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글 /이집트 여행기

2018 이집트 여행기 ③ 피라미드와 스핑크스, 이집트 전통시장

조본좌 2018. 7. 8. 14:13

626일 아침, 기다리고 기다리던 기자 피라미드를 보기 위해 일어났다. 전날 호텔에서 투어를 신청했다. 택시기사와 투어비용까지 합쳐서 44달러. 괜찮은 비용이라 생각했지만 결론적으로 아니었다. 호텔에서 연결해준 투어였음에도 택시기사가 코스라는 이유로 파피루스 가게와 낙타 가게 겸 향수 가게 등에 우리를 계속 팔아넘겼기 때문이다.

숙소인 피라미사 스위트 호텔에서 기자 피라미드로 가는 길은 차로 40분 정도 걸렸다. (지하철 타고 기자역에서 내려서 가는 법도 있다고 한다. , 기자역에서 내려도 피라미드를 보려면 30분 차를 타고 가야 한다고 함.)

기자 피라미드는 총 9개다. big 3, small 6라 불린다. 가장 큰 건 짓는데만 20년 넘게 걸렸다는 쿠푸왕의 피라미드다. 바로 옆에 아들 및 손자가 세운 피라미드가 연달아 있다. 각각 카프레의 피라미드, 멘카우레의 피라미드라 불린다. 이 세 개를 big3라 한다. 그리고 옆에 6개의 작은 피라미드들이 있다. 기자에 가면 볼 수 있는 피라미드가 총 이렇게 9개다.

 

피라미드 가는 사막에 올라가면 기자 시내가 보인다.

 

40분 가다 택시기사가 우리를 팔아넘긴 첫 번째 장소는 파피루스 가게였다. 눈화장을 진하게 한 이집션 사장님이 우리를 맞이했다. 피라미드의 역사와 만드는 방법 등을 영어로 잘 설명해주다가, 우리에게 파피루스를 소개하기 시작했다. 그러다 급 파피루스 판매모드로 들어간다. 우리는 듣기만 하고 사진 않았다. (이집트 전통 차까지 마셨지만 흔들리지 않았다) 쿨한 사장님은 우리를 압박하는 게 아니라며 우리를 풀어줬다.

이어 두 번째로 택시기사가 우리를 팔아넘긴 곳은 낙타가게였다. 피라미드를 본격적으로 구경해야 하는데, 걸어서 구경하면 정말 힘들다며 우리한테 말이나 낙타를 타라고 했다. 우리는 시큰둥해서 그냥 걷지 뭐 이랬더니 필사적으로 우리한테 매달렸다. 꼭 타야한다면서 불라불라. (돌이켜보니 타고 도는 게 훨씬 낫긴 했을 것 같다.) 흥정 끝에 90달러에 두 명이 각각 말 한 마리씩 타고, 가이드 한 명 붙여서 피라미드 9개 모두랑 스핑크스까지 돌아보는 코스로 합의를 봤다. (결코 싼 비용은 아니다. 90달러면 거의 10만원에 육박하니.)

여기서 내가 탄 말의 비극이 시작됐다. 덩치와 몸무게가 평균 이상인 덕에 나는 말을 타는 것부터 힘겨움을 겪었고(내가 탄 말과 나를 말에 올려준 가이드 모두에게), 결국 처음에 탔던 말에서 더 튼튼한 말로 교체가 됐다. 가이드는 내가 말에서 타고 내릴 때마다 심호흡을 크게 한 번씩 했다. ‘very hard’라는 말과 함께.

 

말을 타고 한 20분쯤 가면 피라미드가 보이기 시작한다.

 

그렇게 말을 타고 가면서 피라미드를 돌아보기 시작했다. 가이드는 사진 찍으면 좋은 지점부터, 사진의 컨셉까지 다 만들어줬다. 아랍어도 알려주고 이집트 노래까지 알려주며 우리 비위를 맞추려 애썼다. 낙타가게 주인도 그렇고 가이드도 그렇고 생각해보니 관광객이 정말 없어서 그런 것 같았다. 우리는 그래도 피라미드니까 사람이 바글바글할 거라 생각하고 갔는데 생각 외로 정말 관광객이 없었다. 관광객이 없다보니 어떻게든 한 명이라도 왔을 때 하나라도 더 팔려고 필사적으로 매달리는 것 같았다.

