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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당, 국회선진화법으로 세월호특별법 발목잡다

새누리당, 국회선진화법으로 세월호특별법 발목잡다

안건조정위 회부돼 90일 간 멈춘 특별법 개정 논의… “여소야대 야당 아무것도 못한다”


19대 국회에서 국회선진화법 재개정을 주장했던 새누리당이 여소야대 국회에서 국회선진화법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세월호 특별조사위원회의 조사기간 보장을 위한 세월호특별법 개정안관련 논의를 국회선진화법 조항을 통해 막은 것이 대표 사례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는 6일 전체회의를 열고 위성곤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4·16세월호참사 진상규명 및 안전사회 건설 등을 위한 특별법 일부개정법률안’을 상정하고자 했다. 하지만 이 안건은 상임위 통과를 위해 필요한 절차인 전체회의에 상정되지 못한 채 안건조정위원회에 회부됐다.

위 성곤 의원이 발의한 세월호특별법 개정안은 세월호 특별조사위원회(특조위)의 활동기간을 정부가 위원회의 활동 관련 예산을 배정하기로 결정한 날(2015년 8월 4일)로부터 1년 6개월 후인 2017월 2월 4일까지로 하고, 그 기간까지 선체조사를 위한 최소기간인 6개월을 확보하지 못할 경우에는 선체 인양(육상 거치) 후 6개월이 되는 날까지 그 활동을 보장하는 내용이다. 

정부는 예산도 공무원도 배정하지 않은 2015년 1월1일을 활동 시점으로 보고 6월30일자로 특조위의 활동이 끝났다고 통보한 상태다. 조사보고서 작성기간인 9월 말이 되면 특조위는 강제해산될 가능성이 높다.

농해수위 소속 새누리당 의원들은 이 세월호특별법 개정안을 안건조정위원회에서 다루자며 ‘안건조정위원회 구성 요구서’를 제출했다. 안건조정위원회는 국회선진화법 관련 국회법 조항에 규정돼 있다. 국회법 제57조 2항은 “위원회는 이견을 조정할 필요가 있는 안건을 심사하기 위하여 재적위원 3분의 1 이상의 요구로 안건조정위원회를 구성하고 대체토론이 끝난 후 조정위원회에 회부한다”고 규정한다. 조정위원회의 활동기한은 구성 일로부터 90일이다.

이양수 새누리당 의원은 6일 회의에서 “상임위에서 항상 이 문제에 대해 여야간 이견도 있었고 개인 간에 이견이 많아 있었다. 또 다시 이 법안에 대해 계속 논의를 진행한다하더라도 간극 이 좁아지긴 쉽지 않다”며 “이 법안에 대해 이견이 크기 때문에 국회법 57조2항에 의거 안전조정위원회에 심사해주실 것을 새누리당 소속 의원 전체 이름으로 요구드린다”고 마했다.

해 당 조항은 상임위에서 과반수 여당이 법안을 날치기하고 야당이 이를 몸으로 막는 관행을 막기 위해 도입됐다. 하지만 이번 경우 여소야대 정국에서 여당이 야당이 도입을 주장하는 세월호특별법개정안 처리를 막는 데 사용된 셈이다. ‘재적의원 3분의1 이상’이면 안건조정위원회 구성을 요구할 수 있기에 새누리당 의원들의 요구만으로도 충분히 구성이 가능하다.

문 제는 특조위가 9월말이면 강제해산당할 처지에 놓인 상황에서 안건조정위원회 심사를 거치는 90일 동안 특별법 개정안을 처리할 수 없다는 점이다. 농해수위 더민주 간사를 맡고 있는 이개호 의원은 “안건조정신청을 하면 90일 간 이 법의 처리가 불가능하다. 정부는 이달 말까지로 특조위 활동기한을 설정했고, 강제해산조치할 가능성이 높다”며 “이 법은 기간연장을 위한 법인데 그러면 법 개정이 의미가 없어져버린다. 이러한 취지와 여건을 감안해서 안건조정신청을 철회해주실 것을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법 안을 발의한 위성곤 의원 역시 “안건조정위원회 회부는 법안 처리를 막아내는 것인데, 정부가 9월30일까지를 특조위 활동기간이라 못박은 상황에서 안건조정 회부는 특조위 활동 자체를, 세월호 진상규명 자체를 막는 거라고 볼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새누리당 의원들은 6일 전체회의에서 특별법 개정안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김성찬 새누리당 의원은 이개호 의원이 “세월호유가족들이 요청하면서 20일째 단식하고 있다”고 발언한 것을 문제삼으며 “단식이 중요한 건가. 미흡한 부분이 있다면 단식이 아니라 진상조사에 전력하셔야죠”라고 말했다. 김 의원은 “진상조사하는데 방점이 있는 게 아니라 다른 목적에 의해서 단식투쟁을 하고 연장해달라는, 정부에 대한 투쟁을 하는 모습에 동의할 수 없다”고 밝혔다.

