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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당원들 “불안, 위축되지만… 녹취록 신빙성 의심”

조본좌 2013. 9. 3. 00:38
진보당원들 “불안, 위축되지만… 녹취록 신빙성 의심”
[당원반응] 내부결속 다지는 분위기… “국정원, 내란음모죄 적용 어려우니 언론 플레이”

국정원이 내란예비음모 혐의로 이석기 통합진보당 의원의 사무실 및 통합진보당 관계자들의 자택을 압수 수색하고, 이석기 의원에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한 데 이어 문제의 회의 녹취록이 공개돼 통합진보당이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는 상황이지만, 통합진보당 당원들은 “위축되지 말고 맞서야 한다”며 내부결속을 다지는 분위기다.   

통합진보당 당원들은 ‘내란음모사건’에 대해 가장 먼저 “충격적”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광주 북구 소속 당원 정달성씨는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충격도 충격이지만 어처구니가 없는 상황”이라며 “오히려 당원 아닌 주변 사람들이 걱정해주고 국정원이 오버하는 것 아니냐고 물어볼 정도였다”고 말했다. 서울 서초구 소속 당원 서연경씨 역시 “말도 안 되는 일이며 기가 막히다”고 말했다.

통합진보당 당원들은 국정원이 대선개입에 대한 안 좋은 여론을 반전시키기 위해 무리한 수사를 벌였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서울 노원 소속 당원 강병찬씨는 “국정원이 선거에 개입한 유례없는 사건 앞에서 존립 자체가 흔들리고 있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문제를 덮기 위해 색깔론을 들고 나왔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박희정 서울 금천구위원회 부위원장 역시 “(통합진보당이) 무슨 일만 터지면 꺼내드는 카드, 휘둘리는 봉 같다는 느낌이 든다”며 “국정원 사태가 진행 중인 이 시기에 이런 일이 터지는 것이 의문스럽다”고 말했다.

당원들은 이번 사태로 인해 위축되거나 불안감을 내비치기도 했다. 강병찬씨는 “내란음모죄라는 게 워낙 무시무시한 죄목 아니냐”며 “(심리적으로) 약간 위축되는 면도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박희정 부위원장 역시 “내란음모니 압수수색이니 하는 이야기를 들으니 일반당원으로서 마음이 불안해지는 것도 사실”이리고 말했다. 

언론에 이석기 의원의 녹취록이 공개되면서 파문은 더욱 커지고 있다. 통합진보당 당원들은 녹취록까지 공개됐음에도 녹취록 내용이 사실과 다를 것이라고 주장했다. 통합진보당의 한 학생당원은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녹취록 내용이 사실일 것 같지 않다. 그런 이야기를 하며 서울시내 한복판에서 이름 다 공개하고 회의하는게 납득되지 않는다”며 “녹취록이 어떻게 만들어진 건지 보장할 수 없지 않느냐. 조작됐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정달성씨는 “정황상 녹취록 내용이 진실이 아니라고 본다”며 “증거는 법정에서 판단을 해야 하는데 이미 기정사실인 것처럼 언론에서 어마어마하게 쏟아 붓고 있다”며 “진실 여부와 상관없이 이미 처벌받고 있는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강병찬씨 역시 “녹취록 내용은 어디 소설에 나오는 이야기 같다”며 “지금 현실과 안 맞는 이야기”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국정원 쪽에서 흘린 것 같고, 국정원 측에서도 내란음모죄가 성립이 안 된다고 생각하니 이런 식으로 흘려서 대중적인 여론을 형성하려는 것 아닌가”라고 덧붙였다.

이번 사안에 대해 통합진보당의 ‘공식적인 입장’ 외에 다른 이야기를 하지 않겠다고 밝힌 당원들도 있었다. 정수연 통합진보당 학생위원회 위원장은 “언론사 인터뷰는 대변인을 통해서만 하는 게 맞는 것 같다”고 인터뷰를 거절했다. 고려대 학생당원인 조우리씨도 “사실에 근거하지 않는 이야기들이 언론에 흘러나오는 상황에서 개별적으로 인터뷰하기가 부담스럽다”고 밝혔다. 

통합진보당 지도부의 공식적인 입장은 ‘정면 돌파’다. 통합진보당은 국정원의 압수수색이 실시된 29일 오후 3시 기자회견을 열고 “국회의원과 진보당 당원들이 내란을 음모했다는 국정원의 주장은 명백한 허위 날조”라며 “국민의 힘을 모아 국정원의 정치공작이 이제 이 땅에서 영원히 사라지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녹취록이 공개된 이후에도 ‘정면돌파’ 입장은 여전했다. 홍성규 대변인은 30일 국회브리핑을 통해 “일부 참가자들의 발언의 취지가 날조 수준으로 심각하게 왜곡되었다”며 피의사실을 공표한 국정원과 보도한 언론들에 대해 법적 책임을 묻겠다고 밝혔다. 31일 당 지도부와 당원들이 국정원 앞에 모여 항의집회를 열었고, 1일 이상규 통합진보당 의원이 “국정원이 거액으로 당원을 매수하는 공작 정치를 했다”고 폭로하기도 했다. 

지도부의 이러한 입장에 대해 통합진보당 당원들은 강경한 대응을 주문했다. 서연경씨는 “잘못한 게 없으니 위축되거나 할 이유가 없다”며 “당 지도부가 잘 대처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 학생당원은 “하도 작년부터 종북 이야기를 많이 들어서 엄청 새로운 일이 터졌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당 지도부의 방향이 옳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희정 부위원장 역시 “우리의 정체성으로 대중들을 설득시키는 과정이기에 물러서면 안 된다”고 지적했다. 

정달성씨는 “작년 사태(부정선거 논란) 때는 당 지도부를 의심하거나 자책도 하고 그랬는데 지금의 경우는 본질에 대한 궁금증은 있으나 위축되지는 않는다”며 “당원들도 더 공격적으로 대응하길 기대한다. 고민하다 타이밍을 놓치면 안 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