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by 조본좌 조본좌 2015.09.07 18:26

포격 사태와 이어진 남북 고위급 정상회담 등 최근 남북 대치 상황(사진)은 시사점을 여럿 남겼다. 그중 하나가 보수 언론이 주장하는 대북강경론이 얼마나 허무한지를 보여줬다는 것이다. 전쟁 불사를 외치던 보수 언론이 금세 꼬리를 내린 이유가 여기에 있다.

“(국민이) 불편과 희생을 각오한다면 북의 도발 습성은 여기서 종지부를 찍을 수 있다” “국민 모두가 피해나 불편함에 아랑곳하지 않고 결연하게 맞선다면 안보 위기도 넘을 수 있다.” 전쟁 불사를 연상케 하는 8월21일·22일자 <조선일보> 사설이다.

보수 언론이 강경론을 외치는 사이 남북은 깜짝 고위급 회담을 성사시켰다. 종전 견해를 고수했다면 <조선일보>는 정부를 강하게 비판했어야 한다. 북한은 재발 방지도 약속하지 않았고 사과도 아닌 ‘유감’ 표명에 그쳤다. 그럼에도 회담 타결 직후인 8월25일 이 신문은 “북한이 처음으로 의미 있는 사과 표명을 수용함으로써 협상이 극적으로 타결됐다”라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이러한 이중적 태도에 대해 그들이 내세우는 주장은 “우리가 전쟁도 불사해야 협상에 유리하다”라는 것이다. <조선일보>와 <중앙일보>는 8월25일 각각 “원칙 고수 승부수 통했다” “단호한 의지 통했다”를 제목으로 뽑았다. <동아일보>의 톱기사 제목 역시 “대북 원칙론 통했다”였다.

<조선일보>는 2002년 북한이 서해교전에 대해 유감 표명을 하고 정부가 이를 수용하자 “한심한 일”이라며 김대중 정부를 비난했다. 이러한 이중성은 대북강경론이 김대중·노무현 정부의 햇볕정책에 대한 안티테제 이상의 의미가 없음을 보여준다. 결국 답은 대화다. 전쟁 불사 운운은 공갈이다.

posted by 조본좌 조본좌 2015.08.26 11:02

지난 8월8일 반올림(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사진) 인터넷 카페에 글 하나가 올라왔다. 삼성 반도체 공장에서 일하다 백혈병으로 숨진 고 황유미씨의 아버지 황상기씨가 쓴 글이다. 지난 7월23일 발표한 ‘백혈병 등 질환 발병과 문제 해결을 위한 조정위원회’의 보상권고안을 거부한다는 내용이었다.

8월8일부터 11일까지, 3일간 70개가 넘는 기사가 나왔다. 반올림이 분열됐다는 내용이 대부분이다. <파이낸셜 뉴스>는 8월11일 기자수첩에서 “반올림 내부에서도 혼란이 있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라고 전했다. <노컷뉴스>는 8월10일 기자수첩에서 “반올림은 완전히 분열됐다. 반올림이 대표성과 정당성을 잃었다는 지적을 받는 이유다”라며 반올림이 ‘반(半)올림’이 됐다고 비판했다.

그러나 이러한 보도는 글을 작성한 황상기씨의 뜻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것이다. 황씨는 글에서 ‘보상권고안에 반대한다’고 했지 조정권고안 전체에 반대한다고 하지 않았다. 그러나 언론은 황씨가 조정권고안 전체에 반대하는 것처럼 묘사했다.

황씨는 <미디어오늘>과의 통화에서 “보상액이 현실에 맞지 않아 답답해서 글을 올렸는데 기자들은 글자도 제대로 못 읽나. 내가 반올림을 만들었는데 어떻게 분열시키나. 분통이 터질 노릇이다”라고 밝혔다. 황씨는 또한 “전화 온 언론사는 <한겨레>와 <경향신문> 정도였다. 다른 언론사는 전화 한 통 없이 반올림을 분열시키는 기사를 썼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백혈병 피해자들을 대표해 삼성과 교섭 중인 반올림, 그 반올림이 분열됐고 피해자들을 대변하지 못한다고 쓰면 누가 좋아할까. 당사자 확인도 거치지 않은 기사들은 언론이 사회적 약자가 아닌 삼성을 대변한다는 인상을 줄 뿐이다.

posted by 조본좌 조본좌 2015.07.31 17:50

국가정보원이 불법으로 해킹 프로그램을 구매해 국내 사찰용으로 활용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대다수 언론은 사건 초기 ‘침묵’이나 소극적인 보도로 일관했다. 이러한 침묵은 국정원 직원 임 아무개씨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직후인 7월19일부터 ‘프레임 전환’으로 바뀐다.

TV조선은 7월19일 메인 뉴스에서 관련 기사를 10건이나 보도했고, 채널A와 MBN도 7월19일을 기점으로 국정원 해킹 관련 보도량을 늘렸다. 채널A는 7월20일 “해킹 프로그램을 구매한 35개국 중 한국만 시끄럽다”라고 보도했고, 같은 날 TV조선은 “국가정보원 직원의 자살을 두고 또다시 근거 없는 음모론이 확산되고 있다”라며 그저 음모론으로 치부했다.

