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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원민족주의와 글로벌 거버넌스 : 제도주의 협력 비판을 중심으로

국제학포럼에 나갔을 때 썼던 발표문

자원민족주의와 글로벌 거버넌스 : 제도주의 협력 비판을 중심으로

[국문요약]

최근에 발생한 러시아와 그루지야의 전쟁에서 보여 지듯이 점차 고갈되어 가고 있는 화석 에너지 자원을 둘러싼 각 국가들의 경쟁은 치열해지고 있다. 제도주의에 따르면 국가들 간의 자원 전쟁도 ‘국제적인 제도적 협력’을 통해 해결이 가능하다고 한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자원을 둘러싼 국제적인 협력이 발생하기는 매우 어렵다. 첫째로 자원은 공공재가 아닌, 제로섬 게임의 법칙이 적용되는 경제재이기 때문에 국가들은 자원을 가지고 협력하는 것보다 선점하여 개발하는 것이 더 큰 이익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자원 부국과 자원 빈국 간의 “비대칭적 상호의존”으로 인해 제도주의자들이 주장하는 “복합적인 상호의존”이 유지되기가 힘들다. 또한 자원 레짐은 국가들의 사익 추구를 막는 것이 아니라 자원민족주의를 부추겨 궁극적으로 자원 전쟁을 더욱 더 격화시키는 결과를 낳게 된다.

이러한 상황에서 자원빈국은 자원이용의 효율성을 높여 외부 에너지 자원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고 다소비형 산업구조의 개편과 낭비적 소비행태의 쇄신을 해야 한다. 또한 대외적으로도 철저한 지역 사전조사와, 향후 이해득실 등을 따져보아 정밀한 자원외교 정책을 수립해야 한다.

Ⅰ. 들어가며

인류의 역사는 자원 쟁취의 역사였다. 각 시대 마다 경쟁을 요하는 자원의 종류는 달랐지만 자원 쟁취를 위한 인류의 전쟁은 반복적으로 발생해왔다. 우리가 살고 있는 지금은 산업화 시대 이래로 ‘화석연료 에너지’가 가장 중요한 자원으로 이해되고 있으며, 의료기술이 발달함에 따른 인구의 기하급수적 증가와 개발도상국들의 경제 발전으로 인해 ‘화석연료 에너지’에 대한 수요는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이러한 이유로 국가들은 한정된 자원을 보다 더 많이 확보하기 위하여 격렬한 경쟁을 벌여야하는 상황에 직면했다.

이러한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하여 자원을 가진 국가들은 자원 보유의 이점을 최대한 활용하려 한다. 이러한 시도의 일환으로 자원을 많이 가진 국가에서는 영토 내에 산재해 있는 자원의 개발권을 타국이나 타국 기업들에게 맡기는 것을 꺼리고 자국의 국영기업을 통하여 자원의 개발 및 판매를 행하려 한다. 이와 더불어 이해관계가 비슷한 국가들과 함께 협력하고, 자원을 독점하여 자원 공급을 자신들의 이해관계에 따라 조정하여 시장의 자율적인 가격 조절에 개입한다. 일례로 OPEC이 바로 위와 같은 형태의 협력체라고 볼 수 있다. 13개국으로 구성된 이 협력체의 회원국들은 전 세계 석유 매장량의 2/3 이상과 석유 생산량의 35.6%(2008)를 차지하고 있다. 즉 이들이 세계 석유시장을 지배하고 있다는 말이 과언이 아니다. 이들의 이러한 독점적 지위는 1970년과 1980년대 전 세계의 경제를 위기로 몰아넣은 2차례의 오일쇼크를 초래한 주요한 원인으로 지목되어 왔고, ‘자원 민족주의’라는 이름으로 수많은 비판을 받아왔다. 하지만 이들은 오히려 현재 그들이 향유하고 있는 독점적 지위를 참여 회원국의 수의 확대와 막대한 자금력 동원을 통한 에너지 기업 국유화 등을 통해 더욱 강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실정이다. 아래 <그림 1>은 앞으로 OPEC에 대한 석유 의존도가 갈수록 심화될 것을 보여주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과연 시장의 규칙에 따른 상호 교환이 이루어질지 의문이며 이러한 독점된 시장 하에서 국가들의 경쟁은 더욱더 치열해질 것이다.

