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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새누리당, 이럴 거면 차라리 당을 쪼개라"

중앙일보, "새누리당, 이럴 거면 차라리 당을 쪼개라"

[아침신문 솎아보기] 혁신위 선출 무산, “친박의 자폭테러” “정당이 아니라 패거리집단” 조중동도 비난 속출


“친박, 여당을 뇌사상태로 만들었다”

5월 18일 조선일보의 1면 기사 제목이다. 총선 패배 책임론으로 한동안 조용했던 친박이 조직적 행동으로 혁신을 외치는 새누리당의 첫 걸음을 무산시켰다. 보수·진보언론 가리지 않고 친박의 몽니를 강하게 비판했다.

“친박의 자폭테러” “정당이 아니라 패거리집단”

17 일 정진석 비상대책위원장 및 비대위원, 김용태 새누리당 혁신위원장 선출안 추인을 위해 열린 새누리당 상임전국위원회와 전국위원회가 친박에 의해 모두 무산됐다. 전국위 의장과 부의장, 국회 상임위원장, 시·도당 위원장 등 52명으로 구성되는 상임전국위에 과반에 한참 못 미치는 16명만이 참석했기 때문이다.

친박의 조직적인 보이콧이었다. 경향신문에 따르면 상임전국위가 열리는 시간 새누리당 의원들 사이에선 “친박계에서 상임전국위 참석자들에게 참석하지 말라는 전화를 돌리고 있다” “온다고 했던 사람들의 전화기가 갑자기 불통이 됐다”는 말들이 돌았다.

따라서 ‘정진석 비대위, 김용태 혁신위’를 통해 새누리당 혁신작업에 박차를 가하려던 계획은 물거품으로 돌아갔다. 친박이 비박 김용태 의원이 이끄는 혁신위는 물론이고 정진석 비대위원장에게도 사실상 비토 의사를 밝혔기 때문이다. 김용태 의원은 오후 3시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오늘 새누리당 정당 민주주의는 죽었다. 민주주의를 위해 싸우겠다”며 혁신위원장직 사퇴를 선언했다.

당장 격한 반응이 쏟아져 나왔다. 상임전국위 임시의장을 맡기로 했던 정두언 새누리당 의원은 회의장을 박차고 나와 기자들 앞에서 “이건 정당이 아니라 패거리 집단이다. 동네 양아치들도 아무 명분 없이 이렇게는 안 할 것”이라며 “이런 패거리 집단에 있어야 되나 심각하게 고민을 해야 되겠다. 새누리당은 특정인에 대한 충성심이 정체성”이라고 비판했다. 정진석 원내대표 측 관계자도 기자들에게 “친박계의 자폭테러로 새누리당이 공중분해됐다”고 말했다.

▲ 경향신문 1면

친박이 새누리당 쇄신은커녕 공멸을 가져올지도 모르는 상황을 초래한 것을 두고 여러 분석이 나온다. 국민일보는 ‘자숙 후 당권 장악’이라는 시나리오가 좌초할 위기에 처하자 친박이 행동에 나선 것이라 분석했다.

애 초에 정진석 원내대표는 친박의 지원을 받아 당선됐다. 친박 핵심인 유기준 의원이 원내대표가 될 경우 역풍이 일 것을 우려한 선택이었다. 국민일보는 “당내에선 ‘친박계가 일정 시간 자숙하는 모습을 보인 뒤 책임론이 잠잠해지면 당권을 장악하려 한다’는 시각이 제기됐다. 하지만 상황은 급변했다”며 “친박 입김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지적에 정 원내대표가 ‘고육지책’으로 개혁 성향 비박계 김용태 의원을 혁신위원장에, 김영우 이혜훈 의원 등 비박계 핵심 의원을 비대위원에 임명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 진석 원내대표의 인선이 문제였다는 뜻이다. 동아일보는 “비박계 강성인 김용태 의원을 혁신위원장으로 선임한 데 이어 비대위원들마저 비박계를 대거 기용하자 향후 당권에 대한 위기의식을 느꼈다”며 “원내대표 경선 당시 친박계가 물밑 지원을 많이 했는데 이제 와 자신이 잘해서 당선된 것처럼 행동하고 있다. (정 원내대표를) 끝까지 끌어내릴 것”이라는 한 친박계 의원의 말을 전했다.

