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창극 총리 후보자를 대하는 조선·동아의 고민
문창극 총리 후보자를 대하는 조선·동아의 고민
[비평] ‘극우 편향’ ‘반민족 발언’ 대신 ‘책임총리’ 강조하며 비판하는 조선·동아, 속 보인다
문창극 총리후보자가 박근혜 정부 인사 문제의 핵으로 떠오르면서 보수언론 ‘조중동’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자사 출신 문 후보자를
‘적극 방어’하는 중앙일보와 달리 조선·동아일보는 문 후보자에 비판의 목소리를 전하며 중앙일보와는 다른 논조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비판 속에서도 ‘어떻게 하면 박근혜 정부에 덜 타격을 줄 수 있을지’ 고민하는 모습이 역력하다.
박근혜 정부는 지난 10일 국무총리 후보자로 문창극 전 중앙일보 주필을 지명했다. 누구도 생각하지 못한 ‘깜짝 인사’였다.
조선·동아와 중앙일보의 논조는 11일부터 엇갈리기 시작했다. 중앙일보는 지난 11일자 사설에서 “수첩인사에서 탈피했다” “뚜렷한
소신과 열린 보수” 등의 표현을 써가며 자사 출신 총리 후보자의 등장을 반겼다.
반면 조선과 동아는 문 후보자에게 행정경험이 없다는 점을 강조하며 우려를 표명했다. 조선일보는 지난 11일 3면 기사에
서 “원래 청와대의 총리 인선 기준은 ‘국가 개조’를 밀어붙일 ‘개혁성’과 청문회 통과에 필요한 ‘도덕성’ 두 가지였다. 그러나
안대희 전 대법관이 낙마하면서 개혁성보다 도덕성이 제1기준이 됐다”며 “결국 행정경험이 전무한 문 후보자가 도덕성과 지역화합(충청
출신)에서 강점이 있다는 평가를 받아 최종후보가 됐다”고 평가했다. 이어 “문 후보자가 국정·행정 경험이 거의 없어 국가 개조와
변화를 주도할 수 있겠느냐는 우려가 나온다”는 야권 등의 평가를 전했다.
동아일보 역시 같은 날 2면 기사에
서 법조인이나 관료 출신이 아니라는 점, PK(부산-경남)가 아닌 충청 출신이라는 점이 발탁 이유였다고 전하며 “관피아를 비롯해
세월호 참사 과정에서 드러난 문제들을 바로잡는 작업에 문 후보자가 최적임자인지에 대해서는 이견이 많다”는 우려를 드러냈다. 공직
경험이 전혀 없는 문 후보자가 내각을 틀어쥐고 개혁을 주도할 수 있겠냐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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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일자 동아일보 2면 |
문 후보자가 지명된 첫 날 야권과 시민단체 등은 그가 보수를 넘어서 극우로 ‘편향’된 인물이라는 점에 우려를 표했다. 조선과 동아는 이런 우려들을 전했지만, 비판의 초점은 ‘책임총리 할 수 있느냐’였다. 동아는 11일 사설에서 “총리의 자격을 정파나 이념의 잣대로 재단하거나 비판이 생명인 언론인 시절의 논조를 시비 대상으로 삼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밝혔다.
비판의 초점을 ‘책임 총리’에 맞춘 논조는 ‘식민지배와 6.25는 하나님의 뜻’ 등의 발언이 KBS 보도 등을 통해서 알려진 지난 12일에도 반복된다. 조선은 12일 1면과 3면 기사에 서 “책임총리 그런 것은 처음 들어보는 애기”라는 문 후보자의 발언을 크게 보도하며 “처음부터 자신의 역할에 선을 그었다”고 말했다. 엄청난 논란을 일으킨 ‘일제 식민지배는 하나님 뜻’ 발언은 3면 하단에 금태섭 새정치민주연합 대변인의 비판을 통해 간략히 언급되는 데 그쳤다.
동아일보 역시 같은 날 1면과 2면 기사에서 책임 총리 관련 문 후보자의 발언에 주목했다. 동아는 3면 기자수첩에 서 “‘책임총리 그런 것은 처음 들어보는 애기’라고 툭 던지는 태도는 총리 후보자의 진지함과 거리가 멀어 보인다. 정치권에서는 벌써부터 문 후보자의 국정경험 부재를 지적하며 국가 개조 구상을 제대로 추진할 수 있을지 우려하는 목소리가 있는 게 사실이다”라고 지적했다. 사설에서도 “새 총리 후보를 주목하는 국민들에겐 의아스러운 발언”이라고 비판했다.
