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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글 /기사

‘어뷰징’과 ‘기레기’로부터 뉴스를 건져내려면

http://www.bloter.net/archives/257463

“이 책을 통해 우리 저널리즘의 관행과 방침, 시스템을 알리고 싶었다. 그리고 이 시스템에 완전히 적응해 버린 사람들에 대해 말하려 애썼다. 뉴스가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기자가 어떻게 기사를 쓰는지 대중도 그 과정을 알아야 한다. 시스템을 이해하면 언론과 기자에 대한 비판이 ‘기레기’라는 욕설에서 끝나지 않을 수 있다.”

‘나쁜 뉴스의 나라’ (부제 – 우리는 왜 뉴스를 믿지 못하게 되었나)는 언론을 취재하는 언론 <미디어오늘>의 조윤호 기자가 ‘뉴스파파라치’라는 제목으로 <미디어오늘>에 연재한 기획기사를 엮어낸 책이다. ‘나쁜 뉴스의 나라’는 ‘기레기’와 ‘나쁜 뉴스’가 양산되는 구조를 보고, 뉴스의 맥락을 읽는 방법을 알려준다. 나쁜 뉴스가 범람하는 나라에서 뉴스를 비판적으로 소비하기 위한 지침서인 셈이다.

badnews

맥락 파악의 중요성

“지금의 언론과 미디어가 팩트만 전달할 것이라 믿는다면 순진한 생각이다. 언론과 미디어는 지금 이 순간에도 보여 주고 싶은 것을 부각하며, 의제를 만들어내고 자신들이 설정한 프레임에 맞춰 뉴스를 재구성하고 있다.”

언론의 정파적인 특성에 따라 사실은 맥락에 따라 재구성된다. 어떤 사실은 보도되고, 어떤 사실은 묻힌다. 평범해 보이는 제목 한 줄, 단어 하나는 언론사가 의도한 맥락에서 등장한다. 언론사가 대중에 전달하고 싶은 주관과 가치가 객관과 공정으로 포장되는 과정이다. 이 과정을 거쳐 언론은 자신들이 생각하는 ‘뉴스 가치’를 결정하고 기사로 만들어낸다. 이 과정을 이해해야 뉴스의 맥락을 읽을 수 있다. 맥락을 읽게 되면 뉴스를 비판적으로 받아들이고, 나쁜 뉴스를 가릴 수 있다.

포털과 기레기

언론이 사회의 의제를 설정하는 기능을 담당한다는 점에서 언론이 뉴스 가치를 결정하고 기사로 만들어내는 과정은 그 자체로 옳고 그름을 말할 수는 없다. 비판적 독해만 필요로 할 뿐이다. 그러나 포털사이트에 의존하는 언론산업은 그 뉴스 가치마저 ‘어뷰징’으로 덮어버리는 환경을 만들어버렸다.

“이 바닥의 유일한 준칙은 ‘경쟁’뿐이다. 남들보다 더 자극적인 제목을 달아 누리꾼들을 자사 홈페이지로 끌어들이면 된다. 베끼기도 용인된다. 키보드 타이핑보다 복사-붙여넣기 기능이 더 중요하다.”

지금은 뉴스제휴평가위원회가 공식 활동을 시작하면서 많이 줄어들었지만,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포털사이트에는 말도 안 되는 기사들이 즐비했다. 소위 ‘어뷰징’이라고 기사다. 실시간 검색어를 활용해 트래픽을 끌어올리려는 수작이다. 목적은 광고수익이다.

“모델 미란다 커의 이혼 발표가 있었던 2013년 11월 13일, 동아닷컴에는 그녀의 근황과 몸매에 대한 기사가 27개나 올라왔다. 미란다 커의 벗은 몸매에 누리꾼이 감탄했다는 내용이 전부다. 학생들이 수업시간에 볼펜으로 탑을 쌓아 올렸다는 소식도 제목만 바뀐 채 22개가 올라왔다.”

기사와 기사를 작성한 기자의 근본을 되묻게 하는 이런 저질 기사는 ‘기레기’라는 말을 낳았다. 제목은 실시간 검색어를 바탕으로 만들어진다. 내용은 다른 기사의 말을 바꿔 메워진다. 마무리 단계에서는 실체 없는 ‘누리꾼’을 등판시켜 키워드를 좀 더 많이 기사에 포함하는 것으로 끝난다.

조윤호 기자는 이런 기사를 ‘소음’이라고 지칭한다. 수많은 어뷰징 기사가 좋은 기사를 가려버린다. 유통이 생산을 장악하면서 생긴 변화다. 앞으로 ‘좋은 뉴스’를 살리기 위해서는 유통에서 해답을 찾아야 하는 이유다.


고양이와 경쟁하는 시대, 뉴스의 미래는?

“이제 뉴스는 게임이나 미드, 일드, 예능프로그램과 싸워야 한다. 애니팡을 하고 카카오톡을 하는 시간에 뉴스를 보도록 시간을 빼앗아야 한다. 기성 언론까지 나서서 고양이 동영상과 같은 연성화된 기사를 만들고, 기사에 고양이 사진을 붙이는 이유다.”

뉴스 유통 방식에 집중해서 해답을 찾아야 하지만, 포털 사이트 이외의 뉴스 소비처도 상황이 넉넉하진 않다. 모바일과 소셜미디어로 뉴스 소비처가 옮겨가면서 경쟁해야 할 대상도 늘어났다. 언론의 경쟁대상은 다른 언론이 아니다. 게임과 웹툰 그리고 고양이 사진이 뉴스의 경쟁 대상이다. 모바일에 집중된 콘텐츠 소비 환경에서 뉴스의 몫을 확보하는 게 과제다.

이런 환경에서 득세하고 있는 <인사이트>, <위키트리>, <허핑턴포스트코리아>나 ‘피키캐스트’의 성공사례는 언론의 비극임과 동시에 배워야 할 대상이 된다. 이들은 고양이 사진과 콘텐츠 도둑질로 팬을 끌어모은 결과이기도 하지만, 뉴스가 하나의 콘텐츠가 된 시대에 잘 적응했기 때문이기도 하다. 새로운 플레이어들은 뉴스 소비자를 참여자로 끌어들이는 데 어느 정도 성공했다.

“뉴스를 아무리 재밌게 만든다 해도 예능이나 드라마만큼 재밌긴 힘들다. 고양이 동영상만큼 귀엽지도 않을 것이다. 우리가 성공한 쿠데타에서 배워야 할 것은 재미 이전에 뉴스 소비자의 참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