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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상 초유! 총리와 장관들이 필리버스터를 하고 있습니다

사상 초유! 총리와 장관들이 필리버스터를 하고 있습니다

새누리당, 김재수 장관 해임 건의안 막으려 본회의 미루다 필리버스터 시도도 실패… 국무위원 답변 시간 늘리기로 버티는 중

9월23일 국회 본회의에서 새누리당이 필리버스터(무제한토론)를 하는 광경이 벌어질 뻔 했다. 새누리당이 김재수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의 해임건의안 표결을 막기 위해 필리버스터까지 검토하는 등 가능한 전략을 총동원하고 있기 때문이다. 새누리당은 필리버스터는 성사하지 못한 채 ‘대정부질문 답변 늘리기’로 해임건의안 표결처리를 막고 있다.

여야는 23일 오전 10시 국회 본회의를 열고 교육,사회 분야 대정부질문을 실시할 계획이었으나 10시반으로 본회의가 미뤄지더니 이내 오후 2시로 본회의가 연기됐다. 새누리당이 의원총회를 이유로 본회의 연기를 요청했기 때문이다.

새누리당의 의원총회는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 무소속 의원 132명이 제출한 김재수 장관 해임건의안 때문에 열렸다. 해임건의안 통과를 막아야 하는 입장이지만, 여소야대라 쉽지 않다. 재적의원 과반인 151명 이상이 찬성해야 하는데, 재적의원 과반인 151명 이상이 찬성해야 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국민의당 의원 19명만 해임건의안에 찬성하면 해임건의안은 통과된다. 해임건의안을 제출하지 않았던 국민의당도 찬성 기류로 돌아선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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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당은 의총을 이유로 본회의 2시 연기를 요청하더니 2시에 다시 의원총회를 열었고, 2시반까지 새누리당 의원들은 본회의장에 입장하지 않았다. 새누리당의 첫 번째 전략인 ‘본회의 지연시키기’는 정세균 국회의장에 의해 무산됐다.

정 의장은 2시 반까지 새누리당 의원들이 입장하지 않자 야당 의원들만 참석한 상태에서 본회의를 개의했다. 정 의장은 “원래 예정돼 있는 의사일정을 국회의장이 과도하게 제약하는 것은 국회의 정신에 맞지 않는 것 같다. 안타깝지만 참석하신 의원님들과 함께 대정부질문을 시작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새누리당의 두 번째 전략은 ‘필리버스터’였다. 국회법에 따르면 해임건의안은 본회의에 보고된 후 72시간 안에 표결에 부쳐져야 한다. 해임건의안은 22일 오전 10시에 본회의에 보고됐기에 25일 오전 10시까지만 저지하면 자동폐기시킬 수 있다. 새누리당은 국회 사무처에서 무제한토론 신청서까지 받아갔다.

하지만 이 역시 정세균 의장에 의해 무산됐다. 국회법 상 필리버스터를 하려면 본회의 개의 전에 신청서를 제출해야 한다. 하지만 새누리당이 의총을 열어 대응전략을 논의하고 본회의 신청서를 받으러 간 사이 정세균 의장이 본회의를 개의해버렸다. 사상 초유의 여당 필리버스터는 무산됐다.

마지막 남은 전략은 대정부질문을 통해 시간을 끄는 작전이다. 새누리당은 본회의가 열리고 대정부질문이 속개되자 대정부질문에 나서기로 했던 의원들을 투입했다. 국회법상 대정부질문에 나선 의원의 발언시간은 15분, 의사진행발언은 5분으로 제한되지만 국무위원의 답변시간에는 제한이 없다. 국무위원이 답변을 길게 하면 시간 끌기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이재정 더민주 원내대변인은 오후 브리핑에서 “새누리당 수석부대표 김도읍은 국회 본회의장에 재석한 정부관계자를 대거 소집하여 ‘시간 끌기’를 목표로 한 ‘답변 늘이기’를 요청하였고, 이러한 장면이 더불어민주당 의원 및 다수 관계자에 의하여 목격되었다”고 밝혔다. 대정부질문을 통한 시간끌기가 전략적 차원에서 이루어졌다는 것이다.

그 결과 대정부질문에 나선 정우택 새누리당 의원은 55분이나 단상에서 질문과 답변을 이어갔다. 의사봉을 쥔 박주선 국회 부의장(국민의당)은 “보통 의원들은 다 합쳐서 30분 안에 끝내는데 정우택 의원은 55분을 썼다”고 지적했다.

이재정 더민주 원내대변인은 “국회의 정당한 의사진행과정을 방해하기 위한 다수당의 꼼수가 가관이다. 정부에 의한 필리버스터라는 듣도 보도 못한 초유의 의사방해를 목격하고 있다”며 “김재수 일병 지키기가 눈물겹다. 새누리당은 스스로 국회의 권위를 지키라. 또한 정부의 의한 국회 의사진행 방해는 용납할 수 없는 월권”이라고 지적했다.

새누리당의 네 번째 전략은 국민의당의 이탈표를 노리는 것이다. 김명연 새누리당 원내대변인은 23일 오전 브리핑에서 “야당의 수적횡포 속에서도 해임건의안에 찬성하지 않은 국민의당의 이성적이고 용기있는 선택에 박수를 보낸다”며 국민의당을 치켜세웠다.

새누리당은 또한 자신의 홈페이지에 해임건의안 반대의견을 올린 황주홍 국민의당 의원을 높이 평가했다. 황 의원은 23일 홈페이지에 올린 글을 통해 “김재수 장관이 정책 역량적으로는 물론이거니와, 도덕적으로도 그렇게 엉터리는 아니더라. 해임건의안은 공연한 정치 공세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이에 염동열 새누리당 수석대변인은 브리핑에서 “국민의당 황주홍 의원의 김재수 장관 해임건의안 반대에 대한 담대한 용기를 높이 평가한다. 당과 정파적 이익을 넘어, 국민을 향한 아름다운 울림”이라고 치켜세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