종북 프레임도 등장했다. 채널A는 국정원이 스파이웨어를 심으려 한 재미 과학자 안수명 박사에 대해 “천안함 폭침과 소니 해킹 사건의 북한 소행을 전면 부정하는 인물”이라고 묘사했고 “62차례나 북한을 방문하며 김일성상까지 받은 재미 교포 노길남씨와 모임을 함께하는 인사”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단순한 ‘정쟁’으로 축소하는 모습도 보였다. TV조선은 7월20일 “국정원 직원 임 아무개씨의 자살과 유서로 여야의 공방은 오히려 증폭되고 있다. 앞으로 결과에 따라 한쪽은 정치적 책임을 져야 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7월14일 국회 정보위원회(사진)에서 국정원이 해명 같지 않은 해명을 했을 때도 <조선일보> 등 보수 언론은 이번 사안을 ‘국정원의 해명 대 야당의 의혹 제기’ 구도로 설정했다.

지상파는 여전히 침묵 중이다. 지상파 메인 뉴스 리포트 개수를 다 합쳐도 JTBC 보도량의 절반 수준이다. 왜곡하는 종편, 침묵하는 지상파. 도긴개긴이다.

posted by 조본좌 조본좌 2015.07.14 13:47

메르스 사태를 계기로 최고 의료기관임을 자랑하던 삼성서울병원의 신뢰가 바닥을 쳤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직접 고개를 숙였다(사진). 그러나 언론은 여전히 삼성을 비판하는 데 주춤한다.

SBS는 지난 7월3일 8시 뉴스에서 삼성서울병원이 환자를 다른 병원으로 옮기기로 한 내용을 보도했다. 이 리포트는 이재용 부회장의 대국민 사과 장면으로 시작한다. 신동욱 앵커는 “‘끝까지 환자를 책임지겠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달 23일 대국민 사과를 하면서 약속한 대목이다. 하지만 열흘 만에 이 약속은 번복됐다”라면서, “치료 중인 확진 환자 15명 가운데 12명을 다른 병원으로 옮기기로 했기 때문이다. 별도의 음압 병상이 없는 데다 방호복까지 입은 의료진 감염이 잇따르자 결국 백기를 들고 만 셈이다”라고 꼬집었다.


그런데 이날 뉴스가 끝난 이후 해당 리포트는 수정되었다. 이재용 부회장의 책임을 묻는 앵커 멘트도, 이재용 부회장이 나오는 영상도 사라졌다. 앵커 멘트를 재녹화한 뒤 SBS 뉴스 홈페이지와 포털 뉴스에 수정된 리포트를 올린 것이다.

이는 방문신 보도국장의 지시에 따른 것으로 밝혀졌다. SBS 내부에서 외압 논란이 커지자 방 국장은 “외압은 없었으며 앵커 멘트가 이재용 부회장의 직접 책임을 묻는 식으로 요약된 것이 과잉이라 판단했다”라고 해명했다.

이재용 부회장이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고 말했을 뿐인데 왜 과잉일까. 삼성그룹 측은 <미디어오늘>에 담당자가 방송을 보지도 못했다고 밝혔다. SBS 보도국장과 삼성 측의 해명이 모두 사실이라면, 해당 리포트는 ‘외압도 없었는데’ 방송사가 알아서 수정한 셈이다. 그게 더 무섭다.

posted by 조본좌 조본좌 2015.06.21 08:36

어쩌면 그는 행운아였을지 모른다. 하지만 그는 그 행운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었다. 박원순 서울시장 이야기다. 

희망제작소’ ‘아름다운 재단으로 알려진 시민사회 계의 거물 박원순이 정계에 진출한다는 말은 예전부터 있었다. 하지만 현실감 있는 이야기는 아니었다. 기회는 갑작스레 찾아왔다.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무상급식을 주민투표에 붙이자며 사퇴라는 승부수를 띄웠고 결국 투표함도 열어보지 못한 채 셀프탄핵당했다. 2010년 무상급식으로 만들어진, 야권에 우호적인 분위기가 이어지던 와중에 201110.26 재보궐 선거가 열렸다.

5%의 지지율에서 재선에 성공하기까지

오세훈의 셀프 탄핵이 박원순에게 유리한 판은 아니었다. 첫 주인공은 안철수였다. 누구도 박근혜를 능가하지 못하는, 능가는커녕 따라가지도 못하는 상황에서 안철수가 박근혜를 지지율로 누르는 첫 대선후보로 등극했기 때문이다. 안철수는 각종 여론조사에서 서울시장 지지율 50%를 기록했고, 박원순은 5%에 그쳤다.

그러나 50%의 안철수가 5%의 박원순에게 양보하며 드라마가 시작됐다. 안철수의 양보를 얻어낸 박원순은 나경원 새누리당 후보와 대결에서 승리했다. ‘반값 등록금같은 복지 의제를 전면에 내건 채 정치 초짜인 박원순이 새누리당의 간판 정치인 나경원을 누른 것이다.

