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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사람’ 김재수 잡았다? 새누리당 빼고 국감 진행한다

‘생사람’ 김재수 잡았다? 새누리당 빼고 국감 진행한다

상임위 전체가 새누리당 없이도 국감 가능, 8개 상임위는 야당이 위원장… 새누리당 ‘출구전략’ 고심할 듯

새누리당이 김재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의 해임건의안이 국회를 통과한 데 항의해 국정감사 일정을 보이콧하고 있다. 하지만 야당은 새누리당 없이 국감을 진행하겠다는 입장이라 새누리당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26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안타깝게도 새누리당이 국감에 참여하지 않는 것으로 입장을 정리해서 반쪽짜리 국감으로 시작하게 되었다”며 “새누리당은 오늘이라도 입장을 바꿔서 국정감사에 참여하여 제대로 된 의회의 기능이 회복될 수 있도록 협조해주실 것을 당부 드린다”고 말했다.

새누리당 없이도 국정감사를 진행하겠다는 뜻이다. 우상호 원내대표는 25일 기자간담회 자리에서도 “오늘 오전 원내대표 간에 전화를 통화했다. 설사 집권당이 국정감사를 보이콧하더라도 야3당은 예정된 일정을 정상적으로 진행할 것을 합의했다”고 밝혔다.

국민의당도 같은 입장이다. 이용호 국민의당 원내대변인은 25일 논평에서 “국감열차는 새누리당의 승차거부에도 불구하고 월요일 예정 시각에 출발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국민의당 소속 장병완 의원이 위원장을 맡고 있는 산업통상자원위원회 국정감사는 26일 오전에 예정대로 열리고 있다. 한창민 정의당 대변인 역시 25일 논평에서 “정의당은 다른 야당들과 함께 최선을 다해 (국감을) 진행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새누리당은 김재수 장관 해임건의안이 통과된 것에 대해 정세균 국회의장의 사퇴 및 야당의 사과를 요구하고 있다.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26일 의원총회에서 “새누리당은 국감 등 정기국회일정에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참여할 수 없다. 정세균 의원은 명예롭게 물러나시라”며 “더민주도 요건이 되지 않은 해임건의안 제출에 대해 국민 앞에 사과하라. 의회민주주의 복원을 위해 의원들과 끝까지, 끝까지 투쟁해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새누리당은 정세균 의장의 발언을 대상으로 집중 공세를 펼치고 있다. 새누리당은 해임건의안이 통과되던 24일 오전 12시35분 경 정세균 의장이 “세월호나 어버이연합 둘 중에 하나 내놓으라는데 안 내놔. 그래서 그냥 맨입으로 그래서 그냥은 안 되는 거지”라고 발언했다는 점을 폭로하며 사퇴를 촉구했다.

김도읍 새누리당 원내수석부대표는 26일 오전 브리핑에서 “야당이 민생·안보·경제는 안중에도 없이 박근혜 정부를 흔들고 정쟁으로 몰아가기 위해 세월호특조위 활동기간 연장, 어버이연합 청문회를 흠결이 없는 김재수 장관 해임 건의안과 연계했다는 사실이 명명백백하게 드러난 것”이라며 “국회의장이 야당과 작당하여 자신들의 불순한 정치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생사람 김재수를 잡은 것”이라고 비판했다.

정세균 의장은 해당 발언이 정 의장 입장이 아니라고 설명했다. 의장실은 26일 보도자료에서 “정세균 국회의장은 ‘김재수 농림부장관 해임 건의안’ 뿐만 아니라 ‘조선·해운 부실 규명 청문회’, ‘백남기 농민 국가폭력 진상규명을 위한 국회 청문회’등과 관련하여 여․야간 대립된 문제를 협의와 타협으로 마무리되도록 하기 위해 방미 전부터 지속적으로 노력해왔다”며 “지난 24일 본회의 투표 도중에 의장석을 찾은 의원과의 대화 내용은 이 같은 노력에도 여·야간 협상과 타협이 이루어지지 않고 해임건의안이 표결로 처리될 수밖에 없는 상황에 이르게 된데 대해 안타까움을 표현한 것”이라고 밝혔다.

