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나의 글 /기사

새누리당 다급했나, 국정원장 발언 거짓 브리핑 논란

새누리당 다급했나, 국정원장 발언 거짓 브리핑 논란

문재인 질문에 '노코멘트'했는데 "문재인이 그렇게 결론, 맞다고 했다"... 원문은 "회고록 진실 있다는 느낌 받았다"


새누리당 정보위원회 간사를 맡고 있는 이완영 의원이 정보위원회 국정감사 이후 기자들을 상대로 거짓 브리핑을 했다는 논란에 휩싸였다.

19일 국정원을 대상으로 열린 국회 정보위원회 국정감사는 ‘송민순 회고록’ 논란에 대한 공방이 오고 갔다. 이 자리에서 이병호 국정원장은 “회고록이 구체적이고 사리에 맞기 때문에 사실이나 진실이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면서도 구체적인 자료에 대해서는 밝힐 수 없다고 답변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가 된 대목은 김만복 전 국정원장, 문재인 전 비서실장과 관련된 발언이다. 이완영 새누리당 의원은 정보위 회의 이후 브리핑에서 2007년 유엔 북한인권결의안 논의 당시 김만복 국정원장이 북한의 의견을 물어보자고 먼저 제안한 게 맞느냐는 질문에 이 원장이 동의했다고 밝혔다.

▲ 20일자 TV조선 뉴스 갈무리
이완영 의원은 또한 “문재인 비서실장이 그렇게 하자고 결론을 낸 것에 대해서 맞느냐는 질문에 대해 국정원장은 맞다고 했다”고 전했다. 20일 오전 아침신문은 관련 내용으로 도배됐다.

하지만 야당 정보위 위원들은 이 의원의 브리핑 내용이 거짓이라며 펄쩍 뛰었다. 이병호 국정원장은 김만복 국정원장, 문재인 비서실장 등에 대한 질문에 ‘맞다’고 확인해준 적이 없다는 것.

더불어민주당 정보위원들은 20일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완영 의원의 브리핑 내용을 반박했다. 정보위 소속 신경민 민주당 의원은 “어제 국감에서 국정원장은 두 가지를 분명하게 이야기했다”며 “첫째는 2007년 남북한 간에 오간 쪽지의 유무 및 내용에 대해서는 국정원이라는 속성상 외교안보 책임자로 NCND(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음) 하겠다는 것이었고 둘째는 문제의 ‘송민순 회고록’을 읽어본 결과 개인적으로 진실과 사실에 근접하다는 느낌을 받았다는 것이었다”고 말했다.

신 의원은 “그런데 (이완영 의원의) 브리핑 과정에서 대형사고가 터졌다. 이완영 의원은 (국정원장의 답변에서) 한 발 더 나가 원장의 말에 자신의 말과 생각 더해 소설을 썼다”며 “문재인 비서실장과 김만복 당시 국정원장 이야기를 브리핑해서 이것이 오늘 아침 신문과 방송을 도배하게 만들었다. 명백하게 사실이 아니고 사기브리핑”이라고 비판했다.

신 의원은 또한 “언론과 국민 우롱하는 것이고 브리핑하는 사람이, 정보위 간사가 해서는 안 될 짓을 했다”며 “정보위원으로서 자질이 매우 의심스럽기에 간사로서 물러날 것을 요구하고 이철우 위원장이 적절한 조치를 취해줄 것을 요청한다. 관련 부분에 대한 속기록이 존재하니 진실은 금방 밝혀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야당 정보위 의원들에 따르면 19일 국감장에서 이병호 국정원장은 김만복 국정원장이 북한 의견을 구하려 했고 문재인 비서실장이 이를 수용하려 했다는 질문에 대해 확인을 해준 적이 없다. 정보위 소속 조응천 더민주 의원 등은 20일 기자회견 직후 가진 백브리핑 자리에서 “그런 이야기를 한 적도 없고 들은 적도 없다”고 반발했다.

민주당 정보위 간사를 맡은 김병기 의원은 “(이병기 원장이) 그런 말을 할 위치가 아니었다”며 “이병호 원장이 김만복 전 원장이 참여했던 회의에 있지도 않았다. 기록을 볼 수 없는 상황에서 그렇게 말한다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된다”고 설명했다.

야당 의원들에 따르면 이병호 국정원장 역시 그런 답변을 한 적이 없다고 밝혔다. 신경민 의원은 “제가 어제 밤 10시~11시 사이에 (이 원장에게) 전화해 ‘이런 내용으로 브리핑했다는 사실을 아냐’고 물었더니 ‘모르겠다’고 했다. ‘그런 말한 사실이 있나’라고 했더니 ‘오늘 하루 종일 같이 들었고 속기록에 다 나와 있지 않나. 맞다고 말한 기억이 없다’고 이야기했다”며 “어제 대변인을 통해서 언론사에 그런 말 사실 한 적 없다고 통보하겠다고 했는데 통보를 했는지는 모르겠다”고 전했다. 국정원 관계자도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이 원장은 그렇게 말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송민순 회고록 논란이 생각보다 커지지 않고, 최순실 게이트 관련 의혹이 연이어 터져 나오자 새누리당이 무리수를 저질렀다는 비판도 나온다. 신경민 의원은 “정보위의 여당 의원들 선수와 직책을 막론하고, 한 가지 임무를 받고 이것을 관철하려는 것처럼 보였다”며 “결국 최순실 게이트를 덮기 위해서 송민순 회고록과 국정원장 이용하려는 것 외에 아무것도 아니었다. 여당 의원들은 측은하고 처절할 정도로 원장의 입에 매달렸다”고 강조했다.

신 의원은 또한 “국정원을 정쟁의 장, 정치의 한복판으로 불러들이려는 여당은 각성해야 한다. 도대체 뭘 피하고 뭘 덮으려고 국정원장 입에 매달렸는지, 뻔한 거 아닌가”라며 “특히 어제는 최순실이 대통령의 연설원고에까지 집착했고 고쳤다는 것이 드러난 시점이었다. 있을 수 없는 일인데 이걸 덮기 위해 그랬던 것인지 왜 이렇게 국정원장에 매달렸던 것인지 반성해야 하며, 그런다고 진실을 덮을 순 없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