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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병우 지키기’가 ‘국정운영 버티기’로 확산되고 있다

‘우병우 지키기’가 ‘국정운영 버티기’로 확산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 이철성에 이어 조윤선‧김재수까지 임명 강행… “우병우 민정수석 검증 통과하면 그냥 장관 임명”


박근혜 대통령의 ‘우병우 수석 지키기’가 우병우 수석이 검증한 인사들에 대한 임명 강행으로 이어지면서 정국이 더욱 경색되고 있다.

박 근혜 대통령이 지난 4일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참석 차 중국 항저우를 방문하던 중 ‘전자결재’를 통해 조윤선 문화체육관광부, 김재수 농림축산식품부, 조경구 환경부 장관 후보자 장관 임명을 승인했다. 이 중 조 장관과 김 장관은 야당이 ‘부적격’ 청문보고서를 채택한 인물임에도 박 대통령은 전자결재라는 방식을 통해 임명을 밀어붙인 것이다. 

야당은 임명되마자마 ‘해임건의안’을 내겠다고 벼르고 있다.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5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야3당 원내대표가 회동을 해서 해임 건의안을 내는 문제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 박근혜 대통령이 러시아 동방경제포럼과 중국 G20 정상회의, 라오스 ASEAN 관련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2일 오후 경기도 성남시 서울공항에서 출국하고 있다. 사진=청와대
박 지원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도 5일 비대위 회의에서 “(대통령이) 전자결재 한 부적격 판정을 한 두 장관에 대해서 국회에서 해임 건의안 제출을 논의하기로 했다. 그 범위와 시기는 야3당이 합의해서 결정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장관 해임건의안은 재적의원 과반수가 찬성하면 통과될 수 있다. 

박 대통령이 야당이 반대한 인사를 밀어붙인 경우는 처음이 아니다. 앞서 야당은 청문회에서 음주운전 후 신분을 속인 사실이 드러난 이철성 경찰청장에 대한 청문 보고서 채택을 거부했다. 하지만 박근혜 대통령을 임명을 강행했다.

이들은 모두 우병우 민정수석이 검증한 인사라는 공통점이 있다. 박 대통령과 청와대의 우 수석 지키기가 우 수석이 검증한 인사에 대한 임명을 강행하는 현상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해석이 가능한 대목이다.

윤 관석 더민주 수석대변인은 5일 브리핑에서 “박 대통령이 민정수석 하나 지키자고 정부의 인사를 통째로 수렁에 빠뜨렸다고 평가할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는 5일 상무위 회의에서 “이렇게 할 거면 국회에서 청문회는 왜 하는지 이유를 알 수 없다. 우병우 민정수석이 검증해서 통과되면 그냥 장관 임명이나 마찬가지인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부 실검증의 문제점은 장관 임명 이후에도 드러나고 있다. 김재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4일 모교인 경북대 동문회 커뮤니티에 남긴 글에서 “이번 청문회 과정에서 온갖 모함, 음해, 정치적 공격이 있었다. 언론도 당사자의 해명은 전혀 듣지도 않고 야당 주장만 일방적으로 보도하고 있었다”고 주장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진 것이다.

김 장관은 이 글에서 “농림부 장관으로 부임하면 그간 사실 확인도 하지 않고 본인의 명예를 실추시킨 언론과 방송, 종편 출연자를 대상으로 법적인 조치를 추진할 것”이라며 “시골출신에 지방학교를 나온 이른바 흙수저라고 무시한 것이 분명하다. 더 이상 지방출신이라고 홀대받지 않고 더 이상 결손가정 자녀라고 비판받지 않는 더 나은 세상을 후배들에게 물려주기 위해 저는 제가 할 수 있는 제반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말했다. 장관이 되면 청문회에서 당한 것을 되갚겠다는 말로 읽힌다.

김 장관은 청문회에서 어머니가 10년 동안 ‘빈곤계층’으로 등록돼 2500만원이 넘는 의료비 혜택을 받은 사실이 드러나 물의를 빚었다. 이외에도 아파트 헐값 전세와 헐값 분양, 산하기관 농협은행 특혜 대출, 종합소득세 누락, 부동산 투기 의혹 등 부도덕한 고위공직자의 전형적인 비위 사례를 모두 갖추고 있었다.