‘보이지 않는 손’은 현기환 정무수석?

비 박이 당 혁신을 주도할 경우 어떤 문제가 생길까. 국민일보는 “일각에선 친박계가 ‘정진석 비대위’를 보이콧한 결정적 원인은 비대위원으로 임명된 인사들이 ‘유승민 조기 복당’을 주장했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내놓는다”며 “여기에다 ‘김용태 혁신위’가 총선 참패의 원인 규명 등을 밀어붙일 경우 친박계가 책임론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는 데다 친박계 당권주자들이 타격을 입을 게 불 보듯 뻔한 상황이었던 점도 비대위 인선을 반대한 배경”이라고 밝혔다.

혁신위원장직을 사퇴한 김용태 의원은 경향신문과 통화에서 “내가 혁신위원회를 꾸려서 출범하면 무엇부터 하겠나. 지난 총선에서 우리가 무엇 때문에 패배했는지, 그것부터 규명할 거 아닌가”라며 “최경환 의원 말대로 ‘모두의 책임’이라거나, ‘계파 얘기 하지 말자’거나, 그렇게는 내가 절대로 못한다. 그것을 막으려고 지금 (친박계가) 이러는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김 의원은 이어 “전당대회보다도, 애초에 이런 책임규명을 시작하게 내버려두지 않으려 한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친박의 조직적인 움직임에 청와대와 교감이 있었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 비박계 의원은 동아일보에 “‘김용태 혁신위’가 박근혜 대통령 탈당 요구 등 박근혜 정부와 전면적인 차별화를 시도할 수 있다고 청와대가 우려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국일보는 “친박계 초재선 의원들을 움직인 ‘보이지 않는 손’이 있다”는 비박계의 말을 전했다. 보이지 않는 손이란 지난 공천에 깊숙이 개입한 것으로 알려진 현기환 청와대 정무수석이다.

국민일보는 “(친박 입장에서) 실권을 가진 혁신·비대위가 수평적 당청 관계와 국정운영 기조 변경을 요구하며 청와대와 각을 세울 경우 박근혜 대통령의 레임덕이 가속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컸다”고 강조했다.

▲ 국민일보 3면

친박의 보이콧으로 정진석 원내대표는 당선 보름 만에 위기에 봉착했다. 세계일보에 따르면 회의가 무산되자 정 원내대표는 “내가 이걸(비대위원장직을) 던져 버려야 하느냐”며 격앙된 모습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세 계일보는 “정 원내대표는 20대 국회가 출범하기도 전에 리더십에 상처를 입게 됐다. 정 원내대표가 이번 사태를 계기로 입지가 좁아져 친박계 입김에 휘둘리게 된다면, ‘식물 원내대표’가 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라며 “정 원내대표가 이번 비대위원 인선처럼 자신의 주장대로 밀어붙인다면 친박계가 정 원내대표 축출을 시도하는 최악의 상황도 배제할 수 없다”고 전망했다.

중앙 일보는 정 원내대표의 선택을 세 가지로 압축시켰다. 전국위 다시 열어 비대위원장 추인, 비대위원장직 포기하고 원내대표직만 수행, 원내대표직까지 포기 등 선택지는 세 가지다. 중앙일보는 “정 원내대표가 정말 어떤 선택을 할지는 미지수”라며 “전국위 무산의 의미에 대해 며칠 더 생각해보겠다. 정계 입문 이후 처음 보는 상황”이라고는 정 원내대표의 말을 전했다.

변화의 조짐이 없는 친박, 당 쪼개지나

더 큰 문제는 이번에 드러난 계파갈등이 봉합될 조짐이 없다는 것이다. 이번 사태를 두고도 친박과 비박은 책임공방을 이어가고 있다. 친박계는 무리한 인선을 한 정진석 원내대표와 비박의 책임이라 주장한다. 

한 친박 의원은 서울신문과 통화에서 “정 원내대표가 친박계의 신의를 저버린 데 대한 당연한 결과”라고 말했고 또 다른 친박계 의원은 “정 원내대표가 좀 더 신중하지 못했다. 정부를 비판하던 인사를 혁신위원장에 내정한 것부터가 잘못”이라고 비판했다.

