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에도 정말 많은 뉴스가 만들어지고, 또 소비된다. 하지만 우리가 소비하는 뉴스들은 정해져 있다. 굵직굵직한 정치 이슈나 자극적인 사건 사고, 주식과 부동산이 얼마나 올랐느니 하는 소식이 대부분이다. 그 와중에 좋은 기사는 묻힌다. 그래서 ‘의미 있는’ 기사들을 ‘주간 뉴스 큐레이션’에서 선별해 소개한다.
소소하지만 우리 삶에 중요한 이야기, 혹은 아무도 주목하지 않은 목소리에 귀 기울인 기사, 그리고 지금은 별 관심이 없지만 언젠가 중요해질 것 같은 ‘미래지향’적 기사들, 더불어 세상에 알려진 이야기 ‘그 이면’에 주목하는 기사 등이 그 대상이다. (필자)
8월 첫째 주 좋은 기사 솎아보기
1. 임금피크제와 세대갈등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6일 대국민담화문을 발표했다. 박 대통령은 “노동개혁은 일자리”라는 화두를 던졌다. 임금피크제를 시행해 청년 일자리를 늘리자는 제안도 했다. ‘장기근속’과 정년연장을 상징하던 임금피크제가 어쩌다 청년 일자리를 막는 방해물이 되어버린 걸까. 시사IN이 임금피크제를 둘러싼 충돌에서 드러난 한국 노동시장의 풍경을 전한다.
정부는 ‘임금피크제’로 대표되는 노동개혁으로 노동계의 약한 고리를 치고 들어왔다. 노동계를 대표하는 양대 노총이 청년 비정규직을 대변하지 못한다는 약한 고리다. 정부의 노동개혁을 거부하면 노동계는 기득권 세력으로 몰리게 된다.
시사IN은 임금피크제가 노동시장을 둘러싼 재계약의 신호탄이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고도성장과 넘치는 청년 인구를 전제로 한 기존 계약이 지속할 수 없고, 이에 대한 사회적 재계약 압력은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는 것. 대타협은 불가능할까.
2. 시민단체 활동가의 타락과 ‘김앤장’
투기자본에 맞서 싸웠던 장화식 전 투기자본감시센터 대표는 어느새 시민단체 활동가의 그늘을 상징하는 인물이 됐다. 2011년 재판 중인 유회원 전 론스타코리아 대표에게 8억 원을 받고 선처를 구하는 탄원서를 써준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그러나 ‘타락’으로 설명할 수 없는 배경이 있었다. 한겨레21은 시민단체 활동가의 타락 뒤에 숨겨진 배경, ‘김앤장’의 실체를 수면 위로 끌어올린다. 얼굴 한 번 마주한 적 없는 시민활동가와 투기자본가 사이에는 국내 최대 로펌인 김앤장 변호사들과 전관 변호사가 숨어 있었다. 검은 거래를 도운 법률가들, 그들은 무죄일까.
3. 정크푸드가 장악한 밥상, 병 들어가는 사람들
세계 곳곳을 돌아다니면서 각국의 지역 음식을 소개하는 프로그램들이 유행한 적이 있다. 이런 프로그램이 언젠가 추억으로 남게 될지도 모른다. 세계인의 밥상을 장악한 정크푸드 때문이다. 경향신문이 글로벌한 밥상이 만든 ‘입맛 식민지’에 대해 보도했다.
남태평양의 작은 섬나라 나우루. 밥상에는 외국에서 수입한 햄과 과자, 콜라가 가득하다. 섬이지만 어업은 무너졌고, 이곳 사람들은 더는 고기를 잡지도 채소를 키우지도 않는다. 한 지역 주민의 90%가 한두 세대 만에 비만과 과체중이다. 인구의 40%는 당뇨다. 중산층 가정에도 부엌이 없고 햄과 비스킷, 통조림, 컵라면이 가득하다.
아랍에미리트의 경제중심지 두바이에도 지역 채소는 찾아보기 힘들다. 대형 마트와 쇼핑몰에는 수입산이 가득하다. 아랍에미리트 등 걸프국 쇼핑몰에 진열된 채소의 원산지인 에티오피아. 그러나 정작 에티오피아 사람들의 식탁에는 신선한 채소가 올라오지 못한다. 멀건 옥수수죽뿐이다.
정크푸드 홍수와 식재료 지구화, 그리고 붕괴한 토착 먹거리. 이로 인한 비만과 당뇨병 등 각종 질병. 그리고 극심해지는 빈부 격차. 세계 식량 체제의 ‘미래’가 이미 제3세계를 중심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들의 미래는 지구의 미래가 될까.
- 경향신문 – 지구의 밥상
4. ‘상고법원’ 뒤, 대법원의 욕망
대법원이 상고법원에 목을 매고 있다. 상고법원이란 대법원 말고 3심 재판을 할 수 있는 또 다른 법원을 만들자는 것이다. 사법불신에 수조 원의 경제효과, 국민 재판권 보장. 대법원은 상고법원을 ‘만능열쇠’로 활용한다. SBS 취재파일에서 상고법원 뒤에 숨은 민낯의 욕망을 분석했다.
상고법원으로 갈 사안인지 대법원으로 갈 사안인지는 자의적으로 결정될 가능성이 크고, 따라서 국민재판권은 보장받기 어렵다. 정책 판단이 대법원으로 넘어가면서 대법원은 정책심으로 권위를 유지한다. 단, 귀찮은 권리구제 기능은 상고법원으로 넘기고, 대신 상고법원을 통제할 권한도 가진다.
상고법원 설치대신 대법관 수를 늘리자는데도 대법원은 반대한다. 권위는 유지하면서도 일은 줄이고 싶은 욕망이다. 국민을 위한다지만 정작 상고법원 논의에 어디에도 국민은 없다.
- SBS 취재파일 – 욕망의 대법원, 낯 뜨거운 상고법원
5. 질문 없는 대통령의 대국민담화, ‘쇼쇼쇼’
지난 6일 박근혜 대통령의 대통령 담화, ‘담화’라고 부르기엔 민망했다. 기자들의 질문이 없었기 때문이다. 청와대 출입기자들이 상주하는 춘추관에서 대국민담화를 발표하면서도 기자들은 노트북도 없이 가만히 앉아 있었다. CBS ‘Why뉴스’에서 왜 기자들이 질문하지 못하는지 그 속사정을 짚었다.
기자들은 처음에 질문하기로 했다. 그러나 질문자 수를 조정하지 못해 질문은 무산됐고 청와대는 ‘메시지 분산을 막는다’며 질문을 받지 않았다. 담화에 나오지 않은 현안들 – 국정원 불법해킹, 메르스, 롯데 사태, 한일관계, 박근령 씨의 망언 등 – 질문할 사안은 차고 넘쳤는데도 말이다.
질문을 받지 않은 박 대통령은 춘추관 기자들에 들러 기자들과 인사했다. 질문도 안 받으면서 춘추관에서 담화를 읽고, 질문도 안 할 거면서 기자들이 앉아있다. 질문도 안 받으면서 기자들과 인사는 나눈다. 담화라 포장된 ‘쇼’는 언제쯤 끝날까.
- CBS Why뉴스 – 기자들은 왜 박근혜에게 질문하지 못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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