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나의 글 /기사

"대통령 책상 안쳤지만, 진전된 변화 없었다"

"대통령 책상 안쳤지만, 진전된 변화 없었다"

3당 원내대표 회동, 또 노동법‧서비스발전법 통과 요구… 세월호법‧어버이연합 등 현안 입장 그대로


“대통령이 책상을 치면서 말씀하진 않으셨다”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의 말에 기자들이 웃음을 터트렸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2월 노동법안,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테러방지법 등 ‘박근혜 관심법’이 국회를 통과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20분 간 책상을 내리치며 울분을 토했다. ‘책상 탕탕탕’은 박 대통령의 독선적인 국정운영을 상징하는 표현이 됐다.

하지만 4‧13 총선에서 새누리당이 원내 제2당으로 밀려나면서 ‘박근혜 관심법’의 통과 여부는 이제 야당의 손에 달려 있다. 많은 이들이 13일 오후 3시부터 약 한 시간 반 동안 열린 박근혜 대통령과 여야 3당 원내대표‧정책위의장 간 회담을 계기로 박 대통령의 국정운영 스타일이 변화하기를 기대한 이유다.

우상호 원내대표는 회담 이후 원내대표실에서 열린 브리핑을 통해 “성과도 있었고 한계도 있었다”고 밝혔다. 이날 다뤄진 의제는 청년일자리, 누리과정,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구제 문제, 세월호특별법 개정, 공공기관 성과연봉제, 어버이연합 게이트, 남북관계, ‘임을 위한 행진곡’ 5‧18 기념곡 제정 등이다.

우상호 원내대표는 “총선에서 드러난 민심을 반영해서 국정운영 방식을 소통형으로 변화시키고 의회의 자율성 존중해달라고 요청했다”고 전했다. 우 원내대표는 “법을 바꾸는 문제는 대통령의 재가를 받을 문제 아니다. 의회의 자율성을 해치지 않고 청와대가 과거와 같은 방식을 보이지 않는다면 정진석, 박지원 원내대표와 제가 성과를 낼 수 있다”며 “청와대가 강력하게 반대하면서 여당 협상력이 줄어드는 19대의 전철을 밟지 말자는 말을 다시 한 번 강조 드리고 싶다”고 밝혔다.

야당은 소통 방식을 바꾸라고 요구한 셈이지만, 박근혜 대통령은 회동에서 여러 사안에 대해 자신의 입장을 고수했다. 우상호 원내대표는 “세월호법(특조위 조사기간 보장), 일방적인 성과연봉제 추진, 누리과정 해법, 어버이연합 게이트, 남북관계의 해법 등에 있어 의견 일치를 보지 못했다”며 “첫술에 배부를 순 없다. 이런 난제들을 한꺼번에 합의하고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하고 들어간 건 아니기에 지속적으로 국회에서 할 일은 하고 청와대에 주문할 일은 주문하겠다”고 말했다.

우 원내대표는 또한 “세월호법 개정, 어버이연합, 누리과정 등 예민한 현안들에 있어 (박 대통령의) 진전된 태도와 변화가 없었다는 점을 아쉽게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박 대통령은 앞서 4월 26일 언론서 편집국장‧보도국장 회동에서 세월호 특조위 기간 보장에 대해 “국회에서 이런 저런 것을 종합적으로 잘 협의해서 판단할 문제“라면서도 ”국민 세금이 많이 들어가는 문제”라며 부정적인 생각을 내비쳤다.

김성우 청와대 홍보수석은 13일 기자들과 백브리핑 자리에서 “여러 가지 여론이 있고 하니까 국회에서 이런 것들을 잘 감안해서 잘 협의해 달라, 이렇게 말씀하셨다. 기본적으로 법 개정사항이지 않나”라고 말했다.