박원순 시장은 20146월 지방선거에서도 재선에 성공했다. 정몽준 새누리당 후보가 각종 토건공약을 앞세우며 박원순 시장을 네거티브로 공격했으나, 박 시장은 13% 차이로 정몽준 후보를 가볍게 눌렀다. 정몽준 전 의원이 지금은 개그 캐릭터로 자리 잡았지만 결코 우습게 볼 수 있는 정치인이 아니다. 7선 국회의원에, 유력한 대권 주자로 거론되는 거물이다. 그런 거물을 여유롭게 꺾고, 민주당의 서울 승리까지 이끌었다.

박 시장이 재선에 성공하면서 그의 정치적 포지션은 더욱 넓어졌다. 그는 야권과 개혁진영의 적극적 지지를 얻는 동시에 인권변호사’ ‘시민운동가라는 경력답게 진보진영의 비판적 지지를 얻었다. 이제 재선을 통해 일 잘하는 서울시장’ ‘시민의 서울이라는 그의 전략이 중도파에게도 통한다는 점이 확인됐다.

박원순, 시민사회의 성장? 아니면 종속?

박원순 시장은 이미 기존 시민사회 운동가들의 한계를 뛰어넘고 있다. 기존 시민사회 인사들은 정치권에 흡수되어 그냥 그저 그런 개혁적 정치인 중 한 명으로 전락하거나, 아니면 계파정치에 밀려 나가떨어지곤 했다. 하지만 박 시장은 민주당을 뛰어넘은 시민의 정치를 내세우며 재선에 성공했고, 당의 유력 대선후보로 자리매김했다.

박 시장은 재선 직후 여론조사에서 대선후보 지지율 1위를 기록했다. 한 때 자신에게 양보했던 안철수 의원은 물론 문재인 의원, 김무성 의원 등까지 모두 제쳤다. 그러자 야권 지지자들 사이에서는 어쩌면 세 번째 박 대통령을 볼 수도 있겠다는 반응까지 (박정희, 박근혜 대통령에 이어) 나왔다. 문재인 의원과 김무성 의원이 각각 새정치민주연합새누리당 대표로 취임한 이후에 박 시장의 대선주자 지지율은 약 10%를 기록하며 3위로 밀려났다.

하지만 항상 정치적인 논란의 중심에 서서 지지층을 결집시킬 수 있는 문재인김무성 대표와 중앙정치로부터 한 걸음 떨어져 서울시정에 주력하는 박원순 시장 간의 격차가 있는 것은 당연하다. 오히려 새정치민주연합 내 지리멸렬한 계파갈등으로 문재인 대표의 지지율과 새정치연합의 지지율이 떨어질수록 박 시장의 보폭은 더욱 넓어지고, 지지율을 끌어올릴 기회도 더 많아질 가능성이 크다. 이런 이유로 박 시장의 성공이 시민사회운동의 성장이라는 긍정적인 평가도 적지 않다.

반론도 만만치 않다. 오히려 박 시장이 성공할수록 시민사회운동이 독자적인 정치 감시의 영역을 구축하기보다 기존 정치에 종속돼 가고 있다는 지적이다. 시민사회 내부에서도 이러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전상봉 서울풀뿌리시민사회네트워크 정책위원장은 지난해 1219일 열린 박원순 시정, 어떻게 볼 것인가토론회에서 “81일 시민단체들이 박 시장의 경전철 공약을 비판하는 기자회견을 하는데 박 시장의 참모들이 왜 참여하느냐고 관계자들에게 전화를 돌렸다고 말했다. 전 위원장은 박 시장과 우호적 관계에 있거나 서울시에 발을 딛고 있는 사람들이라면 신경을 쓸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그 때 기자회견을 통해 입장이 갈리면서 내부 네트워크가 약화됐다고 밝혔다.

전 위원장은 나아가 시민단체가 (박 시장의) 이중대 역할을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서울시민운동이 자기중심과 방향을 갖고 있지 않고, 어떻게 자립할 것인지에 대한 원칙과 기준이 없으니 서울시 사업에 동원되는 데 그쳤다는 것.

조금 더 노골적으로 말하면, 박 시장이 들어서고 나서 서울시가 시민사회단체들이 참여할 수 있는 수많은 사업들을 만들었다. ‘마을 만들기사업이 대표적이다. 시민사회 진영에 일자리와 돈을 제공한 셈이다. 시민사회 진영이 박 시장의 재선과 성공에 따라 밥줄이 끊기거나 혹은 이어지는 상황에 놓이게 됐다는 뜻이다.

같은 토론회에서 김상철 노동당 서울시당 위원장도 시민사회가 박 시장에 종속되는 현상을 우려했다. 서울시장의 직속 보좌관으로 서울혁신기획관과 시민소통기획관이 편재되어 있는데, 서울시는 서울시 행정기구 설치조례 시행규칙 개정에 따라 서울혁신기획관 내 민관협력담당관을 신설했다. 업무는 민간단체 시정참여사업 공모, 지원 비영리 민간단체 등록업무 총괄 비영리법인 관리시스템 운영에 관한 사항 시민사회 육성 지원 업무 등이다.

