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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조사 보고서가 양념반 후라이드반?

조본좌 2013. 8. 24. 01:53

국정조사 보고서가 양념반 후라이드반?

국조특위 보고서 채택 놓고 대립 정회 …민주 “증인고발·국정원 개혁” 새누리 “양쪽 생각대로”


23일 오전 10시부터 약 1시간 반 동안 국정원 사건 국정조사 결과보고서를 채택하기 위해 국조특위 전체회의가 열렸지만 결국 보고서를 채택하지 못한 채 정회가 선언됐다.

여야 국조특위 위원들은 국정조사 보고서를 채택할 것인가를 두고 대립했다. 새누리당 국조특위 위원들은 여야의 입장을 병렬식으로 제시하는 결과보고서를 채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권성동 새누리당 간사는 “이번 사건을 바라보는 시각은 처음부터 국정조사 끝나는 시점까지 여나 야나 달라진 점이 없다”며 “다만 이 모든 것은 우리가 결정할 수 있는 게 아니고 사법부 판단으로 종식돼야 한다. 사법부 판단을 남겨두고 여당이 바라보는 시각, 야당이 바라보는 시각을 병렬적으로 기재해서 보고서를 채택하자”고 말했다. 김태흠 새누리당 의원 역시 “이미 게임은 끝났다. 양쪽이 생각하는 대로 결과 보고서 채택하는 게 옳다”고 말했다.

반면 민주당 위원들은 여야 입장을 병렬 제기하는 식의 결과보고서는 무의미하다고 평가했다. 박범계 민주당 의원은 “이것은 국정조사가 아니다. (새누리당의) 일방적인 변호였고 불법에 가담한 것이다”며 “국민들이 생방송을 통해 이 사건의 실체에 접근하기 시작한 것으로 충분하다고 보고, 결과 보고서 채택은 가당치 않다”고 말했다. 민주당 정청래 간사는 “일본이 독도를 자기네 땅이라 주장한다고 그 내용을 5대 5로 실어야겠나. 거짓과 진실을 섞어놓으면 진실이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정 간사는 “진실만 담아서 보고서 채택할 것을 새누리당에 역 제안한다”고 밝혔다.

새누리당은 마지막 전체회의에서도 국정조사를 하지 말았어야 한다는 기존의 입장을 반복하는 태도를 보였다. 윤재옥 새누리당 의원은 “수사나 재판 중인 사건에 국정조사가 필요한지 다시 한 번 느끼게 해준 국정조사였다”며 “조금 답답하고 시간이 걸리더라도 수사나 재판에 대한 국정조사는 지양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도읍 새누리당 의원은 “수사 중이나 기소된 사실에 대해 국정조사를 하는 건 적절치 않다”며 “국정조사는 대한민국 헌법 체제에 맞지 않다”고 밝혔다.

이에 반해 민주당 의원들은 국정조사 그 이상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전해철 민주당 의원은 “(국정조사로) 아직 실체적 진실을 발견하지 못했고, 김무성·권영세 두 사람 증인 없는 청문회는 불충분하다”며 “미진한 부분은 특검으로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정청래 간사 역시 “두 사람의 증언을 못 들었기 때문에 그 부분에 대해서 특검을 하자는 것이다. 새누리당이 (증인 채택에) 합의하고 이 자리에 와서 증언했으면 안 할 수 있어요”라고 말했다. 이어 정 간사는 “선서거부한 원세훈·김용판, 위증한 김하영과 경찰들을 여야 합의로 고발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박영선 민주당 의원은 나아가 이번 국조특위의 결과물로 국정원 개혁 패키지 법안을 발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박 의원은 “국정원이 한 일은 휴전선에 배치된 군을 빼돌려 국민 대상으로 총칼을 휘두른 것”이라며 특정세력과 특정정당을 위한 활동을 하라고 국정원의 예산과 조직구성이 비밀에 쌓여 있는 게 아니라고 말했다. 이어 박 의원은 국정원의 정치적 중립성을 확보하기 위해 대공수사권을 제외한 수사권 폐지를 비롯한 국정원 개혁을 위한 입법을 추진하겠다고 덧붙였다.

신기남 국조특위 위원장은 정회를 선언하면서 “양당 간사는 결과 보고서 채택에 대해서 협의해 주기 바란다. 합의가 되면 저한테 알려 달라, 그러면 속개 하겠다”고 밝혔다. 오후 3시 50분 현재까지도 전체회의는 정회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