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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동욱 총장 퇴임, “정치적 중립성이 검찰 핵심가치”

조본좌 2013. 9. 30. 14:17

채동욱 총장 퇴임, “정치적 중립성이 검찰 핵심가치”

“부끄럽지 않는 남편과 아빠로 살아왔다”… 혼외자식 의혹 법정으로


조선일보의 혼외자식 보도와 법무부장관의 감찰 이후 사퇴의사를 밝혔던 채동욱 검찰총장이 30일 11시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 별관 4층 강당에서 퇴임식을 열고 검찰총장직에서 물러났다. 지난 4월 4일 취임한 지 180일 만이다.

채동욱 총장은 퇴임사를 통해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을 강조했다. 채 총장은 “여러분이 마음 놓고 일할 수 있도록 방파제가 되어 외부의 모든 유혹과 압력을 막아내겠다는 약속을 했고 모든 것을 걸고 이 약속을 지켰다”며 “나오는 대로 사실을 밝히고 있는 그대로 법률을 적용하는 자세로 일관하는 것만이 검찰의 살 길이며 검찰개혁의 시작과 끝이라 믿었다”고 밝혔다. 채 총장은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과 수사의 공정성을 지키는 것은 준사법기관인 검찰이 반드시 실천해야할 핵심가치이며 국민 신뢰의 출발점”이라고 말했다.

대검찰청은 채 총장의 주요 활동을 소개한 영상을 통해 채 총장 재임시절 전두환·노태우 두 전직 대통령에 대한 추징금 전액환수가 이루어진 점을 소개하며 “정의가 살아있음을 보여주었다”고 평가했다. 또한 국가정보원 대선개입 사건 수사, 원전비리 수사, CJ비리 수사 등을 예로 들며 “국민의 관심이 집중된 사건을 원칙과 소신에 따라 신속하고 불편부당하게 해결하려고 노력했다”고 평했다.

채 총장은 또한 “최고의 가장은 아니었지만 부끄럽지 않은 남편과 아빠로 살아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며 “39년 전 고교 동기로 만나 누구보다 가장 큰 힘이 되어준 아내, 하늘나라에서도 변함없이 아빠를 응원해주고 있는 큰 딸, 일에 지쳤을 때마다 희망과 용기를 되찾게 해 준 작은 딸, 너무나 고맙다”고 말했다. 혼외자식 의혹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은 아니지만, 의혹이 사실과 다르다는 기존의 입장을 에둘러 표현한 것으로 보인다. 이날 퇴임식장에는 채 총장의 부인과 딸도 참석했다.

그는 “채 총장은 ‘낙엽은 뿌리로 돌아간다’는 의미의 한자성어 '낙엽귀근(落葉歸根)'을 인용하며 “낙엽은 지지만 낙엽 자체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며 “검찰총장 채동욱은 여기서 인사를 고하지만 이제 인간 채동욱으로서 여러분과 영원히 함께 하겠다”며 퇴임사를 마쳤다.

한편 채 총장은 퇴임사 외에 황교안 법무부장관의 감찰과 박근혜 대통령의 사표수리에 대한 별도의 입장은 밝히지 않았다. 채동욱 총장이 총장직에서 물러남에 따라 법무부 감찰은 더 이상 진행되지 않고, 혼외아들 의혹은 법정에서 가려지게 됐다.

   
▲ 대검찰청 정문 앞에 시민단체가 설치한 피켓이 놓여 있다. 사진=조윤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