민간단체의 등록업무, 공모사업 등을 시장 직속 보좌기관의 업무로 삼은 것이다. 김상철 위원장은 서울시 민간협력담당관의 업무가 민간전문가의 주도성을 보충하기 위한 것인지 밖에서 싫은 소리하는 시민사회에 대한 효과적인 순치를 위한 것인지 모호하다고 지적했다.

박원순이 오른쪽으로 가면 어떻게 해야 하나

문제는 박 시장이 오른쪽으로 가면 시민사회 진영과 그의 비판적 지지자들은 어떻게 해야 하는가이다. 박 시장의 서울시 2기에서 그의 우향우 조짐이 보이고 있다. 인권헌장 논란이 대표 사례다.

서울시는 수많은 시민들이 수없이 많은 토론을 거쳐 만들어낸 서울시민인권헌장 제정을 포기했고, 그로 인해 성소수자단체들이 서울시청에서 점거농성을 벌였다. LTE급 트위터 소통으로 유명한 박 시장은 인권헌장이 무산된 것을 묻는 이들의 질문에 묵묵부답이었다.

 

박 시장이 강조하던 시민참여정신에도 어긋나는 일이었다. 각계각층의 시민위원 150여명과 전문위원 30여명으로 구성된 서울시 시민위원회가 위원회 회의 6, 분야별 간담회 9, 권역별 토론회 2, 공청회 1번 등 수많은 합의와 논의를 거쳐 만들어진 것이 인권헌장이었다. 동성애혐오단체들의 반대에 시민위원회가 다수결로 결정했으나 서울시가 끼어들어 만장일치가 아니면 수용할 수 없다고 초를 쳤다.

  박 시장의 우향우 행보는 이것이 다가 아니다. 서울시가 2014년 말 발표한 2015년 예산안에서 저소득층급식비, 방과후 자유수강권 지원, ‘학습부진학생 책임지도’ ‘학교폭력 예방’, ‘특성화고 교육내실화 지원등 복지교육 예산 등은 삭감됐다. 반면 서울역고가프로젝트 사업을 비롯해 토건사업으로 분류할 수 있는 전시성 사업들의 예산은 늘어났다.

박 시장은 인권헌장 논란이 한창이던 와중에 보수 기독교단체를 찾아가 동성애를 지지할 수 없다는 입장까지 밝혔다. 이런 우향우 행보로 성소수자단체, 시민사회 진영 일각에서 박 시장에 대한 지지를 철회하겠다는 목소리까지 나왔다. 박 시장의 이런 행보는 대선 행보로 해석해야 한다. ‘인권변호사출신 박 시장의 자신의 지기기반을 까먹으면서 우향우 하는 이유를 설명할 수 있는 이유는 그것 뿐이다.

결국 박 시장과 그 주변 참모들은 진보진영과 시민사회진영의 지지는 확고하다고 판단하고. 지지층을 넓히는 전략을 취하는 셈이다. 바꿔 말하면 진보진영에서 박원순 외에 대안은 없다는 자신감이다. 실제 인권헌장 폐기 이후 서울시청을 점거하자는 주장이 나오는 상황에서 점거농성은 과하다는 조심스러운 입장의 인권시민단체들도 있었다. 박 시장과의 관계를 고려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박원순 시장이 기억해야할 그의 지지기반

집토끼는 내 손아귀 안에 있으니 이제 산토끼를 잡자는 식의 박원순 시장의 대권전략은 성공할 수 있을까. 박 시장이 우향우한다면, 오른쪽에 있는 사람들이 박 시장을 지지할까. 박 시장은 동성애포비아들에게 손을 내밀었지만, 동성애 포비아들은 동성애를 혐오하는 걸까 아니면 박원순 시장을 혐오하는 걸까. 박 시장이 동성애를 지지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내비쳐도 여전히 서울시청 앞에서는 박 시장이 서울을 동성애 도시로 만든다는 식의 동성애혐오단체들의 선전선동이 계속되고 있다.

박 시장이 대선후보가 되려면 먼저 성공한 시장이 되어야 한다. 대권경쟁을 돌파하려면 자신의 지지기반이 있어야하고, 서울시장으로서 잘해야 지지기반을 다질 수 있다. 박 시장은 새정치연합 내에서 지분이 많지 않다. 당장 대권 경쟁이 벌어지면 새정치연합 의원들이 문재인 대표를 지지할까, 아니면 당 내 기반도 계파도 없는 박 시장을 지지할까.