<그림 1, OPEC 세계석유수급 전망>

“출처 : 이데일리 뉴스”

이처럼 자원이 독점적 체계를 구축하고 있는 상황에서 보다 극적인 자원 전쟁이 발생한다. 자원을 원하는 동시에 압도적인 군사력을 가진 국가가 표면적인 정당성을 내세워 자원전쟁에 거침없이 군사력을 동원하는 것이다. 이처럼 군사적 충돌로까지 번진 자원전쟁의 비극은 인류의 역사 속에서 흔히 발견되곤 한다. 멀게는 로마시대 포에니 전쟁 가깝게는 가장 최근에 발생한 그루지야 사태역시 그 본질은 자원전쟁이다. 이번 그루지야 사태는 그루지야를 관통하는 BTC 송유관을 확보하여 자원 안보를 추구하려는 미국과 그루지야 지역에서의 자원 확보에 차질이 생긴 러시아 사이의 대립이 촉발한 자원 전쟁이었다. 이러한 군사적 충돌 형태의 자원 전쟁은 단순히 자원을 누가 소유하게 되느냐의 문제 외에 ‘전쟁’이라는 특성상 여러 가지 사회·경제적 문제를 일으킨다. 이번 그루지야 사태에서도 군사적 충돌로 인해 그루지야 수도가 초토화 되고 수많은 사람들이 희생되었고 국가의 경제는 휘청거렸다. 이처럼 피 터지는 자원전쟁은 사람의 목숨을 빼앗아 갈 만큼 치열하고 경쟁적이다.

Ⅱ. 제도주의의 협력 이론

국가 간의 협력을 강조하는 자유주의의 한 분파인 제도주의에 따르면 앞에서 설명한 각 개별 국가 사이의 국제적인 분쟁인 자원전쟁은 ‘국제적인 제도적 협력’을 통해 해결이 가능하다. 제도주의자들에 의하면 국가들은 국제제도의 창설을 통해 서로의 협력 의사를 확인하고 상대의 협력 행동을 확인하는 데 필수적인 정보비용을 낮추어 서로가 협력을 합의하는 데 있어서의 용이함을 증대시켜야 한다고 말한다. 동시에 국가들은 이러한 협력의 지속을 위하여 냉정한 상호주의 원칙의 적용을 통해 미래이익의 중요성을 강화해야 한다. 즉 국가들이 적절한 전략을 사용한다면 국제체제의 본질적 속성인 무정부성 그 자체를 해결하지 않고도 무정부성으로 인해 국가들이 받는 국익 추구의 압력을 완화하고 점진적인 협력을 추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즉 제도주의자들은 국제 제도를 창설함으로써 서로에 대한 감시가 증대되고 상대방 행동에 대한 불확실성이 제거되며 그리고 거래비용의 감소를 가져오는 경우 국가들 간의 협력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그림 2, 중앙아시아 지역 파이프라인>

“출처 : 인터넷한국일보 ”

