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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박의 반란, 박근혜 국회법 거부권 행사할까

비박의 반란, 박근혜 국회법 거부권 행사할까

의회 권한 강화하는 국회법, 청와대‧친박 반대에도 통과… 유승민 합의 이후 10개월 만에 본회의 처리


19대 국회 마지막 본회의에서 정부여당이 몸서리를 칠 국회법 개정안이 통과됐다. 박근혜 대통령이 유승민 원내대표를 ‘찍어내기’ 했을 때처럼 또 거부권을 행사할 것인지를 두고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국 회는 지난 19일 국회법 개정안을 가결시켰다. 이번 국회법 개정안은 상임위원회 재적 3분의 1 이상의 요구가 있으면 중요 현안에 대해 상임위 차원의 청문회를 열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 골자다. 재석 222명 중 찬성 117명, 반대 79명, 기권 26명으로 통과됐다.  

국회법의 통과로 국회의 행정부 견제 권한이 강화됐다. 게다가 20대 국회 상임위에서 야당이 과반수를 차지하게 됐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번 개정안은 박근혜 정부를 견제할 야당의 강력한 무기가 될 수도 있다.

이 번 국회법 개정안은 2014년 11월 정의화 국회의장이 최초 제안했고 ‘정의화 안’대로 본회의에서 통과됐다. 새누리당은 유승민 원내대표 시절 이 법안 처리에 합의했고 유 원내대표가 물러나고 조해진 원내수석부대표가 원내대표 직무대행이던 2015년 7월9일 국회 운영위원회, 7월15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를 통과시켰다. 하지만 본회의 처리를 앞두고 새누리당이 반대입장으로 돌아서면서 밝히면서 약 10개월 간 본회의에서 처리되지 못했다. 잦은 청문회로 국회 일정이 마비된다는 이유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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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당의 입장 변화는 당청관계를 반영하는 것이었다. 유승민 원내대표는 2015년 7월8일 박근혜 대통령의 ‘찍어내기’로 인해 물러났다. 유 원내대표가 찍어내기 당한 이유는 또 다른 국회법 개정안 때문이었다.

유 원내대표를 물러나게 만든 국회법 개정안은 시행령이 모법을 위반할 경우 시행령 수정을 요구할 수 있다는 내용이었다. 유승민 원내대표가 합의했지만 이후 새누리당이 입장을 뒤집은 두 가지 국회법 개정안의 공통점은 정부에 대한 의회의 견제를 강화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상시적 청문회’를 가능하게 한 국회법 개정안의 통과는 이전과는 다른 정치지형의 변화를 암시한다. 정의화 의장은 새누리당의 반대에도 본회의에 국회법 개정안을 상정시켰다. 그러자 새누리당 원내지도부는 의원들에게 반대표를 던지라고 밝혔고 친박 조원진 의원은 개정안을 무력화시키는 수정안을 발의했다.

하지만 새누리당의 김동완, 민병주, 윤영석, 이병석, 이종훈, 정병국 의원은 국회법 개정안 원안에 찬성표를 던졌다. 새누리당을 탈당한 강길부, 안상수, 유승민, 조해진 의원과 정의화 국회의장 역시 찬성했다. 조원진 의원의 수정안은 부결됐다. 친박 지도부의 지시를 비박 의원들이 따르지 않은 것이다. 이러한 모습은 지난해 7월 박근혜 대통령이 국회법 개정안에 거부권을 행사하자 본회의 투표를 거부해 법안을 폐기시켜버린 새누리당의 모습과 대비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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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종걸 더민주 원내대표는 법안 통과 이후 “국회법 개정안은 새누리당 내의 ‘반의회주의자’들의 방해 전략을 물리치고 통과되었다는 점에서 의회주의의 승리”라며 “소신 투표를 해주신 새누리당의 일부 의원들께는 더욱 감사를 드린다”고 밝혔다.

문제는 정치지형의 변화에도 박 대통령이 다시 한 번 거부권을 행사할 가능성이 남아 있다는 것이다. 국회법 개정안 통과에 청와대와 친박 계는 반발하고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20일 언론을 통해 “입법부의 과다 권한으로 행정부 마비 상황이 올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밝혔다. 지난해 ‘유승민 사태’를 불러온 국회법 개정안에 대해 청와대가 밝혔던 입장과 유사하다.

친박 김도읍 새누리당 원내수석부대표는 법안 통과 직후 기자들에게 “20대 국회 운영 전반에 대해 상당한 변화를 가져오는 법률안을 전혀 상관없는 19대 의원들이 통과시켰다. 국회법을 독단적으로 상정한 국회의장에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우상호 더민주 신임 원내대표는 20일 비상대책위원회 회의에서 “더민주는 상임위 차원의 청문회가 허용됐다 하더라도 이것을 남용하지 않을 것이니 우려하지 않으셔도 좋다. 언론이 예측하는 가습기청문회, 어버이연합청문회 등은 하나의 상임위에서  할 수 없는 여러 상임위에 걸쳐진 현안”이라며 “상임위 청문회는 정책 청문회가 될 거고 권력형 비리 등 주요현안은 국회차원에서 특위를 만들어서 할 사안이다. 이 문제를 혼동하지 않으시길 바란다”며 청와대와 친박 계의 비판에 대해 반박했다.

박 대통령이 또 다시 거부권을 행사할 경우 이는 여소야대 정국에서도 국정기조를 변화하지 않겠다는 신호탄으로 볼 수 있다. 이종걸 원내대표는 20일 비대위 회의에서 “지난번 박근혜 대통령의 국회법 거부권 행사를 기억한다. 대통령께서 이번에 임을위한행진곡을 통해 실망을 주신 것이 다시 반복되지 않길 바란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