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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당사에서 울려 퍼진 “새누리당 핑계 대지마”

더불어민주당 당사에서 울려 퍼진 “새누리당 핑계 대지마”

416가족협의회, 백남기대책위 더불어민주당 당사 점거…“정세균 국회의장, 세월호특검안 직권상정하라”


여소야대 정국에도 세월호 특별법 개정, 백남기 농민 청문회 등 현안이 풀리지 않으면서 분노가 여당이 아닌 야당으로 향하고 있다. 416 가족협의회 소속 유가족 6명과 416 연대 소속 활동가 4명, 백남기대책위원회 위원 10명이 25일 더불어민주당 당사를 점거했기 때문이다.

세월호 유가족과 백남기대책위 위원들이 점거한 더민주 당사에는 ‘백남기 청문회를 개최하라’ ‘세월호특별법을 개정하라’ 두 가지 플랜카드가 걸렸다. 얼핏 보면 더민주에서 내건 것처럼 보인다. 백남기 청문회 개최와 세월호특별법 개정은 모두 그간 더민주가 새누리당을 향해 요구한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플랜카드는 더민주가 새누리당을 향해 하는 말이 아니라 백남기대책위와 416 가족협의회가 더민주를 향해 던지는 말이다. 점거농성 중이던 손영준 백남기대책위 집행위원장은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야당 당사를 점거하는 상황 자체가 아이러니하다. 함께 (목표를) 이뤄야할 동지가 마찬가지인데, 이렇게까지 하는 것 자체가 참담하다”고 말했다.

▲ 25일 서울 여의도 더불어민주당 당사에 백남기 대책위와 416가족협의회, 416연대 등이 내건 플랜카드가 걸려 있다. 사진=조윤호 기자

이런 상황을 의식한 듯 점거 농성 중이던 사람들은 “꼭 민주당이 걸은 것 같다” “어차피 사진으로 다 돌아다닐 테니 떼는 건 어떤가” 등의 의견을 나눴다. 

두 장의 플랜카드는 416가족협의회와 백남기 대책위 등이 25일 오전 11시 서울 여의도 더불어민주당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더민주 당사 점거농성을 선언하면서 걸렸다. 앞서 9시 416가족협의회 6인, 4.16연대 4인, 백남기 대책위 10여인이 여의도 더불어민주당사 점거 농성에 돌입했다.

이들은 성명에서 “폭염의 날씨에 세월호특조위가 단식농성을 시작한 지 한 달이 다 되어 가고 있고 4.16가족협의회의 단식도 벌써 일주일이 넘었다. 그리고 여성 농민들이 백남기 청문회를 요구하며 단식한지도 일주일이 되었다”며 “정부와 대통령이 민심을 거부하면 국회가 나서서 이를 바로잡아야 하는데, 아직도 국회는 가시적인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앞서 더민주 초선의원들은 성명을 통해 “지난 총선에서 여소야대를 만들어준 국민의 뜻을 받들어 국회에서 국민이 우리에게 부여한 국회의원으로서의 권한을 행사할 것”이라고 밝혔다. 416가족협의회 소속 유가족들과 백남기대책위 위원들은 몇몇 야당 의원들은 의지가 있지만 지도부가 의지가 없다고 판단하고 있다.

장동원 416 가족협의회 진상규명분과 팀장은 25일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야당은 여소야대가 되면 특별법 개정 등이 가능하지 않겠냐는 말을 했고, 이번에 여소야대는 국민들이 만든 것이기에 더민주가 기존의 원칙과 소신을 명확히 했으면좋겠다”며 “야당도 세월호특별법을 만든 한 축이었기에 특별법의 문제점에서 자유로울 수 없지 않나. 지도부의 의지를 확신했다면 당사를 점거하진 않았을 것이다”라고 밝혔다. 

실제 더민주, 국민의당의 세월호 특별법 개정을 통한 특별조사위원회 활동보장, 백남기 농민 청문회에 대한 입장은 조금씩 후퇴했다. 더민주, 국민의당, 정의당 등 야3당 원내대표는 지난 3일 세월호 특조위 활동기간을 보장하는 ‘원포인트’ 8월 임시국회, 국회 내 사드 특위 및 검찰 특위 구성, 서별관 회의 및 조선해운구조조정 청문회 개최, 정부에 누리과정 예산 마련 요구 등 8개사항에 합의했다. 그리고 이를 이를 추경 처리와 8월 임시국회 일정과 연계시키겠다는 의지도 내비쳤다.
▲ 25일 오후 서울 여의도 더불어민주당 당사 앞에 백남기 청문회와 세월호특별법 개정을 요구하는 팻말이 붙어 있다. 사진=조윤호 기자

지만 여야3당은 12일 서별관 회의 및 조선해운구조조정 청문회 개최 및 추경 처리를 합의했다. 검찰 개혁 특위 구성에서 ‘법사위 논의’로, ‘누리과정 예산 마련’은 ‘정책협의체 구성’으로, ‘세월호 특조위 조사기간 보장’은 ‘원내대표 간 협의’로 후퇴했다. 백남기 농민 청문회는 합의사항에 등장하지도 않았다. 

막상 더민주와 국민의당이 서별관 청문회를 관철시키고 나머지를 양보하자 새누리당이 증인 채택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맞서고 있다. 야당이 아무리 양보해도 새누리당은 ‘안되는 건 안 된다’는 태도를 고수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우상호 더민주 원내대표는 1일 단식농성 중이던 이석태 세월호 특조위 위원장을 만난 자리에서 “내가 순둥이인데 건드리면 무섭다는 것을 보여주고자 한다. 협상을 통해서 풀고 싶었는데, 협상으로 안 되면 야당이 싸워야 한다”고 말했다. 야성을 살리겠다는 의미였다. 

