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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조각 내서 인양? 진상규명은 포기했나?

세월호 조각 내서 인양? 진상규명은 포기했나?

‘미수습자 수습’ 강조하며 객실 구역 분리인양 방침… “제1증거물인 선체 훼손, 진상규명은 영구미제로”


해양수산부가 세월호 인양 과정에서 세월호를 절단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선체에 천공을 내는 작업에 이어 인양과정에서 세월호 선체가 훼손되는 일이 이어지고 있다. 선체조사를 진상규명작업과 별개로 보는 정부의 인식이 반영됐다는 비판이 나온다.

해수부는 29일 보도자료를 통해 “지난 1개월간 전문가들이 세월호 인양 후 선체를 정리하는 방식을 집중 분석한 결과 세월호가 눕혀진 상태에서 객실 구역만 분리하여 바로세운 후 작업하는 방식(객실 직립방식)이 가장 적합하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밝혔다. 

해수부는 지난 6월15일 객실 직립방식을 제안한 ‘코리아쌀베지’를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고 미수습자 가족, 유가족, 세월호특별조사위원회(특조위)를 상대로 설명회를 개최했다. 하지만 유가족과 특조위는 객실 구역만 분리하는 과정에서 선체가 대규모로 훼손될 것을 우려했고 이에 해수부는 ‘세월호 인양선체정리 기술검토 TF’를 구성해 대안을 검토했다.

기술검토TF는 △객실직립방식 △유가족이 제시한 인양 후 객실 분리없이 수직으로 진입하여 수습하는 방식(수직 진입방식) △선체를 육상에서 바로 세우는 방식(육상 직립방식) △선체 전체를 수중에서 바로세우는 방식(수중 직립방식) 총 4가지를 상대로 기술검토를 진행했다. TF는 검토 후 객실을 분리하는 객실직립방식을 선택했다.

특조위는 선체 훼손을 우려해 반발하고 있다. 특조위는 29일 발표한 입장문에서 “해수부가 제시한 선체 절단이 행해지면, 조타실에서 러더에 이르는 복잡한 작동 기제가 전면 절단된다”며 “이는 참사 원인에 대한 기기결함 가능성을 제기한 대법원의 판단을 전적으로 무시하는 결정이며 세월호 참사의 제1의 증거물인 선체를 훼손함으로써 세월호참사 진상규명조사를 영구미제로 남기겠다는 의도라고 볼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세월호 인양과정에서 벌어진 선체 훼손이 논란이 된 적은 또 있다. 해수부는 지난 12일 당초 계획에 없던 선체 구멍 뚫기(천공) 추가작업에 착수했다. 세월호 선체를 물 위로 들어올릴 때 선내에 남은 바닷물의 무게로 인해 하중이 가해지는 상황을 방지하기 위해 선체 하부에 15㎝×30㎝ 크기의 직사각형 배출구 34개를 뚫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특조위는 천공으로 인한 선체 훼손이 우려된다고 밝혔다. 특조위는 12일 보도자료에서 “천공의 대상인 탱크는 세월호의 정상적인 운항 여부를 파악하기 위한 기본적인 조사대상”이라며 “대법원에서도 세월호 침몰 원인규명에 대해 예시‧열거한 기관실, 보조기실, 축실, 타기실 등이 포함돼 있다. 필수적 조사대상을 훼손하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해수부와 특조위의 인양 방식에 대한 입장 차이에는 인양을 바라보는 관점의 차이가 반영돼 있다. 특조위와 유가족은 세월호 인양을 통해 미수습자 수습은 물론 진상규명으로 나아가야한다는 입장이다. 따라서 참사의 제1 증거물인 선체가 훼손되서는 안 된다. 하지만 해수부에게 인양의 제1목표는 ‘미수습자 수습’인 것으로 보인다. 

해수부가 선체훼손이 큰 객실직립방식을 선택한 이유도 미수습자 수습을 가장 빨리 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해수부는 보도자료에서 “객실 직립방식은 객실부만을 분리하여 바로 세운 상태에서 작업을 하고 미수습자 수습에 60일가량 소요되어 가장 신속하고 안전하게 수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수직 진입방식은 수습에 120일 가량, 육상 직립방식은 150일, 수중 직립방식은 163일 정도 소요된다고 한다.

연영진 해수부 세월호선체인양추진단장 역시 “선체 정리과정에서 한 건의 안전사고도 없이 9명의 미수습자들이 하루라도 빨리 온전하게 가족에게로 돌아갈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며 미수습자 수습을 강조했다. 

해수부가 진상규명을 위한 인양과 미수습자 수습을 동시에 추진할 수 있는데도 후자에만 초점을 맞춘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권영빈 특조위 진상규명소위 위원장은 30일 특조위 대회의실에서 열린 브리핑 자리에서 “‘온전한 인양’을 빼고 ‘미수습자 수습’만을 인양 목적으로 언급하는 해수부의 태도는 국민의 기대를 저버리는 행위”라며 “세월호 인양 선체 정리용역에 응찰했던 업체 중 절단 방식을 쓰지 않고도 미수습자를 더 빨리 수습할 수 있다고 제안한 곳이 있었다.인양 방식에 면밀한 검토가 있었는지 의문스럽다”고 지적했다. 

해수부가 조사기간 종료를 통보받은 특조위를 상대로 세월호 인양 작업에 대해서는 의견을 공유하는 것도 인양 및 선체조사는 진상규명 활동과 관계없다는 인식이 반영된 것이다. 정부는 특조위의 조사기간이 6월30일로 끝났다며 예산을 배정하지 않았다. 해수부는 보도자료를 통해 9월1일~2일로 예정된 특조위 청문회에 법적인 근거가 없다고 주장했다. 종합보고서와 백서의 작성․발간’을 위한 기간이기에 조사활동에 해당하는 청문회는 할 수 없다는 논리였다.

하지만 해수부는 선체정리 작업에 특조위 참여를 보장하겠다는 입장이다. 해수부는 6월21일 보도자료에서 세월호 선체가 육상에 거치되면 특조위가 선체조사를 수행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고 발표했다. 인양 과정에서 특조위의 의견도 구하고 있다. 뒤집어 말하면 해수부가 인양 및 선체조사를 조사활동으로 인식하지 않고 있다는 뜻이다. 

특조위는 9월1일~2일 열릴 청문회에서 이런 인양과정을 검토하기 위해 연영진 해수부 세월호인양추진단 단장, 김현태 해수부 세월호인양추진단 부단장, 장기욱 해수부 세월호인양추진단 인양추진과장 등을 증인으로 채택했다. 하지만 해수부가 청문회는 개최될 수 없다는 공식 입장까지 밝힌 상황에서 해수부 소속 증인들이 청문회에 나올 지는 미지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