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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을 이긴 박사 “불합리한 금기 안 깨면 오래 못 가”
조본좌
2013. 9. 3. 0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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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 박사는 2011년 2학기 강의배정을 통보받았으나 뚜렷한 이유 없이 강의 배정이 취소됐다. 그는 중국에서 연수중이던 2011년 1월 22일 학과로부터 2학기 강의가 배정됐다는 연락을 받았으나 3일 만인 25일 조교로부터 “학교 측에서 강사배정을 거부하고 강사 교체를 요구했다”는 통보를 받았다. 류 박사는 자신이 학교 정책이나 제도에 비판적인 목소리를 내오고, 특히 삼성에 대해 쓴 소리를 많이 해왔다는 이유로 강의가 취소됐다며 1인 시위를 시작했다.
1인 시위가 시작된 지 약 1년 11개월 만인 지난 7월 27일, 성균관대는 결국 류 박사의 손을 들어줬다. 류 박사는 내년(2014년 1학기)부터 정상적으로 강의를 하게 됐다. 또한 성대는 류 박사를 동양철학문화소 연구원으로 채용했다.
류 박사는 우리 사회의 지배세력이라 불리는 ‘삼성’에 맞서 이긴 드문 인물이다. 그는 “절망할 필요 없이 싸우면 이긴다”며 끝까지 싸우겠다는 의지를 다지며 싸웠다고 말했다. 류 박사는 처음에 성균관대 본관 맞은편에서 1인 시위를 시작했다. 그가 본관 앞까지 ‘진출’하는데 두 달이 걸렸다. 그는 “처음에 본관 맞은편에서 시위를 하는데 본관이 너무 커보였다. 그러다 야금야금 본관 앞으로 들어왔고, 복직하니 그 크던 본관이 작아보였다”고 소회를 밝혔다.
류 박사는 “삼성의 이건희 부자는 한국사회의 ‘엄석대’(소설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 주인공)”라며 “엄석대가 엄색대일 수 있는 이유는 모두가 무서워하기 때문이다. 한두 명 대들기 시작하면 엄색대는 더 이상 엄석대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삼성과 이건희 회장이 한국사회의 ‘불합리한 금기’로 작용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류 박사는 “아담은 사과를 먹지 말라는 금기를 깨서 인류의 역사를 만들었다. 그런 금기를 깨는 게 지식인과 먹물의 역할”이라며 “이건희 부자와 삼성은 자본주의 원칙에도 어긋나는 삼대세습을 하면서 자신들에 대한 비판을 허용하지 않는, 한국사회의 불합리한 금기”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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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8월 16일 고려대학교 생활도서관에서 강연 중인 류승완 박사 | ||
류 박사는 ‘석궁 사건’으로 알려진 김명호 전 수학과 교수를 사례로 들었다. 그는 “입시 문제가 틀렸다는 지적을 했다고 교수를 잘랐다”며 “진보·보수를 떠나 내부에서 문제제기할 만한 사람을 쫓아내는 건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복직된 이후에도 트위터나 외부강연을 통해 삼성과 이건희 부자, 성균관대를 비판한다. 류 박사는 자신이 삼성 세력을 비판하는 이유에 대해 “삼성이 그런 식으로 운영되면 망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류 박사는 “삼성을 비판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혁명을 하자는 것도 아니고 삼성이 전 재산을 다 내놓으라는 것도 아니다”며 “부가 부당하게 축적되는 것을 비판하고, 한국 사회의 민주주의 평균에 맞춰 부를 추구하라고 요구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삼성이 제왕적 권력을 휘두르면 단기적으로는 좋을지 몰라도 장기적으로는 대중들의 원성이 쌓일 것이고, 그러다 결국은 망한다”며 “외부의 비판에 귀를 기울여야 하고, 나 같은 사람의 존재에 대해 오히려 고맙게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류 박사는 자신의 복직이 자신만의 승리로 끝나는 게 아니라 한국 사회의 불합리한 금기가 깨지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는 “나 한 사람만 예외가 되고 다른 사람에게는 여전히 금기와 강압을 설정할 게 아니라 기준을 바꾸고 정책을 바꿔야한다. 학내를 민주적으로 운영하고, 소수의견에도 귀를 기울여야 한다”며 “이건 이건희 회장과 이재용을 위해서도 도움이 되는 길이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