제도주의자들의 관점을 자원전쟁에 투영시켜 보면, 자원민족주의로 왜곡된 시장의 상황과 자원을 둘러싼 군사적 충돌을 타개하기 위하여 개개의 국가들이 협력하여 국제제도를 만들 경우 자원 전쟁을 막을 수 있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제도주의자들이 말하는 국제제도 안에는 자원부국과 자원빈국 모두가 포함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자원부국들만의 협력은 위에서 설명한 OPEC과 같은 것인데 이러한 협력은 오히려 자원 경쟁 상황을 더욱 악화시킬 가능성이 농후하고, 자원빈국들만의 협력은 자원 경쟁 속에서 큰 힘을 발휘하지 못할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자원부국과 자원빈국 모두가 참여하는 협력이 발생해야만 제도주의자들이 말하는 협력이 실질적으로 효력을 발휘할 수 있다. 이렇게 구성된 국제제도는 각 국가들의 안정적 자원 확보를 위한 협력의 채널이 되어준다. 동시에 그 협력 관계의 지속성을 보장하기 위해 관리·감독이 시행된다면, 회원국들에게 교역과 정보의 비용을 줄여주며 국가의 행동에 규칙을 부여하고 투명성을 증진할 수 있다. 이러한 용이한 상태에서의 협력은 결국 각 국가 간의 자원에 대한 상호 의존도를 증진시켜, 개별국가의 돌발적인 행동으로 인한 이득이 지속적 협력으로 인한 이득보다 적어짐으로써 협력의 타파를 방지하게 된다.

Ⅲ. 자원의 특성 측면에서 바라본 제도주의 협력 이론 비판

그러나 이러한 제도주의 협력 이론을 통해 자원과 관련한 국가들의 협력을 도출해내는 데에는 현실적으로 많은 어려움이 따른다. 제도주의 협력 이론에서는 국가들이 서로 협력을 하여 얻는 이득이 협력을 하지 않았을 때의 이득보다 더 크기 때문에 국가들 간에 협력이 발생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자원은 다른 영역의 레짐과는 구별되는 특수한 특성을 지니고 있기 때문에 제도주의 이론의 주장이 적용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첫째로 자원은 협력에 참여한 모든 국가들이 누릴 수 있는 공공재가 아닌, 제로섬 게임의 법칙이 적용되는 경제재라는 점에서 협력을 이끌어 내기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제도주의 협력 이론에서는 국가들의 합의를 통해 형성된 국제 레짐은, 이 레짐을 관할하는 상위의 패권국이 회원국들의 거래비용과 정보비용을 감소시킴으로서 모든 회원국들이 누릴 수 있는 공공재를 만들어 낸다고 주장한다. 회원 국가들은 레짐을 통해 이익을 얻을 수 있기 때문에 상위의 패권국가의 존재나 지위를 인정하고 그 레짐이 정해놓은 규칙과 법규를 따르게 된다. 예를 들어 세계 교역의 증진을 목적으로 설립된 WTO는 가장 대표적인 경제적인 영역에서의 국제적 레짐에 속하는 국제기구라 할 수 있다. WTO는 우루과이 라운드 협정의 사법부 역할을 맡아 국가 간 경제 분쟁에 대한 판결권과 그 판결의 강제집행권이 있으며 규범에 따라 국가 간 분쟁이나 마찰을 조정한다. 또한 세계 무역 분쟁조정, 관세인하 요구, 반덤핑 규제 등 준사법적 권한과 구속력을 행사한다. 이렇게 WTO가 법적인 구속력을 행사하며 회원국들의 경제 활동을 감시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151개나 되는 국가들이 WTO에 가입한 이유는 가입하지 않았을 때 보다 더 많은 경제적 이익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즉 WTO 회원국이 됨으로서 국제적 레짐이 제공하는 자유무역을 통한 상호이익이라는 공공재를 누릴 수 있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WTO는 모든 회원국들이 추구하는 공동의 목표인 세계 무역 증진을 통한 상호 무역 증대라는 목표를 반영하는 글로벌 거버넌스라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이를 토대로 자원에서의 국가 간 협력이 힘든 이유를 추론해 볼 수 있다. 앞서 언급했듯이 자유 무역을 통한 상호이익은 한 국가의 이익이 다른 국가의 이익을 침해하지 않는다. 오히려 WTO의 회원국가가 증가할수록 상호 무역을 통한 경제적 이익은 증대된다. 그러나 자원의 경우, 일단 한 국가 자원을 획득하면 다른 국가가 획득할 수 있는 자원의 양이 감소하게 되는 결과를 야기한다. 즉 자원은 한 국가의 이익이 다른 국가의 이익을 침해하는 제로섬 게임의 법칙이 적용되는 영역이라 할 수 있다. 제로섬 게임의 법칙이 나타나는 국제사회에서는 협력보다는 분쟁과 갈등이 더 빈번하게 나타난다. 또한 국제적 레짐이 유지되기 위해서는 이를 조정하는 상위의 국가나 기구가 존재해야 하는데 자원과 관련해서는 그러한 역할을 하는 패권국가나 국제기구가 탄생하기 쉽지 않다. 앞서 언급한 WTO와 같은 국제기구의 경우 회원국들은 이 국제기구를 통해 국제사회에서의 경제활동을 감시 받더라도 자유무역을 통한 경제적 이익을 얻을 수 있기 때문에 규제와 감시를 참으면서 국제기구가 정해놓은 규칙을 따를 수 있다. 만약 규칙을 준수하지 않아 회원국으로서의 역할을 박탈당하게 된다면 자유무역에 동참할 수 없게 되고 이는 곧 경제적 이익의 감소와 직결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자원과 관련해서는 국가들이 협력을 한다고 해서 이익이 증대되지 않는다. 따라서 상위의 국가가 등장하여 자원경쟁을 하는 국가들의 활동을 규제하게 될 경우 이를 지켜야 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며 국제질서가 유지되는 것보다 국익을 우선시하기 때문에 이러한 국제적 레짐은 아무런 역할을 하지 못할 것이다.

