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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버이 게이트로 보는 박근혜 정부 말기 현상

어버이 게이트로 보는 박근혜 정부 말기 현상

비박계의 역습, 유승민 복당이 분기점… 권력균열 본격화, 안에서는 권력 누수, 밖에서는 야당 공세


철옹성 같던 박근혜 정부에서 권력 균열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4‧13 총선에서 야권이 승리한 이후 본격화된 레임덕의 반증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어버이연합 게이트’가 대표 사례다. 4월19일 JTBC는 전국경제인연합이 어버이연합에 우회적으로 자금을 지원했다고 보도했다. 이는 어버이연합이 탈북자들을 집회 아르바이트로 동원했다는 4월11일자 시사저널 보도와 맞물리면서 어버이연합이 집회 알바에 사용하는 돈을 경제단체인 전경련이 대고 있다는 의혹으로 이어졌다.

극우단체가 돈을 주고 집회에 알바를 동원했다는 점도, 그 동원 자금의 출처도 지목됐다. 남은 건 배후뿐인 상황에서 시사저널은 청와대 행정관이 친정부 집회를 지시했다고 보도했다. 어버이연합에 ‘국정원 창구’가 있다는 탈북자 단체 관계자의 진술까지 등장했다.

‘어 버이 게이트’가 중요한 이유는 그간 박근혜 정부 하에서 극우단체가 주요 사안마다 박근혜 대통령의 편을 드는 입장을 취했기 때문이다. 박근혜 정부 들어 ‘극우단체 고발->검찰의 신속한 수사’는 일종의 법칙이었다. 극우단체들은 통합진보당 당원들, 통일 콘선트를 연 황선‧신은미씨, ‘박근혜 7시간’ 칼럼을 쓴 산케이 카토 지국장, 박근혜 정부에 비판적인 기사를 쓴 언론을 고발했고 검찰은 수사에 착수했다.

나아가 어버이연합 등의 극우단체들은 국정교과서, 위안부 합의 등 박근혜 정부의 정책이 비판받을 때마다 거리에 나와 시위를 벌였다. 심지어 김무성 새누리당 전 대표와 유승민 전 원내대표를 비난하는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극우단체들이 ‘친새누리당’ ‘친정부여당’ 시위가 아니라 ‘친정권’ ‘친박’ 시위를 벌였다는 뜻이다.

박근혜 정부의 권력 유지 기반 중 하나였던 극우단체와 정부 간 연결고리가 드러남에 따라 박근혜 정부의 국정 운영 동력에 치명타를 입게 됐다. 원내1당이 된 더민주는 진상조사 TF를 꾸렸고 관련 상임위 개최와 국정조사 이야기까지 나오고 있다. 청와대 배후설의 출처가 그간 친정권 시위에 앞장서 왔던 어버이연합 관계자, 탈북단체 대표 등이라는 점도 권력 균열의 한 단면이다.

총선 패배로 새누리당 내 친박이 힘을 잃었다는 점도 권력 균열을 부추기는 요소다. 총선 패배의 책임을 지고 새누리당 지도부가 총 사퇴한 이후 원유철 원내대표가 비대위원장을 맡기로 했으나 비박계 의원들은 원 원내대표에게도 총선 참패가 있다며 퇴진 공세를 벌였다. 이에 원 원내대표는 빠른 시일 내 새 원내대표를 선출하고 비대위원장직을 내려놓겠다고 밝혔다.
비박계는 나아가 선거 참패의 책임이 있는 친박계가 향후 당권을 장악해선 안 된다면서 공세의 수위를 높이고 있다. 비박계 황영철 새누리당 의원은 21일 CBS ‘김현정의 뉴스쇼’ 인터뷰에서 “그분들이 원내대표 맡고 전당대회에 나가서 당 대표나 지도부, 당 최고위원 맡으면 국민이 새누리당을 어떻게 보겠나”라며 친박계가 원내대표와 당 대표를 모두 포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분기점은 유승민 의원의 복당이다. 친박계가 컷오프 시켰던 유 의원의 복당 신청이 받아들여지고 유 의원이 비박계의 구심점으로 떠오른다면 당내 역학관계가 바뀔 수도 있기 때문이다.

