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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 집권야당 전략 ‘속 빈 강정’ 될라

더불어민주 집권야당 전략 ‘속 빈 강정’ 될라

[뉴스분석] “반대만 하지 않는다” 기조 내세웠으나 우병우도 못 날려…이제부터 ‘여소야대’ 적극 활용한다?


총선 이후 정치권에는 ‘집권야당’이라는 신조어가 생겨났다. 더불어민주당이 ‘수권정당’을 목표로 내세우고 정치현안에 대해 신중한 입장을 취하면서 생겨난 말이다. 20대 국회 들어서 3개월 동안 이어지던 ‘집권야당’ 전략에 변화의 조짐이 오고 있다.

더민주의 ‘집권야당’ 전략은 김종인 대표 영입으로부터 시작됐다. 문재인 전 대표는 지난 1월 경제민주화의 상징이던 김종인 대표를 비상대책위원회 대표로 영입했다. 김 대표는 연일 ‘수권정당’을 강조했다. 수권정당이란 한 마디로 정부정책에 무조건 반대만 하지 말고 국민들을 설득할 수 있는 대안을 내놔야한다는 것이다. 

총선 이후에도 김종인 대표는 ‘수권정당이 되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김 대표는 4월15일 총선 캠프 해단식에서 “정당이 국회의원만 배출하고 항상 2등이라는 멍에 속에 앉아 국회의원이 마치 정치를 즐기는 것 같은 인상을 국민들에게 줄 것 같으면 국민들이 정치를 배격하고, 정치가 배격되면 나라 발전에도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한다”고 말했다. ‘만년야당’에서 벗어나라는 말이다.

김 대표는 또한 “당의 체질을 변경시키면 저는 내년에 확실하게 정권교체를 할 수 있다는 확신을 갖고 있다. 여러분들이 과거의 어느 개념에 사로잡히거나 정체성이니 뭐니 이런 데서 탈피해서 개방적으로 ‘국민의 정체성에 어떻게 다가갈 수 있느냐’는 점에서 모두 협력해 정권교체를 이뤄야만 당의 꽃이 필 수 있다”고도 했다. 

더민주는 총선 이후 집권야당 전략을 유지하며 새누리당에 협조할 것은 협조한다는 입장을 취했다. 사드 배치에 관해 찬성도 반대도 하지 않은 ‘신중론’을 취한 것이 대표 사례다. 더민주 지도부가 내세우는 신중론의 근거는 수권정당으로서 함부로 반대를 표명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지난 7월12일 열린 의원 간담회에서도 더민주의 일부 의원들은 “수권세력으로서 국가를 경영하는 문제, 집권이후의 문제 등도 염두에 두고 전술적 모호성을 유지하며 국민들의 입장에서 활동해야 한다” “굳이 현 시점에서 당론으로 사드에 대한 입장을 정하는 것이 전략적으로 정무적으로 바람직하지 않다”는 입장을 취했다. 이 자리에 참석한 한 의원은 “비례들이 신중론을 많이 취했다”고 전했다. 김종인 대표 체제하에서 국회에 입성한 비례대표들이 ‘집권야당’ 전략의 선두에 서고 있다는 뜻이다.


이러한 더민주의 행보에 대해서는 평가가 엇갈렸다. ‘야당성을 상실했다’는 부정적인 평가가 당 안팎에서 제기됐으나 더민주가 정부여당을 비판하는 데만 머물지 않고 있다며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우상호 원내대표가 7월18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사드 신중론에 대해 “‘더민주가 변화했구나’라는 징표로 평가할 수도 있는 것”이라고 설명한 것이 대표적인 긍정적 평가다. 우 원내대표는 “견해가 다르면 곧 계파갈등하고 싸우고 그렇게 해야 정치본연의 기능이 살아나겠나. 당론 정하나 안 정하나, 김종인 대표와 우상호 원내대표 간의 견해가 다른가 같은가 이런 것만 취재하지 말고 공존하면서 갈 수 있는 게 신기하다, 이렇게 가야되는 거 아니냐는 점도 유심히 볼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문제는 ‘집권야당’ 전략의 한계점이다. 정부여당을 비판하고 정부여당의 실책을 강하게 질책하길 바라는 야당 지지층이 언제까지 참아줄 수 있을지가 이 전략의 유효성을 결정한다. 따라서 집권야당 전략은 가시적인 성과를 보여야한다. 다양한 이슈에 개입해 비판을 늘어놓는 것은 자제하더라도 실제 성과로 보여줄 수 있는 한 가지에 집중해 야당 지지층에게 결과로 보여줘야 한다는 뜻이다.

