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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익재단 통한 재벌 편법상속 손본다

공익재단 통한 재벌 편법상속 손본다

더민주, 공익재단 통한 재벌 지배권 강화에 제동 거는 법안 제출… 새누리당 대응은 정무위원장직 사수

20대 국회가 개원하면서 야당 의원들이 총선에서 강조한 경제민주화 관련 법안을 제출하고 있다. 초점은 재벌개혁, 그 중에서도 공익재단의 의결권 제한으로 모아진다.

박 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7일 오전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공익재단이 취득 및 소유하고 있는 재벌(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의 출자 계열사 주식에 대한 의결권 행사를 금지하는 내용의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안’을 1호 법안으로 발의하겠다고 밝혔다.

박 의원은 “공익법인은 개인이나 기업의 이익을 사회에 환원하기 위한 사회공헌활동의 일환으로 설립된 법인으로 그 보유자산은 공익에 이바지하려는 목적에 적합하도록 사용되어야 한다. 그러나 재벌 계열 공익법인들은 주로 계열사 주식을 기부 받아 장기 보유하거나 계열사주식을 매수하는 등 공익목적활동보다는 지배주주의 지배력을 유지 또는 강화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대 표적인 사례가 삼성공익재단의 삼성물산 주식 매입이다. 지난해 말 삼성물산이 제일모직을 합병하는 과정에서 공정거래위원회는 합병이 이루어지면 순환출자 고리가 늘어난다며 삼성SDI의 삼성물산 지분 중 2.6%에 달하는 500만주를 2016년 3월1일까지 처분하라고 요구했다. 이에 따라 2월25일 삼성생명공익재단이 500만 주 중 200만주를 매입했다.

▲ 삼성생명공익재단 홈페이지 갈무리.

이 러한 주식 매입을 두고 비판이 일었다. 삼성재단의 이사장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삼성재단의 주식매입으로 이 부회장의 삼성물산 지분율이 16.5%에서 17.2%로 늘어났기 때문이다. 공익재단이 재벌가 오너의 경영권 강화에 이용됐다는 것이다. (관련 기사 : 국세청, 삼성공익재단 증여세 부과 검토)

삼 성 외에도 지난해 금호아시아나그룹이 금호아시아나문화재단과 죽호학원을 동원해 금호산업 주식을 시가보다도 비싸게 매수한 적이 있다. 이런 주식 매입이 의결권 행사로 이어지면서 공익재단의 자산을 이용한 재벌가의 지배력 강화가 실현되는 셈이다.

박용진 의원이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5년 기준으로 36개 재벌 계열사의 주식을 65개 공익법인이 갖고 있었고 이 주식을 통해 의결권을 행사했다. 박용진 의원실 관계자에 따르면 삼성공익재단의 경우 삼성생명의 의결권을 행사하는 데 있어 어떤 안건이든 100% 찬성 입장을 내놓고 있다.

박용진 의원이 발의할 예정인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안’은 11조 2항에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재벌)에 속하는 회사를 지배하는 동일인의 특수관계인에 해당하는 공익법인은 취득 또는 소유하고 있는 주식 중 그 동일인이 지배하는 회사의 국내 계열회사 주식에 대하여 의결권을 행사할 수 없다’는 규정을 신설하는 것이다.

박 의원은 “현재 대기업들이 공익법인에 주식을 증여・매수해 편법으로 지배력을 강화하고, 편법 상속・증여하고 있는 상황이니 공익법인이 설립 취지에 맞는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이며, 이 법이 통과될 경우 공익법인을 이용한 재벌의 편법적 지배와 증여 문제들을 크게 해결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해당 법안에는 총선 때 ‘경제민주화’를 외쳤던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대표도 서명했다.

▲ 박용진 의원이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제출받은 ‘대기업계열 공익법인들의 국내 계열사주식 보유현황자료’ 일부 발췌

박용진 의원이 발의할 예정인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안’은 지난 19대 국회 때 박영선 의원이 대표발의했던 법안이다. 당시 박영선 의원실에서 법안을 만들었던 정책보좌관이 20대에 박용진 의원실에서 같은 내용의 법안을 다시 발의한 것.

박영선 의원도 7일 19대 국회 임기만료로 폐기된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안’을 발의했다. 박 의원은 “지난 19대 국회에서 재벌의 편법상속과 불법이익취득에 대한 문제 그리고 공익재단을 통한 편법지배구조 문제를 수차례 지적하고 이를 바로잡기 위한 법안들을 발의했었지만, 정부와 여당의 반대로 제대로 논의조차 되지 못했다”며 “20대 국회에서는 세금을 내지 않고 편법으로 재산을 상속‧증여하는 재벌가들의 빗나간 행태를 반드시 바로잡기 위해 재벌개혁 법안들을 발의했다”라고 강조했다.

박영선 의원은 ‘상속세 및 증여세법 개정안’도 발의했다. 현행 상속세 및 증여세법의 ‘성실공익법인제도’ 따르면 ‘성실공익법인’으로 인정받은 공익재단은 10% 이하의 계열사 지분을 인수할 때 상속‧증여세를 내지 않아도 된다. 일반 공익법인은 이 상한선이 5%다. 삼성생명공익재단은 성실공익법인에 해당한다.

박영선 의원이 발의한 ‘상속세 및 증여세법 개정안’은 이러한 성실공익법인제도를 아예 폐지하는 내용이다. 19대 때 발의했으나 여당의 반대로 폐기됐다.

앞서 6일 채이배 국민의당 의원 역시 재벌의 편법적인 경영권 승계에 공익재단을 활용하는 것을 제한하는 법안을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재벌개혁에서 두 야당의 공조가 이루어질 수도 있다는 점을 암시한다.

새 누리당의 대응은 재벌개혁 관련 의제가 다뤄질 정무위원회 위원장직을 사수하는 것이다. 새누리당은 여러 상임위 중 청와대를 다루는 운영위원회, 대기업을 다루는 정무위원회를 내줄 수 없다는 입장이다. 당초 기재위원회 위원장을 새누리당이 가져가는 대신 정무위 위원장직은 야당에게 내줄 수도 있다는 입장을 취했으나 입장이 바뀌었다.

새누리당의 이러한 입장에 재벌 대기업의 인식이 반영됐다는 해석이 나온다. 희망상임위로 정무위를 신청한 한 더민주 의원은 “대기업에서 로비를 많이 했던 모양이다. 아마 정무위 위원장을 야당이 맡으면 국정감사 때 기업인들을  증인으로 채택해서 골치 아파질 것이라 생각하는 모양”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