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나의 글 /이집트 여행기

2018 이집트 여행기 ⑤ 홍해바다의 스쿠버다이빙, 그리고 룩소르

628일 아침, 스킨스쿠버 다이빙을 위해서 일어났다.

다이빙을 하러 출발하기로 한 시간은 오전 8시였다. 아침에 일어나고 나니 문득 내가 눈이 몹시 나쁜데, 안경을 쓰지 않고 물에 뛰어드는 게 괜찮을지에 대한 의문이 들었다. 앞이 잘 안 보이는 안전상의 문제 + 바다 속이 잘 안 보여서 다이빙을 즐기지 못할 것이란 우려 등. (난 렌즈도 없었다.)

약속시간보다 일찍 가서 다이빙 센터에서 고민을 토로했다. 그러자 도수가 있는 물안경이 있다고 했다. 하지만 도수가 있는 물안경은 내 머리 사이즈에 맞질 않았다.....(다행히도 도수없는 물안경은 내 사이즈가 있었다.) 그래서 센터장과 합의를 보았다. 일단 맨 눈에 물안경을 쓴 채 물에 한 번 들어가 보고, 아니다 싶으면 바로 나오기로 했다. 그럴 경우 돈은 안 받는 것으로.

 

다이빙을 하기 위해 홍해 바다로 향하는 길.

 

그래서 모여 있던 다른 독일인들과 함께 해변으로 가서 스쿠버다이빙용 배를 탔다. 다른 배들에는 독일인들이 십수 명씩 탔는데, 우리가 탄 배에는 우리 둘에 우리 둘을 맡을 두 명의 스쿠버들만 탔다. (거기다 배 선장까지) 아무래도 내가 수영도 전혀 못하고 완전 초보인데다 눈까지 안 보인다고 하니 요주의 인물로 파악하고 특별 대우를 한 것 같았다. 내 담당은 이라는 이름의 독일인 남자 스쿠버였다. (나의 구세주.)

나는 스쿠버 다이빙이라면 얕은 물에서 훈련도 좀 하고 보낼 줄 알았는데 여기는 인생은 실전이야를 외치듯 그냥 바로 물로 들여보냈다. 배를 타고 홍해 바다로 가는 동안 나는 살려주세요’ ‘천국에서 만나요’ ‘엄마 아빠에게 사랑한다고 전해주세요등의 영어 표현을 연습했다. (나중에 이 이야기를 들은 독일인 스쿠버들은 빵 터졌다.)

 

가즈아! 홍해 바다로!

 

짝이 먼저 여성 스쿠버의 도움을 받아 입수했고, 그 다음이 내 차례였다. 다이빙 장비를 모두 갖추자 몸이 매우 무거웠다. 몸에 꽉 끼는 스쿠버 복에(전문가인 스쿠버들은 수영복만 입었다.) 산소통을 메고, 물안경을 끼고 다리에는 오리발. 그리고 물에 들어갈 수 있도록 허리에는 무거운 벨트(돌 같은 게 들어간?)를 착용했다. 그리고 물로 뛰어들었다.

긴장한 나머지 물에 들어가는 순간부터 실수를 했다. 스쿠버 강사가 분명 입에 산소호흡장치를 물고 입으로 숨을 쉬라고 했는데, 까먹고 그냥 물에 들어가 버린 것이다. 덕분에 입수하면서부터 물을 다 먹었다. 코로까지 물이 들어와서 켁켁 거렸다. 거기다 뇌가 수영을 못한다는 사실을 자각했는지 허우적대기 시작했다. 하지만 톰이 전문가답게 날 안정시키고 다시 호흡하는 방법을 알려주었다.

 

스킨스쿠버 다이빙 장비들.

 

그렇게 한참을 켁켁거리고 코에 들어간 물까지 빼내자 그냥 올라갈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힘겹게 몸에 끼도록 입은 옷이 아까워서 들어가 보기로 결심했다. 입으로 하는 호흡에 적응했다 싶을 때 내가 톰에게 이제 괜찮다고 했고 톰과 함께 바다로 진입했다.