박 시장이 2011년 재보궐 선거에서 민주당을 꺾고 본선에 오를 수 있던 이유는 그가 내세운 시민의 서울덕이었다. 그가 처음 시장이 될 때 그의 지지기반은 변화를 바라는 시민, 시민사회와 진보진영, 새정치연합 내 개혁 세력이었다. 박 시장이 국가보안법 폐지에 반대하고, 보수단체들을 껴안기 하고 동성애를 지지하지 않는다는 말을 이어가도 이들이 박 시장을 지지할까. 박 시장의 현명한 판단이 필요한 시점이다.

posted by 조본좌 조본좌 2015.06.21 08:33

오보로 보는 한국언론 : 추측 반 소설 반, 오보가 태반인 북한 보도

 대한민국 언론이 가장 많은 오보를 내는 영역은 단연 북한관련 보도다. 지난 13일 국가정보원은 국회 정보위원회 비공개 현안보고에서 인민군 서열 2위인 현영철 인민무력부장이 처형당했다고 밝혔다. 수백 명이 지켜보는 가운데 고사총으로 처형당했다고 한다. 이유는 군 일꾼대회가 조는 모습을 보이는 등 불경죄를 저질렀기 때문이라고 국정원은 설명했다.

  언론은 이러한 사실을 대대적으로 받아썼다. 김정은 조선노동당 제1비서는 졸았다는 이유로 재판도 없이 측근까지 처형시킨 무자비한 놈이 됐다. 그러나 국정원 보고 다음날인 14일 현 부장의 모습이 조선중앙TV에 등장했다. 2013년 기록영화를 재방송하면서 현 부장이 김정은 제1비서를 수행하는 모습을 내보낸 것이다. 북한이 숙청된 인물은 모두 기록에서 지운다는 점에서 이례적이다. 그러면서 오보 아니냐는 논란이 일었다.

김일성 사망부터 장성택까지, ‘로 도배된 북한 기사

한국 언론의 북한 관련 오보는 역사가 깊다. ‘김일성 사망오보가 대표 사례다. 19861116일 조선일보는 14단 기사에서 김일성이 북한군에 의해 암살당했다는 소문이 돈다고 전했다. 처음에는 이었으나 설은 김일성 피격 사망이라는 단정적인 보도로 바뀌었다. 조선일보는 주말의 동경 급전본지 세계적 특종이라는 자화자찬 보도까지 내보냈다.

물먹은언론들은 휴간일인 1117일 호외를 발행했다. “열차에서 총 맞았다” “폭탄에 당했다” “쿠데타등 미확인 정보들이 지면을 채웠다. 하루만에 언론은 민망해졌다. 김일성 주석이 다음날 평양공항에서 몽고 주석을 맞이하는 모습이 TV를 통해 방영됐기 때문이다.

조선일보의 96213일자 성혜림 망명설도 대표적인 오보다. 김정일의 본처로 알려진 성혜림이 서방으로 망명을 했다는 것. 그러나 중앙일보가 성혜림이 러시아에서 북한의 보호를 받고 있다고 보도했다. 안기부장이 국회 정보위원회에서 중앙일보 보도가 맞다고 밝히면서 논란을 일단락됐다.

94215일 경향신문 1면 기사 <북한 이미 핵 실험>도 오보였다. “북한이 이미 핵 폭탄을 제조했으며 아프리카에서 실험까지 마쳤다는 러시아 안보전략연구소 고문 블라디미르 쿠마초프의 발언을 전한 일본 지지통신과 프랑스의 AFP통신을 인용한 보도였다.

그러나 당사자인 쿠마초프가 근거를 묻는 중앙일보 기자의 물음에 단지 러시아 언론과 일본 언론에 보도된 사실 등을 보고 개인적인 의견을 낸 것일 뿐이라고 발뺌하면서 결국 이 보도도 오보로 남게 됐다.

한국에서 북한 관련 정보를 가장 잘 많이 접한다는 연합뉴스도 몇 차례 오보를 냈다. 2011520일 연합뉴스는 <북 김정은, 투먼 통해 방중> 기사를 내보냈으나 김정은이 아니라 김정일 위원장의 중국 방문이었다.

연합뉴스는 또한 201344<, 개성공단 입주기업협에 ‘10일까지 전원 철수통보>라는 제목의 기사를 내보냈으나 오보였다. 북한이 개성공단 입주기업협회에 10일까지 통행계획을 제출하라고 요구했는데, 이것이 완전된 것이다. 청와대와 통일부가 사실이 아니라고 밝히자 연합뉴스는 <정부, “개성공단 전원철수 요구설은 와전”>이라는 속보를 내보냈다.

기본을 지키지 않아 발생한 오보도 있다. 조선일보는 20121171면 기사에서 김정남(김정일의 첫째 아들)천안함 피격이 북한의 필요로 이뤄진 것이라는 말을 했다고 보도했다. <도쿄신문>의 고미요지 편집위원이 김정남과 교환한 이메일을 모아서 낸 책 <아버지 김정일과 나>가 출처였다.

그러나 고미요지 편집위원은 서울신문 등과 인터뷰에서 천안함 내용은 책에 없다고 반박했다. 그러자 조선일보는 정정보도를 통해 책에는 그런 내용이 없다고 인정하며 김정남 주변을 취재하다 알게 됐다고 해명했다. 당사자 확인도 없이 저지른 오보였다.