경 향신문은 “오히려 이것이 더 잘됐다 생각한다. 억지로 통과를 시키는 것은 옳지 않다. (비박계) 한쪽으로 완전히 치우친 구성이었다. 가만 있을 사람이 누가 있겠느냐”는 친박 조선 의원의 말을 전했다. 그는 “이번 총선 잘못이 왜 친박에만 있느냐. 김무성 대표, 유승민 (전 원내)대표 다 잘못한 사람 아니냐”며 “그렇다면 (친박·비박 비율을) 5 대 5로 구성하거나 외부에서 데려왔어야 했다. 정진석 원내대표가 비대위원장은 맡더라도 비대위 구성은 새로, 혁신위원장은 외부에서 데려와야 한다”고 주장했다.

수 습책에 대한 입장도 엇갈린다. 조선일보는 “당이 이 모양이지만 친박과 비박이 여전히 싸우면서 뚜렷한 수습책도 보이지 않는다. 친박계는 자신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새 비대위를 꾸리고, 혁신위원장도 새로 선임해 전국위를 재소집하자는 입장”이라며 “자기들 입맛에 맞지 않는 지도부 구성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 조선일보 1면
조선은 또한 “반면 비박계에선 ‘전국위를 재소집해 현재의 비대위 구성안을 관철시키자’ ‘이젠 곧바로 전당대회를 소집해서 당원과 국민에게 대표를 뽑아달라고 하는 수밖에 없다’는 등의 의견”이라고 설명했다.

언론도, 언론을 통해 말하는 새누리당 의원들도 ‘분당’을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익명을 요구한 친박 핵심 의원은 중아일보와 통화에서 “갈라서게 되면 갈라서는 것이다. 비박계가 당을 나가주면 더 좋다. 하나도 안 무섭다”고 말했다.

▲ 중앙일보 1면
한 겨레는 “친박계가 이미 ‘파국도 두려워하지 않는다’는 점을 행동으로 보인 만큼, 계파 갈등이 일부의 탈당 사태로까지 비화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며 “친박이 보여준 행태는 당이야 어찌 됐건 자신들 계파만 살아남으면 된다는 것 아니냐. 이건 친박과 당을 같이하기 싫으면 알아서 나가라는 것을 공개적으로 표시한 것과 다를 바 없다”는 한 비박계 의원의 말을 전했다.

한겨레 는 “친박들이 총선 참패 책임에 따른 ‘2선 후퇴론’을 뭉갠 채 향후 전당대회에서 당권을 장악하고 ‘도로 친박당’을 만들게 되면, 설 자리가 좁아진 비박들이 당 밖의 길을 모색하게 될 것이란 전망도 있다”며 “정의화 국회의장이 만든 싱크탱크인 ‘새 한국의 비전’이 선택지가 될 것이란 이야기도 나온다”고 강조했다.

동아일보는 “친박-비박계가 ‘정신적 분당’을 넘어 물리적으로 갈라서는 것 아니냐”고 관측하며 여권발 ‘정계 개편론’까지 제기했다. 동아일보는 “4·13총선에서 당내 수적 우위를 점한 친박계 내부에선 ‘분당까지 각오하고 있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며 “새누리당을 재편해 박근혜 대통령을 중심으로 친박계 및 영남 중심의 정당을 구상하고 있다는 얘기”라고 설명했다.

동아는 한 수도권 의원의 말을 빌려 “김무성 전 대표 등이 차기 대선 주자로 부상할 경우 내년 봄에 새로운 정계 개편이 일어날 수도 있다. 수도권 및 영남권 일부 지분을 갖고 호남에 지지 기반을 두고 있는 국민의당과 대선 주자를 놓고 경쟁하는 구도로 갈 수 있다”고 전했다.

다른 영남권 의원은 “야권이 총선을 앞두고 2개의 당으로 개편됐듯이 여당도 대선을 앞두고 보수와 중도보수 성향의 정당으로 쪼개질 수 있다. (탈당 후 무소속으로 당선된) 유승민 의원이 구심점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 한겨레 4면

동 아일보는 여러 가능성을 제기하면서도 “정계 개편이 현실화하기는 쉽지 않다는 지적이 많다”며 “친박계의 분당론은 상대적으로 박 대통령에게 비협조적인 비박계의 차기 당권 접수 등을 막기 위한 엄포성 성격이 짙다는 분석이 나와서다. 또 비박계도 탈당하기 위해선 확실한 대선 주자가 있어야 하는데 마땅한 인물이 없다”고 전망했다. 

