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판결 이행했다면 내 아들 안 죽었다”
현대차 울산 공장 앞에 모인 2차 희망버스, 충돌 없이 평화적으로 마무리
‘현대차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과 ‘대법원 판결 이행’을 외치는 현대차 희망버스가 31일 오후 5시 울산을 찾았다. 전국에서 모인
2000여명의 시민‧노동자들은 울산 시내 곳곳에서 선전전을 진행한 뒤 7시 반부터 울산 현대차 공장 앞에서 모여 최근 자살한
현대차 비정규직 아산지회 박정식씨와 학교비정규직 노동자에 대한 추모제를 진행했다.
31일의 현대차 희망버스는 이전의 희망버스와 달랐다. 5차에 걸친 한진중 희망버스와 지난 7월 말의 1차 현대차 희망버스가 회사와
싸우고 공장 안으로 들어가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면, 2차 현대차 희망버스는 울산 시민들에게 실상을 알리는 것에 초점을 맞췄다.
희망버스 기획단은 희망버스 참가자들에게 “오늘은 시민들과 소통하고 현대차 불법파견과 대법 판결 불이행의 부당함을 알리는 것이
목표”라며 희망버스에 반대하는 사람들과 충돌하지 말아달라고 여러 차례 당부했다.
희망버스 참가자들은 조를 나누어 울산 시내 곳곳에서 ‘미션’을 수행했다. 울산 남구 삼산동 롯데호텔과 현대백화점 일대에서는 서울과
부산, 창원에서 온 희망버스 참가자들 이 노래를 부르며 ‘정규직 전환’ 종이꽃을 들고 인도를 행진했다. 서울에서 온 희망버스
참가자들은 울산 대공원 앞에서 ‘정몽구 OUT'이라고 적힌 풍선을 시민들에게 나누어주었다. 울산대공원 동문에서도 강원도와 청주,
천안에서 온 참가자들이 정몽구 회장과 현대차에 대한 불만사항을 발표하며 공원안 분수대까지 행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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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울산대공원 앞에서 시민들에게 '정몽구 out'이 적힌 풍선을 나누어주는 희망버스 참가자들 |
중구 성남동 중부소방서 앞에서는 대구지역 참가자들이 현대차와 정몽구 회장에 대한 불만이 적힌 카드를 들고
‘인간 띠잇기
’ 퍼포먼스를 선보였다. 뉴코아아울렛 앞에는
‘전국학생행진
’ 대
학생들이 1인 시위 판을 들고 인도를 따라 이동하며 시민들에게 현대차 문제를 알렸다. 전국에서 모인 대학생들과 알바연대 회원들,
공공운수노조 서경지부와 기륭전자, 티브로이드 노동자들도 울산 시내 곳곳을 이동하며 카드섹션, 거리행진 및 플래시몹을 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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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희망버스 참가자들이 31일 오후 뉴코아아울렛 앞에서 피켓 시위를 하고 있다. |
희망버스 참가자 개개인의 참여를 이끌어냈다는 점도 이전의 희망버스와 2차 현대차 희망버스가 다른 점이다. 이전의 희망버스가
기획단이 행사를 준비하고 참가자들이 준비된 행사에 참여하는 방식이었다면, 이번 희망버스의 경우 참가자들은 모두 선전전에 동참하며
스스로 희망버스 행사를 만들었다. 희망버스 참가자들은 ‘슈퍼맨’(노라조 作), ‘고래사냥’, ‘민중의 노래’(영화 레미제라블
OST) 등 대중들에게 친숙한 노래들을 개사해 부르며 시민들의 호응을 얻었다.
조별로 미션을 수행한 희망버스 참가자들은 7시 반 울산 현대차 공장 앞에 모두 모였다. 7시 반부터 진행된 사전결의대회와 박정식
열사‧학교비정규직 노동자 추모결의대회에서 참가자들은 불법파견 시정하라는 대법원 판결도 이행하지 않는 현대자동차와 정몽구 회장을
비판하며 ‘정몽구 구속’ ‘정규직 전환’을 외쳤다. 신승철 민주노총 위원장은 “현대차 노동자들이 목숨을 던져서 바꾸려 했던 것이
있다. 비정규직으로 살아가는 것이 잘못이라고 이야기하는 세상이다”라며 “특수고용직 노동자에서 ‘특수’를 빼버리고 간접고용
노동자에서 ‘간접’을 빼버리고 비정규노동자에서 ‘비정규’를 빼버리고, 그냥 노동자로 일하면서 살아갈 수 있는 세상을 만들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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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1일 오후, 울산 현대차 공장 앞에 모인 희망버스 참가자들. 사진=조윤호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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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1일 오후, 울산 현대차 공장 앞에 모인 희망버스 참가자들이 피켓을 들고 있다. 사진=조윤호 기자 |
현대차 비정규직 문제, 나아가 노동자들이 처한 문제에 꾸준히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박정애 공공운수노조 돌봄지부
울산동구노인요양분회 분회장은 “결국 뜻을 이루지 못하고 철탑 위에서 내려온 노동자들(최병승‧천의봉)을 보며 가슴이 너무 아팠다”며
“노동자와 사회적 약자에 귀를 기울이지 않으면 세상은 변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백기완 통일문제연구소 소장도 “현대차가 어서
노사합의를 이루길 바란다”며 ”안 그러면 3차 희망버스 또 내려 올거야“라고 외쳤다.
이날 추모결의대회에서는 지난 7월 15일 사망한 박정식 현대자동차 아산사내하청지회 사무국장의 어머니도 참여했다. 박씨의 어머니는
“정몽구가 우리 아들을 죽였다. 대법원 판결 이행 했으면 우리 아들이 안 죽었을 것”이라며 “우리나라에 비정규직이 너무 많다.
아들의 염원대로 비정규직 없애고 차별 없는 세상을 만들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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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희망버스에 참가한 백기완 통일문제연구소 소장. 사진=조윤호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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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죽은 아들에 대한 추도사를 하고 있는 고 박정식씨 어머니. 사진=조윤호 기자 |
현대차 비정규직 최병승씨도 결의대회에 참여했다. 그는 “현대차가 불법파견을 했다”는 대법원 판결의 당사자로, 사내하청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과 대법원 판결을 요구하며 296일 간 울산공장 앞 송전탑에서 고공농성을 하다 24일 전 땅으로 내려왔다. 최씨는
“위에서 보아도 현대차의 벽이 매우 높아보였는데, 땅에서는 더욱 웅대해보였다”며 “땅으로 내려온 후 296일 간 한 번도 생각하지
않았던 죽음을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대법원 판결은 나 개인에 대한 판결이 아니라 조합원의 것”이라며 “비정규직 지회
동지들이 10년 간 모든 사내하청의 정규직 전환을 걸고 열심히 싸워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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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추모결의대회에 참여한 최병승씨. 사진=조윤호 기자 |
이날 집회는 1차 희망버스 때와는 달리 경찰이나 사측과의 충돌 없이 평화적으로 마무리됐다. 12시 반 집회를 마친 희망버스
참가자들은 버스를 타고 돌아갔다. 11시 20분 경 경찰이 불법집회를 하고 있다며 해산명령을 하기도 했지만, 희망버스 참가자들은
“지금 경찰이 해야 할 것은 해산명령이 아니라 정몽구를 구속시키는 것”이라며 해산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