둘째로 자원은 국가들이 협력하여 공동개발을 하는 것보다 미리 선점하여 개발하는 것이 더 큰 이익을 얻을 수 있기 때문에 협력을 도출해 내는 것이 쉽지 않다. 이는 오늘날 석유를 둘러싸고 많은 국가들이 치열하게 경쟁하는 가장 근본적인 원인이며 자원에 제로섬 게임의 법칙이 적용되는 특징에서 기인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석유와 같은 화석연료는 그 매장량이 한정되어 있고 재생산되기 위해서는 오랜 시간을 필요로 한다. 따라서 자원 경쟁에서 뒤처지게 될 경우 자원을 획득할 수 없게 되고 결과적으로 경쟁에서 우위를 점한 다른 국가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큰 손해를 입게 된다. 국가들 간에 가장 치열한 자원 경쟁에 벌어지고 있는 석유의 경우, 석유를 개발 할 수 있는 기술을 보유한 국가들 사이에서는 개발권을 따내기 위한 경쟁이 벌어지고 석유를 보유한 국가는 자국의 석유를 개발하여 이익을 챙기려는 국가들과 경쟁구도를 형성한다.

석유 개발권을 따내기 위한 국가들의 자원 경쟁을 대표하는 사례로 미국과 이라크 전쟁이 있다. 중동지역은 많은 석유자원을 보유하고 있어 과거부터 석유를 둘러싼 전쟁이 빈번하게 발생해왔다. 특히 이라크는 세계에서 3번째로 많은 원유 매장량을 보유하고 있는 국가로서 제 1차 걸프전과 이란-이라크 전쟁을 비롯하여 크고 작은 분쟁과 전쟁이 발생했던 국가이다. 지난 2003년 미국이 이라크를 침공했을 당시 프랑스와 중국, 러시아는 이에 대해 우려를 표명했다. 왜냐하면 미국이 이라크를 침공함으로서 석유 개발 및 생산과 관련하여 이들 국가가 과거에 맺었던 계약을 취소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실제로 2007년 이라크에서는 석유사업 분야를 외국기업에 개방하는 것과 석유수출 수익금을 각 지역에 공평하게 배분하는 것을 골자로 한 석유법안을 승인했다. 다음은 이라크 석유법안과 관련된 인터넷 신문 기사이다.