여당 분열 보고 ‘야당 생각난다’는 조선‧동아

조선‧중앙‧동아 등 보수언론도 한 목소리로 친박의 몽니를 비판했다. 하지만 조선일보와 동아일보는 친박의 몽니에서 야당을, 중앙일보는 ‘운동권’을 떠올렸다.

조 선일보는 사설에서 “이번 사태는 친박·비박 계파 간 통상적 권력 다툼과는 차원이 다르다. 친박이 총선 공천 때 온갖 해괴한 모습을 보이기는 했지만 이번 일은 그것을 훨씬 뛰어넘는 횡포”라면서 “과거 1970~80년대 야당의 ‘각목 전당대회’를 연상시킨다고 해도 크게 이상할 게 없다”고 지적했다.

조선일보는 이어 “시중에는 친박이 도대체 왜 이렇게까지 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하는 사람이 점점 늘고 있다. 심지어 유승민 전 원내대표의 복당(復黨)을 막겠다는 이유 한 가지 때문 아니냐는 말을 하는 사람도 있다”며 “이런 얘기가 퍼져가고 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대통령과 친박에게는 위험 신호라 할 수 있다. 그런데도 친박만 이걸 모르는 듯하다”고 비판했다.

동아일보도 사설에서 “인선안이 불만이라면 회의를 열어 부결시킬 일이지 회의 자체를 막아 버린 것은 헌정 사상 유례가 없다. ‘진실한 사람’ 선거운동을 벌여 참패를 자초하고도 국민 앞에 ‘잘못했다’는 말 한마디 하지 않은 대통령과 한 치도 다르지 않다”고 비판했다.

동아일보는 “이런 새누리당의 모습은 2006년 5·31 지방선거에서 참패 하고도 패배의 의미조차 모르던 열린우리당과 너무나 흡사하다. 당이야 어찌 되든 당권만 잡으면 된다는 친박 패권주의는 오만과 독선에 빠졌던 친노 패권주의와 오십보백보”라고 비판했다. 동아는 “결국 친노는 1년 반 뒤 정권을 잃고 폐족(廢族)이 됐고, ‘진보좌파 10년’은 막을 내렸다. 항간에선 박근혜 정부-새누리당으로 ‘보수 10년’도 끝났다는 소리가 파다하다”고 덧붙였다.

▲ 동아일보 35면
중앙일보는 사설에서 ‘이럴 거면 차라리 당을 쪼개라’고 비판했다. 중앙일보는 “이런 해괴한 일은 뒤에서 누가 작용하지 않고서는 벌어질 수 없다”며 “이들이 자기들의 당을 사랑했다면 집단협박으로 운동권 흉내를 낼 게 아니라 전국위 등에 참여해 의사표시를 했어야 했다”고 강조했다.

중앙은 또한 “국민과 당을 생각하기보다 자기들의 패거리 이익과 최종 보스인 박 대통령의 마음만 헤아리는 붕당으로 전락했다. 차라리 이럴 바엔 당헌·당규를 바꿔 박 대통령이 당 총재로 취임하는 게 나을 것”이라며 사당화된 새누리당을 비판했다.

다음은 5월18일자 아침종합신문 머리기사 제목이다.

경향신문 <친박 보이콧에 전국위 무산 “자폭테러”>
국민일보 <새누리 ‘혁신’커녕 ‘자폭’>
동아일보 <판 엎어버린 親朴>
서울신문 <친박 보이콧…與 비대위‧혁신위 무산>
세계일보 <친박 보이콧…‘정진석 비대위’ 무산>
조선일보 <“위기의 시대, 과감한 혁신만이 생존의 길”>
중앙일보 <임진강 물폭탄 북한 한밤 기습>
한겨레 <“우릴 간첩으로 몰아야 쓰냔 말여?”>
한국일보 <계파 싸움에…새누리 ‘자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