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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학규의 모험, 정계복귀 동시에 민주당 탈당 선언

손학규의 모험, 정계복귀 동시에 민주당 탈당 선언

“텅 빈 제 등에 짐을 얹어주십시오” 2년 만에 정계복귀… 박지원 “국민의당으로 와서 경선하자”

손학규 전 더불어민주당 상임고문이 정계복귀를 선언하며 민주당을 탈당하겠다고 밝혔다. 손 전 고문이 ‘제3지대론’에 힘을 보탤 것이라는 관측에 힘이 실리면서 국민의당 측은 환영입장을 보이고 있다.

손학규 전 고문이 20일 오후 4시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모든 것을 내려놓아 텅 빈 제 등에 짐을 얹어주십시오”라고 밝혔다. 정계은퇴를 선언하고 강진에 칩거한 지 2년 3개월 만이다. 손 전 고문은 7월31일 오후 4시 국회 정론관에서 정계은퇴를 선언했다.

손 전 고문은 “2014년 7월31일 정치를 떠난다는 말씀 드린 바로 그 자리에 다시 섰다. 그동안 저는 전라남도 강진 만덕산 자락에 있는 조그마한 토담집에 머무르면서 정치라는 짐을 내려놓고 저의 삶을 정리하는 작업을 해왔다”며 “마침 강진은 다산 정약용 선생이 18년 동안 유배생활을 하면서 경세유포, 목민심서 등 나라와 백성을 위해 저술 작업을 했던 곳이다. 저의 지난 날을 되돌아보면서 다산에게 묻고, 다산의 질문에 대답하는 상상의 대화를 끊임없이 나누었다”고 말했다.

손 전 고문은 “다산 정약용 선생은 ‘이 나라는 털끝 하나 병들지 않은 게 없다. 당장 개혁하지 않으면 나라는 망하고 말 것이다’라고 하셨다. 이것이 제 가슴에는 오늘의 대한민국을 향한 경고로 울렸다”며 “대한민국은 지금 무너져 버리고 있다. 87년 헌법체제가 만든 6공화국은 그 명운을 다했다. 이제 7공화국을 열어야한다”고 밝혔다.

손 전 고문은 또한 “대한민국 경제의 성장엔진은 꺼졌다. 산업화를 성공적으로 이끈 수출주도형 대기업 중심의 경제구조가 혁신없이 50년 동안 지속되면서 산업화의 그늘이 짙게 드리우고 있다”며 “그 결과 비정규직, 청년실업, 가계부채의 문제들이 악수환의 늪으로 빠져 들고 있다. 우리 경제의 패러다임을 근본부터 바꿔야할 때”라고 강조했다.

손 전 고문은 “정치와 경제의 새판 짜기에 저의 모든 것을 바치기 위해 이 자리에 섰다. 이 일을 위해서 모든 것을 내려 놓겠다”며 정계복귀를 선언했다. 그는 이어 “국회의원 장관 당대표를 하면서 얻은 모든 기득권을 버리겠다. 당적도 버리겠다”며 민주당 탈당을 선언했다.

손 전 고문은 “제가 꼭 무엇이 되겠다는, 대통령이 되겠다는 생각도 없다. 명운이 다한 6공화국 대통령은 아무 의미가 없다”며 “질곡의 역사를 겪으면서도 세계사에 유례 없는 산업화와 민주화를 달성한 대한민국의 국민이라는 자부심만 남기고 모든 것을 내놓겠다”고 밝혔다.

2년 만의 정계복귀에 수십여 명의 지지자들과 기자들이 몰려 국회 정론관 복도는 발 디딜 틈 없이 가득 찼다. 손 전 고문은 기자회견 이후 쏟아지는 질문에도 질문을 받지 않은 채 자리를 떠났다. 이 과정에서 지지자들과 기자들이 부딪치며 곳곳에서 “으악!” “죄송합니다”는 곡소리와 카메라 떨어지는 소리가 들려왔다.

손 전 고문이 기자회견 때 “당적을 버리겠다”는 말을 “당직을 버리겠다”고 잘못 이야기하면서 그 의미를 해석하느라 기자들이 여기저기 전화를 걸고, 손 전 고문 측 관계자들을 통해 발언을 재확인하는 해프닝도 벌어졌다. 손 전 고문이 질문을 받지 않고 사라지면서 기자회견을 보러 왔던 이종걸 민주당 의원 등에게 기자들이 몰려가 질문을 던지기도 했다.

손 전 고문의 정계복귀에 국민의당 인사들은 환영 의사를 밝혔다. 국민의당은 민주당의 ‘문재인 대세론’에 맞서 국민의당을 포함한 야권 후보들이 제3지대에서 단일화를 한 다음 문재인 전 대표와 ‘야권단일화’를 하는 ‘제3지대론’을 밀고 있다. 손 전 고문이 민주당을 탈당하면서 ‘제3지대’에 합류할 것이란 관측이 더 힘을 받게 됐다.

박지원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은 20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야당의 훌륭한 인재가 다시 정계복귀해 야권으로 돌아오는 것은 쌍수를 들어 환영한다. 국민의당으로 와서 강한 경선을 통해 꿈을 펼쳤으면 좋겠다”고 러브콜을 보냈다. 안철수 국민의당 의원 역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이제 정계복귀하시면 아마 만날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