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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글 /단상

치트키 쓰지 말자

대학생 때 시험기간이 되면 핫식스를 들이키고 30시간씩 잠을 안 잔 채 공부하고 시험을 보곤 했다. 그런데 핫식스는 마법의 약이 아니었다. 내일의 체력을 담보삼아 멀쩡한 정신력을 대출해주는 대부업자였다. 그 결과 시험이 끝나면 죽은 듯이 잠들었다. 혹시 며칠씩 연달아 미래의 체력을 빌리고나면, 한 이틀은 정신을 못 차리곤 했다. 빌려 쓰는 체력의 규모가 커질수록 다시 몸을 회복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렸다.

삶에서 치트키를 쓰는 것에는 다 대가가 있다. 내 능력으로 할 수 없는 자리나 역할을 내 능력 외의 도움을 받아서 맡게 되면, 당장은 기분이 좋을지 몰라도 언젠가 엄청난 부채로 돌아온다. 문제는 핫식스를 들이킨 결과는 내가 쓰러져 잠자는 것 정도로 끝나지만, 치트키를 써서 사회적으로 중요한 위치에 오른 사람은 수백, 수천, 수만의 사람들에게 그 부채를 기관총 갈기듯이 뿌려댈 수 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