더불어민주당 농해수위원회 국회의원 일동은 5일 성명을 내고 “김재수장관이 자가당착에 빠져 선악을 구분 못하는 등 인격적인 자질조차 없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으로 스스로 물러나는 것이 박근혜정부에 부담을 줄여주고 우리나라의 올바른 농정을 위하는 길”이라며 사퇴 및 임명 철회를 요구했다.

이용호 국민의당 대변인도 “그는 청문회 과정에서 황제전세, 특혜대출 등 상식적으로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의혹들이 쏟아져 국민들로부터 부적격인사로 결론이 난 사람이다. 그럼에도 그는 마치 야당과 언론으로부터 모함과 음해, 정치공격으로 탄압을 받은 청빈하고 정의로운 민주투사를 자처하며 사법적 대응을 예고했다”며 “정부청사의 장관자리에서 내려와 당장 정신감정부터 받아보길 충고한다”고 비판했다. 
 
새누리당도 청와대의 ‘우병우 지키기’를 통한 여소야대 정국 돌파에 호흡을 맞추고 있다. 정세균 국회의장이 1일 국회 개원식 개회사에서 우병우 민정수석, 사드 관련 정부의 소통 부재를 비판했다는 이유로 국회 보이콧에 나선 것이 대표 사례다. 새누리당은 정 의장 해임건의안을 제출하고 의장실까지 점거했다가 정 의장이 사회권을 부의장에게 넘기자 물러섰다.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는 5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박근혜 정부 들어와 정부조직법 개정 발목잡기부터 지금 이 순간까지 사실상 대선불복 형태의 국정 반대, 국가 원수에 대한 막말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고 야당을 겨냥했다. 야당의 정책 반대를 ‘대선불복’으로 규정한 것이다.

양순필 국민의당 부대변인은 “국정 잘못을 반대하는 것을 대선 불복 행태라며 국민과 야당을 공격하는 여당 대표가 국회의 자성과 정치혁명을 말하니 울림이 있을 리 없다”고 비판했다. 윤관석 더민주 수석대변인은 “이정현 대표는 국민들 호도하지 말고 국정운영에 책임을 진 집권여당의 대표로서 총선민심, 여소야대 국면에 대해서 불통의 국정운영을 어떻게 개선할 것인지 그 답을 제시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밝혔다. 

여소야대 상황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버티기’ 국정운영 외에 다른 것을 보여주지 못한다는 비판도 나온다. 윤태곤 더모아 정치분석실장은 5일 발표한 ‘이주의 전망’에서 “대통령의 인사권과 야당, 여론이 충돌하는 일은 이전 정부에도 일상다반사였다. 하지만 이전 정부의 경우 청와대 대변인 등이 출입기자와 질의응답 등을 통해 후보자의 장점, 그 후보자에게 맡겨야 하는 국정과제 등을 설파했다”며 “하지만 지금의 청와대는 드러난 흠결에도 불구하고 후보자들을 임명해야 하는 명분을 전혀 설명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윤 실장은 “오직 ‘법적 절차를 밟을 뿐’이라는 통보가 뒤따를 뿐이다. 청와대는 우병우 민정수석, 장관 후보자들에 대한 질타에서 ‘버티는 힘’을 유감없이 보여주고 있지만 이를 통해 ‘무엇을 하려는 지’에 대해선 전혀 말하지 않거나 혹은 못하고 있다는 이야기”라고 밝혔다.

박지원 국민의당 비대위원장이 공개한 ‘새누리당 고위인사’의 말이 다시 한 번 떠오르는 대목이다. 박 위원장은 3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어제 만난 새누리당 고위인사와의 대화 한 토막을 소개 합니다”며 새누리당 고위인사의 말을 전했다. 박 위원장에 따르면 새누리당 고위인사는 “(박 대통령이) 우병우는 안 내보내”라며 “모든 언론이, 정치권에서 그렇게 몰아붙이면 대통령께서 하시려고 해도 밀려서 하시는 것 같으니”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