이라크 석유 쟁탈전 드디어 본격화?
이라크 정부, '석유법안' 의회 회부…5월 시행 목표

이라크 내각은 26일 이라크 석유사업 분야를 외국기업에 개방하는 것과 석유수출 수익금을 각 지역에 공평하게 배분하는 것을 골자로 한 석유법안을 승인하고 이를 의회에 제출키로 했다고 누리 알 말리키 총리가 밝혔다. 말리키 총리는 석유법이 발효될 경우 세계 3위의 매장량을 가진 이라크 석유자원의 헤택이 이라크 국민들에게 골고루 배분될 것이라며 "이번 합의는 모든 이라크 국민들에 대한 선물"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라크 석유노동자들과 외국의 활동가들은 이번 법안이 다국적 석유기업 등 외국 투자가들의 이라크 석유자원 착취를 보장해줄 뿐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그동안 미 부시행정부는 석유법을 통과시키지 않으면 말리키 내각에 대한 미국의 지지를 철회하겠다며 석유법안의 조속한 통과를 압박해 왔다.

이번에 이라크 내각에서 승인된 석유법안은 석유 판매 수익금을 인구 비례에 따라 이라크 18개 (州)에 공평하게 배분하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그러나 현재 내전 상황에 있는 이라크에서 석유산업의 정상화는 요원한 일이다. 게다가 이번 석유법안은 외국기업의 이라크 석유사업 참여는 대폭 보장하면서도 이라크 중앙정부의 통제력은 약화시키는 조항들을 포함하고 있어 결국은 외세에 의한 이라크 석유자원의 착취를 보장할 뿐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이달 초부터 인터넷상에 유포되기 시작한 이라크 석유법 초안에는 이라크의 미개발 유전을 국가 소유로 유지하면서도 석유 시추에 관한 독점적인 권한을 이른바 '개발 계약'을 통해 외국 사기업에 양도하고 그 권한을 30년 이상 연장할 수 있다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또 미개발 유전에 대해서는 이라크 국영 석유기업(INOC)이나 이라크의 민간 기업에 개발 우선권을 주지 않고, 해외 기업들도 동등하게 입찰에 참여하도록 되어 있다. 특히 해외 기업이 개발권을 따낼 경우 이라크 기업을 하청업체로 둘 필요도, 벌어들인 돈을 이라크에 재투자할 필요도 없게 되어 있으며, 이라크 노동자들을 고용할 의무도 없다. 이 법은 또 '이라크 연방 석유·가스 위원회'를 만들어 유전 개발 관련 계약에 관한 최종 결정권을 주도록 하는 한편, 해외 석유 기업 관계자들이 의결 정족수에 대한 제한 없이 이 위원회에 들어갈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예컨대 석유 기업인 엑손모빌의 경영자가 이라크의 석유와 가스에 관한 계약에 대한 최종 결정권을 가질 수 있어 자원에 관한 국가의 주권을 침해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 위원회는 석유 개발 및 생산과 관련해 프랑스, 중국, 러시아 등과 맺었던 과거의 계약을 바꿀 수도 있게 되어 있다. 또 이제까지 석유사업을 전담해 왔던 국영 석유기업 INOC는 앞으로 단순한 지주회사로 전환하며 각 지역의 유전개발은 해당 지역정부가 맡도록 하고 있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이 법은 이라크 중앙 정부의 힘을 약화시키고 자원에 관한 중대한 정책 결정권을 지방자치단체에 넘김으로써 이라크를 시아-수니-쿠르드 세 개의 독립국가로 분할하는 씨앗이 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들은 또한 현재 이라크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정치적 안정이라면서 치열한 내전 상황은 아랑곳하지 않고 이라크 정부에 대해 석유법 통과를 압박하는 미국의 저의가 의심스럽다고 비판하고 있다.