반면 ‘식민지배 하나님 뜻’ 발언은 지난 12일자 1면 기사에서 책임 총리 관련 발언을 다룬 이후에 ‘드라이’하게 언급되는 데 그쳤다. 동아일보는 2면 기사에 서 문 후보자의 반민족적 발언이 청문회 쟁점이 될 것이라 언급했다. 하지만 동아는 “KBS 노조에서 해임된 길 사장의 후임으로 문창극 후보자가 임명될 것을 예상해 문 후보자에 대한 정보를 집중적으로 수집한 것으로 알려졌다”는 내용을 포함시키며 문 후보자의 반민족적 발언을 KBS 내부의 권력싸움 정도로 취급하려는 태도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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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일자 동아일보 2면 |
조선과 동아는 이처럼 문 후보자의 반민족적 발언이나 극우 편향보다 그가 ‘책임 총리’를 할 수 있을지를 더 주목했다. 이는 박근혜
정부가 떨어진 지지율을 다시 끌어올리고 국정 운영의 추진력을 더하기 위해 ‘국가 개조’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필요하기 때문은
아닐까. 안대희 카드가 실패한 상황에서 박 정부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개혁 이미지를 보여주며 독단 이미지를 누그러뜨려줄 수 있는
인사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13일이 되면서 조선과 동아도 문 후보자의 반민족적인 발언을 강하게 비판하지 않을 수밖에 없는 처지에 놓였다. ‘위안부
사과는 필요 없다’ 등 문 후보자의 추가적인 발언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커졌고, 야권은 물론 여권 내부에서까지 사퇴론이 등장했기
때문이다. 문창극 파동이 박 대통령 지지율에까지 영향을 주는 상황이 됐다. 이쯤 되면 조선과 동아는 문창극을 버리는 게 박근혜
대통령에게 유리할지 아닐지 고민해야 할 상황이다.
13일 이후 조선과 동아의 보도에는 이런 고민이 담겨 있다. 양상훈 조선일보 논설주간은 지난 13일자 칼럼 <프레지던트 해저드>
에서 “문창극 총리 후보자의 말 몇 마디를 갖고 전체 배경을 무시한 채 비난하고 공격하는 것에 동의하지 않는다. 그의 본뜻이
우리나라가 잘 돼야 한다는 충정이라면 이해할 수도 있다”며 “문 후보자의 과거 언사보다는 인선 자체가 시의적절했느냐는 아쉬움이
남는다”고 짚었다. 국민 대부분이 잘 모르는 인선을 해야 했느냐, 결국 그가 ‘책임 총리 할 수 있느냐’는 지적이다.
조선일보는 13일자 사설에
서 “문 후보자는 자신의 발언과 칼럼들이 전후 맥락을 잘라낸 채 자기를 공격하는 소재로 악용되고 있다고 느끼는 듯하다. 실제 그런
측면이 없다고 하기 어렵다”며 문 후보자의 발언이 국민 정서와 동떨어져 있으며, 그가 해명해야 한다고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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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3일자 조선일보 35면 | ||
동아일보는 14일에도 비슷한 논조를 이어갔다. 윤종빈 명지대 교수는 동아일보에 기고한 글에 서 문 후보자의 발언에 대해 “판단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지만 여론은 상당히 부정적” “국민정서에 반하는 언행”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총리와 내각의 중요한 역할 중의 하나는 대통령의 부족하고 잘못된 언행에 대해 쓴 소리를 할 수 있는 배포”라며 다시 한 번 ‘책임총리’를 강조했다.
조선과 동아의 주장은 결국 문창극 후보자의 발언에 논란의 여지가 있지만 어쨌든 그가 해명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명을 해야 할까? 조선일보 17일자 기자수첩 제목을 보면 답이 나온다. 조선일보는 <‘청문회 앞둔 기자 출신’ 첫 총리 후보자에게> 에서 “문 후보자는 자신의 교회 내 발언이나 칼럼에 대해 야당이 인신 공격적으로 비판하는 게 억울할 것이다. 특히 총리 후보자로서 청문회에 나서서 자신을 소명할 기회조차 주지 않으려는 것은 부당하다고 느낄 것”이라며 “강연에 대한 세간의 평가가 오해라면 청문회에서 떳떳하게 입장을 밝히고, 그게 아니라면 ‘그때 내 생각이 짧았다’고 솔직하게 말하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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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7일자 조선일보 3면 |
박근혜 정부 입장에서 안대희 전 대법관에 이어 문창극 후보자까지 청문회도 못 거치고 낙마하는 것은 치명타다. 박 대통령의 지지율이 가장 많이 떨어졌던 시기가 집권 초 ‘인사파동’ 때였음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조선과 동아가 문 후보자를 비판하면서도 ‘(청문회에서) 해명하라’고 요구하는 것은 이러한 이유 때문이 아닐까. 박근혜 정부의 성공을 바라는 그들의 모습이 애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