더민주가 선택한 그 한 가지가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이었다. 더민주는 ‘우병우는 반드시 끌어내린다’는 자세로 우 수석을 집중 공략했다. 보수언론이 앞장서서 보도한 우 수석 관련 의혹이 박근혜 정부의 국정운영 난맥상을 드러낼 수 있는 핵심이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더민주의 한 관계자는 “이건희 회장 성매매 보도가 나왔을 때 더민주에서 논평 하나 안 나왔다고 비판하는 목소리도 있었는데 사실 당 지도부는 우병우 의혹이 묻힐까 더 신경쓰고 있었다”고 전했다. 

하지만 박근혜 대통령은 우병우 수석을 내치지 않았다. 집권야당 전략이 박근혜 대통령의 ‘마이웨이’에 부딪친 것이다. 나아가 세월호 특별법 개정안, 백남기 농민 청문회, 서별관 회의 청문회 등 야당의 요구사항을 새누리당이 번번히 거부하는 상황도 반복됐다. 

우상호 원내대표가 1일 단식농성 중인 이석태 세월호 특별조사위원회 위원장을 만나 “원내대표가 되고 나서 3개월동안 참고 또 참았다”고 말한 이유다. 우 원내대표는 세월호 특별법 개정에 대해 “이제는 여야간 협상만으로 해결이 쉽지 않겠다고 판단을 내렸다”고 말했다. 더민주 원내지도부가 세월호 특별법 개정을 전면에 들고 나온 것은 여소야대 정국에서도 세월호 진상규명이 제대로 풀리지 않고 있다는 안팎의 비판을 의식한 결과라 할 수 있다. 

나아가 야3당 원내대표는 3일 회동을 갖고 새누리당이 각종 현안에 대한 입장을 바꾸라며 압박을 가했다. 우 원내대표는 이 자리에서 “결론적으로 여소야대 국면에서 소수여당이 다수야당의 발목을 잡고 있다. 여소야대 국회의 위상에 걸맞게 그동안 야당이 주장한 내용에 대해서 정부여당이 전향적인 양보안을 낼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우 원내대표는 백남기 농민 청문회에 대해서도 “야3당 원내대표들은 여당이 청문회를 안받아도 야3당끼리 진상을 밝히기 위한 청문회를 열기로 했다”고 말했다.  집권야당 전략이 통하지 않았고, 이제 여소야대 상황을 적극 활용하겠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더민주는 추경, 국회 의사일정과 여러 현안을 연계하겠다는 의사도 내비치고 있다. 보수언론과 새누리당이 늘 ‘발목잡기’라고 비난하던 방식이다. 정진석 원내대표는 4일 비상대책위원회 회의에서 “민생경제, 일자리, 먹고 사는 문제와 관련 없는 이러고도 여당을 추구하는가. 정치공세당으로는, 발목잡기 당으로는 평생 야당밖에 못한다”고 말했다. 더민주가 ‘집권야당’ 전략에서 벗어나고 있음을 지적한 말이다.

더민주 지도부도 이런 비난을 의식하고 있다. 우상호 원내대표는 4일 정책조정회의에서 “일각에서 더불어민주당의 기조가 바뀌지 않았느냐고 서둘러 분석하는 분이 있는데 더불어민주당의 정국운영 기조는 변화가 없다고 분명히 말씀드린다”며 “지금도 상임위에서 추경안을 열심히 심의하고 있다. 국회는 쉬지 않고 일하고 있다. 구태정치라고 미리 예단하여 비판하지 말아 달라”고 강조했다.

‘집권야당 전략’이 유효한지는 대선을 앞두고 결국 당내 노선투쟁으로 번지게 될 것이다. 더민주 정책위부의장을 맡고 있는 최운열 의원은 4일 MBC 시선집중과 인터뷰에서 ‘김종인 대표가 휴가를 간 이후에 야당의 선명성이 강조되는 측면도 있다’는 질문에 “일부에서 그렇게 우려하시는 분들이 있다”고 답했다. 

최 의원은 이어 “소수야당 같으면 사드 문제가 터졌을 때 ‘반대’ 당론을 정하긴 쉬웠을 것이다. 그러나 내년 수권을 앞둔 이 시점에서 책임감이 더 크지 않겠나”라며 “우리가 정권을 잡았을 때 어떻게 대응할 거냐, 이런 것까지 종합적으로 판단해서 하는 것이기 때문에 그렇게 하면서도(사드 신중론) 또 개별 의원들은 자유롭게 한다, 이런 스탠스를 유지하는 게 바람직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시점은 8.27 전당대회 이후가 될 가능성이 높다. 당 대표 후보인 송영길 의원은 4일 기자들과 오찬 자리에서 “(사드에 반대하더라도) 지금 지도부와 각을 세우는 방식보다 유보하는 방식을 보이고 있다. 싸우는 모습은 보기 좋지 않다”며 “8월 27일 전당대회 이후에 공식 지도부가 당론을 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바꿔 말하면 공식 지도부가 들어선 이후 집권야당 전략을 둘러싼 논쟁이 본격화될 수 있다는 뜻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