그동안 이라크의 석유산업은 90년대 이후 국제사회의 금수조치와 이라크전쟁에 따른 내전의 여파로 침체 상태에 있었다. 만일 오는 5월 이후 석유법이 통과돼 시행될 경우, 미ㆍ영 등 서방측은 물론 중국, 러시아 등 외국의 이라크 석유자원 쟁탈전이 본격화될 전망이다.

2007/02/27 프레시안 뉴스


2008년 현재 이 석유법안은 미국의 압박과 이라크 정부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수니파와 시아파, 아랍계와 쿠르드족 세력의 갈등으로 의회에서 현재 1년 넘게 계류 중이다. 비록 석유법안이 통과되지 못했지만 이라크 정부가 전쟁 5년 만에 해외 기업의 유전 개발 사업을 본격화하면서 현재 미국과 영국의 메이저 석유회사들이 개발 계약을 하기 위해 많은 시도를 하고 있다.

위의 사례에서도 알 수 있듯이 자원을 얻고자 하는 여러 국가들이 자원을 보유하고 있는 국가와 개발 계약을 맺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기 때문에 이 경쟁에 늦게 참여하거나 조금이라도 뒤쳐진다면 계약 협정을 맺을 가능성이 적어진다. 자원은 모든 회원국들이 협력하여 공동으로 누릴 수 있는 공공재가 아닌, 경제재이기 때문에 조금이라도 먼저 선점하여 경쟁에서 우위를 지키는 것이 국가의 이익과 직결된다. WTO 회원국들이 증가할수록 자유무역을 통해 얻는 상호이익이 증대되는 것과는 정반대라고 할 수 있다.

Ⅳ. 비대칭적 상호의존의 관점에서 바라본 제도주의 협력 이론 비판

국가들의 협력이 가능하다고 주장하는 제도주의자들은 국가들 간에 이루어지는 협력이 한 번에 끝나는 것이 아니라 반복된다는 점에 주목한다. 예컨대 사슴사냥에 나선 사냥꾼들에게는 협력하여 사슴을 잡는 것보다는 자기 앞을 지나가는 토끼를 잡는 것이 더 이익일 수 있다. 그러나 만약 사냥꾼이 사슴을 같이 잡자는 협력을 배신하고 토끼를 잡는다면 그 사냥꾼은 더 이상 사슴사냥에 참여하지 못할 것이다. 그 사냥꾼은 사슴사냥 시장에서 배신자로 낙인찍히기 때문이다. 즉 국가들이 협력이 한 번이 아니라 반복적으로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을 인식한다면 배신이라는 행위를 하지 못하게 되는 것이다.

국가들이 즉각적 이익을 추구하기 위해 협력을 추구하지 않는 이유를 제도주의에서는 “복합적 상호의존”의 개념을 통해 설명한다. 국가들은 상호 간에 다양한 측면에서 복합적으로 상호의존 관계에 있다. 그리고 한 분야에서의 상호의존은 다른 분야에까지 파급 효과를 미친다. 그렇기 때문에 상대방이 협력을 파기했을 경우 그 국가는 다른 측면에서의 피해를 받게 된다. 북한이 핵무기 개발 등으로 북미협력을 파기하자 미국이 경제적 제재를 통해 북한을 압박하는 것이 대표적인 예이다. 즉 복합적 상호의존 관계에 있는 국가들은 협력을 파기했을 경우 실질적인 제재를 받게 되고 이는 곧 자국에게 피해로 돌아온다. 따라서 국가들은 즉각적인 이익을 추구하고자 하는 행동을 삼가고 협력을 통한 장기적인 안정을 추구한다는 것이다.

