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납작 엎드린 새누리당, 유승민 책임론은 '잠잠'

납작 엎드린 새누리당, 유승민 책임론은 '잠잠'

국회법 개정안 새누리당은 폐기로 가닥… 두 번 뒤통수 맞은 새정치, 사무총장 내홍은 일단 수면 아래로

박근혜 대통령이 여야가 합의한 국회법 개정안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하면서 국회 전체를 싸잡아 비난해 정국이 급속도로 얼어붙고 있다. 새누리당이 대통령의 뜻대로 국회법 개정안을 재의에 부치지 않기로 하면서 이제 정국의 공은 새정치민주연합에게 넘어갔다.

25일 국무회의에서 국회법 개정안 재의요구안이 가결됐다. 박 대통령은 거부권 행사를 주장하며 새누리당 지도부, 정확히는 유승민 원내대표를 직접 겨냥했다. “여당의 원내사령탑도 정부 여당의 경제 살리기에 어떤 국회의 협조를 구했는지 의문이 간다. 정부를 도와줄 수 있는 여당에서도 국회법 개정안으로 행정업무마저 마비시키는 것은 국가의 위기를 자초하는 것” 

관련기사 : <메르스 정국에서 거부권 정국으로, 공은 유승민에게>

   
▲ 25일 오전 국무회의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발언하고 있다. 사진=청와대
 

새누리당은 납작 엎드렸다. 5시간에 걸친 의원총회 끝에 국회법 개정안을 재의에 부치지 않기로 한 것. 국회법 개정안에 반대한 박근혜 대통령의 뜻에 따르기로 한 셈이다. 앞서 24일 대정부질의에서 황교안 국무총리는 국회법 개정안에 대해 “(재의를 하지 않아도) 헌법 위배는 아니다”고 말했다. 의원총회에서 대다수 의원들은 재의에 부치지 않는 것, 즉 폐기를 주장했다고 한다. 

권은희 새누리당 대변인은 25일 현안 브리핑에서 “새누리당은 의원총회의 논의를 거쳐 국회법 개정안을 재의에 부치지 않기로 결정했다. 당초 여야가 합의할 때는 위헌 소지가 부각되지 않았지만, 법안이 국회를 통과한 후 위헌이라는 문제가 제기됐고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기에 이르렀다”며 “새누리당은 행정부의 권한 축소에 대한 대통령의 우려를 존중하는 것이 삼권분립의 원칙에 비추어 볼 때 바람직하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새누리당은 국회법 개정안에 대해서는 대통령 뜻을 수용하면서도 유승민 원내대표의 책임은 묻지 않았다. “무능 협상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퇴해야”(친박계 김태흠 의원)한다는 의견도 있었으나, 의원총회에서 대다수 의원들은 유승민 책임론에 대해 거론하지 않거나, 반대했다. 

그러나 박 대통령이 사실상 ‘불신임’을 선언한 유승민 원내대표가 물러나지 않으면서 당청관계가 갈등을 빚을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 있다. 국회법 개정안의 경우 새누리당이 납작 엎드리면서 이를 수용했으나, 총선이 가까워 올수록 지지율이 떨어진 박근혜 정부의 색깔을 빼내려는 새누리당 지도부와 청와대가 마찰을 빚을 수 있다는 것. 이 과정에서 친박계가 사퇴론에 불을 지피면서 당내 갈등까지 이어질 가능성도 남아 있다.

새정치연합은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공무원연금개혁안에 양보하면서 얻어낸 국회법 개정안이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청와대의 반발로 개정안 문구를 수정하는 데도 동의했는데 청와대와 새누리당이 이마저 폐기시켰으니 두 번 뒤통수를 맞은 셈이 됐다. 

박수현 새정치연합 원내대변인은 25일 현안브리핑에서 “국회법 개정안을 재부의하지 않기로 결정한 새누리당 의원총회 결과를 강력하게 규탄한다”며 “211명의 국회의원이 합의하여 국회를 통과시킨 국민과의 약속을 파기한 것이다. 여야 간의 합의도 헌신짝처럼 저버린 배신의 정치”라고 비판했다.

문재인 대표를 비롯한 의원들은 25일 저녁 규탄대회를 열었다. 문재인 대표는 이 자리에서 “대통령의 말에 꼬리를 내리는 새누리당의 처지가 딱하다. 우리 당이 바로 잡겠다”고 밝혔다.의원총회에서는 모든 의사일정을 거부해야한다는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25일 열린 본회의에서는 메르스 관련 법안만 2건만 처리됐다. 

공동의 적이 생기면서 내부 갈등은 잠잠해지는 분위기다. 문재인 대표가 친노로 알려진 최재성 의원을 사무총장으로 임명하면서 빚어진 친노-비노 갈등은 수면 아래로 사라졌다. 최재성 의원 임명에 항의해 최고위원회에 참석하지 않던 이종걸 원내대표는 문재인 대표와 함께 규탄대회에 참석했고 국회농성에 돌입했다. 25일 최재성 의원이 자신의 입장을 밝혔으나 별다른 반응이 없었다. 

박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그리고 이를 수용한 유승민 원내대표와 새누리당 지도부로 인해 이제 공은 야당에게로 넘어갔다. 새누리당은 “국회일정 보이콧은 무책임한 행동”이라며 압박에 나섰다. 야당이 이 압박에 굴복할지 아니면 청와대‧여당과 맞서 싸울지에 따라 향후 정국의 주도권이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