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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방'은 예의가 아니다? 새누리당의 무리수

'먹방'은 예의가 아니다? 새누리당의 무리수

새누리당, 정세균 부부동반 출장 안 먹히자 “방미 자체가 문제”라며 '팀킬'… 의혹 제기한 조원진은 ‘욕설 논란’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의 단식과 새누리당의 국정감사 보이콧이 이어지면서 정세균 국회의장 사퇴를 압박하기 위한 새누리당의 무리수가 이어지고 있다. 정 의장에 대한 무차별 폭로에 이어 SNS에 올린 음식 사진까지 사과하라고 발끈했다.

민경욱 새누리당 원내대변인은 9월30일 오후 브리핑에서 “이정현 대표가 곡기를 끊은 지도 5일째이다. 현재 이정현 대표는 구토와 어지럼증을 호소하며 말을 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라며 “그런데 오늘 오후 정세균 의원은 본인의 홍보를 위한 SNS에서 ‘먹방’을 운운하며 점심식사를 하는 사진을 올렸다”고 말했다.

민 대변인은 “집권여당 대표의 단식을 보란 듯이 비웃는 것으로 국회수장으로서 도저히 할 수 없는 비신사적이고 비인간적인 행동”이라며 정세균 의장이 SNS에 올린 짜장면 사진을 공개했다. 민 대변인은 “하필이면 이때 먹방 하시는 건가. 음식 먹는 사진을 올려놓고 조롱 하는 것은 동료의원에 대한 도리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얼른 국회로 돌아와서 손을 잡고 사과하시기 바란다”고 밝혔다.

이러한 논평은 이내 온라인에서 많은 비판을 샀다. 지나친 트집 잡기라는 것이다. 관련 기사에는 “앞에서 먹은 것도 아닌데 뭘 사과해야 되나” “그럼 같이 굶으라는 건가”라는 댓글이 줄을 이었다.

새누리당은 전날인 29일 정세균 의장의 ‘개인비리’ 이야기까지 꺼냈다. 비상대책위원장을 맡고 있는 조원진 최고위원은 최고위원·원내대표단 연석회의에서 “지난 뉴욕출장에서의 개인일정에 대한 일탈에 대한 그러한 제보도 있다. 국회의 돈을 가지고 지역구에 여러 가지 사항들을 소화했다는 제보도 들어오고 있다”고 말했다. 의장직 사퇴를 압박하며 폭로를 이어가겠다는 뜻을 드러낸 셈이다.

새누리당이 제기한 의혹은 정 의장이 방미 때 원내대표들과 달리 1등석에 탔고 부인을 동행했다는 것, 그리고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딸을 만나는 등 개인일정을 소화했다는 것 등이다. 뉴욕과 워싱턴 간담회 자리에서 시계 400개를 교민들에게 지급한 것을 두고 선거법 위반이라는 의혹도 제기했다.

하지만 의장실은 “외교적 망신”이라며 논란을 일축했다. 국회의장은 의전 서열 2위로, 해외 방문시 일등석으로 예우하도록 되어 있으며, 외국의 공식 초청을 받으면 부부 동반으로 가고 배우자의 경비를 공비로 지출하는 게 외교 의전이기 때문이다.

시계 증정의 경우에도 역대 국회의장들이 해외 동포 간담회를 할 때 선물을 증정하는 것이 관례였으며 박희태, 김형오, 정의화 전 국회의장 모두 선물을 돌렸다. 나아가 해외 교민들에게는 비례대표 투표권만 있기에 서울 종로가 지역구인 정세균 의장의 시계 증정이 선거법 위반이라는 주장은 말도 안 된다는 것이 의장실 설명이다.

이런 이유로 의장실은 법적 대응을 검토하겠다는 강경한 입장을 밝혔다.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도 29일 기자간담회에서 “의회 민주주의와 삼권 분립을 파괴하는 (새누리당의) 행위에 대해서는 우리 당도 법적 대응 등 엄중한 조치에 나설 것”이라고 강경 대응 방침을 밝혔다.

의혹 제기가 무차별 폭로였음이 드러나면서 새누리당은 주춤하고 있다. 처음 의혹을 제기했던 조원진 의원은 30일 최고위원·원내대표단 연석회의에서 “우리 운영위원회 간사인 김도읍 원내수석부대표는 운영위원회 차원에서 자료를 요청하고 있다. 이 자료에 대해 명확하게 자료 제출을 해주면 해명이 되는 것”이라며 문제가 자료 요청이라고 한 발 물러섰다.

