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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남기 과잉진압 검증하자는데 ‘자극적’이라고?

백남기 과잉진압 검증하자는데 ‘자극적’이라고?

물대포 직사살수 시연회, 경찰 거부로 무산… ‘허공에 쏘자’고 주장하다 ‘표지석 살수’ 주장


지난해 민중총궐기 집회 당시 경찰의 백남기 농민에 대한 과잉진압을 검증하기 위해 더불어민주당 안전행정위원회 소속 의원들이 요구한 물대포 시연회가 무산됐다. 백남기 농민과 유사한 크기의 인체모형을 상대로 시연회를 하자는 의원들의 요구를 경찰이 ‘자극적’이라는 이유로 거부했기 때문이다.

더민주 안행위 의원들은 당초 29일 11시 서울청 기동본부에서 ‘물대포 안전성과 민중총궐기 사고 상황 확인을 위한 살수차 내외부 작동 시연회’를 가질 예정이었다. 지난해 11월 14일 민중총궐기 때 백남기씨를 가격하는 데 사용된 살수차와 동일연식 동일모델의 살수차로 시연함으로써 백남기씨에 대한 직사살수의 위험성을 검증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이 시연회는 무산됐다. 더민주 안행위 의원들은 29일 오전 9시경 기자들에게 보낸 메시지를 통해 “금일 서울청 기동본부에서 진행하기로 하였던 물대포 내외부 시연회는 더민주 안행위원들과 경찰측의 시연 조건 협의가 되지 않아 잠정 연기되었다”고 밝혔다.

더민주 안행위 소속 의원들은 시연회가 무산된 이유가 경찰이 백남기씨의 신체조건과 유사한 인체모형을 대상으로 시연회를 하자는 의원들의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의원들은 29일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경찰은 우리의 계획과 달리 형식적인 시연과 불성실한 응대로 실망스런 모습을 보여주었다”고 밝혔다.

안행위 의원들은 “우리는 지난해 살수 당시의 상황을 재연함으로써 그 위험성을 따져보고자 했으나, 경찰은 표적 없는 허공의 살수를 고수하다 결국 실제 사람에게 살수할 때와는 비교할 수 없는 표식판 설치를 제시했고, 백남기 농민의 가족이 참관하도록 해달라는 요구에도 끝내 불응했다”며 “언론을 비롯한 전문가들과 가족은 이런 시연이라면 아무것도 확인할 수 없다고 비판했고 이에 우리는 물대포의 위험성 검증과는 거리가 먼 물대포 합리화에 국회 상임위 위원들을 동원하려는 의도로 간주하고 당초 예정된 경찰의 물대포 시연을 거부하기에 이르렀다”고 설명했다.

더민주 안행위 의원들은 백남기 사건 진상규명 차원에서 살수차를 국회로 가져와 시연회를 가져야한다고 요구했다. 안행위 소속 진선미 의원은 지난달 29일 안행위 전체회의에서 “살수차의 안정성 여부가 심각한 문제이기에 살수차를 국회로 가져와서 시연할 수 있게 도와달라는 요구를 거부하고 있다. 소방차도 국회에 온 적이 있다”며 “협조 요청했더니 나중에는 같은 기종의 살수차를 비공개로 보여주겠다고 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강신명 경찰청장은 “장비가 (국회로) 오는 건 적절치 않기에 기동본부에 오시면 보여드리겠다”고 답했다.

그래서 기동본부에서 물대포 시연회가 열리게 됐으나 경찰이 인체모형을 상대로 한 물대로 시연회를 받아들이지 않았다는 것이다. 안행위 더민주 간사를 맡고 있는 박남춘 의원은 기자회견 후 백 브리핑에서 “3주라는 시간이 있었고 실무적으로 논의를 했는데 당초 경찰은 공중에 대고 살수하겠다는 입장을 꽤 오랜 기간 고수했다. 그래서 청장에게 (시연회의) 취지와 맞지 않는다며 위험성을 검증하고 진전된 대안을 만들기 위해 표적살수를 하자고 했다”고 말했다.

박 의원은 “백남기 농민은 머리에 직수살수를 맞았다. 따라서 무게중심이 사람과 유사하게 만들어진 인체모형을 상대로 수압의 차이에 따라 어떤 변화가 있는지, 위험성이 있는지 검증하는 것이 핵심”이라며 “그래서 165cm에 60kg인, 백남기 농민의 실제 모습을 재연하는 인체모형을 대상으로 시연을 해야 국민적 신뢰 얻을 수 있다고 말했으나 경찰이 수용하지 않았다. 어제 대안으로 경찰이 표지석을 가져왔는데 표지석은 사람과 무게중심도 다르고 몇kg 짜리를 쓰느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지기에 직사살수의 위험성을 알려줄 수 없다”고 강조했다.

박 의원은 또한 “우리는 국민이 납득하려면 전문가들의 검증이 필요하다고 봤다. 경찰도 전문가를 데려오고 우리 쪽에서도 전문가가 가서 검증햇으면 좋겠다고 했는데 경찰이 수용하지 않았다”며 “이런 조건들에 대해 끊임없이 문제제기하고 논의해나가겠다. 곧 경찰청장 교체되는데 신임 내정자에게 관련 입장을 묻고 조건이 관철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경찰이 인체모형을 상대로 물대포 시연을 거부한 이유는 ‘자극적’이라는 것 때문이다. 박 의원은 “언론에 공개했을 때 시연회가 자극적이지 않겠나. 사람을 향해 쏘는 듯한 모습이 과도한 현상으로 보여질 수 있다는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 박남춘 의원이 공개한 경찰의 물대포 안전성 테스트 사진.
하지만 경찰은 이미 사람을 상대로 한 물대포 안전성 시험을 실시한 적이 있다. 지난달 29일 박남춘 의원이 경찰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경찰은 물대포에 대해 자체 안전성 검사를 실시했다. 하지만 경찰청이 진행한 셀프 테스트 사진을 보면 실험대상자인 경찰이 물대포를 등지고 있어 신체 안면이나 전면 공격 시 어느 정도 충격을 받는지 등은 제대로 검토되지 않았다.

안행위 소속 박주민 의원은 “이미 공개한 물대포 실험 영상을 보면 사람이 물대포를 맞는다. 그러면서 (테스트 결과) 괜찮다고 했다”며 “그런데 사람 모양의 표적을 상대로 발사하는 게 그렇게 선정적 장면 연출한다는 것인가. 어떤 위험이 창출되는지 꼭 필요한 절차이자 방법”이라고 주장했다. 박남춘 의원도 “경찰이 살수차 물대포를 실험할 때 이미 경찰을 상대로 했다. 근데 왜 인체모형 가지고 못하나“라고 반문했다.

더민주 안행위 의원들은 새누리당을 향해서도 국회 차원의 청문회를 열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백남기 농민의 쾌유와 국가폭력 규탄 범국민대책위’는 28일 기자회견에서 백남기씨의 생명이 지난주부터 매우 상태가 악화돼 위중한 상태며 예상 가능한 생존 시간이 2~3주가량 밖에 남지 않았다고 전했다. 

더민주 안행위 의원들은 “새누리당은 국민을 향해 살인적 폭력을 휘두른 국가 권력에 언제까지 눈 감고 손 놓고 있을 것인가. 야3당이 요구한 청문회를 즉각 수용하라”며 “경찰은 한 치의 의혹이 없도록 우리의 요구를 반영해 살수차의 위험성 검증에 응하라. 8월에 있을 경찰청장 인사청문회를 통해 충분히 검증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