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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현 당선에 더민주도 “광주를 잡아라”

이정현 당선에 더민주도 “광주를 잡아라”

친박이 장악한 집권당에 맞서 '강한 야당'이 화두…‘반기문 대망론’ 맞설 대선 후보도 변수


새누리당 전당대회에서 친박 이정현 의원이 대표로 선출되면서 청와대와 새누리당이 한 몸이 될 가능성이 더 높아졌다. 전당대회를 앞두고 있는 더불어민주당은 하나가 된 정부여당에 맞설 강한 야당, 친박 대권 후보를 이길 수 있는 야당의 대권 후보를 만들어낼 수 있는 당 대표를 뽑아야할 입장이 됐다. 

김종인 더민주 비상대책위원회 대표는 10일 비대위 회의에서 “이정현 의원의 대표당선 축하드린다”면서 “정부여당이 총선 선거 결과에 대한 의식이 없는 것 같다는 느낌을 받는다. 종전과 같은사고로는 문제 해결에 아무런 진척을 가져오지못한다는 점을 여당 스스로 인식해야 한다”고 밝혔다. 김 대표는 “청와대와 여당의 협조만 가지고는 절대 일이 성사될 수 없다는 걸 인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상호 더민주 원내대표도 “이정현 신임 대표와 박근혜 대통령 간의 관계가 특수하기에 우려가 있다. 청와대 지시를 충실하게 수행하는 길, 민심을 잘 수렴해서 대통령과 청와대를 설득해서 원만한 국정운영을 이루는 길, 두 가지 길이 있다”며 “첫 번째의 길을 택한다면 참 순탄치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종인 대표와 우상호 원내대표 모두 우려를 표명한 이유는 이정현 의원이 자타공인 ‘친박’이기 때문이다. 이 대표는 전당대회 하루 전 “누구도 쳐다보지 않던 저 이정현을 발탁해서 국가와 국민을 위해서 무한대의 열정과 봉사를 할 수 있도록 기회를 주신 박근혜 대통령께도 무한한 감사를 드린다”고 말했다. 

최고위원 당선자 중 강석호 의원을 제외한 이장우, 조원진, 최연혜 의원은 친박으로 꼽힌다. 청년최고위원에 당선된 유창수 후보도 ‘친박’의 지지를 받았다. 임기 말 당청관계가 수직적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자연스럽게 정부여당과 야당의 관계도 대립적일 수밖에 없다. 8월27일로 예정된 더민주 전당대회에서 더민주 선거인단과 지지자들은 하나로 힘을 합쳐 정부여당에 맞설 수 있는 ‘강한 야당’을 만들 후보가 누구인지 판단해야 할 상황에 놓였다.

당 대표 후보인 김상곤, 추미애, 이종걸 후보 모두 본인들이 강한 야당을 만들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각각 다 강점과 약점이 있다. 김상곤 후보는 5일 예비경선대회에서 “2009년 한나라당이 압도적이던 경기도의회를 상대로 무상급식을 관철했다. 그리고 (무상급식은) 우리당에게 2010년 지방선거에서 큰 승리를 안겨주었다. 정책실천으로 우리당의 지지를 회복시킨 경험이 있다”며 ‘정책 역량’을 강점으로 내세웠다. 

반면 김상곤 후보가 ‘원외인사’라는 점은 약점으로 꼽힌다. 추미애 후보나 이종걸 후보처럼 최고위원이나 원내대표 등을 경험해본 적이 없다는 점에서 당을 완전히 장악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것이다.

▲ 9일 더불어민주당 경남대의원대회에 참석한 김상곤 당대표 후보. 사진=김상곤 후보 측 제공
추미애 후보는 21년 간 당에서 중직을 맡아 왔다는 점을 강점으로 내세운다. 추 후보는 9일 제주대의원대회에서 “21년 동안 우리 당과 함께해왔다. 분열의 아픔, 통합의 어려움을 온 몸으로 이겨왔다”고 강조했다.

반면 ‘친문(친문재인)’의 지지를 받는다는 시선은 약점으로 당을 완전히 하나로 만들어내기에 어려운 점으로 꼽힌다. 경쟁자인 이종걸 후보는 8일 YTN과 인터뷰에서 ‘친노, 친문 세력이 추미애 의원을 밀고 있다고 많이 거론하고 있다’는 질문에 “가까운 분들이 선거 운동을 같이 돕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지금 현재로는 그렇게 보인다”고 답했다.