하지만 여전히 더민주 지도부는 해결점을 찾지 못한 채 새누리당을 향한 목소리만 높이고 있는 상황이다. 우상호 원내대표는 23일 정책조정회의에서 “(정부여당은) 이 시간에도 눈물을 흘리고 있는 세월호 유가족과 백남기 농민의 가족의 주장에 대해서도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새누리당이 협조를 안 한다’는 말에 마침내 세월호 유가족들과 백남기 대책위가 제1야당 당사를 점거하기에 이르렀다. 이들은 성명에서 “야3당 중 교섭단체인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은 세월호 특별법 개정과 백남기 청문회 개최 등을 국회에서 관철하는 것에 대해 도대체 어떠한 의지와 진정성을 가지고 있는가 묻지 않을 수 없다”며 “야당이 과반 의석을 갖고 있다는 것은 그 만큼 국회전반에 책임이 더욱 커졌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국민의 요구를 정부와 여당이 무시한다면 당연히 야당이 나서서 국민의 요구가 국회에서 반영되도록 해야 하는 것 아닌가. 더 이상 여당 핑계를 대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416 가족협의회와 416연대, 백남기 대책위는 더민주에 세월호 진상규명의 당론 채택, 세월호 특별법의 즉각적인 개정, 백남기 농민 청문회 실시 등을 요구하며 8월27일 더민주 전당대회 이후 새로 선출된 당 대표가 이를 수용할 때까지 농성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416 가족협의회와 416연대, 백남기 대책위는 정세균 국회의장을 향해 19대 국회에서 여당의 반대로 통과되지 못한 세월호 특검안을 직권상정하라고 요구했다. 야당이 직권상정까지 고려해서라도 여소야대 정국을 활용해 상황을 돌파하라는 것이다.

세월호 유가족과 백남기대책위의 점거농성에 야당에서 반응이 나오고 있다. 당 대표에 출마한 김상곤 후보 측은 성명을 통해 “백남기 대책위와 세월호 피해자 가족들은 우리당이 개별 의원 차원을 넘어 당이 조직적으로 책임있게 나서라는 것”이라며 “세월호 특별법 개정과 백남기 청문회를 당론으로 추진하겠다. 우리당 원내 관련 상임위와 원내 지도부, 당대표가 긴밀히 협의하여 세월호 문제와 백남기 청문회는 우리당이 앞장서 반드시 해결되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필리버스터 때 과반 만들어달라더니, 지금은 도대체 뭐하냐”
[인터뷰] 손영준 백남기대책위 집행위원장 “세월호와 백남기, 시간이 없다”

백남기 농민이 지난해 11월14일 민중총궐기 집회에서 경찰의 물대포를 맞고 쓰러져 사경을 헤맨 지 9개월이 지났지만 책임자 처벌은 전혀 이루어지지 않았다. ‘책임자 처벌’을 외치던 사람들이 ‘청문회’를 요구하게 됐고, 급기야 여당 당사 앞 농성에 이어 야당 당사를 점거하게 됐다. 미디어오늘이 25일 더불어민주당 당사 점거 중인 손영준 백남기대책위 집행위원장을 만났다.

- 여당도 아닌 야당 당사를 점거한 이유가 무엇인가
“사건이 발생한 지 9개월이 지났지만 한발도 못 나아가고 있다. 처음에 이 사건이 벌어졌을 때 진상규명 요구는 없었다. 진상이 너무 명백한, 국가폭력이었기 때문이다. 책임자 처벌하고 재발방지대책 세우라고 요구했다. 그런데 지금은 검찰 수사도 전혀 진척이 없어 국회 청문회를 통한 진상규명을 요구하는 상황이다. 야당은 특검하겠다 청문회하겠다 약속했음에도 한 발도 못 나아가고 있다. 새누리당이야 불통정권이고 할 의지가 없겠지만 여소야대 국회에서 제1야당의 책임도 크다고 본다. 책임 다하고 역할을 다하라는 요구를 하기 위해 왔다.”

- 더민주는 새누리당의 비협조를 이야기하는데.
- “두 차례 면담할 때 그 이야기를 했다. 저희한테 ‘냉철한 현실 인식 필요하다’며 ‘국회에는 상대가 있고 더민주가 최선 다하고 있지 않은 것 아니다’고 하더라. 필리버스터하면서 박영선 의원이 ‘과반을 달라. 그럼 국민열망 해결하겠다’ 한 건 도대체 뭐냐. 되물어보고 싶다. 그 때는 의석수가 적어서 해결하지 못했고 지금은 새누리당 협조하지 않으니까 어렵다는 건 무책임한 이야기다”

- 416가족협의회랑 같이 농성하게 된 이유가 있나?
“유사한 점이 많다. 우선 시간이 없다. 백남기농민은 너무나 위독하셔서 언제 돌아가실지 모르고 세월호는 특조위가 강제해산될 상황에 처했다. 정부가 철저히 외면해왔다는 점도 유사하다. 세월호는 2년 4개월 간, 백남기 9개월 간 외면했다. 국회에서 처리해야하는 문제라는 점도 공통점이다 총선에서 여소야대가 됐으니 기대를 걸고 특별법 개정과 백남기 청문회를 요구한 것인데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이러한 절박함에 대한 공감대가 이루어져서 공동으로 문제를 같이 풀기로 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