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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의 진실과 10%의 거짓을 섞은 감쪽 같은 ‘가짜 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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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의 진실과 10%의 거짓을 섞은 감쪽 같은 ‘가짜 뉴스’ - 주니어미디어오늘

편집자주제갈량, 자는 공명. 중국의 유명한 소설 를 읽어보지 않았어도 이름은 한 번쯤 들어보셨죠? 천재 지략가 제갈량의 명성은 한국에서도 유명합니다. 지혜로운 사람, 천재의 대명사를 일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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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짜뉴스 세계사] 삼국지 제갈량은 알고 보면 가짜 뉴스 달인? 출처와 맥락을 살피세요

편집자주

제갈량, 자는 공명. 중국의 유명한 소설 <삼국지>를 읽어보지 않았어도 이름은 한 번쯤 들어보셨죠? 천재 지략가 제갈량의 명성은 한국에서도 유명합니다. 지혜로운 사람, 천재의 대명사를 일컬어 ‘제갈XX’ ‘X갈량’이라고 부를 정도에요.

그런데 제갈량은 사실 가짜뉴스의 달인이었어요. 천재 지략가 제갈량이 가짜뉴스나 퍼트리는 사람이었다고? 믿기 힘들지만 사실입니다.

물론 제갈량이 살던 시대에는 뉴스라는 게 존재하지 않았지만, 제갈량이 적을 속이고 여론을 흔들기 위해 사용한 방법들은 오늘날의 가짜뉴스와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제1법칙. 진실과 거짓을 뒤섞어라!

제갈량이 유비의 참모가 된 이후 가장 중요한 과제는 옆 동네 군주 손권과 동맹을 맺는 것이었습니다. 중국 영토의 대부분을 차지한 조조는 호시탐탐 형주 땅의 남쪽 강하에 머무른 유비, 장강 아래 땅인 ‘오’를 지배한 손권의 땅을 빼앗으려 했거든요. 조조의 강력한 군대에 맞서려면 힘이 약한 유비와 손권이 힘을 합쳐야 했어요.

조조의 군대가 남쪽으로 내려오자 제갈량이 오와 동맹을 맺기 위해 찾아갔어요. 오는 조조와 한판 붙자는 ‘주전파’와 항복하자는 ‘주화파’로 나뉘어 싸우고 있었죠. 최종 결정을 앞두고 손권은 부하인 주유의 의견을 물었어요. 주유는 오의 군대를 총괄하던, 지금으로 치면 국방부 장관이었거든요. 주유는 제갈량을 불러 의견을 물어요.

제갈량은 조조가 아들 조식에게 짓게 한 동작대부라는 시를 들려줬어요. “이교를 동남에서 끌어와 함께 즐기리라.” 제갈량은 여기서 ‘이교’가 오에 살고있는 미녀 대교와 소교 자매를 일컫는 말이니, 이들만 조조에게 바치면 모두가 살 수 있다고 말해요. 그 순간 주유의 얼굴이 새빨개졌어요. 소교는 주유의 부인이었고 대교는 손권의 형 손책의 부인이었거든요. 분노한 주유는 “조조와는 같은 하늘을 지고 살 수 없다”고 선언합니다.

그런데 제갈량의 이 말, 가짜에요. 여기서 가짜뉴스의 첫 번째 법칙이 등장합니다. 진실과 가짜를 뒤섞어라! 제갈량은 없는 시를 창조한 게 아니에요. 동작대부라는 시가 있고, 시에 ‘이교’라는 단어가 있는 것도 사실이에요. 하지만 그 이교는 대교와 소교 자매를 일컫는 게 아니라, ‘두 개의 다리’(二橋)라는 뜻이었어요. ‘다리 두 개를 놓고 놀고 싶다’는 뜻이었는데, 음이 같은 다른 한자로 바꿔치기해 주유를 속인 것이지요.

또, 조조는 전쟁에서 승리한 뒤 유부녀들을 자신의 처나 첩으로 삼는 것으로 유명했어요. 주유는 조조의 행실을 알고 있었기에 제갈량의 가짜뉴스를 믿었어요. 이처럼 널리 퍼지는 가짜뉴스란 ‘진실을 담은 거짓’을 기반으로 해요.

제2법칙. ‘믿을 만한 형식’으로 속여라!

유비와 손권은 조조를 함께 물리치고 난 뒤, 형주 땅을 누가 차지할지 경쟁했습니다. 조조의 동생 조인이 형주의 중요한 거점인 남군성을 지키고 있었고 주유는 힘겹게 조인을 물리쳤어요. 하지만 남군에 가자 이미 유비의 군대가 먼저 와 있었어요. 주유가 조인과 싸우는 사이 몰래 남군을 점령해버린 거죠.

