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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최순실 특검 처리 놓고 갈라지는 야권

박근혜-최순실 특검 처리 놓고 갈라지는 야권

‘특검 회의론’ 제기한 국민의당, 민주당은 “그럼 검찰 믿나”…특검으로 끝내려는 친박 지도부, “중립내각” 구성하라는 비박


최순실 게이트가 본격적인 ‘특검 정국’으로 접어들었다. 여야 간 특검을 둘러싼 이견을 둘러싸고 공방이 벌어질 것으로 보이지만, 레임덕이라는 권력 공백 상태는 오히려 여야 내부의 공방을 촉발할 가능성이 높다.

새누리당이 26일 의원총회에서 최순실 게이트에 대한 특검을 수용했다. 친박 지도부가 야권의 특검 요구를 거부했음에도 의총에서 뒤집힌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 및 하야 여론이 이어지면서 새누리당이 수습책의 일환으로 특검을 수용한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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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역시 특검을 당론으로 정하면서 특검 도입이 거의 확실시되고 있다. 이에 국민의당은 새누리당이 국면전환을 위해 특검을 수용했는데 민주당이 너무 쉽게 받아들였다는 비판을 제기하고 있다. 앞으로 특검의 형태와 범위, 시기, 수사대상을 둘러싸고 여야 간 갈등이 벌어질 테고 자연스레 최순실 게이트가 수면 아래로 가라앉게 될 것이란 뜻이다.

박지원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은 27일 의원총회에서 “지금 더불어민주당은 왜 이러는지 모르겠다”라며 “특검을 하더라도 박근혜 대통령은 헌법 84조 등 법에 의해서 현직 대통령이기 때문에 형사 소추를 받지 못한다. 수사도 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박 위원장은 “최순실은 지금 인터폴에 수사의뢰를 하더라도 소재를 파악하는데 시간이 걸리고, 또 설사 인터폴에 잡히더라도 돈을 가졌기 때문에 그 나라에서 재판을 청구하면 한없이 데려올 수 없다”며 “유병언의 딸이 지금 잡혀 왔는가? 이건 불가능하다”고 특검 회의론을 제기했다.

박 위원장은 “아무리 빨라도 2~3년은 걸리게 된다. 최순실은 뻔뻔하게 우리나라 언론과 인터뷰를 해서 ‘억울하다’고, ‘귀국하지 않겠다’ 이렇게 하고 있다”며 “결과적으로 특검을 하면 몸통은 수사 못하고, 깃털만 구속될 것이다. 사실은 밝혀지지 않고 국민에게는 잊혀 질 것이고, 정국은 전환 될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의당과 더민주의 입장 차이는 특검 국면에서 야권이 풀어야 할 숙제다. 박 대통령에 대한 탄핵 및 하야 요구가 터져 나오고, 박 대통령이 지지율 10%대로 추락하면서 야권은 일단 승기를 잡았다. 야권은 승기를 잡자 최순실 게이트에서 한 목소리로 박근혜 정부를 비판했던 것과 달리 서로 다른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국민의당은 특검에 신중한 입장을 취하면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유성엽 국민의당 의원은 27일 의원총회에서 “지난번에 우병우를 국정감사장에 불러내자, 동행명령을 발부하자라고 우리 국민의당에서 요구를 했는데 거기에 더불어민주당이 동의를 하지 않고 뒤로 빠져버렸다”라며 “이번에도 새누리당이 의총을 통해 특검을 결정하자마자 왜 민주당이 이 특검을 받아들이는 쪽으로 당론을 모은 것인지 참으로 아리송한 대목이 아닐 수 없다고 생각한다. 기본적으로 공조하겠지만, 고민 없이 더불어민주당과 공조해가는 것은 조금 문제가 있다는 것을 말씀드린다”고 말했다. 민주당이 새누리당에 끌려간다는 것이다.

