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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이산가족 상봉 연기… ‘원칙 있는 대북정책’의 한계?

조본좌 2013. 9. 24. 19:10

북한, 이산가족 상봉 연기… ‘원칙 있는 대북정책’의 한계?

[뉴스분석] “이산가족 상봉을 금강산 관광 지렛대로”… 남북한 일시적인 갈등에 그칠 것


북한이 돌연 이산가족 상봉을 연기하자고 밝힌 것에 대해 박근혜 정부의 ‘원칙 있는 대북정책’의 한계가 드러났다는 주장이 나왔다.

북한은 이산가족 상봉을 나흘 앞둔 지난 21일, 대남기구인 조국평화통일위원회(이하 조평통) 성명을 통해 상봉행사를 연기하겠다고 발표했다. 내달 2일로 예정되어 있던 금강산관광 재개를 위한 실무회담도 연기하겠다고 말했다.

조평통은 지난 21일 대변인 성명을 통해 “북남 사이의 당면한 일정에 올라있는 흩어진 가족, 친척상봉행사를 대화와 협상이 진행될 수 있는 정상적인 분위기가 마련될 때까지 연기 한다”며 “우리를 모략중상하고 대결의 수단으로 삼고 있는 금강산관광 재개를 위한 회담도 미룬다는 것을 선포한다”고 밝혔다.

북한이 내세운 이유는 ‘남한 정부의 대결국면 조성’이다. 조평통은 박근혜 정부가 최근 남북관계의 성과가 “‘한반도 신뢰프로세스의 결과’니, ‘원칙 있는 대북정책’의 결실이라고 떠들고 있고 금강산관광에 대해서도 '돈줄' 등을 언급하며 중상했다“고 말했다. 이어 조평통은 통합진보당 내란음모사건에 대해 ”내란음모사건이라는 것을 우리와 억지로 연결시켜 북남사이의 화해와 단합과 통일을 주장하는 모든 진보민주인사들을 '용공', '종북'으로 몰아 탄압하는 일대 '마녀 사냥극'을 미친 듯이 벌이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북한이 한국 주도의 남북관계에 제동을 걸려고 한다는 분석이 나왔다. 백학순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23일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남한이 개성공단이나 금강산 관광 등 남북관계에 있어 남한이 생각하는 원칙이나 국제규범 등을 관철시키려고 하면서, 북한이 자신들이 원하는 방향대로 남북관계가 진전되지 않는다고 느낀 것 같다”며 “경고의 의미로 이산가족 상봉을 연기한 것”이라고 말했다. 황지환 서울시립대 국제관계학과 교수는 “북한이 남한한테 밀리는 것 같다고 인식하면서 그렇지 않다는 것을 보여줄 필요가 있었을 것”이라며 “북한 내부에서도 이런 논의가 나왔을 수 있다, 속도조절을 하려는 것 같다”고 밝혔다.

이번 사건을 통해 박근혜 정부의 ‘원칙 있는 대북정책’ 노선이 지닌 한계점이 드러냈다는 평가도 나왔다. 양무진 북한전문대학원 교수는 “개성공단 재개는 북한이 원했기 때문에 박근혜 정부의 원칙론이 통했으나, 우리 정부가 원한 이산가족 상봉의 경우 원칙론이 한계에 부딪쳤다”고 말했다.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원칙 있는 대북정책’이 박근혜 정부가 판단하는 원칙에 따른 대북정책 아닌가. 그것만 가지고는 북측의 호응을 끌어내기에 역부족”이라며 “이번 사태에서 그러한 한계가 드러나기도 했다”고 평가했다.

백학순 연구위원은 “보수 세력들의 주장처럼 박근혜 정부의 원칙에 북한이 손을 들었다고 볼 수도 있지만, 북한의 입장에서 보면 그것도 일종의 전략적 선택”이라며 “이를 나몰라라 하고 우리가 원칙을 내세워 승리했다는 식으로 접근하면 북한이 반감을 느껴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고 말했다. 백 연구위원은 “북한 입장에서는 북한과 중국은 대화와 협상에 적극적으로 나서며 진정성을 보여주고 있는데 한국 정부는 미국과의 공조를 이끌어내지도 않는 등 제 역할을 다하지 않는 것으로 보일 것”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한국 정부가 북한이 굴복하고 항복했다는 식으로 이야기하고 원칙에 따라 이산가족 상봉은 하면서 금강산 관광 재개에는 관심이 없는 것처럼 보이니 북한이 불만을 가지고 압력을 가하려는 것 아니겠느냐”고 설명했다.

한편, 이번 사태로 인해 남북관계가 냉각기로 접어들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김용현 교수는 “일시적인 대립이며, 올해 안에 상봉이 이루어질 것”이라고 말했고 황지환 교수 역시 “페이스 조절과정이기 때문에 조만간 상봉이 이루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영철 교수는 “남북 당국 간에 이산가족 상봉 이야기가 다시 오가고, 한국 정부가 금강산 관 광 재개에 대한 입장을 밝힌다면 이산가족 상봉도 이루어지리라 본다”고 말했다. 양무진 교수는 “우리 정부가 금강산 관광에 대해 긍정적인 메시지를 보낸다면 10월 중에도 (이산가족 상봉이) 가능하지 않겠냐”며 “이산가족 상봉과 금강산 관광에 대해 논의할 차관급 당국 회담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