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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기훈 유서대필 사건’ 무죄…“김기춘 사과하라”

조본좌 2014. 2. 17. 17:46

‘강기훈 유서대필 사건’ 무죄…“김기춘 사과하라”

[오늘의 소셜쟁점] 부림사건·서울대 의대 간첩사건도 무죄…“정치검찰의 화려한 출세기”

1990년대의 대표적인 용공조작사건으로 꼽히는 강기훈 유서대필 사건이 23년 만에 무죄를 받았다. 영화 <변호인>의 소재가 되었던 부림 사건도 33년 만에 무죄를 선고받았고, ‘서울대 의대 간첩사건’의 피해자들도 38년 만에 무죄를 선고 받았다.

서울고법은 13일 자살방조 등의 혐의로 징역3년이 확정돼 만기 복역한 강기훈씨 사건 재심에서 “1991년 국립수사과학연구소 감정 결과는 신빙성이 없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강씨 사건은 1991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91년 명지대생 강경대씨가 시위 중 집단구타를 당해 사망하자 전국적으로 정권을 규탄하는 시위가 이어졌고, 그해 5월 전국민족민주연합 사회부장 김기설씨는 ‘노태우 정권 퇴진’을 요구하며 분신 자살했다. 검찰은 김씨의 동료였던 강기훈씨를 배후로 지목했고, 국립수사과학연구소는 필적 감정을 통해 강씨가 김씨의 유서를 대필했다는 결론을 내린다.

하지만 유서대필 사건이 조작됐다는 의혹은 끊이지 않았고, 지난 2007년 과거사정리위원회가 진실규명 결정을 내렸다. 이에 따라 2012년 10월 대법원이 재심을 시작했고, 23년 만에 판결이 뒤집히게 됐다. 하지만 검찰이 상고할 경우 또 한 번의 재판을 치러야한다.

   
▲ 영화 ‘변호인’의 한 장면
영화 <변호인>의 모티브가 됐던 ‘부림 사건’의 재심 청구자 5명에게도 무죄 판결이 내려졌다. 부산지법은 13일 재심을 청구한 고호석 씨 등 5명에게 33년 만에 무죄를 선고했다. 법원은 국가보안법, 계엄법 위반 혐의 모두 무죄로 판결했다.

서울대 의대 간첩사건의 피해자 9명도 38년 만에 재심에서 무죄를 받았다. 서울고법은 13일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징역 3년, 집행유예 5년, 자격정지 3년이 확정된 전모씨 등 9명에 대한 재심에게 무죄 판결을 내렸다. 서울대 의대 간첩사건이란 1976년 서울대 의대에 다니던 9명의 학생들이 김지하 시인의 글과 사회주의 서적을 읽고 정부 전복을 시도했다며 국가보안법 위반 등으로 기소된 사건이다.

법원이 과거에 벌어진 용공조작사건에 대해 잇따라 ‘무죄’ 판결이 내리졌지만 ‘환영 한다’는 반응보다 ‘안타깝다’는 반응이 많다. 20-30년이 지나야 무죄를 확정 받는다 해도 이미 피해자들의 삶은 국가권력에 의해 망가질 대로 망가진 상황이기 때문이다. 

 

박영선 민주당 의원은 트위터에 남긴 글에서 “강기훈 유서대필사건이 23년 만에 무죄가 났다. 23년 간의 젊음과 세월은 누가 보상해주나”라고 밝혔다. 한 누리꾼은 “서울대 의대 간첩사건으로 유죄 판결을 받았던 9명이 38년 만에 재심을 통해 무죄 선고. 부림사건, 유서 대필사건 등 모두 무죄가 나고 있다”며 “용공조작의 피해자들의 삶은 누가 보상할 것인가”라고 안타까워했다.

용공조작의 주범인 검찰의 책임을 묻는 의견도 많았다. 한 누리꾼은 “검찰의 엉터리 수사와 재판, 정권 비리를 용공으로 덮어버리는 수법. 정치검찰의 화려한 출세기”라고 잇따른 무죄판결을 정리했다. 김도성 한겨레 PD는 “강기훈 사건이나 부림 사건에서 누명을 씌운 자들이 출세가도를 달려왔다는 데에서 다시 한 번 느끼지만 우리 사회를 위해 우선적으로 필요한 것은 통합 화합이 아니라 응징”이라고 밝혔다.

 
강기훈 유서대필 사건 당시 유죄를 이끌었던 이들이 박근혜 대통령 주변에 몰려 있다는 점도 화제가 됐다. 수사 책임자였던 강신욱 당시 서울지검 강력부장은 2007년 박근혜 캠프 법률지원 특보단장을 지냈다. 박근혜 대선캠프의 열린검증소위원장을 맡은 남기춘 전 검사와 박근혜 정부 첫 민정수석이던 곽상도 전 검사도 당시 수사팀 멤버였다.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은 당시 법무부 장관이었다.(관련 기사 : <朴 대통령 주변에 몰려있는 유서대필 수사검사들…당시 법무장관은 김기춘>)

이재화 민변 변호사는 트위터에 “유유상종인가”라며 “김기춘 비서실장을 비롯한 사건조작한 자들, 일말의 양심이 있다면 무릎 꿇고 강기훈에게 사과하라”고 요구했다. 한 누리꾼은 “엊그제 안현수 선수 들먹이며 파벌이 어쩌구 하던데, 대한민국에서 제일 저질스럽고 위험한 파벌들이 너네들”이라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