오 히려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나서서 회동에서 세월호 특조위의 활동을 비판했다. 정진석 원내대표는 브리핑에서 “어제 세월호 특위에서 대전 MBC에 들이닥쳐서 이진숙 사장에 동행명령을 요구했는데 그 이유가 MBC가 세월호 사태 때 일부 잘못나간 보도와 관련해서 그 배후를 캐겠다는 취지였다고 들었다. (회동에서) 세월호 이야기가 나왔을 때 그 이야기를 잠깐 했다”며 “세월호 특위의 조사 행태가 이렇게 이뤄지고 잇는데 이건 심대한 언론자유의 침해라고 이야기했다”고 설명했다.


박 대통령의 어버이연합 게이트에 대한 입장도 변하지 않았다. 박 대통령은 4월26일 언론사 편집국장‧보도국장 회동에서 “사실이 아니라고 보고를 분명히 받았다”고 말했다.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13일 회동 후 가진 브리핑에서 “(집회) 지시사실이 없다고 보고받았다. 수사 중이니까 불미스러운 일이 나오면 당연히 책임을 지운다, 법대로 .책임을 지운다는 이야기(를 하셨다)”고 말했다.

남 북관계에 있어서도 박 대통령은 강경한 입장을 고수했다. 박지원 원내대표는 13일 회동 후 브리핑에서 “선도적인 대화제의와 정상회담의 필요성도 있다고 하니까 대통령께서 아주 강경하게 핵이 계속 북한이 보유하는 것은 참으로 위험한 일이다, 북한이 생각을 고쳐서 잘해야 한다, 대화를 계속 이야기하면 북한의 시간 끌기를 허용하기 때문에 북한의 근본적인 태도가 있어야한다고 강경하게 말하셨다”고 전했다.

박 대통령은 또한 노동법과 서비스산업발전법의 국회통과를 여러 차례 강조했다고 한다. 하지만 야당의 두 원내대표는 이에 대해 발언하지 않았다.

박 근혜 대통령은 박지원, 우상호 원내대표가 가습기 살균제 사태에 관한 진상규명 및 피해대책을 요구하자 여야정협의체를 통한 문제 해결을 제안했다. 우상호 원내대표는 이에 대해 “즉각적인 답변은 안 드렸지만 진실규명을 여야정 협의체를 통해 한다는 것이 적절한가 하는 의문이 있다”며 “정부의 책임도 규명해야하는데 여야정 협의체 꾸려서 과연 공동으로 규명할 수 있겠는가, 개인적으로 동의하진 않는다”고 말했다.

성과로 꼽을 만한 대목은 청와대-여야3당 대표 회동 정례화 등이다. 김성우 홍보수석은 백브리핑에서 “3당 대표회동은 1분기에 한번 씩 갖기로. 정례화 하기로 했고 경제부총리와 3당의 정책위의장이 민생경제현안 점검회의를 조속히 개최하기로 했다”며 “정부가 (여야3당과) 안보상황과 관련한 정보를 더 많이 공유하도록 노력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우상호 원내대표는 이에 대해 “회동의 정례화, 회의체 신설은 의미 있는 협치라는 점에서 진전된 것이라 본다”면서도 “정례회동과 협의체가 성과를 낼 수 있도록 힘도 실어주고 사전조율도 하도록 해야 할 텐데 그냥 형식적 회의로 흐르면 오늘 합의는 힘을 잃게 될 것이다. 중요한 것은 앞으로의 운영에 달려있다”고 강조했다.

야당 원내대표들은 ‘님을 위한 행진곡’ 관련 논의도 성과로 꼽았다. 김성우 홍보수석은 기자들에게 “님을 위한 행진곡을 5.18 기념곡으로 지정해달라고 두 야당에서 건의를 했고 대통령께서는 국론 분열이 생기지 않는 좋은 방안을 찾아보라고 보훈처에 지시하겠다고 말씀하셨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우상호 원내대표는 “이 부분은 성과가 있었던 것 같다. 저와 박지원 원내대표의 거듭된 주문에 답하신 것이라 평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