이처럼 배신자의 피해를 늘리는 방법을 통해 국가들의 협력을 이끌어낼 수 있다. 실제로 무역에 있어서 이러한 방법이 이루어지고 있다. 모든 국가들이 자유무역을 할 경우 모든 국가들의 이익의 총합이 극대화된다. 이런 이유로 국가들은 WTO와 같은 자유무역 레짐을 형성하여 국가들이 자유무역을 위해 협력할 수 있도록 한다. 그러나 나머지 국가들이 자유무역을 하고 한 국가만이 보호무역을 한다면 그 국가가 얻는 이익은 더욱 증대될 수 있다. 이런 이유로 국가들은 자유무역이라는 국제협력을 깨뜨리고 보호무역을 채택할 유혹에 휩싸인다. 이러한 배신을 막기 위해 WTO는 보호무역을 하는 국가에 대해서 제재를 가할 수 있는 제도를 마련하고 이를 통해 협력을 깨뜨리는 배신을 억제할 수 있다.

그러나 자원 협력에 있어서는 이러한 배신자의 피해를 늘리는 방법이 적용되기 힘들다. 그 이유는 바로 자원 부국과 자원 빈국 간의 “비대칭적 상호의존” 때문이다. 자원 협력은 자원을 제공하는 국가(자원 부국)와 그 자원을 원하는 국가(자원 빈국) 간에 이루어지는 데, 이러한 협력 과정에서 자원 부국의 권력이 자원 빈국을 압도한다. 즉 자원 빈국은 자원 개발을 위해 자원 부국의 도움이 절실한 상황인데 반해 자원 부국은 자원 빈국과 협상하지 않아도 손해 볼 것이 전혀 없다. 자원 빈국의 자원 부국에 대한 의존도가 굉장히 높은 데 반해 자원 부국의 자원 빈국에 대한 의존도는 굉장히 낮은, 비대칭적 상호의존 관계를 형성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특정 지역에 한정된 재화라는 자원의 특성상 국가들은 자원을 확보하기 위한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 상황에서 자원 부국은 원하는 대로 협력 파트너를 선택하거나 협력 국가가 마음에 들지 않을 경우 얼마든지 협력을 파기할 수 있다.

비대칭적 상호의존 관계를 사슴사냥에 비유하자면, “사슴사냥을 할 수 있는 숲이 한 사람의 사유지다.” 라는 가정을 통해 설명할 수 있다. 사냥꾼들은 사슴사냥을 위해 협력하여 함께 사슴을 잡을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협력은 숲 주인의 허락이 있어야 가능하다. 즉 숲 주인이 갑자기 사슴을 잡지 말라고 해도 사냥꾼들은 숲 주인을 제재할 방법이 없는 것이다. 이는 사냥꾼들은 사슴이 필요하기 때문에 숲 주인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반면에 숲 주인은 사냥꾼들이 사슴을 잡지 않아도 별로 손해 볼 것이 없기 때문이다. 특히 사슴이 그 숲에 밖에 없어서 많은 사냥꾼들이 사슴을 잡기 위해 경쟁하는 상황이라면 숲 주인은 원하는 대로 자신의 숲에서 사냥할 사냥꾼들을 선택하거나 사냥을 허락한 사냥꾼들이 마음에 들지 않을 경우 얼마든지 숲에 들어오지 말라고 말할 수 있다.

<표 1, 상호의존에 따른 국가들의 권력 관계 변화>





국가들의 권력 관계


협력 파기시


복합적 상호의존


대등


제재 가능


비대칭적 상호의존


우월관계가 명확


제재 불가능


이처럼 비대칭적 상호의존 관계에 있는 국가들 간의 권력 관계의 우월이 명확하며 따라서 실질적으로 협력을 파기했을 경우 제재가 불가능하다는 점에서 제도주의자들이 말한 레짐, 제도를 통한 국제협력은 자원 분야에서는 이루어지기가 현실적으로 매우 어렵다. 실제로 자원 분야에서는 국제협력의 모습보다는 경쟁과 전쟁과 같은 국가들 간의 대립의 모습이 훨씬 더 많이 보이고 있다. 2004년 시베리아 석유를 둘러싸고 일어난 일본과 중국, 그리고 러시아 간의 외교전이 이러한 현실을 잘 보여주고 있다.

