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물종박으로 죽어가는 새누리당, 언론인들은 죽지 않아”
“괴물종박으로 죽어가는 새누리당, 언론인들은 죽지 않아”
언론노조 ‘총파업 결의대회’ 열어…“무원칙·불신·비상식 정권에 대한 끝장투쟁 선포”
언론인들이 ‘총파업 결의대회’를 열고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 해직언론인 복직, 민주주의 수호를 위해 총력투쟁에 나서겠다고 선언했다.
전국언론노조는 29일 2시 여의도 산업은행 옆에서 열린 ‘총파업 결의대회’에서 “무원칙, 불신, 비상식과 맞서 싸우는 것이 이
땅의 언론인에게 주어진 시대적 소명이라면 우리는 기꺼이 투쟁의 전선으로 나설 것”이라며 “정권의 공약 파기와 정치권의 무책임함이
역사의 준엄한 심판을 받고 국민 앞에서 무릎 꿇을 때까지 끝까지 싸울 것”이라고 밝혔다.
언론인들이 투쟁에 나서게 된 직접적인 계기는 방송사 지배구조 개선과 해직 언론인 복직 등을 논의할 예정이던 국회 방송공정성특위가
아무 소득 없이 끝났기 때문이다. 방송 공정성 특위는 28일 사실상 아무것도 합의하지 못하고 활동을 종료했다.(관련기사 :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 박근혜 대선 공약 파기>)
강성남 언론노조 위원장은 “권력은 공영방송에서 손을 놓아라”며 “권력이 마음대로 사장을 선출하는 시스템이 구성원들의 자유로운
토론으로 보도 방향을 결정하는 시스템으로 바뀌어야 한다. 권력자에 우호하지 않은 언론이 되더라도 그것이 민주주의를 지키는
길”이라고 밝혔다. 김현석 언론노조 KBS본부장은 “방송공정성을 보장할 제도적 장치를 12월 안에 마련해야 한다”며 “방송 공정성
특위는 끝났지만 언론인들의 투쟁은 이제부터 시작”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언론인들이 투쟁에 나선 보다 근본적인 원인은 언론이 공정성을 잃고 권력의 편에 서는 현실이 변하지 않기 때문이다. 강성남
위원장은 “매카시즘의 광풍이 몰아치고 민주주의가 죽어 가는데 우리 언론은 침묵, 아니 동조하고 있다”며 “수신료와 전파라는 공적
토대에 기반을 둔 공영방송의 모습은 목불인견이다. 공영방송이 언론이기를 포기했다”고 비판했다. 강 위원장은 “프란치스크 교황은
최근 ‘가난한 이를 배제하는 자본주의는 새로운 형태의 독재다. 교회가 손에 흙을 묻혀야 한다’며 교회의 현실 참여를 강조했다”며
“비판을 허용하지 않는 정권도 새로운 형태의 독재다. 박근혜 정권이 독재라는 오명을 쓰지 않도록 언론노조가 손에 흙을 묻히겠다”고
밝혔다.
김종철 동아투위 위원장은 “여러분들이 공정방송을 보장해달라고 외치는데 공정방송은 그냥 손에 주어지는 것이 아니다. 언론의 자유가 보장됐던 김대중-노무현 정부 때 언론인들이 어떤 노력을 했는지 반성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결의대회에는 노동단체도 참여해 ‘언론 공정성’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이봉주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 본부장은 “화물연대 15개
지부장들이 화물노동자들의 처절한 삶을 개선하기 위해, 이명박‧박근혜 정부가 약속한 표준운임제를 도입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우리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총파업으로 싸울 것”이라며 “만약 공정한 언론이라면 우리가 싸우는 이유가 무엇인지 보도하겠지만 현재의
장악된 언론이라면 경제가 어렵다면서 우리의 투쟁을 비하할 것이다. 따라서 우리는 언론 공정성을 위한 언론인들의 투쟁이 승리하길
기원 한다”고 밝혔다.
양성윤 민주노총 수석부위원장 역시 “공정방송을 사수하겠다는데 사수가 아니라 ‘쟁취’다. 지금 사수할 공정방송이 어디 있나”며
“현재 투쟁하는 비정규직, 타워에 올라간 노동자들, 대한문에서 평택으로 자리를 옮겨 싸우는 노동자들이 있다. 언론이 싸우는
노동자들 옆에 있어야하며, 이들과 함께 싸워야한다”고 말했다.
여의도 산업은행 옆에서 결의대회를 마친 언론인들은 여의도 새누리당‧민주당사까지 행진한 후 새누리당, 민주당 당사 앞에서 집회를 이어갔다.
