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순복음교회, 조용기 비리 관련 ‘보도자료’ 왜곡했나
여의도순복음교회, 조용기 비리 관련 ‘보도자료’ 왜곡했나
조용기 재정비리 의혹 대부분 사실로 드러나…여의도순복음교회 “대부분 오해이거나 과장”
여의도순복음교회 진상조사위원회가 조용기 원로목사의 재정비리 의혹에 대해 진상조사를 실시한 결과 대부분의 의혹이 사실임이 드러났다.
하지만 여의도순복음교회가 “의혹 대부분이 오해이거나 과장”이었다는 보도 자료를 뿌려 논란이 예상된다.
여의도순복음교회 ‘교회바로세우기 장로기도모임’(이하 장로모임)은 지난해 11월 14일 기자회견을 열어 조용기 목사 일가가 수천억
원대의 교회 재정을 횡령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장로모임에 따르면 조 목사 일가는 교회 재정 570억 원으로 설립된
사랑과행복나눔재단(현 조용기자선재단)에 아들 조희준씨를 상임이사로 임명하려다 뜻대로 되지 않자 부인 김성혜씨를 이사 및 회장으로
취임시키는 등 사유화를 시도했다고 주장했다.
또한 장로모임은 여의도 CCMM빌딩 건축 당시 교회로부터 빌린 900억 원을 반환하지 않았으며, 조 목사가 교회로부터 600억
원대의 특별 선교비를 받았다는 의혹 등을 폭로했다. 조용기 목사와 <빠리의 나비부인> 저자 정모여인 간의 불륜 의혹도
제기됐다.
이에 여의도순복음교회는 11월 17일 당회 운영위원회 결의에 따라 교회의혹진상조사특별위원회(이하 진상조사위)를 구성하고, 제기된
의혹에 대한 진상조사를 시작했다. 현재 재판이 진행중이거나 검찰에 고발된 사항을 제외한 13가지 의혹을 13명의 장로들이 49일 간
조사했다. 불륜 의혹 등은 현재 소송이 진행 중이라는 이유로 조사 대상에서 제외됐다.
진상조사위는 9일 열린 여의도순복음교회 임시당회에서 진상조사 결과에 대해 보고했다. 이날 조사 결과 발표에 따르면 진상조사위는
사랑과행복나눔재단(현 조용기자선재단) 운영이 100% 지분 출연자인 여의도순복음교회의 뜻이 전혀 반영되지 않은 채 사유화되어
운영되고 있으며, 운영위원회에서 결의된 조용기 원로목사의 ‘친인척 배제 약속’은 무시된 채 측근들에 의해 운영되고 있다고
발표했다. 재단이 조 목사 일가에 의해 ‘사유화’되었음을 인정한 것이다.
또한 진상조사위는 CCMM 빌딩 건축과정에서 여의도순복음교회가 순복음선교회에 지출한 1634억 중 991억원이 아직 반환되지
않았고, 교회에서 조속한 시일 내에 전액 회수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 외에도 CCMM 빌딩 3개 층을 매매하는 과정에서 조용기
목사의 3남 조승제씨가 운영하는 (주)ICMG에 감정가보다 낮은 가격에 양도하는 등 특혜가 있었으며, 교회가 조용기 목사에게
특별선교비로 5년 간 480억 원을 지급했으나 이 중 약 336억 원이 영수증이 없어 사용처를 확인할 수 없다고 밝혔다.
진상조사위는 교회가 ICMG로부터 헬스기계들을 매수한 뒤 다시 ICMG에 대여해 교회가 손해를 입었다는 의혹 역시 사실이라
밝혔고, 순복음교회가 ICMG에 131억 원을 대여한 것 역시 부당한 계약이라고 결론 내렸다. 반면 진상조사위는 교회가 조
목사에게 퇴직금 200억 원을 부당지급했다는 의혹과 차명 농지 형성 관련 의혹 등은 문제가 없다고 결론 내렸다.
진상조사위는 장로모임이 제기한 13가지 의혹 가운데 재판이 진행중인 건을 제외한 7가지 의혹에 대해서는 사실관계를 확인했으며 나머지 5가지 의혹에 대해서만 조 목사측에 문제없다는 결론을 내린 것이다.
하지만 여의도순복음교회 홍보실이 기자들에게 뿌린 보도자료 내용은 이와 다르다. 홍보실은 9일 보도 자료를 통해 “의혹 대부분은
사실 면에서 오해이거나 과장된 사항, 또는 일부 관련이 있으나 현재 회복이 가능하고 교회 결재 과정상의 문제가 없는 부분”이라며
“제기된 의혹 중 회복 가능한 건에 대한 처리를 당회 운영위원회에 위임하고, 당시 실무 책임자들과 관계자들에게 엄정한 인사 조치를
시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회복 가능한 것’이라는 표현으로 재정비리 의혹의 일부가 사실이라고 인정했으나 ‘대부분이 오해이거나
과장’이라는 입장을 밝힌 것이다.
장로모임에 대한 경고도 잊지 않았다. 홍보실은 보도자료를 통해 “사실관계에 대한 신중한 확인 절차를 거치지 않고 기자회견을 통하여
폭로함으로써 교회의 명예와 선교 사업에 심각한 부정적 영향을 야기 시킨 기자회견 당사자들에 대하여 엄중한 책임 추궁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진상조사위 결과에 따르면 사랑과행복나눔재단 사유화 의혹과 CCMM 빌딩 건축비 관련 의혹, 특별선교비
의혹 등 대부분이 사실로 드러났다.
몇몇 언론은 여의도순복음교회 홍보실 보도자료를 받아 기사를 쓰며 조용기 목사 관련 의혹 대부분이 ‘오해이거나 과장’됐으며, ‘의혹이 일부 확인’됐다고 보도했다.
하상옥 장로모임 장로는 10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보도자료 내용은 뒤집어서 생각하면 된다. 완전 거짓말”이라며 “보도자료를
거짓말로 썼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진상조사위원회 위원장을 맡은 강희수 원로장로는 “진상조사위 발표 내용 그대로가 사실”이라며
“보도자료를 누가 만들었는지, 보도 자료에서 무슨 이야기를 했는지는 잘 모르겠다”고 밝혔다.
미디어오늘은 여의도순복음교회 홍보실장의 입장을 듣기 위해 여러 차례 연락을 시도했으나 연락이 닿지 않았다.
한편, 국민일보는 10일 기사에
서 “여의도순복음교회 일부 장로들이 제기한 조용기 원로목사 관련 각종 의혹들은 대부분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졌다. 충분한 조사나
사실 확인 없이 기자회견을 강행해 근거 없는 의혹을 제기한 당사자들에 대해서는 책임 추궁이 뒤따를 예정”이라고 보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