김정은을 둘러싼 보도에는 온갖 추측이 난무한다. 지난 20149월 김정은 제1비서가 40일 간 잠적하자 출처가 불분명한 평양 계엄령 선포설, 정신병설, 김여정의 대리통치설 등 지라시를 근거로 한 보도들이 쏟아졌다. 이미 사망한 조명록 전 군 총 정치국장이 쿠데타를 일으켰다는 설까지 돌았다. 장성택이 처형됐을 때도 온갖 추측 보도가 쏟아졌는데, 김정은 제1비서의 부인 리설주와 염문설 때문에 처형당했다는 근거 없는 루머까지 기사로 썼다.

남북관계에 도움 안 되는 오보, 국정원이 앞장서

이런 오보가 발생하는 이유는 크게 세 가지다. 첫째, 복수확인이 안 된다는 이유로 일부 탈북자, 소식통이 하는 말을 그대로 받아쓴다. 둘째, 오보를 저질러도 북한에서 전화를 걸어 항의를 하거나 소송을 하는 일이 없다. 셋째, 자극적인 보도로 페이지뷰를 올리려고 인터넷뉴스 속보팀들이 마구잡이로 받아쓴다. 문제는 이런 오보들이 남북관계 개선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북한은 언론사 이름까지 거명하며 비판 논평을 낼 때가 많다.

더 심각한 문제는 이런 오보를 바로잡아야 줘야할 국가정보원이 오보를 양산하는 경우도 있다는 것이다. 이병호 국정원장은 지난 429일 국회에서 김정은 제1비서가 러시아 전승절에 참석할 가능성이 높다고 했지만 하루 만에 북한이 불참을 통보했다. 언론에 북한 관련 소식을 흘리거나 확인 되지 않은 첩보를 발표하는 때도 많다. 특종경쟁에 시달리는 것도 아닌데, 국정원은 왜 이러는 걸까.

posted by 조본좌 조본좌 2015.06.13 12:00

세월호 참사 이후 한국기자협회 등 5개 언론단체들이 ‘재난보도준칙’을 만들었다. 언론들은 이를 잘 지키고 있을까.

5월31일 TV조선은 ‘메르스 유언비어 뭐길래’라는 제목의 리포트를 뉴스 특보로 내보냈다. 메르스가 탄저균으로 인해 발생했다는 유언비어의 내용을 알리면서 그게 사실인지 아닌지는 밝히지 않았다. 이러한 보도는 “확인되지 않거나 불확실한 정보는 보도를 자제함으로써 유언비어의 발생이나 확산을 막아야 한다”라는 재난보도준칙 제13조에 어긋난다.

 

  <div align=right><font color=blue>ⓒTV조선 리포트 화면 갈무리</font></div>  
ⓒTV조선 리포트 화면 갈무리

TV조선은 또한 6월3일 메르스 최초 환자가 입원했던 병실에 배기구가 하나도 없었다며 이 병실을 ‘메르스 사우나’라 표현했다(사진). 이외에도 패닉·대혼란·공포·창궐 등 위협이나 공포를 조장할 수 있는 단어들을 제목으로 사용한 보도는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이는 “개인적인 감정이 들어간 즉흥적인 보도나 논평은 하지 않으며, 냉정하고 침착한 보도 태도를 유지한다. 자극적이거나 선정적인 용어, 공포심이나 불쾌감을 줄 수 있는 용어는 사용하지 않는다”라는 재난보도준칙 제16조에 어긋난다.

단편적인 정보를 보도할 때는 더 확인돼야 할 사실이 무엇인지 함께 언급해야 한다는 보도준칙을 어긴 언론사들도 있다. 연합뉴스TV는 지난 6월3일 ‘치료제 없는 메르스…걸리면 어떡하나’라는 리포트에서 메르스 감염이 의심되면 무조건 병원에 가야 한다고 전했다. 의심 증상이나 어떤 상황에서 병원에 가야 하는지에 대한 정보는 없었다.

물론 이런 상황에서 객관적인 보도가 쉬운 일은 아니다. 언론은 정부의 발표를 의심하고 합리적인 의혹을 제기하면서도, 동시에 유언비어나 괴담을 경계해야 하기 때문이다. 힘들고 어렵겠지만 언론이 중심을 잡아줘야 할 때다.


posted by 조본좌 조본좌 2015.06.02 20:44

6년째이지만 올해만큼 주목받은 추도식도 없었던 것 같다. 노무현 전 대통령 6주기 추도식에서 아들 노건호씨가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를 향해 “정치, 좀 대국적으로 하라”며 돌직구를 날리자 보수 언론은 ‘배후설’ ‘총선 출마설’ ‘야권 분열’ 등을 총동원해 이슈로 삼았다(사진).

5월23일 TV조선의 <황금펀치> 출연자들은 하나같이 근거 없는 배후설을 떠들었다. “친노 핵심 세력들이 대리해서 쓴 것 아닌가” “회사원인데 단어나 문장을 쓰는 것이 굉장히 격하다. 친노들이 많이 쓰는 용어가 들어가 있다.”