그렇게 바다 밑으로 입수하기 시작했다. 목숨줄처럼 잡고 있던 배의 밧줄에서 손을 떼고 오리발로 허우적대며 바다 속을 들여다보았다. 그런데 조금 더 가다 문제가 생겼다. 허우적대다가 그랬는지 원래 사이즈가 잘 안 맞았는지 코와 눈을 덮고 있던 물안경이 살짝 벗겨진 것이다. 코로 물이 들어가자 나는 또 다시 허우적댔다. 설상가상으로 허리에 차고 있던 벨트도 벗겨졌다.

톰은 전문가답게 내 벨트를 다시 차주었고, 물 위로 올라와서 순식간에 자신이 끼고 있던 물안경과 내 물안경을 바꿔치기했다. (톰도 나 못지않게 머리가 컸던 모양이다.) 톰이 힘들면 그냥 돌아가겠냐고 물어보았으나 나는 톰이 열심히 바꿔치기 한 물안경이 아까워 들어가겠다고 했다.

그래서 우여곡절 끝에 다시 바다 속에 입수했다. 이번에는 주인을 살리기 위해 몸이 열심히 배운 대로 호흡을 했다. 그 때서야 주위의 물고기들과 산호초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바다는 매우 아름다웠다. 바다 속에 들어가자 내 안 좋은 눈이 탁 트이는 느낌이었다. 아주 세밀하게 보이진 않았지만 움직이는 물고기들이 손에 잡힐 듯이 움직였다. 홍해바다는 예뻤다. 사진을 남기지 못하고 내 눈에만 간직해서 아쉬울 정도였다.

잠수 중에 한 가지 삽질을 또 저질렀다. 톰이 물에 들어가기 전 힘들어서 위로 올라가고 싶으면 엄지손가락을 펼쳐 따봉을 하라고 했다. 근데 난 이걸 잊어버리고 물 속 풍경이 예쁘다고 연신 따봉을 해댔다. 톰이 올라가자는 뜻인 줄 알고 올라가려 할 때마다 내가 실수했다는 걸 깨닫고 다시 오케이 신호를 주어야만 했다.

그렇게 30분을 바다 속에 있다가 물 밖으로 나왔다. 밖에 나오려니 몸이 천근만근처럼 무거웠다. 물 위에 올라와서 정신을 차리고 보니 홍해바다 풍경이 더 아름다워 보였다. 톰에게 수고했다는 말을 전하고 배를 타고 다시 육지로 돌아왔다.

우리가 지불한 금액은 111달러였다. 날 살려준 톰을 생각하면 비싼 비용은 아니었다. 물도 많이 먹었지만 한 번 해보고 나니 다음에 한 번 또 해보고 싶은 스킨스쿠버 다이빙이었다. 다음에 하면 더 잘할 것 같다.

숙소로 돌아와 씻고 12시에 맞춰 호텔 체크아웃을 했다. 나가는 길에 방에 팁으로 원달러를 놓고 나갔다. 이어서 우버 택시를 타고 미리 찾아놓은 음식점으로 향했다. 10분 거리였는데 25파운드가 나왔다. (이걸 보고 택시비 75파운드를 받았던 레게머리가 우리한테 사기를 쳤음을 확신했다. - 4편 참조)

점심을 먹기 위해 간 곳은 해산물 전문 레스토랑인 엘 미나(El Mina) 레스토랑. 세트메뉴 같은 게 있어서 하나 시키고, 추가로 파스타를 하나 더 시켰다. 세트 메뉴에는 이집트식 빵에 각종 해산물 튀김, 게 스프(?)랑 해산물 볶음밥까지 나와서 맛있게 먹었다.

존맛이었던 해산물 요리들.