주유가 포기하고 다른 성으로 향하는데, 이미 다 유비 군이 점령한 거에요. 조조 부하들이 지키고 있었는데 어떻게 된 거지? 알고 보니 제갈량이 남군을 점령한 뒤 성에 있던 조인의 도장으로 공문서를 위조했어요. “남군이 위험하니 도와달라!” 가짜 공문서를 받은 형주성, 양양성에서 군대를 이끌고 성을 비웠고 빈 성을 유비 군이 점령해버린 거죠.

조조의 부하들은 왜 제갈량의 편지를 믿었을까요? 조인의 도장 때문이죠. 여러분, 기사 형식을 빌려서 만들어진 가짜뉴스 본 적 있나요? 권위 있는 외국 학자의 말을 빌린 가짜뉴스도 있죠. 사람들이 믿을 만한 형식을 갖춘다! 가짜뉴스의 두 번째 법칙이에요.

제3법칙. 믿고 싶어하는 사람들의 마음을 이용하라!

가짜뉴스에 대해 말할 때 흔히 ‘확증편향’을 경계하라는 말을 많이 합니다. 확증편향이란, 믿고 싶은 정보만 믿는 현상을 말해요. 제갈량은 이러한 확증편향을 이용해서 위나라 최고의 지략가, 사마의를 몰아내는 데 성공했어요.

제갈량은 위나라의 주요 도시인 허창과 업에 부하들을 몰래 보내서 유언비어를 퍼트렸어요. 사마의가 반역을 꾀한다는 내용이었죠. 사마의 명의로 조씨의 위나라를 무너뜨리겠다는 가짜 대자보를 곳곳에 붙였어요. 결국 위나라 황제였던 조예(조조의 손자)는 사마의의 관직을 박탈하고 시골로 보내버려요.

참 바보 같죠? 적이 퍼트린 소문만 믿고 똑똑한 사람을 자르다니? 다 이유가 있습니다. 당시 조조의 후손들은 사마의를 경계하고 있었어요. 조조는 사마의의 재능을 경계해 “그에게 병권을 맡기지 마라”라는 유언도 남겼죠. 능력이 뛰어난 사마의가 조씨일가를 밀어낼까 두려워 한 거에요. 자신들의 두려움에 부합하는 소문이 들리자 ‘옳다구나!’ 싶었을 거에요.

오늘날 정치 관련 가짜뉴스가 퍼지는 원리가 대부분 이런 식이에요. 내가 싫어하는 정치인이 실수했다는 기사를 보면 앞뒤 안 가리고 “이놈이 그럴 줄 알았어!”라고 생각하게 되죠. 제갈량은 조씨일가와 사마의의 갈등을 알고 있었던 거에요. 가짜뉴스의 세 번째 법칙! 가짜뉴스는 믿고 싶어하는 사람들의 마음을 건드리면서 퍼져 나가요.

강유, 제갈량의 가짜뉴스를 간파하다

사마의를 몰아낸 제갈량은 승승장구했어요. 위나라 군을 이끌던 하후무를 사로잡고 하후무가 있던 남안성까지 점령했어요. 제갈량은 하후무를 이용해 남안성 근처에 있던 천수성까지 점령하려는 계획을 세웠습니다. 무슨 방법으로? 또 가짜뉴스로!

부하인 배서를 위나라 병사로 위장해서 천수성에 보냈어요. 배서는 남안성이 적군에 둘러 쌓여 있어서 하후무 장군이 위험하니 구해달라고 천수성 태수 마준에게 말해요. 깜짝 놀란 마준이 군대를 보내려는데, 마준의 부하였던 강유가 나서서 반대합니다.

“제갈량이 남안성을 포위하고 있다는데, 저 장수는 어떻게 그 포위를 뚫고 올 수 있었을까요? 또 빠져나왔다면 대단한 장수일 텐데, 배서라는 이름은 들어본 적이 없습니다!”

강유는 뉴스를 믿지 않고, 출처와 맥락을 살펴 신뢰할 만한 뉴스인지 검증한 것이죠. 강유는 이 계략을 역으로 이용해 제갈량에게 패배를 안겨줬어요.

강유가 한 일은 오늘날로 치면, 가짜뉴스를 발견했을 때 매체와 기자 이름을 검색하고, 다른 언론에도 관련 뉴스가 떴는지 검색해본 것과 다르지 않습니다. 누구나 할 수 있는 간단한 방법이었지만 가짜뉴스를 간파해낼 수 있었어요. 오늘날에도 통용되는 가짜뉴스 법칙들. 이제 여러분들도 간파할 수 있겠죠?

* 위 내용은 『삼국지연의』에 나온 에피소드를 기반으로 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