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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글 /이집트 여행기

2018 이집트 여행기 ④ 심신을 달래준 해변 도시 후르가다

627, 이집트 여행의 두 번째 도시인 후르가다로 가기 위해 새벽 3시 반에 일어났다. 후르가다는 홍해 주에 있는 도시이며 해변에 있는 관광 도시다. 카이로공항에서 7시행 비행기를 타고 한시간이면 갈 수 있다.

 

후르가다는 이렇게 예쁜 곳이다.

 

이놈의 카이로 피라미사 호텔은 떠나는 순간까지 우리를 분노하게 했다. 체크아웃을 하려는데 난데없이 50달러인가 70달러인가를 더 내야 한다고 했다. 자기네 동료가 계산을 잘못 했다며. 어처구니가 없는 일이었다. 그동안 짝이 많이 분노했으나 이번에는 나도 화가 났다. 그래서 들고 있던 물병을 내리치며

쌍욕을 했다. 한국말이지만 욕인 걸 눈치챘는 지 직원 중 한 명이 진정하라고 했다. 나중에 따로 계산해보니 50달러인지하는 이 계산도 틀린 거였다.)

나는 한 푼도 더 낼 수 없다고 했고, 짝은 니들 서비스는 최악이야라는 말까지 전해줬다. 이미 공항까지 픽업하러 온 prviate taxi가 우릴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었다. 나와 내 짝은 지금 당장 공항에 바로 가야한다고 했고, 결국 호텔 놈들은 돈 더 받길 포기했다. 짝이 전날 계산을 완료하고 받은 영수증을 버리지 않은 게 천만다행이었다. 영수증 없었으면 끝까지 우겼을 것이다. 이집트 여행에선 가능한 영수증을 꼭 챙기자. (그게 호텔이라도.)

암튼 미리 불러놓은 private taxi를 타고(private taxi 부르는 법에 대해선 1편에서 자세하게 설명했다.) 20분 만에 카이로공항으로 향했다. 올 때는 40분 걸리는 거리였는데, 새벽이라 도로에 차가 없어서 금방 도착했다.

카이로공항에 들어서자마자 삐끼랑 또 마주쳤다. 공항 직원인데 우리 짐을 옮겨주더니 돈을 달라고 했다. 세상에. 공항 직원이면 당연히 해야할 업무가 아닌가? 여긴 도대체 월급을 얼마나 받기에, 또 어떤 교육을 받기에 공항 직원들까지 당연히 해야 할 업무를 하고도 외국인들한테 돈을 내놓으라고 하는지 의문이었다. 당연히 안 줬다.

우리가 타고 갈 비행기는 이집트항공 비행기였다. 이집트 국내선의 경우 지연을 밥먹듯이 하는 것 같았다. 30분 늦는 건 기본이다. 처음엔 짜증 났는데, 나중엔 그냥 그러려니 했다. 승객들도 당연시했다. 비행기를 타러 기다리는 곳에는 스킨스쿠버 장비를 잔뜩 들고 있는 서양인들이 보였다. 후르가다는 다합과 더불어 이집트의 대표적인 휴양지이면서, 동시에 대표적인 스쿠버다이빙족들의 천국이다.

비행기 타고 한시간만에 후르가다 공항에 내렸다. 역시나 내리자마자 택시들이 즐비하다. 우린 무시하고 우버를 불렀다. 근데 차라리 택시가 나을 뻔했다. 최악의 우버 기사를 만났기 때문이다. 차 하나 보이지 않는 거리인데도 한참이나 기달리게 해서 오더니, 운전에는 관심이 없는 듯 계속 차의 음악만 바꿔댔다. 레게머리를 한 선글라스낀 여성 운전자였는데 택시 운전이 아니라 드라이브 나온 것 같았다.

택시비는 75파운드가 나왔다. 카이로랑 비교하면 말도 안 되게 높은 비용이었다. 우리는 우버니까 속일 리는 없다고 생각하고(우버는 비용이 정해져서 나옴) 후르가다 물가가 좀 비싼 가 보다 생각했다. 그런데 나중에 다른 택시를 타보니 75파운드는 말도 안 되는 가격이었다. 아마 75파운드 택시비가 나온 화면을 캡처해놓고 우리한테 보여준 게 아닌가 싶다. (아니면 무슨 기계 조작을 했던가) 설상가상으로 이 레게머리는 잔돈도 가지고 있지 않아 호텔에 내려서 잔돈을 바꿔와야 했다. (이집트에선 10파운드, 20파운드짜리 잔돈을 어느 정도 갖고 있는 게 좋다. 택시기사들이 잔돈 없다고 뻐기는 경우가 가끔 있어서)

여튼 레게머리를 보내고 호텔에서 체크인을 했다. 호텔은 부킹닷컴에서 내가 미리 예약한 ‘Giftun Azur Resort’였다. ‘all inclusive’ 호텔이라고 해서 처음엔 무슨 옵션인지 이해를 못했는데 말 그대로 모든 게 포함되어 있단 뜻이었다. 조식, 중식, 석식까지 다 포함되어 있었고, 거기다 해변으로 따로 나갈 필요가 없이 해변까지 딸려 있었다.