말을 타고 돌아본 일정은 피라미드 주변을 돌면서 사진을 찍는 것이었다. 근데 햇빛이 정말 따가웠다. 거대한 피라미드를 제외하곤 햇빛을 막아줄 어떤 건축물도 존재하지 않는다. 물과 선크림, 선글라스는 정말 필수다. 한 가지 더 추가하자면 햇빛을 가려줄 모자도 꼭 써야 한다. 나는 모자를 안 써서 직사광선을 직방으로 맞았는데, 이날 하루 종일 속이 메슥거리고 머리가 어지러운 더위 먹은 증세로 고생했다.

피라미드는 주변을 돌아보며 그 거대함을 느끼는 것으로 충분하다. 다녀와 본 사람들 말에 따르면 무덤 안에 들어가볼 수도 있는데, 비용을 많이 내는 것에 비해 정말 무덤 안에 아무것도 없다고 한다. 그러니 주변을 돌아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웅장함을 느낄 수 있다.

 

내 뒤로 보이는 저 큰 3개의 피라미드가 big3 피라미드다.

 

돌 하나 하나가 나보다 클 정도로 엄청난 크기다.

 

피라미드 9개를 다 돌아보고 나서 마지막으로 만나는 게 스핑크스였다. 스핑크스로 가자 관광객들이 좀 모여 있는 게 보였다. 가이드가 우리에게 자유시간을 주었다. 그러나 자유로워진 만큼 삐끼들이 다가왔다. 스핑크스랑 사진 찍는 포인트를 알려주고 나서 돈을 달라고 했다. 물론 당연히 주지 않았다. 벽돌 앞까지 다가갔던 피라미드와 달리 스핑크스는 무엇으로 막아놔서 아주 가까이까지는 갈 수 없었다.

 

스핑크스는 피라미드를 지키는 가디언이라고 한다.

 

스핑크스까지 관광을 마치고 말을 타고 다시 말을 반납하기 위해 낙타가게에 돌아왔다. (비용도 이후에 치르겠다고 했기에..) 우리를 기분 좋게 해주기 위해 노력한 가이드에게 팁을 따로 줬다. (10파운드? 20파운드 정도였던 걸로 기억한다. 그래봤자 한국 돈으로 1200원이다;)

하지만 긴장이 풀린 것도 잠시. 또 다시 장사가 시작됐다. 낙타가게는 향수가게까지 겸직하고 있었다. 그냥 갈까 했지만 콜라를 준다는 말에 앉아서 설명을 들었다. 각종 향수를 발라보고 냄새를 맡아보라고 한다. 하지만 콜라만 두 잔 마시고 그냥 자리에서 일어났다. 얼른 나와서 택시 타고 돌아갔다.

돌아가는 길에 배가 고파서 호텔로 안 가고 택시기사에게 말해서 식당으로 갔다. 한 게 뭘 있다고 이 택시기사 놈은 팁을 달라고 했다. 3달러인가 줬는데 생각해보니 너무 많이 준 것 같다. 1달러만 줘도 됐었는데. (경험해보니 이집트에서 팁을 줄 경우에는 대충 10~20파운드, 많으면 30파운드. 달러로는 1달러 정도 주는 게 딱 적절하다.)

 여튼 식당에 내렸다. 식당 이름은 아부 타렉.(Abu Tarek). 이집트 전통음식인 코사리(Koshary)를 판다고 해서 온 식당이었다. (메뉴도 딱 코사리 하나 뿐. 스몰, 빅, 스페셜. 이 셋 중 하나를 고르면 된다. ) 큰 기대를 안 했는데 정말 맛있었다. 몇 가닥의 국수, , 양파를 튀긴 다음 소스를 끼얹은 음식이다. 고기 하나 안 들어갔는데 꼭 파스타 맛도 나고 해서 정말 잘 먹었다.

 

코사리. 스페셜 코사리를 시키면 저렇게 소스랑 안에 들어가는 콩 같은 것들을 더 준다.

