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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윤선, “언론사에 전화했지만 언론통제는 아니다”

조윤선, “언론사에 전화했지만 언론통제는 아니다”

"기사 빼라는 말은 안 했다"… ‘야당 단독’으로 치러진 희한한 장관 후보자 청문회


조윤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가 후보자에 대한 비판적인 내용의 기사가 문화체육관광부 요청으로 수정되거나 삭제된 일에 대해 “언론 통제는 있을 수 없다”고 해명했다. 조 후보자는 장녀의 사진이 포함된 기사를 실은 인터넷 언론사에 “직접 전화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31 일 오후 열린 조윤선 후보자 청문회에서는 ‘보도통제’ 의혹이 도마 위에 올랐다.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노웅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언론자유에 대한 소견이 어떻냐”고 물었고, 조 후보자는 “언론자유는 전적으로 보장돼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노 의원은 “문체부 장관은 취재나 보도에 대해 개입하고 관여하면 안 된다고 생각하나”라고 물었고 조 후보자는 “그렇다”고 답했다. 노 의원은 이에 “그런데 장관도 되지 않은 상태에서 후보자의 기사에 대한 압력을 넣어서 ‘기사 빼라’ ‘수정해달라’ 하지 않았나”라고 지적했다.

조 후보자에 대해 비판적인 기사가 수정되거나 삭제되고 있다는 사실은 지난 29일 미디어오늘 보도를 통해 알려졌다. 수정된 사례는 국민일보 칼럼이다. 8월17일 오후 국민일보 홈페이지에는 ‘1분 브리핑의 의미’라는 제목의 칼럼이 올라왔다.

조윤선 후보자가 후보자로 내정되고 난 뒤 진행한 1분짜리 브리핑을 비판하는 내용의 이 칼럼은 “자신감이 넘쳐서 그랬을까”라는 문장으로 시작한다. “뭔가 기대하고 있던 기자들이 어이없어 하며 ‘이거 뭐야’ ‘이건 코미디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는 내용도 있다.

하지만 이 칼럼의 내용은 곧 수정됐다. 8월18일 지면에 실린 해당 칼럼의 제목은 <조윤선 내정자 할 일 많다>이다. “자신감이 넘쳐서 그랬을까” “뭔가 기대하고 있던 기자들이 어이없어 하며 ‘이거 뭐야’ ‘이건 코미디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는 문장이 사라졌다. 칼럼의 마지막 문장은 “1분 브리핑은 다분히 공명심에 사로잡힌 ‘1분 해프닝’에 불과했다”는 비판적 결론에서 “‘1분 브리핑’이 현장과 적극적인 소통을 꾀하려는 첫 걸음으로 기억될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긍정적 결론으로 바뀐다.

미디어오늘 취재 결과 문화체육관광부 대변인실의 요청 이후 칼럼 내용이 수정된 것으로 확인됐다. 박정렬 문체부 대변인은 “팩트와 다른 부분에 대해 말씀드렸다”고 해명했지만 수정되기 전 칼럼과 이후의 칼럼을 비교해보면 사실관계가 아니라 전체적인 주제가 바뀌었다.

조 윤선 후보자의 장녀에 관련된 기사가 삭제되는 일도 있었다. 지난 26일 김병욱 더민주 의원이 조 후보자의 장녀가 채용공고도 없이 인턴으로 채용되는 특혜를 받았다는 보도자료를 내고 여러 언론이 이를 받아썼는데, 이 중 이데일리에 올라온 관련 기사가 삭제됐다. 이 기사 삭제도 문체부의 요청 이후 이루어졌다. 기사에 모자이크처리 된 조 후보자 장녀의 사진이 나온다는 이유였다.  

조 후보자는 31일 청문회에서 “큰 아이 실명과 사진이 올라와 있어서 개인정보를 배려해주십사 말씀드렸다. 기사를 빼달라거나 삭제해달라는 말씀은 드리지 않았다”고 말했다. ‘누가 전화했나’라는 노웅래 의원의 질문에 조 후보자는 “제가 했다”고 답했다. 

노 의원이 “국민일보에는 누가 전화했나”라고 묻자 조 후보자는 “제가 직접 전화드린 사안은 아니고. 대변인실에서 전화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노 의원은 “보도개입, 언론통제 아닌가. 사실관계는 바로잡을 수 있지만 논조나 기사내용을 빼달라 수정해달라고 하는 건 안 된다”며 “그리고 실제로 (일부 내용이) 빠졌다”고 지적했다.

▲ 8월17일 국민일보 홈페이지에 올라온 칼럼. 수정되기 전 칼럼이다.
조 후보자는 “어제 기준으로 저의 청문회 관련한 기사가 1500건이 넘었다. 언론을 통제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밝혔다. 노 의원이 “사실관계를 바로잡는 건 할 수 있는데 기자의 느낌이나 판단을 기사화한 것에 대해 삭제, 수정을 요청해서 드리는 말씀이다. 염두에 두라”라고 말하자 조 후보자는 “명심하겠다”고 답했다.

한편 이날 청문회는 새누리당이 불참한 채 야당만 참석한 상태에서 진행됐다. 새누리당은 31일 오전 청문회 입장을 거부했다. 지난 29일 누리과정 관련 예산이 포함된 추경안이 교문위를 통과하는 과정에서 야당이 단독으로 표결처리했다는 이유였다. 예정시간이 55분 지난 10시55분에야 새누리당 의원들이 청문회장에 들어오면서 회의가 시작됐지만 새누리당 의원들은 유성엽 교문위원장의 사퇴를 요구하며 항의를 이어갔다. 


새 누리당 의원들은 유 위원장의 사퇴를 요구하며 오후에도 청문회장에 나타나지 않았다. 새누리당 교문위 위원들은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새누리당 의원들은 유성엽위원장이 위원장으로 있는 한 더 이상 회의진행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한다. 위원장으로 더 이상 인정 할 수 없다”고 밝혔다.

유성엽 위원장은 “1시간30분을 기다리며 (누리과정 예산) 6천억원에 동의하지 않으면 규모를 조정할 수 있고 상의할 용의가 있다는 거듭된 요청에도 일방적으로 회의에 불참했다”며 “일방적으로 의결한 게 아니라 일방적으로 회의참여를 거부했던 것이 그저께 보여준 새누리당 교문위원들의 모습”이라고 반박했다. 더민주 간사인 도종환 의원 역시 “일시와 장소 안 알려주고 통과시키는 게 날치기다. 논의를 호소했는데 안 들어왓다”며 “예결위에서 오후까지 (추경안을) 넘겨달라기에 절차에 따라 심의했고 회의를 진행했고 표결했던 것”이라고 밝혔다.

따 라서 이날 청문회는 정부가 내정한 장관후보자의 청문회를 여당이 보이콧한 이례적인 청문회로 남게 됐다. 안민석 더민주 의원은 “야당은 청문회를 하자고 그러고 여당은 하지말자고 하는 보기 드문 장면이 연출됐다”며 “인사청문회 도입 이후 10년 만 최초로 야당단독으로 인사청문회하게 된 것을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