진행자가 ‘친노 용어가 뭐냐’고 묻자 “‘오해하지 마십시오’ ‘사과도 반성도 필요 없다’가 친노가 많이 쓰는 단어다”라는 황당한 주장을 내놓았다. “노씨는 42세, 김무성은 65세다. 23년 차이 나는, 정치에 전혀 발도 안 디뎌본 사람이 당 대표에게 충고하는 것은 무례하다”라는 시정 잡담식 해석도 정치평론이라는 포장으로 여과 없이 방송을 탔다.

노건호씨가 총선에 출마하려고 한다는 시나리오도 제기됐다. “친노는 노건호를 앞세워 출마를 권유하고 반드시 당선시킬 것”이라는 내용이다. 패널 발언을 넘어 TV조선에서는 아예 뉴스로 다뤘다. ‘주말뉴스’에서 “노건호씨가 본격적으로 정치 일선에 나서려는 것 아닌가. 내년 총선에 출마하려는 것 아닌가”라는 내용의 보도를 한 것이다.

보수 언론은 주말을 지나 5월25일에도 배후설을 이어갔다. <조선일보>는 문재인 ‘비선’ 배후설을, <동아일보>는 “건호씨 입을 빌려 문 대표가 하고 싶은 말을 한 것 아니겠느냐”라고 전했다. 근거는 익명의 야당 관계자 증언이다.

시나리오가 있다는 듯이 보도한 많은 언론에 되돌려주고 싶은 말이 있다. “시나리오 쓰고 있네.”


posted by 조본좌 조본좌 2015.05.18 22:13

채널A가 최근 대형 사고를 쳤다. 12년 전 사진을 가져다 세월호 집회 참가자들이 폭력 집회를 벌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채널A는 5월6일 시사 프로그램 <김부장의 뉴스통>에서 세월호 추모집회와 관련한 시위대의 경찰 폭행 사진을 내보냈다(사진). 심지어 ‘단독 입수’였다. 출연자들은 “폭력이 난무한 세월호 시위를 합리화할 수 있나”라는 주제로 토론을 벌였다.

채널A가 내보낸 첫 번째 사진은 2008년 6월28일 미국산 쇠고기 수입반대 촛불집회에서 경찰이 시위대에게 폭행당하는 장면을 찍은 사진이었다. 두 번째 사진은 2003년 한국·칠레 FTA 반대집회에서 경찰과 시위대가 몸싸움을 벌인 사진이었다. 채널A는 다음 날 “철저히 검증하지 못한 제작진의 잘못”이라며 사과했다.

이를 단순히 ‘실수’라고 볼 수 있을까. 4월 30일 찍힌 사진을 5월1일 것이라고 보도했다면 실수라고 할 수도 있지만, 채널A는 찾기도 어려운 12년 전 사진을 갖다 붙였다. 사진 속의 시민들 복장만 봐도, 전경들의 복장만 봐도 최근 사진이 아니라는 점을 금세 알 수 있다. 오죽하면 채널A 보도본부 기자들이 성명까지 냈을까. 채널A 기자들은 “현장 기자의 사소한 보고조차 ‘단독’과 ‘특종’을 붙여 우리 스스로를 갉아먹고 있다”라고 강조했다.

조작에 가까운 오보는 채널A 출범 때부터 논란거리였다. 채널A는 출범 직후 강호동씨가 일본 야쿠자와 커넥션이 있다는 듯이 보도했다. 사진 한 장이 근거였다. 이후에도 ‘김대중 전 대통령이 김일성이 고용한 간첩’이라는 탈북자의 발언을 여과 없이 보도했다. 북한군이 5·18 광주민주화운동에 개입했다는 근거 없는 루머를 퍼트리기도 했다. 반복되는 오보, 이제 간부와 경영진이 나서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posted by 조본좌 조본좌 2015.05.15 21:20

대형 오보는 종종 언론사의 존립 위기를 불러일으킨다. 그래서 보도 내용을 스스로 부정하는 민망한 상황이 벌어지기도 한다. 201355.18 광주민주화 운동을 북한군이 개입한 폭동이라 보도한 TV조선과 채널A가 대표적인 사례다. 이들은 보도 이후 후폭풍이 일자 자신들의 보도를 부정했다.

반론도 의심도 없는 TV조선채널A5.18 음모론 

5.18 광주민주화 운동 33주기를 앞둔 20135, 일간베스트저장소 등 극우사이트를 중심으로 5.18이 북한군 개입으로 일어난 폭동이라는 주장과 5.18 희생자들을 모욕하는 내용들이 쏟아져 나왔다. 문제는 극우사이트에서나 돌던 음모론이 전파를 타고 불특정다수 대중에게 쏟아졌다는 것이다.

2013513TV조선 <장성민의 시사탱크>5.18은 북한군이 개입해 일으킨 사건이라는 주장을 여과 없이 보도했다. 탈북자 출신이자 전 북한 특수부대 장교 임천용은 이날 방송에서 “600명 규모의 북한 1개 대대가 (광주에) 침투했다” “전남도청을 점령한 것은 북한 게릴라라고 주장했다. 임씨의 주장은 반론도 없이 1시간 내내 방송됐다.

