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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문창극 이어 최경환 단독보도 또 놓쳐

조본좌 2014. 6. 29. 10:42

SBS, 문창극 이어 최경환 단독보도 또 놓쳐

최경환 후보자 자녀 ‘취업 특혜 의혹’ 먼저 알고도…기자들 ‘부글부글’

문창극 보도누락 사태로 내홍을 겪은 SBS가 최경환 기획재정부 장관 관련 취업 특혜 의혹을 미리 파악하고도 단독을 놓쳐 내부에서 논란이 일고 있다.

경향신문은 27일 최경환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가 지식경제부 장관으로 재직하던 시기, 그의 장남이 최 후보자의 후배가 사장으로 있는 LCD 장비 회사 DMS에 근무했고, DMS에 대한 지식경제부의 지원금도 수십억씩 늘어났다고 밝혔다.

경향은 최 후보자가 새누리당 원내대표로 선출된 지 석 달 뒤에 그의 아들이 삼성전자에 입사했고, DMS가 삼성전자에 납품하는 업체라는 점 등을 근거로 최 후보자, DMS, 삼성전자 간 연계성이 취업 배경으로 작용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경향은 또한 최 후보자가 신임 경제부총리로 유력하게 거론되던 때 최 후보자의 딸이 골드만삭스에 입사했다고 밝혔다. 최 후보자 측은 어떠한 특혜도 없었고 의혹이 사실무근이라는 입장이다.

경향신문의 단독 보도였지만, 이러한 내용은 SBS가 먼저 파악했다. SBS 기자들은 경향신문 보도 이틀 전인 6월 25일 오후 관련 내용을 발제했고, 부장단 회의에서 최경환 관련 보도에 대해 논의했다. 부장단 회의에서는 보도 여부에 대한 의견이 엇갈렸고, 의혹 수준이기에 보도하지 말자는 의견이 더 많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 27일자 경향신문 5면
SBS 기자들은 최 후보자의 아들을 직접 인터뷰했고, 녹취록도 확보한 상태였다. 경향신문 보도에는 등장하지 않는 내용이다.

SBS 기자들은 문창극 보도누락 사태에 이어 또 다시 ‘부글부글’ 끓고 있다. SBS 내부 게시판에는 기자들의 비판 글이 연이어 올라왔다.

이번 사안은 문창극 보도누락 사태와는 결이 다르다고 볼 수 있다. 데스크의 일방적인 지시로 보도가 누락됐던 문창극 사태 때와는 달리 최경환 후보자 관련 의혹의 경우 부장단 회의를 통해 공식적인 논의가 이루어졌다. 또한 문창극 사태 때 ‘동영상’이라는 확실한 근거가 있었다면 이번 사안은 의혹 제기 수준이다.

그럼에도 기자들이 반발하는 이유는 문창극 보도 누락 사태가 채 해결되지 않은 상황에서 또 다시 공직 후보자에 대한 검증 보도가 불발됐고, 결과적으로 두 번이나 단독보도를 놓친 셈이 됐기 때문이다. 최 후보자 관련 의혹을 발제한 기자들은 인사검증TF팀 소속 기자들로, 인사검증TF팀은 문창극 보도누락 사태 이후 재발방지 차원에서 만들어졌다.

SBS의 한 기자는 “아직 편집회의에서 (관련 내용을 보도할지 말지) 논의 중”이라며 “데스크는 이번 건이 기사가 안 된다는 입장으로 계속 추가 취재를 요구하고 있고, 현장 기자들은 이게 왜 기사가 안 되냐, 이 정도면 기사가 된다는 입장”이라며 “문창극 보도누락 사태 이후 기자들과 국장 및 데스크 사이에서 감정대립이 생긴 것 같다”고 말했다. 

미디어오늘은 성회용 보도국장의 입장을 듣기 위해 연락을 시도했으나 연락이 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