같은 자리에서 이장우 최고위원은 “정기국회 중에 저는 의장을 포한한 원내대표 3인, 세분이 정기국회동안 미국에 공식초청이 없는데도 불구하고 미국출장을 의도적으로 만들어서 갔다면 매우 부적절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정 의장의 방미를 문제 삼기 위해 동행한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까지 공격한 것이다. 이에 조원진 의원이 “오해가 있을 수 있는데 의장이나 각 당 원내대표가 방미를 하는 부분에선 공식 일정들이 있다. 그 부분에 대해서는 우리가 이야기 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수습했다.

이 과정에서 의혹을 제기한 조원진 의원이 ‘욕설 논란’에 휩싸이는 일도 벌어졌다. 박원석 전 정의당 의원이 9월30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조원진 의원, 2015년에 정의화 의장 모시고 중국, 인도네시아 정부 초청 방문에 우리 같이 갔다. 그때도 의장님 사모님 동행했고 1등석 이용했다. 그게 규정에 따른 것이라는 걸 알면서 터무니 없는 소리 해댄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며 “그때 중국 조어대 로비에서 의장비서실 직원이 눈 마주쳤는데 인사 안했다고 술도 덜 깨서 육두문자 섞어가며 난리치던 거 생생히 기억한다. 감추기 어렵겠지만, 그 타고난 상스러움 좀 억제하며 살라“고 밝혔기 때문이다.

박 의원의 폭로로 조원진 의원의 이름이 포털 인기검색어 1위까지 오르며 큰 화제가 됐다. 조원진 의원은 “저는 제 입으로 국회의장 부인의 일등석 얘기를 한 적이 없다”며 “그런데도 불구하고 그것을 시비를 걸고, 전혀 하지 않은 얘기까지도 시비를 거는 문제에 대해서는 분명하게 법적대응을 할 수밖에 없다”고 반박했다. 이에 박 의원은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더 상세히 당시 상황을 얘기하고 싶지만, 법적조치를 한다니 기다리겠다. 허위사실인지, 아닌지 가려보겠다”고 밝혔다.

새누리당의 무차별 폭로는 더불어민주당 보좌진들의 반발을 사기도 했다.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28일 결의대회 자리에서 “야당은 마치 그들이 권력을 다 잡은 듯이 브레이크 없는 광란을 시작하고 있다. 야당 보좌관들 사이에선 ‘네가 청와대 가니, 내가 청와대 가니’하며 티격태격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더민주 보좌진협의회(회장 윤상은)는 30일 성명을 내고 “더불어민주당 보좌진은 박근혜정권과 새누리당이 각종 게이트 의혹 덮기와 물타기, 국정무능과 실패를 숨기기 위해 허위사실까지 유포하면서 야당 보좌진을 끌어들이는 허무맹랑하고 얄팍한 정치술수에 개탄과 분노를 금치 못한다”며 “새누리당 정진석 원내대표의 사죄와 재발방지 약속이 없을 경우, 허위사실 유포에 대한 법적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새누리당이 무차별 폭로를 이어가는 이유는 시간이 없기 때문이다. 이정현 대표는 이미 “정세균이 물러나든 내가 죽든 둘 중 하나”라며 배수진을 쳤다. 하지만 정 의장은 사퇴할 뜻이 없고, 국정감사를 보이콧하는 상황은 점점 새누리당에게 부담이 되고 있다. 정 의장의 사퇴, 혹은 사과 및 유감표명을 압박하기 위해 폭로성 개인비리 카드까지 꺼내든 셈이다.

하지만 이런 폭로전은 제 발등 찍기에 가깝다. 정 의장이 지금 사과나 유감표명을 하면 새누리당의 폭로에 무릎을 꿇었다는 인상을 준다는 점에서 정 의장이 입장을 표명하기가 더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추미애 대표는 “우리는 일주일을 꼬박 기다렸다. 다음 주부터는 정상적인 국회 운영에 들어가야 한다”며 다음 주부터 야당 단독으로 국정감사를 이어갈 뜻을 분명히 했다. 퇴로 없는 새누리당의 싸움이 길어질 조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