국민의당이 처한 모순은 ‘민주당이 새누리당에 끌려간다’고 비판하면서도 또 탄핵, 하야 같은 한발 더 나가는 이야기를 꺼내지는 못한다는 것이다. 국민의당 의원들은 27일 의총에서 탄핵, 하야에 반대하는 입장을 쏟아냈다. 박지원 비대위원장은 “우리가 재야시민단체, 학생들, 일부 국민들처럼 하야를 요구하거나 탄핵을 요구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고 박주선 국회 부의장은 “어느 당에서는 대통령 하야, 탄핵 문제를 거론하고 있지만 이것은 정말로 무책임한 정치공세라 하지 않을 수 없다”고 비판했다.

그러다보니 제대로 된 검찰 수사를 촉구하는 것 외에 제3의 대안은 내지 못하고 있다. 김동철 국민의당 의원은 “검찰 수사를 봐가면서 특검을 해야 한다. 특검이 기다리고 있어야 검찰수사의 신속성, 진정성을 담보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박지원 비대위원장은 같은 자리에서 “저는 종국적으로는 특검과 국정조사로 가더라도 지금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지금은 박근혜 대통령이 보다 진솔한 자백을 할 때”라고 말했다.

이재정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27일 브리핑에서 “국민의 당에게 묻고 싶다. 검찰을 믿을 수 있는가”라며 “국정농단 사건과 관련된 고소장이 접수된 지 27일 만에 보여주기식 압수수색을 단행한 검찰을 어떻게 믿고 맡길 수 있는가. 그렇다면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 박근혜 대통령의 입만 바라보자는 것인가”라고 지적했다.

야권은 이런 목소리를 조율하면서 새누리당의 방어를 뚫어야 한다. 새누리당 지도부는 상설 특검을 주장하고 있다. 상설 특검의 경우 법무부 차관과 법원행정처 차장, 대한변호사협회 회장, 국회 추천인사 4명 등 총 7명이 특검 후보 2명을 추천하고 이 중 대통령이 한 사람을 임명하는 구조다. 나아가 새누리당 지도부는 박 대통령이 수사대상이 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반면 민주당과 정의당은 특별법에 의한 별도 특검을 요구하고 있다. 상설 특검은 특검 추천부터 야당 몫 2명을 제외하면 여당의 입김이 강하게 반영될 수밖에 없는데다 조사 대상자가 되어야 할 대통령이 특검을 임명하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는 27일 국회에서 여야 합의로 1명의 특별검사 후보자를 추천하도록 해, 특별검사 임명에서 대통령의 입김을 최대한 배제하는 방식의 ‘최순실 특검법’을 제안했다.

민주당 등 야권은 특검에서 더 나아가 ‘거국중립내각’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청와대 비서진은 물론 내각이 총사퇴한 다음, 야권이 추천한 인사를 총리로 임명하는 내각을 구성해야 한다는 것이다. 박 대통령이 이 거국내각에 사실상 통치권을 이양해야 한다는 주장은 탄핵이나 하야 외에 가장 강한 요구다.

심상정 정의당 대표는 26일 CBS 시사자키 인터뷰에서 “사실상 대통령이 통치 행위를 하기가 어렵다. 그런 점에서 퇴진에 준하는 어떤 조치가 있어야 되고 대통령의 통치 권한을 이양하는 거국 내각 같은 조치까지 가야 된다”며 “특검을 통한 철저한 수사나 국정조사는 당연한 것이고 대통령의 통치권한을 사실상 이양하는 조치까지 가야 된다”고 강조했다.

야당의 이런 주장을 두고 새누리당 내부에서도 균열이 벌어질 가능성이 높다. 박근혜 대통령과 확실한 선긋기를 해야 새누리당이 살아날 수 있다는 주장이 비박 계를 중심으로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비박 계 김용태 의원은 27일 낸 입장에서 “특검이 수사해야 할 핵심 대상은 둘, 대통령과 최순실 일파”라며 “특검은 최순실과 그 일파를 조사함과 동시에 반드시 대통령도 조사해야 한다”고 밝혔다.

김용태 의원은 또한 “특검이 시작되면, 대통령과 청와대 리더십은 사실상 일시적 직무정지 상태에 처하게 될 것”이라며 “당연히 여야 공히 참여하는 중립거국내각을 구성해야 한다. 그래서 기본적인 국가기본과제를 운영함과 동시에 대통령선거의 엄정 중립 관리를 맡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순실 게이트로 대선 국면이 조금 앞당겨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