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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인 “더이상 개인적으로는 문재인 안 만날 것”

김종인 “더이상 개인적으로는 문재인 안 만날 것”

김종인 추대론이 전당대회 연기론으로… 번지는 김-문 갈등, “총선 교훈, 당권이라는 계파 욕심 아니다”


총선 이후 당권을 놓고 벌어진 ‘김종인 추대론’ 공방이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와 문재인 전 대표 간 갈등으로 번지고 있다. 광주를 찾은 김종인 대표는 당권 다툼을 ‘계파의 욕심’으로 규정했다.

총선 직전 김종인 대표와 문재인 전 대표는 ‘공동운명체’라 불렸다. 더민주가 총선을 김 대표와 문 전 대표 투톱 체제로 치렀기 때문이다. 하지만 ‘승자의 저주’에 빠진 탓인지, 김 대표와 문 전 대표 사이가 삐걱거리고 있다.

발 단은 4월 22일 만찬 회동이었다. 김 대표와 문 전 대표가 동석자 없이 만난 자리에서 나눈 대화를 두고 양측의 이야기가 엇갈리고 있다. 문 전 대표는 회동 이후 “(김 대표가) 당 대표를 하면 상처를 받게 된다”며 불출마를 권유했다고 전했다. 비대위 체제에서 그만 물러날 것을 권했다는 것이다.

반면 김 대표는 중앙일보와 인터뷰에서 “문 전 대표가 전당대회에 내가 출마하면 상처를 받게 될 것이라는 말을 한 적이 없다”며 “더 이상 개인적으로는 문 전 대표를 안 만날 것이다. 믿을 수가 없다”고 말했다.

이런 갈등은 총선 평가에 대한 연장선상에 있다. 더민주는 수도권 122석 중 87석을 차지해 원내 1당을 차지한 반면 지지기반인 호남에서는 3석을 얻는 데 그쳤다. 일각에서는 김 대표의 전략이 먹혔다며 총선 승리의 공을 김 대표에게 돌리는 반면, 일각에서는 김 대표의 셀프공천으로 촉발된 비례대표 공천이 호남 표를 잃게 만든 요인이라고 주장한다. 문 전 대표의 ‘호남이 지지를 거두면 정계 은퇴한다’는 발언을 문제 삼아 문 전 대표 책임론을 주장하는 목소리도 있다.관련 기사 : 김종인 “내가 합의추대 이야기 한 번도 한 적 없는데”

김종인 대표는 중앙일보 인터뷰에 서 “낭떠러지에서 떨어지려는 것을 구해놨더니 문 전 대표와 친문이라는 사람들이 이제 와서 엉뚱한 생각들을 한다”며 “특히 기분이 나쁜 게 호남 표 안 나오는 게 나 때문이라며 책임을 돌리는데, 내가 그런 수법을 모를 줄 아나”라고 밝혔다.

김 대표와 문 전 대표의 갈등은 더민주 내부 갈등으로 이어지고 있다. ‘김종인 추대론’이 사그라들면서 전당대회 연기론이 제기됐다. 당을 안정시킬 김종인 체제의 역할이 중요하니 당 대표 선출을 연말로 늦추자는 주장이다.

“합 의 추대도 버릴 카드는 아니다”고 말했던 이종걸 원내대표는 25일 TBS ‘열린아침 김만흠입니다’ 인터뷰에서 “전당대회 연기도 하나의 고려할 방법 아니겠나”라고 말했다. 하지만 당 대표 출마 의사를 밝힌 인사들이 있는 만큼 당 대표 선거를 늦출 수 없다는 반론도 나온다.

갈등 확산에 문 전 대표는 수습에 나섰다. 문 전 대표 측은 25일 기자들에게 보낸 메시지를 통해 “언론이 사소한 진실다툼으로 두 분 틈을 자꾸 벌리는 걸 원하지 않는다”며 “김종인 대표가 총선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셨고 대선에서도 필요한 역할이 있다. 저희는 이 문제에 일절 코멘트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김 대표도 25일 광주를 방문한 자리에서 수습하려는 모습을 보였다. 김 대표는 25일 5‧18 민주묘역을 참배한 뒤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이번에 총선 결과를 보면 원내 1당이 됐으니 일단 수권정당으로 갈 수 있는 터전을 닦았다. 그 다음의 일은, 내년 대선까지 다음 지도부들이 어떻게 하느냐는 지도부의 몫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얼핏 들으면 자신의 역할을 총선으로 한정짓고 그 다음 역할을 향후 당권을 쥘 지도부에 넘기겠다는 말로 들린다.

하지만 김 대표는 더민주를 바꾸겠다는 메시지를 던졌다. 김 대표는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더민주가 광주에서 국민의당에 8대 0으로 완패한 것을 두고 “그 과정을 면밀하게 들여봐야겠다”고 말했다. 호남 패배의 책임을 따져보겠다는 취지로 해석될 수 있다는 대목이다.

김 대표는 25일 광주시의회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도 “제1당의 자리에 올라 전국정당의 기틀을 마련했지만 호남의 지지없는 제1당은 많이 아프다. 철저히 수권정당으로 변하지 않는다면, 계파를 넘어 단결하지 않는다면 호남민심은 돌아올 수 없다는 두려움을 느꼈다”고 밝혔다. 김 대표는 “총선에서 우리가 뼈 속 깊이 새겨야할 교훈은 '당권'이라는 계파의 욕심이 아니라, ‘집권’이라는 국민의 염원”이라고 강조했다.

김 대표는 또한 “정권교체를 위해 무섭게 변하고 있다는 것을 진심으로 보여주는 것만이 호남의 마음과 함께 다시 시작하는 길이다. 더 이상 계파싸움하지 않고, 공허한 관념의 정체성에 흔들리지 않아야 수권정당, 대안정당이 될 수 있고 정권교체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당권을 둘러싼 경쟁을 계파갈등으로 규정하고 수권정당이 되려면 이를 버려야 한다고 강조한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