안 에서 권력이 새는데, 바깥의 공세도 막아내야 할 처지다. 김종인 더민주 비상대책위원회 대표는 20일 비대위 회의에서 “보다 적극적인 구조조정이 이루어져야만 중장기적 성장 기조를 확보할 수 있지 않나”라며 부실기업 구조조정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도 “구조조정을 넘어 구조개혁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간 기업 구조조정을 강조하던 유일호 경제부총리는 환영하며 여야정 협의체를 만들면 마다할 이유가 없다고 밝혔다. 중요한 점은 이 논의에 여당이 한 발 뒤쳐졌다는 것이다. 야당이 제안하고 정부가 받아 안는 모양새가 되면서 새누리당은 뒤늦게야 논의에 뛰어들었다. 원유철 원내대표는 22일 원내대책회의에서 “야당의 발언이 중도층 흡수를 위한 립서비스가 아닌 진정성 있는 것이라면 국회에 있는 경제법안 처리부터 하는 게 순서”라고 말했다.

이러한 야당의 행보는 야당이 경제정책에서 주도권을 잡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라 봐야 한다. 김종인 대표는 22일 비대위 회의에서 “일단 정부 스스로가 현 우리나라 경제상황에 대한 인식을 철저히 해서 중장기적으로 보다 더 안정을 추구하려면 어떤 방향으로 가야하는지에 대한 청사진을 제시하면 그에 따라 우리가 협력할 것은 협력 하겠다”고 말했다. 정부가 방안을 제시하면 야당이 이를 검토해서 동의해주든지 말든지 하겠다는 뜻이다.

박광온 더민주 대변인도 브리핑에서 “우리가 만들겠다는 구조조정TF는 단순히 구조조정하자는 TF가 아니라 더 큰 틀의 위원회”라며 “우리경제 정책 자체가 잘못 되어 있고 대기업 위주 경제정책으로는 더 이상 성장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판정 하에 경제정책 전반을 검토하는 위원회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기업 구조조정을 계기로 정부의 정책기조 전반에 개입하겠다는 뜻이다.

상황이 변화하고 있지만 박근혜 정부의 기조는 바뀌지 않고 있다. 박 대통령은 지난 18일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새롭게 출범하는 국회와 긴밀하게 협력해 나갈 것”이라면서도 늘 강조하던 노동시장 개혁을 다시 꺼내들었다. 박 대통령은 “경제활성화와 구조개혁을 일관성 있게 추진해야 한다. 더 많은 일자리를 더 빨리 만들어낼 수 있는 정책에 최우선 순위를 두는 일자리 중심의 국정운영을 강화하면서 체감도 높은 일자리 대책과 노동개혁의 현장 실천에 최선을 다해주기를 바란다”며 '경제활성화=노동개혁 법안 처리'라는 도식에 한치도 벗어나지 않았다. ‘마이웨이’를 고집한 것이다.

‘어버이 게이트’에 대한 태도도 과거와 유사했다. 어버이 게이트에 연루됐다는 의혹을 사고 있는 허현준 행정관은 시사저널에 대해 정정보도를 청구하고 출간배포금지 가처분 신청을 예고했다. 관련기사 : 청와대 법적 대응? 시사저널 “추가보도 준비 중”

지 난 2014년에도 세계일보가 ‘정윤회 문건’을 터트리자 이재만 총무비서관 등 청와대 관계자들은 세계일보 기자와 편집국장, 사장 등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정윤회 문건 사태 때나 어버이 게이트 때나 똑같이 보도에 대해 해명하기보다 언론사를 압박하는 초강수를 둔 것이다. 박 대통령에게는 여전히 레임덕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