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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글 /단상

우리말 겨루기가 된 보궐선거

보궐선거가 '우리말겨루기'가 된 것 같다. 누구는 누구의 단어가 잘못됐다고 지적하고, 누구는 누구의 단어가 차별이라고 지적한다.

“언어는 존재의 집”이라고 했으니 잘못된 언어 습관을 지적하는 일은 분명히 필요하다. 시대가 변하면 인식도 변하고, 따라서 언어가 변하는 것도 당연하다. 새로운 언어를 통해 우리의 인식과 상상력을 더 확장하는 계기를 만들 수도 있다.

문제는 말버릇을 지적하는 것 외에는 아무것도 못하는 무능함이다. 아니, 오히려 그 무능함을 감추려 빨간펜 선생 노릇으로 정치를 대체 하려 한다는 것이다.

“내가 생각하는 진보주의자들의 단점은 실질적인 문제 해결은 요구하지 않으면서, 언어와 생각을 감시하는 것에 더 관심이 있다는 것이다. 진보적 성향의 백인 대학생들은 ‘안전한 공간’, ‘공격적인 단어’, ‘백인의 특권’에 대해 말하지만, 실질적으로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 더 심각한 것은 아무것도 포기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심지어 시각이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인종차별주의자, 동성애 혐오주의자, 여성 혐오주의자, 편협한 사람이라고 낙인찍고 대화를 거부한다” - 슬라보예 지젝, <용기의 정치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