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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리자르기, 최순실-박근혜 입맞추고 새누리당 거들고

꼬리자르기, 최순실-박근혜 입맞추고 새누리당 거들고

[뉴스분석] 민주당 3대 선결 조건 요구 대국민 석고대죄, 우병우 사퇴, 최순실 부역자 전원 사퇴 등

비선실세 최순실씨의 국정개입 의혹으로 코너에 몰렸던 박근혜 정부의 ‘꼬리 자르기’가 시작됐다. 최순실씨가 국정에 개입했다는 여러 의혹을 최소화하고 논점을 다른 방향으로 돌리려는 정황이 여기저기서 포착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25일 연 90초 기자회견에서 최순실씨가 연설문을 미리 받아보고 수정해 준 사실을 인정하고 사과했다. 하지만 이미 제기됐거나 추가적으로 제기된 미르‧K스포츠재단 관련 의혹, 각종 국정개입 및 국기기밀 유출 의혹에 대해서는 함구했다.

이는 최순실씨가 26일 세계일보와 단독 인터뷰에서 밝힌 입장과 일치한다. 최씨는 “2012년 대선 전후 (박 대통령의) 마음을 잘 아니까 심경 표현에 대해선 도움을 줬다”고 말했다. 하지만 최씨는 외교안보문서까지 받아보며 매일 국정현안을 보고받았다는 의혹, 미르 및 K스포츠재단 자금 지원 및 용역 특혜 의혹 등에 대해서는 “기억이 안 난다” “말도 안 된다”고 부인했다.

도저히 부인할 수 없는 연설문 첨삭에 대해서만 인정하고 나머지 의혹은 침묵하거나 부인했다는 점에서 박 대통령과 최씨의 해명은 닮아있다. 박 대통령과 최순실씨가 의견을 교환하면서 입을 맞춘 것 아니냐는 의혹이 나오는 이유다.

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는 28일 ‘MBC 신동호의 시선집중’ 인터뷰에서 “드러난 사실 중에 부인할 수 없는 최소한의 것만 시인하고 나머지는 일체 부인하는 것이다. 국민들에게는 충격이겠지만 법을 어긴 건 아닌 것, 인지상정으로 이렇게 최소화하겠다는 것”이라며 “대통령이 1분 30초 사과 연설한 내용과 이틀 후 최순실 씨가 인터뷰한 내용이 완벽하게 일치한다. 소위 말하는 싱크로율 100%다. 어떤 방식이든 서로 교감이 있지 않았겠는가”라고 지적했다.

보수논객인 전원책 변호사도 같은 인터뷰에서 “(박 대통령과 최씨 사이에) 서로 간 합의된 가이드라인이 있고 그것이 인터뷰나 사과 발언을 통해서 드러난 것”이라며 “지난주에 수석비서관 회의에 대통령께서 두 재단에 대해서 해명을 했던 ‘자금의 불법유출은 수사하라, 그 이외 나머지는 다 괜찮은 거다’라는 내용과 완벽하게 일치한다”고 설명했다.

‘의혹 최소화’ 그 다음은 ‘논점 비틀기’다. 2014년 정윤회 문건 사건 때 박 대통령은 “문서유출은 국기문란”이라고 밝혔고 새누리당은 문서의 진위여부보다 문서를 유출한 사람을 밝혀내야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최순실씨는 세계일보와 인터뷰에서 일종의 가이드라인을 제공했다. 최씨는 JTBC 보도로 드러난 태블릿PC에 대해 “나는 태블릿을 가지고 있지도 않고, 그것을 쓸지도 모른다. 제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최씨는 “제가 그런 것을 버렸을 리도 없고, 그런 것을 버렸다고 하는 것이 상식적으로 맞지 않다. 남의 PC를 보고 보도한 것 아닌지 모르겠다”며 “어떻게 유출됐는지, 누가 제공한 지도 모른다. 검찰에서 확인해봐야 한다. 취득 경위를 분명히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씨의 ‘논점 비틀기’를 친박 의원들이 이어받았다. 김진태 새누리당 의원은 27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회의에서 김현웅 법무부장관에게 “현재로서 최씨가 그걸(태블릿PC) 사용했다는 단서가 있나?”라고 물었다. 이에 김현웅 장관은 “앞으로 확인해봐야 할 사안”이라고 답했다.

