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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는 돈 버는 방송이 아닌 ‘빛과 소금’ 돼야”
조본좌
2014. 4. 11. 21:38
“CBS는 돈 버는 방송이 아닌 ‘빛과 소금’ 돼야”
CBS노조, 노사합의 ‘지역발전방안’ 이행하라며 결의대회 열어…“경영혁신위원회 거부한다”
전국언론노동조합 CBS지부(위원장 김상철)가 조합원 총력투쟁 결의대회를 통해 CBS노사가 합의한 ‘지역발전방안’을
준수하라고 CBS에 촉구하고 나섰다. 이날 결의대회에는 서울지역 조합원과 지역에서 올라온 조합원 100여명이 참여했다.
CBS노조는 11일 오후 4시부터 서울 목동 CBS 로비에서 개최한 결의대회에서 지역발전방안 이행을 촉구하는 한편, 이사회의 경영개입을 비판했다.
3개월 전인 지난 1월 16일 노사는 지역국의 인력을 충원하되 2년에 걸친
합리적 평가를 받기로 하는 내용의 ‘지역발전방안’에 합의했다. 그리고 그 첫 단계는 3월 중으로 청주 1명, 춘천 엔지니어
1명, 대구 기자 1명, 부산 기자 1명에 대한 충원 절차를 진행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3월 중의 채용은 없었고, 노조는 사측에
합의를 이행하라는 입장을 전했다. 이에 사측은 해당 지역에 연봉제 경력직 사원으로 인력을 충원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경영상의
이유 등 회사의 어려움이 이유였다.
노조는 이를 두고 노사합의를 거쳐야 한다는 단협을 거론하며 반발하고 있다. 단협에 따르면 일반직군을 채용할 때 정규직
호봉제로 채용해야 한다는 규정이 있고, 회사의 인력운용상 필요할 경우 연봉제 직원을 채용한다 해도 ‘노사합의’를 거치도록 돼
있다. 청주·전북·경남·대전·춘천·대구·광주 등 CBS 지역본부 노조들과 지역국협의회, 기술국 등은 물론 기자협회, 아나운서협회,
PD협회 등도 사측을 비판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노조 집행부는 7일부터 로비농성에 들어갔다. 11일로 예정됐던 노조 단합대회는
투쟁 결의대회로 바뀌었다.
관련 기사 : <CBS 노조, “지역발전방안 이행하라”며 농성>
관련 기사 : <CBS 노조, “지역발전방안 이행하라”며 농성>
김상철 전국언론노조 CBS지부장은 결의대회에서 “CBS는 낮은 자와 소외된 자를 대변하는 언론의 사명을 다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그 취지에 부합하려면 제일 먼저 약속을 지켜야 하고, 신뢰 있는 집단이 돼야 한다”며 “조직 내에서도 약속을 못
지키고 신뢰가 없는데 어떻게 언론으로서 낮은 자와 소외된 자를 품고 다른 이들에게 약속을 지키라고 재촉하고 감시할 수 있나”고
말했다.
김형로 CBS 지역국협의회 협회장은 “회사의 태도는 결혼해서 도장 찍고 서류까지 넘겼는데 신혼여행가서 헤어지자고, 이혼
도장 찍자고 하는 꼴”이라며 “1월에 노사가 합의했는데 잉크가 마르기도 전에 다른 합의를 하자고 한다. 합의대로 그냥 뽑으면
된다”고 비판했다. 김 협회장은 “정규직 호봉제로 뽑는다고 당장 CBS가 문을 닫나. 약속을 지키는 일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노조는 사측이 이번 연봉제 채용를 계기로 지역국을 넘어 중앙국의 근로형태를 바꾸려 하고 있으며, 최근 이사회에서
임금문제와 고령자 문제를 논의한 것도 같은 움직임으로 보고 있다. 지난 4월 1일 이동춘 재단이사회 부이사장을 위원장으로 한
CBS경영혁신위원회는 각종 제도 개선 문제에 대해 논의했다. 노조는 10일 발행된 특보에서 “제도개선안은 임금제 변경과 고령자
대책에 대한 논의로 나눠진다. 이사회가 근로 형태 변경을 왈가왈부하겠다는 대목”이라며 “지역 인력에 대한 연봉제 채용 등이
시도되는 상황에서 이사회 차원에서 임금문제와 고령자 문제를 본격 논의하겠다는 건 결코 우연이 아니다. 지역발전방안이 일단락되는
대로 중앙국을 포함한 전 CBS의 틀을 바꿔내겠다는 속셈”이라고 주장했다.
결의대회를 마친 조합원들은 지하 2층 예배당에서 난상 토론을 진행했다.
김상철 지부장은 “내가 만약 경영자라면 ‘진짜 미안하다, 같이 만들어 가보자’고 말할 것 같다. 그런데 현재 사측은 등에
채찍질만 하고 있다”며 “이사회는 어떻게 하면 한 명의 인건비라도 줄일지 고민하지 말고 그냥 우리들의 울타리가 돼 달라.
경영혁신위원회를 거부한다”고 밝혔다.
강성남 전국언론노조 위원장은 “CBS가 좋았던 이유는 이곳이 하나님의 말씀이 충만한 곳이고, 다른 곳에 비해 자본의
논리가 들어오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그런 CBS에 경영의 논리, 자본의 논리가 들어오고 있다. 경영진이 ‘흑자경영’을
이야기한다”고 말했다. 강 위원장은 “CBS는 돈을 벌기 위해서가 아니라 사회의 빛과 소금이 되기 위해 만들어졌는데, 그런
CBS에 흑자경영 이야기가 나오고 그런 이야기가 이사회에서 자연스럽게 유통된다”며 “CBS에게 경영을 잘하는 것이란 이 사회의
빛과 소금의 역할을 하는 것으로, 흑자경영을 하겠다는 말은 이제 그 역할을 하지 않겠다는 의미”라고 지적했다.
결의대회에 참여한 조합원들 역시 “사장이 늘 이야기하는 흑자경영의 정체가 결국 본질을 드러냈다. 노조에 대한 무시와
무력화, 직원들의 한숨과 절규 비정규직 확산. 이러한 눈물로 젖은 토양 위에서 사장의 ‘흑자경영’은 자라나고 있던 것”이라며
“이사회는 그 권위와 권한으로, CBS가 사회의 소금과 빛의 역할을 해나갈 수 있게 하는 든든한 언덕이 돼 달라”고 요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