새누리당의 고민은 여소야대 국회에서 국감이 새누리당 없이도 어느 정도 진행될 수 있다는 점에 기인한다. 박명재 새누리당 사무총장은 25일 의총에서 “여소야대 상황에서 우리의 전투력을 높여 나가기 위해 필요한 건 단합된 힘이다. 우리는 수적으로 열세에 놓여있다”고 강조한 점도 같은 맥락이다.

국감이 진행되는 16개 상임위원회 모두 야당이 과반수다. 국감 개회 정족수는 재적인원 5분의 1이다. 이 중 8개 위원회는 야당이 위원장이다. 최소 8개 위원회는 새누리당이 없이도 개회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다만 운영위원회, 법사위, 기재위, 정무위, 미방위 등 8개 위원회는 새누리당이 위원장을 맡고 있어 개회가 어려울 수도 있다.

우상호 더민주 원내대표는 25일 의원들에게 보낸 문자메시지에서 “상임위원장이 야당일 경우 정상적으로 국감을 진행하고, 위원장이 새누리당일 경우 새누리당 위원장과 의원들이 국감에 임하도록 27일까지 기다리자”고 밝혔다.

정세균 의장은 26일 오전 우상호 원내대표와 박지원 국민의당 원내대표를 만난 자리에서 “국감을 2~3일 연기하자”는 제안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지원 원내대표는 회동 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새누리당을 설득해서 돌아올 수 있도록 국감을 2~3일 연기하는 게 좋겠다고 했다”면서 “하지만 우상호 원내대표는 난색을 표했다”고 전했다. 현재 보건복지위 등은 새누리당의 국감 참석을 촉구하기 위해 국감 시작을 미루고 있는 상황이다.

설사 새누리당이 위원장직을 맡고 있는 8개 상임위원회가 국감을 보이콧한다 해도 국회법상 간사가 사회권을 넘겨받을 여지도 존재한다. 국회법은 상임위원장이 사회를 기피하면 간사가 사회권을 넘겨받을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새누리당 없이 국감이 진행되면 자칫 청와대가 민감해하는 의혹을 방어할 수 없다는 점도 고민거리다. 유성엽 국민의당 의원이 위원장을 맡고 있는 국회 교문위의 경우 K스포츠재단과 미르재단 관련 의혹이 다뤄질 예정인데, 새누리당 의원들이 불참할 경우 야당 의원들이 관련 의혹을 제기하며 정부를 난타할 가능성이 높다.

기동민 더민주 원내대변인은 25일 오후 브리핑에서 “국회를 파행으로 몰아 국정감사를 무력화시키고 미르재단 등 권력형 비리의혹을 덮겠다는 정략적 의도가 의심된다”며 “특히 이번 국감은 우병우, 최순실 등 박근혜 정부 실정과 측근 실세들에 대한 국정감사이다. 새누리당은 이들만 지켜내면 끝이라는 막장정치를 그만두길 바란다”고 지적했다.

이런 이유로 새누리당 내부에서도 국감을 이어가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비박계인 강석호 새누리당 최고위원은 25일 긴급 최고위원회의에서 “야당이 이번에 한 행동은 정말로 옳지 못하다고 생각한다”면서도 “그렇지만 우리 여당은 국정운영의 책임자다. 국정이 하루라도 중단되어선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나아가 국정감사에서 지역구 예산 관련 언급을 해야 정부예산에 지역구 예산이 포함된다는 점도 새누리당 지역구 의원들에게는 부담이다. 자칫 지도부의 입장과 달리 국감에 개별 참석하는 의원이 생겨날 수 있고, 이를 고려하면 지도부도 국감 불참을 오래 이어갈 수 없다는 관측도 나온다. 새누리당은 9시50분부터 비공개 의원총회를 이어가며 국감 보이콧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