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나와 관련된 남의 글/인터뷰/언론보도

《나쁜 뉴스의 나라》 조윤호(지은이)

http://www.naju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19501

"포털과 SNS 시대에 다시 뉴스의 정의를 묻다"

《나쁜 뉴스의 나라》는 매체비평전문지 〈미디어오늘〉 조윤호 기자의 저서로, 말 그대로 ‘나쁜 뉴스의 나라’에서 사는 뉴스 소비자들에게 뉴스를 읽는 구체적인 방법을 제시해 주는 책이다. 〈미디어오늘〉에 ’뉴스 파파라치‘란 제목으로 연재한 글들을 묶었다. 매체비평전문지 기자답게 보통의 기자들이 일하는 현장, 실제 언론 보도와 그 이면까지 비추는 풍부한 사례들을 제시하는 것이 인상적이다.

저자는 ‘나쁜 뉴스’가 만들어지는 실태는 실로 다양하기 때문에 이를 가려보기 위해서는 뉴스 소비자들도 뉴스의 구석구석을 들여다봐야 한다. 텍스트만 보지 않고 ‘맥락’을 함께 봐야 한다거나, 언론이 구사하는 다양한 ‘현실 재구성’의 방법들을 눈여겨봐야 한다는 것이다. 예컨대 2013년 ‘안녕들 하십니까’ 대자보열풍이 불었을 때, 일부 언론은 대자보의 필자가 진보정당의 당원이었다는 사실을 들어 이를 ‘운동권의 선동’인 것처럼 몰아갔다. 메시지가 아니라 매신저를 공격해 메시지를 사라지게 만드는 방법인 셈이다. 이밖에도 재벌이 뉴스에 가하는 입김, 뉴스를 가장한 광고, 자사 이기주의 보도 실태로부터 저널리즘과 멀어지는 ‘뉴스의 미래’까지, 우리 언론이 지닌 거의 모든 문제점들을 적시하고 있다.

   
 

이 책에서는 크게 세 가지 유형으로 분류하는데, ‘원인과 결과, 전제 조건을 따지지 않는 기사’, ‘행간으로 본질을 흐리는 기사’, ‘자사의 이해관계에 따른 보도로 팩트를 왜곡하는 기사’들이 그러하다.

책의 예제는 모두 실제 언론의 사례다. 월간조선이 아무런 연관도 없는 안철수와 이석기를 어떻게 엮어 장사를 하는지, 보수신문들이 ‘세월호’와 ‘종북’을 엮어내 대중과 분리시키기 위해 얼마나 안간힘을 쓰는지, 문창극 친일발언 단독보도 기회를 얻은 SBS는 왜 KBS와 달리 보도를 하지 않았는지 등, 대중이 기억해야 할 언론의 부끄러운 면을 가감 없이 담아 그 자체로 하나의 기록물로서 가치가 있다.

일부 뉴스는 보지 말라고 전하는 대목은 과감하다. 아무리 뉴스를 열심히 읽고 본다고 한들 알아들을 수 없는 뉴스가 있다. 그 중에는 같은 정책에 대해 종편과 지상파, 조중동과 지상파가 이해관계에 따라 상반된 목소리를 내는 경우가 많다. 조윤호 기자는 이 같은 기사를 ‘스킵’ 할 것을 권한다. 알랭 드 보통이 저서 ‘뉴스의 시대’에서 “뉴스를 보지 말고 기차여행을 떠나라”고 조언한 것처럼 불필요한 뉴스는 걸러서 볼 필요가 있다는 이야기다.

뉴스는 독자를 행해 끊임없이 질문을 던진다. 그러나 맥락 뒤에 감춰진 진실을 보지 못한다면 그들이 의도한 편견에 갇혀 흙탕물 속을 허우적거리게 된다. 이에 저자는 뉴스가 던지는 질문에 휘둘리기보다 그 질문에 반문하는 위치에 설 것을 주문한다. 독자들이 정당한 외압을 행사하고, 기자에게 정치권력에 맞설 수 있는 핑계가 되는 순간 뉴스는 살아남기 위해 자정작용을 시작할 것이다. 어떤 뉴스를 볼 것인가, 선택은 우리의 선물이다.  나쁜 뉴스가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아는 독자에겐 더 이상 나쁜 뉴스가 통하지 않는다. 지금 언론 불신이 오히려 뉴스를 다시 정의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저자 조윤호 기자는 “화려한 말의 성찬 뒤에 숨은 나쁜 뉴스의 진짜 생각을 찾아내야 한다”고 말한다. “정치, 자본, 회사가 휘두르는 외압이 아니라 뉴스에 대해 따져 묻는 독자들의 외압”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 외에도 저자는 보수 언론의 고질적인 병폐와 구조적 모순부터 신뢰의 아이콘으로 자리매김한 JTBC 손석희 앵커에 대한 심도 있는 분석까지, 보수 진보를 가리지 않고 자신이 몸담고 있는 언론계의 명암을 가감 없이 파헤친다. 그리고 지금이야말로 뉴스의 정의를 다시 생각할 때라고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