515일 채널A에도 비슷한 내용이 등장했다. 채널A <김광현의 탕탕평평>은 당시 북한군으로 광주에 남파됐다는 탈북자 김명국(가명)의 인터뷰가 방송됐는데, 김씨는 북한 특수부대원들이 1980521일 배를 타고 광주 인근 바닷가에 도착해 시민군 행세를 했으며 작전을 마치고 후퇴할 때는 남한 특전사를 공격하기도 했다” “광주폭동 때 참가했던 사람들 가운데 조장, 부조장들은 (북한으로 돌아가) 군단 사령관도 되고 그랬다고 말했다.




본인을 탈북자라고 소개한 이주성씨도 채널A 방송에서 남파 북한군이 교전 중 3명의 남한 특전사 대원을 사살했다” “남파 북한군이 경상남북도와 태백산맥을 거쳐 북한으로 돌아갔다고 주장했다.

5.18 북한군 개입설은 1980년대 신군부가 처음 제기했다. 하지만 이미 학계에서도 몇몇 탈북자들의 주장에만 근거한 음모론에 불과하다고 결론이 난 사안이다. ‘광주사태민주화 항쟁으로 규정하는 과정에서 이러한 음모론은 기각됐다.

조금만 의심하면 북한군 개입설은 허점투성이다. 1980년 당시 전두환 정권은 전국에 계엄령을 선포하고 광주는 2만 명의 계엄군이 사방을 포위한 상태였다. 그런데 600명 규모의 북한군 1개 대대가 아무런 제재도 받지 않고 광주에 잠입한다는 것은 설득력이 떨어지는 말이다.

북한군이 철수 중 국군과 교전을 벌였다는 주장도 의심할 만하다. 간첩 한 명을 잡아도 대대적으로 선전하던 전두환 정권이 이 사실을 알리지 않았다는 사실이 의심스럽다. 국군 내부 기록에도 이러한 내용이 없다.

채널ATV조선은 이처럼 조금만 의심하면 이상한 점이 한 두 가지가 아닌, 역사적으로도 이미 기각된 주장을 마치 새로운 팩트인 것 마냥 떠들어댔다. 반론도 받지 않은 일방적인 음모론이었다. TV조선 시사탱크의 진행자 장성민은 시민들이 빨갱이·폭도·간첩으로 매도된 데 대한 의구심을 해결한 결정적 증거와 단서들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북한의 특수게릴라들이 어디까지 광주민주화운동에 관련되어 있는지 그 실체적 진실은 반드시 밝혀져야 한다고 말했다. 의심은커녕 진행자까지 음모론에 동조한 셈이다.

어이없는 TV조선의 ‘5.18 음모론전면 부정

파장은 컸다. 5.18 관련 단체들과 야당은 일제히 채널ATV조선을 비판했고 해당 방송들은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징계 대상으로 올라왔다. 5.18 단체들은 해당 방송과 출연자들을 고소했다. 내부에서도 반발이 일었다. 채널A 공채 1기 기자들은 항의 성명까지 냈다.

채널ATV조선은 결국 자신들의 주장을 철회해야 했다. 방송 6일 만인 521일 채널A ‘탕탕평평의 진행자 김광현은 만약에 이 방송 내용으로 인해 마음을 다친 광주민주화운동 피해자와 시청자 여러분이 있다면 사과 하겠다채널 A는 광주 민주화 운동의 본질은 존중하며 이런 자세를 지켜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만약에라는 조건을 붙인 사과는 5.18 단체들의 더 큰 반발을 샀다.

TV조선은 522일 메인프로그램인 뉴스쇼 판에서 1시간 20분에 걸쳐 5.18 북한군 개입설을 전면 부정하는 내용을 내보냈다. ‘뉴스쇼 판은 북한군 개입설이 억지 주장이라며 근거 없는 루머 대신 역사의 진실만이 남겨져야 할 때라는 말까지 덧붙였다. 자아비판의 최고봉이었다.



이어 시사탱크진행자인 장성민이 방송에 등장해 “TV조선의 취재 결과, (천용)씨의 주장에 객관적 근거가 없다고 결론이 내려졌다광주 민주화 운동의 진실과 거리가 먼 임씨의 주장이 제가 진행하는 프로그램에 방영되어 관련단체 여러분께 마음의 상처를 드린데 대해 깊은 사과를 드린다고 밝혔다.

TV조선은 또한 보수논객으로 광주민주화운동을 취재했던 조갑제를 출연시켜 5.18 음모론을 반박했다. 이 과정에서 조갑제씨는 “TV조선 기자가 작심을 하고 취재를 하니 하루 만에 (루머가 사실이 아니라는 게) 판가름이 났다조선일보와 월간조선이, 이번에 TV조선도 그렇고, 광주사태에 대한 보도를 가장 정확하게 했다고 칭찬까지 했다. 보는 사람도 민망한 자기부정이었다.

이 두 방송은 방송통신심의위원회로부터 중징계를 받았다. 근거 없는 오보와 왜곡보도는 언론사에 치명타를 안겨줄 수 있다. TV조선은 진실 왜곡 루머악순환, 이제는 끊어야한다고 전했다. 본인들에게 되돌려주고 싶은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