 

all inclusive 지만 한 가지 안 포함되어 있는 게 와이파이였다. 와이파이는 돈 주고 샀는데 잘 터지지도 않았다.

 

사실 후르가다 1일차는 그래서 별로 기록할 게 없다. 그냥 호텔이 소유한 해변에 나가서 물놀이를 즐긴 게 전부다. 카이로에서 관광을 하며 누적된 피곤함을 하루 동안 풀어내는 시간이었다. 호텔까지 짐을 옮겨준 할아버지 직원에게 원달러 팁을 주고, 바로 옷만 갈아입고 해변으로 갔다. 호텔에서 키를 주면서 같이 ‘towel’이라 적힌 카드를 줬다. 이게 해변가에 가서 사용할 대형 타올과 교환할 수 있는 카드였다.

 

본격적인 한량 짓.

그 뒤부터는, 그냥 해변에서 누워서 자다 수영하고, 자다 수영하고 그랬다. 해변가의 식당에서 밥 먹고, 다시 수영하고, 자고. 한량 짓을 좀 했다.

그 넓은 해변에 동양인은 우리뿐이었다. 지나가는 이집션들이 우리한테 어디서 왔냐고 자주 물어봤다. 코리아라고 하자, 지금 월드컵 경기중이라고 알려줬다. , 이 날이 마침 한국과 독일의 월드컵 경기가 진행 중이던 날이었다. 이미 우리가 두 번이나 졌다고 시큰둥하게 답하곤 그냥 해변에서 놀았다.

 

그러다 오후 5시 반이 되어 호텔에 딸려 있던 스킨스쿠버 다이빙 센터로 갔다. 내일 룩소르로 떠나기 전 스쿠버다이빙을 해보기 위해서였다. 다들 후르가다에 가면 스쿠버다이빙을 해보라고 추천했다. 나는 수영도 할 줄 모르는 맥주병이며, 완전 초보라고 강조했다. 다이빙 센터 사람들은 강사가 같이 따라서 바다에 들어가니 걱정하지 말라고 용기를 주었다. 그래서 다이빙을 하기로 결심했다.

그리고 다이빙 센터를 나오는데 서양인들이 다같이 모여 축구경기를 보고 있었다. 독일 대 한국전. 알고보니 여기 모여 있는 수십 명의 사람들이 모두 독일인들이었다. 이 다이빙센터는 독일인들이 많이 찾아와서, 독일인들이 와서 아예 회사를 차렸다고 한다. “선조들이 물려준 이 좋은 자원마저 이집션들은 자기들이 직접 활용하지 못하는 구나라는 생각에 잠시 안타까운 생각이 들었다.

서양인들로 가득한 곳에 동양인 둘이 나타나자 사람들은 한국 사람이냐고 물어봤다. 그렇다고 하자 한국 대 독일 경기가 진행 중이라고 했다. 우리가 그곳에 있던 중에 20으로 한국의 승리가 확정됐다. 지나가던 독일인들은 우리에게 콩그레츄레이션이라고 축하해주었다.

 

서양인들과 함께 한국 대 독일전을 보고 있다.

 

처음에 호텔이 “all inclusive”인 줄 모르고 저녁은 가져간 햇반과 김으로 때웠다. 그런데 밖에 산책하러 나갔다가 사람들이 밥을 먹고 있는 걸 보고 또 먹었다. (바닷가라 그런지 한국에서 못 먹어본 특이한 맛의 생선이 특히 맛있었다.)

 

야자수 사이에 피어난 달이 매우 예쁜 후르가다.

해변에서 논 거 말고는 한 게 없는 후르가다 1일차는 그렇게 끝났다.

다음 편은 홍해바다에서의 스킨스쿠버 다이빙과 이집트 남부, 룩소르 가는 길!

▶다음편: <홍해바다의 스쿠버 다이빙, 그리고 룩소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