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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되는 양보와 후퇴, 더민주 더 물러설 데가 있나

계속되는 양보와 후퇴, 더민주 더 물러설 데가 있나

[뉴스분석] 야3당 합의한 세월호 특조위 조사기간 보장 등, 추경과 연계 안 한다?… ‘원내대표단 협의’로 후퇴


추경안 처리를 둘러싼 여야3당 간 합의에 윤곽이 잡혔다. 이 과정에서 ‘세월호 특별조사위원회 기간보장’ 등에 관한 야권의 요구가 후퇴하는 모양새다. 

박지원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은 8일 밤 기자들에게 김관영 국민의당 원내수석부대표에게 보고받은 여야3당의 가합의안을 공개했다. 서별관회의 청문회 이후 22일 국회 본회의를 열고 추가경정예산안을 처리하는 것이 가합의안의 골자다.

박지원 위원장은 “여야3당이 오는 12일부터 31일까지 8월 임시국회를 소집하고, 조선해운산업 구조조정 원인 등을 규명키 위한 청문회를 오는 17~18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서, 오는 18~19일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진행키로 합의했다”며 “오는 10일부터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추경 예산안 등을 심의한 뒤 오는 22일 오후 2시 국회 본회의를 열고 2015년 결산과 추경, 대법관 임명동의안을 처리하기 위해 노력하기로 합의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새누리당과 더민주 양측 모두 합의 중인 내용을 공개했으며 확정된 것은 없다고 반발했다. 박 위원장은 반발이 커지자 “문자로 (김관영 수석의) 합의문 보고를 받았는데, (가안이라는 내용을) 미처 못보고 실수를 했다”고 해명했다. 실제 공개된 합의문은 합의문 내용만 있을 뿐 각 당 원내수석부대표의 서명은 없다. 박완주 더민주 원내수석부대표는 9일 원내대책회의에서 “어제 있었던 일정과 관련해서는 약간 해프닝이라고 생각해달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가합의안은 여야3당의 요구가 담긴 ‘잠정합의’로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눈에 띠는 대목은 세월호 특조위 관련 내용이다. 가합의안에는 “세월호 선체인양이 가시화됨을 감안해 진상규명을 위한 선체조사는 반드시 필요하고 그 활동을 계속하기로 합의하되 조사기간, 조사주체 등 구체적인 사항은 앞으로 원내대표가 협의하기로 한다”는 내용이 있다.

가합의안에는 또한 “2017년 누리과정예산의 안정적인 확보방안을 협의하기 위해 교섭단체 3당 정책위의장, 기획재정부 장관, 교육부장관으로 구성된 정책협의체를 구성하고 구체적인 예산확보방안을 도출한다”는 문구와 “국회 검찰개혁 관련 사항은 법사위에서 논의하기로 한다”는 문구가 있다.

이런 입장은 야3당의 ‘8개 사항’ 합의에서 한 발 물러선 것으로 볼 수 있다. 야3당 원내대표는 지난 3일 세월호 특조위 활동기간을 보장하는 ‘원포인트’ 8월 임시국회, 국회 내 검찰 특위 구성, 서별관 회의 및 조선해운구조조정 청문회 개최, 정부에 누리과정 예산 마련 요구 등 8개 사항에 합의했다. 그리고 이를 추경 처리와 8월 임시국회 일정과 연계시키겠다는 의지도 내비쳤다. 이에 새누리당은 ‘야3당의 발목잡기’라고 반발했다.

가합의안을 참조하면 새누리당은 반대하던 서별관 회의 청문회에 합의해주고, 더민주와 국민의당은 검찰 개혁 특위 구성에서 ‘법사위 논의’로, ‘누리과정 예산 마련’에서 ‘정책협의체 구성’으로, ‘세월호 특조위 조사기간 보장’에서 ‘원내대표 간 협의’로 물러선 셈이다.

이런 입장은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농해수위) 결정과 유사하다. 농해소위의 세월호 소위는 세월호 선체 인양이 가시화됨에 따라 진상규명을 위한 선체조사는 계속하고 조사시간, 조사주체 등 구체적인 사항의 결정은 원내대표단에 일임한다는데 합의했다. 8일 농해수위 전체회의에서 이 같은 내용이 의결됐다. 

국민의당은 서별관회의 청문회만을 추경처리의 연계조건으로 내걸었다. 손금주 국민의당 수석대변인은 8일 오후 브리핑에서 “19대 국회부터 이어져 온 많은 현안들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서별관회의 청문회' 실시만을 추경처리와 연계하고 있다”며 “추경안 처리 문제를 갖고 다른 이슈들, 세월호 특조위 기간 연장이나 검찰개혁특위 문제에 대해서 여당과 딜(DEAL)하진 않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서별관 회의 청문회에서 다뤄질 조선해운업 구조조정은 추경과 직접적으로 연관되어 있다는 것이 이유다.

더민주도 8개항과 추경을 연계처리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우상호 원내대표는 9일 원내대책회의에서 “야3당 원내대표가 8개항 합의하고 발표했는데, 이 8개항은 올 정기국회까지 야3당이 관심을 갖고 해결할 현안에 대해 정리한 것”이라며 “이 8개항 전체가 추경과 연동된 것이 아니다. 저희가 볼 때 추경예산이 불만족스럽게 편성돼 왔지만, 그 예산이라도 충분히 실효성 있게 쓰일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새누리당이 동의하지 않아도 야당이 주도해 백남기 농민 청문회를 주도해 처리하겠다는 종전의 입장에서 한 발 물러난 셈이다.

야당이 이 같은 입장을 선회한 데에는 추경 처리와 직접적인 연관성이 없는 법안을 연계시킬 경우 ‘발목잡기’라는 역풍이 불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한 것으로 보인다. 추경 처리와 별개로 새누리당에게 계속 요구한다는 입장이다. 

우상호 원내대표는 9일 원내대책회의에서 “추경과 연동할 수 있다고 이야기 하는 것도 세월호 문제, 백남기 농민 문제 등 가슴 아픈 사람들을 달래드리고픈 마음이 앞선 것인데 그런 마음을 집권 여당이 헤아려서 따뜻한 시선으로 이를 해결하도록 나와 주셨으면 한다”며 “이 문제는 여야 3당 원내대표 회담에서 앞으로도 다룰 중요 사안이다. 다른 당의 대표들도 유념해서 협상에 임해 주시기 바란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추경처리와 연계시키지 않는 한 정부여당이 결사 반대하는 세월호 특조위 조사기간 보장 등을 끌어낼 전략이 있는지 의문이다. 더민주의 한 의원은 “농해수위에서 ‘원내대표단에 일임하자’고 한 것은 새로운 이야기는 아니다. 입장 차이가 너무 크니 원내대표 차원에서 풀자는 이야기는 7월부터 나왔고 그래서 원내대표가 야3당과 세월호 특조위 조사기간 보장에서 공조하자고 합의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의원은 이어 “이제 새누리당과 어떻게 할 것인지가 남은 셈인데 추경과 연계 안 하고 추경처리를 해주겠다는 건 엄밀히 말해서 야3당 합의 내용과는 다른 게 아닌가”라며 “국민의당까지 그렇게 이야기한다면 세월호 관련 사안은 안하겠다는 뜻으로 읽힌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