이종걸 후보는 비주류라는 점을 당을 통합할 수 있는 강점으로 내세운다. 이 후보는 5일 예비경선대회에서 “우리는 뼈아픈 분당을 경험했다. 분당의 치유 없이 통합없이 승리할 수는 없다”며 “주류 계파의 힘으로 된 대표는 통합의 중심에 설 수 없다. 이종걸 만이 통합의중심에 설 수 있다는 것을 확신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원내대표 시절 문재인 당대표 체제에 반발하고 당무를 거부한 사례 등은 야권 지지층 사이에서 불안요소로 꼽힌다. 추미애 후보는 8일 기자들과 오찬 자리에서 “8년 전 오바마는 정치 초짜였다. 그런데 힐러리가 8년 전에 지지 선언하니 윈윈(win-win)하지 않았나”라며 “이종걸 후보가 대선 후보 누구 옆에 서 있다고 생각하면 불안불안하다. 대선후보에 반대한다고 당무 거부한다고 생각해보라”라고 밝혔다.

추 후보는 이 자리에서 “당을 운영한 경험이 없다든가 자기 계파를 위해 당을 흔든 사람에게대선을 맡길 수 없다는 생각이 많이 든다. 저는 안정적으로 당을 운영할 수 있다”며 “2012년 국민통합위원장을 맡으며 문재인 후보보다 더 많은 영역을 커버했다”고 강조했다. 더민주의 한 의원은 “후보 모두 강한 야당, 통합된 야당이라는 관점에서 각자 강점과 약점이 다 있다. 이런 점들을 모두 고려해 결과에 반영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정현 의원이 새누리당 당대표가 되면서 누가 돌아선 호남민심을 더민주로 되돌릴 수 있는 당대표인지가 더욱 중요해졌다. 4·13 총선에서 국민의당에게 호남을 내준 상황에서 새누리당에서 호남 출신 당대표가 탄생했기 때문이다. 김상곤 후보는 광주 출신임을 강조하며 “광주정신을 실천하려고 평생 노력했다”고 주장한다. 추미애 후보는 “(당대표가 되면) 호남 특위 위원장 직접 맡겠다. 호남 문제를 당 대표가 챙기고 소통하는 창구를 가져가서 호남민심을 흡수하겠다”는 입장이다.

친박이 새누리당의 당권을 쥐면서 ‘반기문 대망론’이 더욱 힘을 받을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점도 변수다. 친박은 이 대표 당선 이후 반기문 대망론에 힘을 싣고 있다. 이정현 대표는 9일 KBS 뉴스9와 인터뷰에서 “지금 (새누리당의 정권 재창출) 가능성은 제로(0)”라며 “밖, 외부에서 (대선후보를) 영입하겠다. (반기문 총장도) 외부영입인사 중에 한분”이라고 말했다.

친박 홍문종 의원은 10일 평화방송 ‘열린세상 오늘 윤재선입니다’ 인터뷰에서 “김무성 전 대표나 오세훈 전 시장이 이른바 비박계를 열심히 지원한 것만은 사실이다. 친박이 셋이었고 비박이 하나였는데, 결과로 보면 비박계가 잘 먹혀들어가지 않았다”라며 “저는 반기문 총장이 저희 당에 오시는 것을 적극적으로 환영하는 사람 중의 한 사람”이라고 밝혔다.

최고위원에 당선된 조원진 의원 역시 10일 KBS ‘안녕하십니까 홍지명입니다’ 인터뷰에서 “ 올해 안에 당의 훌륭한 대선 후보들을 그라운드에 올려야 하고 내년 3월까지는 압축된 후보들이 좀 선정되어야 한다. 이 압축된 후보들이 우리 당의 참 좋은 자산이고 보배인데, 스스로 20% 이상 국민의 지지를 얻어야 된다”고 강조했다. 현재 여권 대선 주자로 분류되는 인물 중 20% 이상의 지지율을 얻는 인물은 반기문 총장 뿐이다.

따라서 8.27 전당대회에서 선출된 더민주 당대표는 반기문 총장을 이길 대선 주자를 만들어내야 한다. 더민주 지지자들과 선거인단은 반기문 총장을 이길 대선 후보를 만들어낼 당 대표 후보를 지지해야 하는 입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