 

이제 룩소르로 가는 3시반 버스를 타기 위해 후르가다 go bus를 찾아갔다. (이집트에선 버스터미널을 ‘go bus’라고 부른다.) 역시 우버 택시를 불러서 갔는데, 택시 기사가 버스터미널 앞에 있는 경찰차를 보더니 죄송하지만 반대편에 내려드릴 테니 걸어가세요. 경찰이 있어서요.’라며 내려줬다. 여기서는 우버가 뭔가 합법적인 게 아닌가보다. 아니면 그 택시기사가 수배자일수도.

버스표를 전날 홈페이지에서 미리 예매해놓았기에 수월하게 표를 받을 수 있었다. 후르가다 버스역에 대한 안 좋은 내용의 블로그 글들을 많이 보았는데, 개선이 많이 된 것 같았다. 에어컨이 없어서 매우 덥다는 글을 봤는데 에어컨이 잘 나왔다. 자기 자리를 찾아가면 이집션들이 먼저 앉은 다음 자기 자리라고 우기면서 안 비킨다는 내용의 글도 봤는데, 그렇지 않았다. 지정석이 있고 버스기사가 앞에서 체크하면서 사람들을 들여보내기 때문에 그럴 일은 없었다.

버스도 편하고 좋았다. 앞자리에 앉은 중학생 정도 되어 보이는 남자아이 둘이 의자를 뒤로 젖힌 채로 방방 뛰었던 걸 빼면. 네 번 정도 정중히 "뒤에 앉은 입장에서 불편하니까 조금 조용히 가달라"고 말했으나 말을 듣질 않았다. 내가 앞자리 의자를 주먹으로 한 번 내리친 이후에 편하게 갈 수 있었다. (나는 조심해(be careful)라고 말했다. ‘의자를 뒤로 젖히는 걸 조심해라는 뜻이었다. 그 소년들이 니들 몸 조심해라고 이해하지 않았길 바란다.)

룩소르 가는 길은 총 5시간~6시간 정도 걸렸다. 3시 반에 출발해서 룩소르 도착하니 9시 쯤 되었다. 사막 한가운데 있는 도로를 지나기 때문에 버스 타고 가는 길에 사막을 볼 수 있다. 특히 사막의 해지는 모습은 장관이었다.

 

버스 창문으로 보인 사막 풍경.

 

사막을 지나다보니 이제 도시에서 시골로 접어든 것 같았다. 카이로나 후르가다에선 서양식 옷이 많이 보였는데, 룩소르에 가까워질수록 이집트 전통의상이 더 눈에 많이 띠기 시작했다. 실제로 이집트 남부로 갈수록 종교적으로 엄격하다고 한다.

대여섯 시간 달리는 동안 휴게소는 딱 한 번 들렀다. 후르가다 버스터미널에서 작은 물 1병이랑 콜라 작은 거 1병씩 사가지고 차에 탔는데, 목이 너무 말라서 물을 더 샀어야 했는데 라고 후회했다. 휴게소에서 물을 사려고 보니 작은 병 하나에 20파운드였다. (원래는 4~5파운드.) 너무 바가지 같아서 물을 집어들었다가 내려놓았다. (그리고 룩소르까지 가는 내내 너무 목이 말라서 그래도 살걸이라고 후회했다.)

 

해지는 사막을 본 건 정말 행운이다.

 

6시간 정도를 달려 드디어 룩소르 go bus에 도착했다. 룩소르는, 진정한 삐끼의 왕국이었다. 카이로는 전초전에 불과했다. 내리기도 전부터 버스 문 앞에 삐끼들이 얼굴을 들이대며 기다리고 있었다. 택시 타라고 소리를 지르기 시작했다. 호텔이 버스터미널에서 걸어서 10분 거리라서, 택시 타라는 삐끼들을 무시하고 걸었다. 조금 걷다보니 택시가 아니라 말 탄 삐끼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룩소르에서만 보았던 말 택시였다. 말 택시와 일반 택시들이 서로 택시를 타라고 소리를 지르는 것을 무시하고 룩소르 숙소에 도착했다.

다음 편은 삐끼와의 2차 대전이 벌어진 룩소르 1일차 이야기다.

▶다음편 : <삐끼 천국 룩소르, 나는 왜 이집트 현지 옷을 샀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