 깜빡하지 않고, 개성공단 폐쇄를 앞두고도 원칙을 굽히지
않았다며 “사정이 이렇게 되자 오히려 당혹한 건 북한이었다. 마땅한 출구전략을 찾지 못하면서 자충수가 된 근로자 철수 결정
주도자에 대한 문책설까지 나왔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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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4면 | ||
심지어 박근혜 대통령의 대북정책에 비판적인 입장이었던 한겨레마저 <박 대통령 대화문 열어놓은 압박 성과>라는
제목을 뽑았다. 한겨레는 “북한이 6일 당국 간 회담을 전격 제의한 것은 사실상 박근혜 대통령의 지속적인 요구 사항을 폭넓게
수용한 것으로 볼 수 있다”며 “박근혜 정부의 ‘원칙있는 대북 정책’에 북한이 사실상 고개를 숙였다”고 말했다.
조선일보, 박근혜 “김칫국 마시지 마라”
이번 회담 제의에 대해 가장 냉정한 모습으로 일관한 것은 조선일보였다. 조선은 북한의 노림수가 있다고 지적했다. 조선은
대북 소식통의 말을 빌려 "북한이 개성공단, 금강산, 이산가족, 6·15라는 의제를 한꺼번에 비빔밥처럼 던졌다"며 "이걸 안
받으면 (국제사회에서) 한국 책임론이 생기고, 잘못 받았다가는 국내적 반발을 살 수 있다. 북한은 이 점을 노린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조선은 대화 분위기를 고조시킨 뒤 허를 찌르는 성동격서식 도발 가능성에도 대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정은은
지난주 비무장지대(DMZ) 철책선을 넘어 우리 초소와 불과 300~400m 떨어진 최전방 초소를 다녀가는 등 중동부 전선을
책임지는 5군단을 집중 시찰했다. 북한군의 도발 가능성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조선일보는 기자수첩을 통해 박근혜 정부를 비판하기도 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이번 회담에 대해 ‘국민께 감사드린다’고 말한
것을 비판했다. 조선은 “'국민께 감사드린다'며 마치 큰일을 달성한 것처럼 반기는 모습은 어쩐지 가벼워 보인다. 상당수
전문가들은 북한의 이번 제의 뒤에 숨어 있는 의도를 의심하고 있다”며 “남북 당국 간 회담이 열리게 된 것은 좋은 일이지만
김칫국부터 마실 때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북한이 그대로의 입장을 고수한다면 개성공단이나 금강산 관광의 경우 교착될 가능성이
크고, 이산가족 상봉은 우리가 거부하기 어려운 카드. 회담에 끌어들이려는 유인책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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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3면 | ||
한반도 신뢰프로세스 작동되나…비핵화가 변수
언론은 남북 간 회담이 이루어짐에 따라 박근혜 정부의 한반도 신뢰프로세스에 가동이 걸릴 수 있을지에 주목했다. 경향은
“남북이 남측 제안대로 오는 12일 장관급 회담을 연다면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 구상에 시동이 걸리는 셈이다”라며 “남북
교류협력 상징인 개성공단 재가동과 금강산 관광 재개에 북한이 호응하면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의 첫 단계인 신뢰 구축 과정으로 평가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한국일보 역시 “적어도 외형상으론 북한이 ‘도발엔 단호히 대응하되 대화의 문은 열어두겠다’는 박 대통령의
대북정책 원칙에 기선을 제압당한 모양새다”라며 “대북정책의 근간인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가 탄력을 받게 될지 주목된다”고
전했다.
하지만 남북 대화가 곧바로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의 전면 추진으로 연결될지는 좀 더 두고봐야 한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문제는 비핵화다. 서울신문은 “이번 제의에도 불구하고 북한의 비핵화 의지가 명확지 않아 6자회담으로 발전할 전망은 여전히
불투명하다”고 전망했고, 동아는 “북한 비핵화 문제가 최종적으로 북한의 변화를 갸늠할 변수”라며 “북한은 이날 비핵화 문제를 일절
언급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한국일보는 역시 “국제사회가 한 목소리로 지적하고 있는 북한의 비핵화 문제가 걸림돌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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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3면 | ||
더 나아가 박근혜 정부의 한반도 신뢰프로세스가 그 자체로 한계를 가질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한겨레는 “신뢰프로세스는
북한 핵무기 등 정치 군사 부문과 경협 민간교류 등 비정치 부문 사이의 느슨한 연계를 전제하고 있다”며 “궁극적으로 핵문제의 해결
없이 남북관계 개선에는 한계가 있는 게 현실이다”라고 한반도 신뢰프로세스의 한계를 지적했다. 이어 한겨레는 북핵과 민족화해 및
이산가족 문제를 분리해 투트랙 대화에 나서라는 전문가들의 조언을 전했다.
