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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구조인력 수백명 투입’ 기사는 어떻게 탄생했을까

세월호 ‘구조인력 수백명 투입’ 기사는 어떻게 탄생했을까

해경 본청이 “아무것도 안했다 하면 안 될 것 같다”고 말한 뒤 탄생한 ‘구조인력 160명’ 자료…“상황 은폐하고 언론플레이”


9월2일 열린 2일차 세월호 참사 특별조사위원회 청문회에서는 참사 이후 피해자를 대하는 국가조치의 문제점이 주로 다뤄졌다. 이 과정에서 참사 당시 거짓 논란을 빚었던 ‘구조인력 500여명 투입’ 관련 보도가 해경의 의도적인 뻥 튀기에 의해 탄생한 것이라는 의혹이 제기됐다.

3 차 청문회 청문위원을 맡은 신현호 특조위 비상임위원은 2일 청문회에서 “나쁜 소식이라도 피해자들에게 정보가 정확히 전달돼야 한다. 하지만 (참사 당시) 해경은 상황을 은폐하고 언론플레이를 했다”며 “언론은 그대로 보도해 피해자들을 화나게 만들었다”고 밝혔다. 신 위원은 특조위가 자체 조사한 결과를 공개했다.

신 위원은 “참사 당시 잠수나 선내수색이 이루어질 수 없는 상황이었다. 이는 현장에서 보았던 유가족과 잠수사 진술에서도 나타난다. 실제 잠수상황이 그런데 ‘잠수사 500명 투입’ 이런 이야기가 왜 퍼지게 된 걸까”라고 지적했다.

해 경이 공개한 ‘해경 상황보고서 6보’(2014년 4월16일 16시31분 발송)에는 ‘구조 및 수색진행 상황’에 대해 “수중수색 – 잠수요원 160여명(해경 118명, 해군 42명) 동원, 격실 등 생존자 확인을 위한 수색 실시”라는 대목이 나온다. 

▲ 2014년 4월16일 작성된 상황보고서 6보.
신 위원은 “그 이전의 상황보고에는 두 명이 투입됐다는 등 정확하게 작성된 내용이 있다. 그런데 6보에서 갑자기 160여명 동원됐다는 내용이 나오고 안전행정부 긴급브리핑에도 이 같은 내용이 등장한다”고 말했다.

신 현호 위원은 상황보고서 6보가 만들어지기 전인 4월16일 14시58분에 해경본청과 서해청 사이에서 이루어진 통화내역도 공개했다. 본청 상황실장이 ‘다이버들 선체수색을 몇 번 했나“라고 묻자 서해청 상황실 상황담당관은 ”들어갈 수가 없다. 4명이 들어가봤는데 다 배에 붙어버린다“고 답했다. 본청 상황실장이 ”큰일 났네 큰일났어“라고 하자 서해청 상황담당관은 ”이거 큰일 났다“고 말한다.

본 청과 서해청 사이의 대화는 같은 날 15시 15분에도 이루어진다. 본청 실장은 “오늘 다이버 중 몇 명이 들어갔나”라고 묻고 서해청 상황담당관은 “한 번 들어갔다 나오고 조류가 세서 대기하고 있는 모양”이라고 답한다. 이에 본청 실장은 “지금까지 아무것도 안했다 하면 안 될 것 같다. 조류 때문에 못 들어갔나”라고 묻고 서해청 담당관은 “네”라고 답한다. 본청 실장은 “그런 상황해가지고 보고서를 하나 해달라”고 요청한다.

▲ 9월 2일 세월호 특조위 청문회 관련 팩트TV 중계영상 갈무리.
신 위원은 2014년 4월19일 작성된 해경 내부보고서도 하나 공개했다. ‘진도 여객선 세월호 전복사고 관련 보고’라는 제목의 보고서에는 “지속적 모니터링으로 SNS 추이 변동 실시간 대응” “해경구조본부 브리핑 등 정확한 사실 주기적 제시, 현장 수색활동 사진 영상 등 수시 트윗하여 국민적 응원 분위기 조성 추진”이라는 내용이 나온다.  

신 위원은 “4월16일 수색이 아무것도 안 된 상황이 그대로 드러나면 안 된다 생각하고 (구조인력을) 160명으로 뻥튀기해서 쓰고 수색 실시한다는 내용을 쓴 것 아닌가. 6보는 다른 보고서와 달리 상황기획팀이 작성했다”며 “의도적인 것이라고 의심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신 위원은 이어 “김석균 해경청장이 4월 19 오후 진도체육관에서 500명의 잠수사가 투입됐다는 이야기를 하다가 피해자들로부터 거센 항의를 받았고 그럼에도 이 자료처럼 해경 관계자들 4월18, 4월19 브리핑할때도 몇 백명을 투입했다는 말을 썼다”며 “4월 19일 내부 보고서에는 ‘응원 분위기 조성 차원에서 sns 게재하고 홍보하라’는 말이 나온다”고 밝혔다. 해경의 이런 활동이 ‘500명 구조인력 투입’이라는 언론 보도로 이어진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청문회에 참고인으로 참석한 유가족들은 당시의 언론 보도에 대한 강한 불신을 드러냈다. 유가족 권미연씨는 “팽목항에 배 묶어놓은 데가 있는데 거기에서 MBC의 모 기자가 바람이 잔잔한 바다인데 엄청 파도가 치는 것처럼 연기하면서 녹화하고 있었다. 의아했는데 그런 식으로 보도가 나갈 줄 몰랐다”며 “그 근처에서 타방송의 여기자가 정부가 엄청 노력해서 대대적인 구조를 하는 상황이라고 보도해서 애들 아빠하고 실랑이가 있었다. 들어가 보지도 않고 어떻게 아냐고 어디서 거짓말하냐고 옥신각신하는 일이 있었다”고 말했다.

권씨는 또한 “조명탄 한 방 터트리는 데 언론에 크게 났다. 대대적으로 정부에서 애써서 구조하는 모습처럼 나왔다”며 “하지만 가족들이 애가 타서 더 터트려달라고 하자 해경은 조명탄이 없다고 구해와야 한다고 했다”고 설명했다. 

유 가족 정혜숙씨도 “4월16일, 17일 기자들에게 진실을 보도해달라고 빌다시피했다. 하소연하다시피 쫓아다니면서 엄청나게 인터뷰를 했는데, 가족들 편에서 나온 게 없었다”며 “우는 모습, 슬픈 모습, 쓰러지느 모습만 연출해 찍는 모습을 봤고 그래서 18일 진도체육관 기자들 모두 내쫓고 YTN 하나만 잡고 생중계를 했다. 그것이 가족의 첫 국민호소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