이경호 언론노조 수석부위원장은 새누리당 당사 앞에서 열린 집회에서 “둥지가 힘들다고 빛이 드는 새 둥지를 찾아나선 언론인들이
있다. 하지만 언론자유, 언론공정성, 민주주의라는 둥지는 아직 남아 있다”며 “새누리당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처음 국회 의원할
때는 민주주의와 국민행복을 생각했겠지만 1년, 2년이 지나니 재선, 3선이 생각나고 장관 자리가 생각나고 그러다 민주주의를
끝장내고 생각이 다르면 종북으로 몰아붙이는, ‘괴물종박’이 되어버렸다”고 말했다. 이어 이 수석부위원장은 “새누리당은 죽어가고
있다”며 “그러나 이곳에 모인 언론인들은 죽어가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다음은 결의문 전문이다.
'무원칙, 불신, 비상식 정권'에 대한 끝장투쟁을 선포한다
결국 여기까지 왔다. 원칙은 무너졌고, 신뢰는 깨져버렸으며, 상식은 사라졌다. 최소한의 원칙, 최소한의 상식에 대한 일말의 희망을
놓지 않았던 우리는, 지금 여기 칼바람 몰아치는 광장에 서있다. 저들은 우리에게 ‘무원칙, 불신, 비상식’ 앞에 굴종할 것을
강요해왔다. 국민의 눈과 귀와 입이 되어 민주주의를 사수하라는 언론인의 사명을 내팽개치고 권력을 비호하고 정권에 아부하는 데
앞장서라고 한다. 결론부터 말하겠다. 더 이상의 기다림은 없다. 언론의 존재이유 자체를 부정하는 추악한 횡포에 맞서는 우리의
유일한 방법은 총력투쟁뿐이다.
무려 8개월을 끌어온 국회 방송공정성 특위가 어제 종료됐다. 결과는 초라하기 짝이 없다. 이런 결과를 어떻게 국민 앞에 내밀 수
있는지 저들의 후안무치에 치가 떨린다. 지난 MB정권 5년 동안 철저히 훼손된 방송공정성을 회복시키기 위해 박근혜 정권 차원의
약속으로 어렵게 출범한 특위였다. 후보 시절에는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을 내걸고 대통령에 당선되었고, 취임 초, 방송공정성
문제로 교착상태에 빠진 정부조직법 개정을 앞두고서는 ‘방송장악을 할 생각도 없고, 가능하지도 않다’며 야당에 협조를 호소하더니,
막상 특위가 열리자 언제 그랬냐는 듯 만 8개월을 모르쇠로 버티는 파렴치함으로 일관해왔다. 의지 없는 여당과 능력 없는 야당이 피
같은 시간을 허비하는 동안 우리의 언론현실은, 우리의 민주주의는 끝도 없는 나락으로 추락하고 말았다.
우리는 언론노동자다. 국민의 눈과 귀와 입이 되어 권력을 감시하고 민주주의의 가치를 수호해야 하는 사명이 우리에게 부여돼있다.
언론의 권력과 자본으로부터의 자유와 독립은 적어도 민주주의를 표방하는 모든 국가의 가장 기본적인 원칙이자 상식이다. 원칙도 없고
상식도 없는 자들이 우리의 사명을 정치 편향으로 몰아가는 졸렬한 이념 공세를 한다고 해도 우리는 단 한 치의 흔들림도 없을
것이다.
상식을 지키며 살기 위해서는 피터지게 투쟁해야만 하는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다. 무원칙, 불신, 비상식과 맞서 싸우는 것이 이
땅의 언론인에게 주어진 시대적 소명이라면 우리는 기꺼이 투쟁의 전선으로 나설 것이다. 그리고 정권의 공약 파기와 정치권의
무책임함이 역사의 준엄한 심판을 받고 국민 앞에 무릎 꿇을 때까지 끝까지 싸울 것이다. 전국언론노동조합(위원장 강성남)은 오늘 이
자리에서 1만 2천 언론노동자들의 결의를 모아 다음과 같이 투쟁을 선언한다.
-우리는 언론정상화의 첫걸음이자 방송공정성 특위의 핵심의제였던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 논의가 성과 없이 끝난 데 대해 강력 규탄하고, 향후 이 의제에 대해 정치권이 조속한 합의를 도출하도록 온 국민과 함께 총력투쟁에 나설 것이다.
-우리는 언론인으로서 양심과 상식을 지키려했다는 이유로 일터에서 쫓겨난 해직언론인이 전원 복직되고, 보도·제작·편성의 자율성에 대한 제도적 보장장치가 확립될 때까지 기필코 싸울 것이다.
-우리는 미디어사유화, 종편 특혜 등 정부의 미디어생태계 파괴 정책을 강력히 저지하고, 언론의 공공성과 공익성·다양성이라는 기본가치를 끝까지 사수한다.
-우리는 민주주의를 수호하는 언론의 사명을 가슴에 새기고 양심과 상식을 지키려는 이 땅의 모든 시민사회와 연대하여 민주주의의 퇴행을 반드시 저지한다.
2013년 11월 29일
전국언론노동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