경향 역시 조동호 이화여대 교수의 말을 빌려 “앞으로 국면이 꼭 긍정적이리라는 보장이 없다”면서 “한국 정부가 포괄적으로
미래지향적으로 하지 않고 지금까지 압박정책이 성공했다고 보고 북한을 계속 밀어붙이는 쪽으로 결론낸다면 북한이 그걸 받을 수는
없다. 그런 면에서 현재의 대북정책에 대한 지지도가 높다는 점이 오히려 우려가 된다”고 전했다. 박근혜 정부가 자신들의 압박
정책이 통했다고 생각하고 그대로 밀어붙일 경우 한반도 신뢰프로세스가 작동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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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5면 | ||
북한 페이퍼컴퍼니, 그 정체는?
조세피난처에 페이퍼컴퍼니를 설립한 한국인 명단을 공개하던 뉴스타파가 북한도 페이퍼컴퍼니를 설립 및 운영했다고 보도했다.
뉴스타파 보도에 따르면 버진아일랜드에 설립된 페이퍼컴퍼니 ‘래리바더 솔루션’은 등기이사 주소가 평양시 모란봉 구역이다. 등기이사
이름은 ‘문광남’이며 2004년 11월에 설립됐다. 뉴스타파는 문광남의 실체가 알려지지 않았으나 인민무력부의 무기거래 관계자일 수
있다고 전했다.
또한 뉴스타파는 페이퍼컴퍼니 등록 대행업체인 PTN의 고객정보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북한과 연계된 것으로 추정되는
페이퍼컴퍼니 3곳도 발견했다고 밝혔다. 유령회사 이름은 ‘천리마(Chollima Limited)’ ‘조선(Chosun
Limited)’ ‘고려텔레콤(Koryo Telecom Limited)’이다. 동아일보는 “북한이 금융제재를 피하기 위해
조세피난처에 유령회사를 다수 보유한 것은 사실”이라는 국정원 관계자의 말을 전하며 이 보도에 신빙성을 더했다.
그렇다면 북한은 왜 페이퍼컴퍼니를 만든 것일까. 세계일보는 북한이 국제사회의 제재를 피하려 비밀계좌를 운영했을 것이라
추측했다. 세계는 “국제사회와 미국의 제재가 심해지는 상황에서 북한이 우회적으로 무역 해외송금 문제를 해결하려고 페이퍼컴퍼니를
만들었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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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6면 | ||
중앙일보는 이에 대해 네 가지 가능성을 제시했다. 첫 째는 ‘히틀러 채널’이다. 히틀러 채널이란 히틀러가 제2차 세계대전
동안 연합국 봉쇄를 뚫고 전략물자를 수입하기 위해 스위스에 설립한 페이퍼컴퍼니들이다. 중앙은 “버진아일랜드는 베네수엘라산 원유 등
북한이 갈급해 하는 자원들이 충분한 중남미와 아주 가깝다. 또 최고급 시가와 커피 등 김정일·김정은이 즐길 만한 사치품을
생산하는 쿠바 등과도 지척이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중남미는 미국의 코앞이다. 미국의 감시가 심하다는 것이다. 중앙은 이에 대해 “그래서 페이퍼컴퍼니들이 재일동포
등이 설립한 회사들일 수도 있다는 해석이 힘을 얻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 적잖은 재일동포가 평양 등에 주소를 두고 있으며,
이들이 사업상 필요에 따라 조세피난처를 이용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중앙일보는 또 다른 가능성으로 페이퍼컴퍼니들이 북한의 ‘정상적인’ 대외 거래 창구일 수도 있다고 전했다. 북한은
2000년 1차 남북정상회담 이후 서방 기업들과 합작을 활발히 추진했으나 서방 기업의 사업가들은 북한과 거래한다는 사실을 드러내기
싫어한 경우가 많았다. 이런 현실을 감안해 북한이 페이퍼컴퍼니를 내세워 합작을 추진했다는 것이다.
마지막 가능성은 페이퍼컴퍼니가 북한 대외 일꾼 등의 딴 주머니라는 것이다. 중앙은 “외화벌이 목적으로 해외에 파견된
인물이 북한 정부나 당에 송금하지 않은 돈을 저장 해 놓은 곳일 수도 있다”며 “그들이 이곳 자금을 이용해 북한 노동당과 정부
실력자들에게 뇌물을 살포했을 것이란 시나리오”도 제시했다. 이 주장이 사실일 경우 북한에서도 조세피난처 여파로 숙청 바람이 불
수도 있다는 게 중앙의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