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나의 글 /기사

“개헌 필요하다”는 입장만 일치하는, 정치권의 동상이몽

“개헌 필요하다”는 입장만 일치하는, 정치권의 동상이몽

‘친박 총리’ 가능한 이원집정부제 선호하는 친박, 야권은 ‘대권 주자냐 아니냐’에 따라 입장 천차만별

정치권에 개헌 바람이 불고 있다. 정세균 국회의장이 개헌의 필요성을 강조한 데 이어 ‘20대 국회 전반기’ ‘4월 보궐선거 즈음’ 등 개헌의 구체적인 시점까지 제시되고 있다.

여 야를 가리지 않고 오래 전부터 개헌이 필요하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정세균 국회의장은 16일 기자간담회에서 “내가 여당 대표이던 2007년부터 거의 10년 간 개헌에 관한 논의가 있었다”며 “그냥 논의만 계속할 것이 아니라 매듭지을 때도 된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하지만 각 정치세력이 그리는 개헌의 그림은 너무나 다르다. 이는 개헌이 권력구조 개편과 직접적으로 연동되고, 정치세력에 따라 이해관계가 갈리기 때문이다. 새누리당 내 친박 계 일각에서는 이원집정부제로의 권력구조 개편을 선호하는 목소리가 있다.

이원집정부제란 대통령이 국방, 외교 등 외치를 담당하고 국회에서 배출하는 총리가 내치를 담당하는 제도다. 친박 홍문종 의원은 2015년 11월12일 KBS ‘안녕하십니까 홍지명입니다’ 인터뷰에서 “20대 국회에서는 개헌을 해 권력구조를 이원집정부제로 개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기문 대통령-친박 총리’에 대해 묻는 진행자의 질문에도 “가능성이 있는 이야기”라고 말했다.

이원집정부제가 도입되면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외치에 강한 대통령’으로 부각될 가능성이 있다. 거기다 친박이 총리를 차지하면 권력을 잃지 않을 수 있다. 헌법학자 출신의 친박 정종섭 새누리당 의원도 이원집정부제를 주장한다.

하 지만 새누리당 일각에서는 개헌 속도전을 경계하는 목소리도 있다. 권력구조 개편 이야기가 활발해질수록 박근혜 정부의 임기 말 국정운영 동력이 상실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원집정부제를 주장하던 홍문종 의원은 16일 SBS 한수진의 전망대 인터뷰에서 “개헌 문제가 수면 위로 오르게 되면 결국 정치는 올스톱”이라며 “개헌보다 노동법 문제 등에 관심을 더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정 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도 17일 비상대책위원회 회의에서 “국회에 개헌특위를 별도로 구성하자는 의견이 있지만, 지금 곧바로 개헌 논의에 들어갈 만큼 국민적 관심과 합의가 이뤄져 있는지 점검해야 한다”고 개헌 속도전에 제동을 걸었다. 청와대도 개헌에 반대하는 입장이다.

즉 새누리당 내 친박은 ‘반기문 대통령-친박 총리’ 그림을 만들기 위해서는 개헌을 이야기 해야하지만 현 정부의 국정운영 동력을 위해서는 개헌을 이야기할 수 없는, 이중적인 상황에 처해 있다. 친박이 야당 주도로 개헌 논의가 활발해지는 것을 내심 환영하고 있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야당은 새누리당보다는 개헌 논의에 더 적극적이다. 박지원 국민의당 원내대표는 “개헌은 지금이 논의의 적기로 조조익선(빠르면 빠를수록 좋다)”고 말했고 우윤근 전 더민주 의원(국회 사무총장 내정자)은 개헌 특위 구성을 제안했다.

하 지만 각자 그리는 그림은 다를 수밖에 없다. 김종인 더민주 비상대책위원회 대표와 박지원 국민의당 원내대표는 상대적으로 대통령 임기를 줄이고 연임을 가능하게 하는 ‘4년 중임제 개헌’보다는 내각제나 이원집정부제 등 총리의 권한이 강해지는 권력구조 개편을 선호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김 대표는 지난 3월16일 관훈클럽 토론회에 서 “대통령 취임한지 2~3년 지나면 ‘저 사람 언제 빨리 그만 두냐’ 하는 것이 일반여론인데 이런 상황에서 4년 중임제 개헌 해봐야 나라에 도움이 안 될 것 같다”며 4년 중임제 개헌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드러냈다. 박지원 원내대표는 지난 5월16일 국회에서 열린 학술대회에서 “대통령중심제에서 대통령이 바뀌지 않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다”며 내각제 혹은 이원집정부제 개헌을 주장했다.

반면 문재인 전 대표, 박원순 서울시장, 안희정 충남도지사 등 야권의 대권 주자들은 4년 중임제 개헌과 중앙정부의 권한을 지방정부에 분산하는 ‘분권형 개헌’을 주장한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지난 10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더 나은 민주주의와 미래지향적 대한민국을 위해 수정할 부분은 과감히 수정해야 한다”면서도 자세한 내용에 대해서는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이 런 그림의 차이는 ‘대권 주자이냐 아니냐’에서 나온다. 대권 주자 급 정치인들은 아무래도 자신이 대통령이 됐을 때 자신이 주도하는 개혁을 생각하기에 이원집정부제나 내각제보다는 대통령 권한을 유지하는 개헌을 선호한다는 것. 반면 대권 주자는 아니지만 총리는 충분히 가능한 경력의 박지원 원내대표나 김종인 대표 등 다선 의원은 이원집정부제, 내각제를 더 선호한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이 는 반기문 사무총장을 제외한 여당의 유력 대선주자들도 마찬가지다. 오세훈 전 서울시장, 유승민 의원 등도 4년 중임제 개헌에 찬성하는 입장이다. 김종인 대표는 3월16일 관훈클럽토론회에서 “새누리당에서 개헌논의가 나오는 건 마땅한 대통령 후보가 없기에 적당히 내각제 비슷하게 개헌해서 정권 연장을 한 번 해보자는 취지에서 개헌 논의가 나온 거라고 본다”며 “일반적으로 정치에 뜻을 가지신 분들은 개헌을 원치 않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권력구조 개편 외의 개헌을 주창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비박 계 대권주자 중 한 명인 남경필 경기도지사는 여러 언론과 인터뷰에서  “헌법을 고쳐서라도 아예 청와대와 국회를 다 (세종시로) 옮기는 것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개헌 논의가 자칫 산으로 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