김진태 의원은 나아가 오히려 JTBC 기자가 태블릿 PC를 입수한 경위를 수사해야 한다고 말했다. 친박 계 윤상직 의원도 같은 자리에서 “(입수경위가) 제일 먼저 밝혀야 할 사항”이라고 밝혔다.

이 와중에 최순실씨의 최측근으로 알려진 고영태씨가 27일 입국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현웅 법무부 장관은 27일 예산결산특위 전체회의에서 “(고씨가) 입국했다는 사실은 파악했다”고 답했다. 고씨는 최씨의 최측근이지만 JTBC 등을 통해 최씨가 박 대통령의 연설문을 고쳤다고 증언했던 인물이다.

주목되는 점은 언론을 통해 문제의 태블릿PC가 고영태씨 소유라는 증언이 나왔다는 점이다. 연합뉴스TV는 26일 최씨의 지인 A씨 인터뷰를 통해 “최 씨는 언론에 공개된 태블릿 PC를 K스포츠재단 고영태 전 상무가 들고 다니던 것으로 알고 있으며 어떤 내용이 담겼는지조차 잘 기억하지 못하는 등 평소 주변 관리가 허술했다”고 보도했다.

최씨와 새누리당 친박 의원들이 태블릿PC를 최씨가 사용하지 않았다며, 입수경위를 수사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와중에 고씨가 입국해 수사를 받게 된 것이다. 고영태씨를 통한 ‘꼬리 자르기’ 수사가 우려되는 상황이다.

논점 비틀기와 함께 박근혜 대통령한테까지 수사의 영향이 미치지 않게 하려는, 방어도 이루어지고 있다. 김현웅 법무부장관은 27일 국회 법사위 회의에서 “대통령의 불소추 특권에 수사도 포함되느냐는 데 대해 여러 가지 견해가 있을 수 있지만 수사 대상도 되지 않는게 다수설”이라고 답했다. 검찰 지휘를 맡은 법무부장관이 대통령을 수사할 생각이 없다고 밝힌 셈이다.

나아가 특검에 동의한 새누리당은 대통령이 임명하는 형식의 ‘상설특검’을 고집하고 있다. 김관영 국민의당 원내수석부대표는 27일 CBS ‘시사자키’ 인터뷰에서 “(새누리당은) 어렵게 상설특검법을 만들어놨기 때문에 그 제도를 이용하면 된다라고 하는 주장만을 되풀이하고 있다”며 “그러나 여당이 만약 그런 입장을 고수한다면 이것이야말로 국면을 전환하기 위한 특검”이라고 밝혔다.

특검 논의가 지루하게 이어지는 와중에 ‘증거 인멸’이 이루어질 위험도 있다. 검찰은 27일 최순실 게이트 수사를 위해 문화체육관광부와 미르‧K스포츠재단 이사장 사무실과 자택 등을 압수수색했다. 논란이 불거진 지 거의 한 달만의 압수수색이었다. 하지만 우병우 민정수석, 안종범 경제수석 등 핵심 당사자들이 모여 있는 청와대는 압수수색 대상에서 빠졌다.

특히 우병우 수석이 여전히 검찰을 지휘한다는 점에서, 청와대 관계자들이 검찰 수사 상황을 시시각각 보고받으며 증거를 인멸할 가능성도 있다. 박 대통령은 “고심 중”이라며 청와대 비서진 일괄교체 결정을 내리지 않고 있다. 특검은 여야 간 공방으로 미뤄지는 사이 검찰은 부족한 증거 속에서 우병우 민정수석의 영향력 아래 수사를 이어갈 수밖에 없으니 자연스레 ‘꼬리자르기’식 결과가 도출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런 이유로 더민주는 특검 협상 중단을 선언하고 나섰다. 추미애 더민주 당대표는 28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민주당은 현재 새누리당과 벌이고 있는 모든 협상을 다시 생각해보겠다. 3대 선결 조건이 먼저 이뤄져야지만 우리도 협상을 생각해보겠다”고 말했다.

추 대표가 제시한 3대 선결조건은 새누리당의 대국민 석고대죄, 우병우 민정수석의 사퇴, 최순실 부역자의 전원 사퇴다. 우 수석 및 청와대 비서진 교체가 없는 한 증거인멸을 피할 수 없고, 그 이후에 이루어지는 특검은 면죄부만 줄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