김 의원은 또한 “(내가) 천안함 침몰 때 진상조사를 직접 했다. 1년 이상 안 걸린다”며 “하나 미흡한 것 있다면 선체가 인양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추가로 인양후 조사를 하자고 논의하였고 상임위에서 결정하기 어려우니 시기와 방법에 대한 여야 지도부의 또 다른 정치적 판단을 요구했던 것”이라고 강조했다.

농해수위 새누리당 간사를 맡고 있는 김태흠 의원은 “특조위에서 올해 상반기까지 150억 원 써가며 1년 반 동안 조사하는데 있어서 국민들이 납득할 만한 새로운 내용도 안 나왔다”며 “그런데 더 연장한다고 하면서 연장법안 제출하고 논의한다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주장했다.

‘특조위가 한 일이 없다’는 인식은 새누리당 지도부의 인식이기도 하다.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6일 원내대책회의에서 “세월호 특조위는 예산만 낭비했다. 연장은 말도 안된다”며 “검토가치 없다”고 말했다.


결 국 새누리당이 내세운 ‘안건조정위원회 구성’은 세월호특별법에 대해 더 논의해보자는 취지에서 나온 제안이 아니라 특별법 개정안과 특조위 기간 보장을 막겠다는 의도에서 비롯됐다고 볼 수 있다. 이 과정에서 19대 국회 때 재개정을 주장했던 국회선진화법을 사용했다.

야당 내부에서는 현실적으로 특별법 개정을 통한 특조위 기간 보장은 어려웠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국민의당 지도부는 5일 오후 유가족의 단식농성장을 방문한 자리에서 국회선진화법에 대한 성토를 쏟아냈다. 

박지원 국민의당 비대위원장은 “국민들, 세월호 특위위원들, 우리 가족들은 왜 여소야대인데 아무것도 못하느냐고 원망하시지만 현재 국회선진화법상 대통령도 아무것도 못하고 여소야대지만 저희 야당도 아무것도 못한다”고 말했다.

황주홍 의원은 “안건조정위원회가 새누리당이 가지고 있는 묘책”이라며 “김태흠 새누리당 간사에게 오늘 의결 처리하겠다 했는데, ‘처리해라 그럼 우리는 안건조정위원회에 회부하겠다’고 하더라. 이렇게 되면 (특별법 개정이) 거의 무의미해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천정배 의원도 “어떤 의미에선 이른바 선진화법이 원망스럽다”고 말했다.
 
유성엽 의원은 “여소야대가 되서 야당이 과반수를 차지하는 세상이 오니 이제 전가의 보도처럼 선진화법을 들이대며 나오는데, 정부여당의 태도가 바뀌지 않으리라 보여진다. 현재로선 특별법 개정이 물건너갔다 생각한다”며 “과거 특별법 제정을 위해 노력했듯 새로운 접근이 필요하지 개정하는건 솔직히 불가능하다 생각한다. 정부여당의 완강한 반대를 뚫어낼 수 있는 길이 없다”고 강조했다.

이 에 유경근 4‧16가족협의회 집행위원장은 “특별법 개정이 현실적 어렵다는 유성엽 의원의 판단이 맞을 수 있다. 그런데 9월 말 이후 특조위가 사라져버리면 새로운 접근을 논의하기 위한 동력 자체가 사라질 가능성 농후하다”며 “9월말 이후 특조위가 살아서 조사활동을 할 수 있는 근거와 명분을 국회에서 만들어주지 않으면 이후 어떤 진상조사 방법을 찾아낼 수 있나”라고 반문했다.

특 별법 개정이 아닌 특검을 통해 진상규명을 하자는 제안도 나오고 있다. 세월호 특별법 37조는 “위원회는 4.16세월호 참사와 관련하여 특별검사의 수사가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경우 특별검사의 임명 등에 관한 법률 제2조 제1항 제1호에 따른 특별검사의 수사 대상이 될 수 있도록 국회의 의결을 요청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유성엽 의원은 6일 비상대책위원회 회의에서 “국회의장이 직권상정을 해서라도 본회의 의결을 통해서 특검수사라도 이뤄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우리 국회가 이 세월호 참사문제에 임하는 최소한의 도리”라며 “의장은 이 문제를 직권상정 시켜서 특조위에서 못한 조사를 특검에서 수사를 마무리 할 수 있도록 비상한 결단을 내려줘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