 

일사병 증세를 보임에도 우리는 이집트 전통시장을 가보기로 했다. 이집트에서는 시장을 바자르’(Bazzar)라 부른다. 카이로에서 가장 큰 칸 엘 칼릴리 시장(Khan al-Khalili Bazaar)'으로 향했다. 시장에 가기 위해 택시를 부르기로 했다. 우버 택시를 불렀는데, 흥정을 따로 안 해도 돼서 참 좋았다. 당연히 비용도 바가지 씌우는 일반 택시보다 낫다. 이후로 카이로랑 후르가다에선 우버 택시를 주로 타고 다녔다. (룩소르랑 아스완엔 우버가 업었다)

그렇게 바자르에 도착했는데, 이곳은 진짜 만인의 만인에 의한 투쟁상태였다. 길을 지나가는 게 힘들 정도의 삐끼들이 도사리고 있었다. 커피 한 잔 마시려고 카페들이 늘어서 있는 골목으로 갔는데, 온갖 삐끼들이 다 잡아끌어서 정신이 혼미해질 정도였다.

한 번 거절했던 카페가 괜찮을 것 같아서 그곳에 가려고 찾고 있는데 처음 보는 사람이 나타나서 우리가 그 카페입니다라고 안내한다. (아무렇지 않게 거짓말) 앉았는데 다른 곳인 것 같아서 아니라고 하자 막무가내로 메뉴판을 갖다 줄 테니 앉으라고 한다. 그 사람이 자리를 비운 사이에 진짜 우리가 가려고 했던 카페 사장이 나타나서 우리를 잡아끌고 안내한다. 그리고 두 카페의 삐끼들 사이에서 서로 손님 채갔다고 싸움이 벌어진다.

그렇게 커피랑 아이스크림 한 잔 하고 일어나서 본격적인 구경을 시작했다. 여기서도 삐끼질이 시작이다. 가격이 정해지지 않은 건 기본이다. 얼마인지 물어보면 말도 안 되는 가격을 불렀다가 가겠다고 하면 가격이 반값으로 떨어진다. 선물용으로 파피루스(아마 가짜일 듯) 책갈피를 50개 정도 샀다. (하나에 1파운드 정도 했던 걸로 기억한다.) 분명 옆 가게에선 2파운드였는데 바로 옆에만 가도 가격이 반으로 떨어진다. (하지만 이런 일은 한국의 시장에서도 흔하게 있는 일이긴 하다.)

 

카이로 바자르의 모습.

 

여튼 다른 사람 줄 선물도 샀고 그래서 조르디’(JORDI)라는 가게를 가보기로 했다. 조르디는 카이로 바자르의 유일한 양심으로 불리는 곳이다. 왜냐면 가격이 정해져 있어서 흥정을 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삐끼에 지친 이집트 관광객들의 안식처 같은 곳이다. 당연히 주인장이 삐끼짓도 하지 않는다. 어떻게 찾아가느냐? 주소도 뭐고 필요 없고 그냥 주변을 지나다니는 경찰한테(흰색 제복에 총 차고 다니는 사람들) 물어보면 된다. 길이 복잡한데다 조르디 짝퉁 가게들도 몇 군데 있어서 이 방법이 가장 빠르다. 알려준 대가로 팁 달라는 경찰들도 있다는 데 우리가 만난 경찰은 우리를 조르디에 넣어주고 그냥 갔다.

 조르디에 가는 것만으로도 심신이 안정되는 기분이다. 일단 들어가면 주인장이 물이나 콜라를 공짜로 준다. 콜라 한 캔을 바로 원샷했다. 조르디는 주로 장신구나 악세서리를 파는 기념품샵이다. 그곳에서 영문 이름을 이집트 상형문자로 새긴 카르투시 팔찌를 구입했다. 이번 여행에서 만난 물건 중 최애다. 두 개에 500파운드였던 걸로 기억한다.

 

카이로 바자르의 조르디 가게에서 산 팔찌. 내 이름이 상형문자로 새겨져 있다. 사진은 돌아오는 날 아스완에서 찍었다.

 

만드는 데 한시간 정도 걸린다. 그래서 밖에 잠깐 나가 시장 안의 피자가게에서 피자 작은 거 한 개를 먹었다. (더위 먹어서 배가 고프진 않았기에) 그리고 다시 조르디로 가서 팔찌를 찾고, 우버를 불러 호텔로 돌아왔다.

다음 날은 7시 비행기로 후르가다로 가는 일정이다. 그래서 새벽 4시에 일어나야 했다. 호텔에 가자마자 씻고 짐을 챙긴 채 일찍 잠이 들었다.

다음 편은 몸과 마음을 안정시켜주는 휴양지 후르가다!

▶다음편 : <심신을 달래준 해변도시 후르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