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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당 ‘총공세’, “문재인 자백하라” 말곤 없다

새누리당 ‘총공세’, “문재인 자백하라” 말곤 없다

진상규명 외치지만 근거는 송민순 회고록 뿐, 기록물 공개도 어려워… 송민순 “새누리당, 뭘 잘했다고 과거 뒤집나”

새누리당이 송민순 전 장관의 회고록에 대해 공세를 이어가고 있다. 새누리당은 “종북 아닌 종복” “대한민국 주권 포기” “심대한 국기 문란” 등의 단어를 쏟아내며 진상규명을 요구하자만, 정작 진상규명을 통해 밝혀낼 수 있는 거리가 마땅치 않다.

새누리당은 17일 최고위원‧중진의원 연석회의를 열어 ‘대북결재사건 진상규명TF’를 ‘대북결재사건 진상규명위원회’로 격상시켰다. 2007년 노무현 정부가 유엔의 북한인권결의안 표결과정에서 북한 의견을 물어본 뒤 기권했고, 이 과정에서 문재인 당시 비서실장도 개입했다는 내용의 ‘송민순 회의록’ 관련 논란을 당 차원에서 파헤치겠다는 것이다.

새누리당은 위원회 위원장으로 중진인 정갑윤 전 부의장을, 간사에 박맹우 당 전략기획본부장을 임명하면서 위원회에 힘을 실었다. 오전 10시에는 의원총회를 열어 송민순 회고록 논란에 대해 논의했다.

위원회까지 꾸렸지만 정작 밝혀낼 수 있는 것은 많지 않다. 새누리당이 내세우는 근거로는 송민순 전 장관의 회고록 ‘빙하는 움직인다’에 기록된 8페이지 가량의 관련 내용뿐이다. 하지만 김만복 전 국정원장, 이재정 전 통일부장관(현 교육감), 김경수 전 청와대 연설기록비서관(현 더민주 의원), 홍익표 전 통일부 정책보좌관(현 더민주 의원) 등의 증언은 다르다. 송민순 전 장관을 제외한 인사들은 북한에 의견을 구한 적이 없거나, 이미 기권 결정을 해놓고 이후에 북한 의견만 물어본 것이라 주장하고 있다.

문재인 전 대표와 노무현 정부가 북한의 결재를 받았다고 주장하는 근거가 회고록 뿐이니 새누리당 의원들이 회고록을 치켜세우는 일이 벌어진다.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는 18일 의원총회에서 “직접 현장 회의에 참석했었던 그 정권의 외교부장관이 모든 것을 냉정하고 냉철하게 생각할 수 있는 지금, 즉석에서 작성한 것이 아니라 오랫동안 준비해 자료를 모으고 함께 기억을 살리면서 팩트로 쓴 회고록이다. 그 이상의 정확한 자료는 있을 수 없다고 생각한다”며 “따라서 회고록이 사실이라는 전제하에 문제를 생각해본다”고 말했다.

위원회 간사를 맡고 있는 박맹우 새누리당 의원은 18일 CBS 김현정의 뉴스쇼 인터뷰에서 “ (송 전 장관이) 기록을 바탕으로 해서 나름대로 검증된 기술을 했다고 한다. 더구나 가장 민감하고 중요한 부분인데, 이런 중요한 부분에 큰 흐름이 바뀔 정도로 착오가 있었겠나”라며 “그렇게 안 본다”고 말했다.

김성태 새누리당 의원 역시 18일 BBS 인터뷰에서 “송민순 전 외교부 장관은 노무현 대통령 당시 상당히 국민적 신망도 웬만큼 가지고 있는 분이고 오랜 관료 생활로써 모든지 정확하신 분“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정작 송 전 장관은 18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새누리당이 대북정책을 뭘 잘했다고 과거를 뒤집는 데 초점을 맞춰서야 되겠느냐“라고 불쾌함을 토로했다.

당시 상황을 가장 객관적으로 입증할 수 있는 자료 중 하나는 송민순 전 장관 등이 참여했다는 2007년 11월 15일 안보정책조정회의와 16일 대통령 주재 회의, 18일 안보장관회의 등의 회의록이다. 하지만 대통령기록물 관리법에 따르면 외교 관련 기록물은 15년 범위 내에서 자료의 비공개가 가능하다.

외교 관련 기록물이라 할지라도 국회 재적의원 3분의 2 이상이 공개를 원할 경우 공개가 가능하지만, 여소야대 상황에서 현실적으로 어렵다. 또한 회의록이 남아있다 해도 이견이나 토론내용이 아니라 결정사항만 간단하게 남아있을 경우 당시 상황에 대한 객관적인 확인은 어렵다. ‘사초폐기’ 논란을 부른 NLL 대화록 공개처럼 추가적인 논란만 부를 가능성이 높기에 야당이 회의록 공개에 동의하기도 어렵다.

결국 새누리당의 공세는 문재인 전 대표를 압박하는 것으로 귀결될 수밖에 없다. 문 전 대표는 17일 “사실관계를 잘 기억하는 사람에게 물어보라”며 진실 공방에서 빠져나가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이재정 전 장관, 김경수 의원 등 참여정부 당사자가 아닌 더불어민주당 지도부역시 사실관계에 대한 상세한 반박은 하지 않고 있다.

진상규명위원회 위원장을 맡은 정갑윤 의원이 18일 의총에서 “지금 이 순간에 필요한 것은 오직 당사자인 문재인 전 대표가 국민들 앞에 진실을 밝히는 일”이라고 말한 이유도 이 때문이다. 문 전 대표가 스스로 입장을 밝히지 않는 한 더 논의할 거리가 없기 때문이다.

위원회 간사인 박맹우 의원은 의총에서 “평소에 정보를 공유하고 자료를 주시면 집약해서 추진하도록 하겠다. (위원회는) 문재인 전 대표가 대북결재를 받아 기권 했다는 시인, 결과 나왔을 때 종료될 것“이라고 말했다.

새누리당은 더민주와 공방이 이루어지지 않자 국민의당으로 전선을 확대하는 모양새다.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17일 노무현 정부의 남북정상회담 뒷거래 의혹까지 제기하며 김대중 정부 시절 남북 정상회담과 대북송금 사건까지 문제를 제기했다. 이에 박지원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은 “만약 이런 식으로 계속 색깔론을 제기한다고 하면 저도 다 이야기 하겠다. 저는 국민의정부에서 당시 박근혜 야당 대표가 평양에 가서 김정일과 나눈 대화 내용을 잘 알고 있다”고 경고했다.

이에 민경욱 새누리당 원내대변인은 “박 원내대표는 대북문제와 관련해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는 분”이라며 공방을 이어나갔다. 하지만 새누리당이 국민의당까지 전선을 확대할수록 소수여당 입장에서 특검, 청문회, 국정조사를 외칠 수 있는 동력은 점점 사라지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