지난 2004년 러시아의 시베리아 석유 개발을 위한 송유관 건설을 둘러싸고 중국과 일본의 치열한 외교전이 있었다. 치열한 외교전의 시작은 2003년 미하일 카시아노프 러시아 총리가 일본을 방문으로 시작되었다. 이 때 열린 러․일 간의 정상회담에서는 공동 성명서를 발표되었는데, 공동성명서에는 시베리아 석유를 수송하는 송유관이 태평양 연안을 통과한다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었다. 이러한 성명서 발표에 중국은 긴장하기 시작했다. 러․일 회담이 있기 3개월 전 중국과 러시아는 시베리아 송유관을 중국 쪽으로 건설하기로 약속했기 때문이다. 시베리아 송유관의 동쪽 끝에 있는 앙가르스크와 중국의 대표적인 유전지역인 다칭을 연결함으로써 시베리아 석유를 중국에 공급하는 방안은 2001년 중․러 회담에서 처음으로 언급되었다. 2002년 12월 푸틴 대통령의 방중에서도 러시아, 중국은 앙가르스크-다칭 송유관 건설을 재확인했다. 이처럼 시베리아 석유를 가지고 중․러 협력이 증대되는 가운데 일본이 끼어든 것이다. 2003년 1월 10일 고이즈미 총리는 모스크바 방문하였고 고이즈미 총리와 푸틴 대통령의 회담 중에 앙가르스크와 극동의 나홋카를 연결하는 송유관 건설 방안이 제시되었다. 시베리아 석유를 둘러싼 중국과 일본의 본격적인 자원 전쟁이 시작된 것이다.

러시아는 중국과 일본 모두에게 시베리아 석유를 공급하는 Y자 송유관 건설을 제안하지만 일본과 중국은 모두 반발한다. 이어 중국은 일본의 50억 달러 규모의 경제적 지원에 대한 맞불 정책으로 역시 러시아에 대한 경제 지원을 약속한다. 이에 일본은 유전 탐사비를 제공하는 등 경제지원을 70억 달러 규모로 확대할 것을 러시아에게 약속하고, 중국은 러시아가 처음에 자원 협력을 맺은 중국과의 약속을 이행하라고 촉구한다. 2004년 10월 원자바오 총리의 방러와 후진타오 주석의 푸틴 대통령 초청이 이루어졌고 이 과정에서 중국은 시베리아 개발에 120억 달러를 투자할 수 있다는 미끼를 던졌다. 그리하여 러시아의 푸틴 대통령이 2005년 7월 8일 G8 정상회담에서 서시베리아 원유 송유관을 우선 중국으로 연결하고 극동 나홋카~일본 라인은 새 유전 개발시 추가 공급하겠다고 선언함으로써 중국의 승리로 일단락되었다.

<그림 3, 러시아의 동시베리아 송유관 건설계획>

“출처: 한겨레신문”

이러한 중․일간의 자원 전쟁은 자원 분야에서의 비대칭적 상호의존과 이로 인한 협력의 어려움을 잘 보여주는 사례이다. 러시아는 다른 국가들과의 관계된 에너지 정책을 아무렇지도 않게 바꾼다. 처음에 중국과 협력하기로 약속했다가 일본이 좋은 조건을 제시하자 일본과 다시 협력을 하고 결국 중국과의 협력을 우선 시행하기로 했다. 즉 러시아가 에너지 산업의 국가 통제를 강화하면서 기존 정책을 하룻밤 사이에 뒤집거나 무시하거나 하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국과 일본은 러시아의 눈치를 보기에 바빴다. 약속한 협정을 파기했음에도 어떠한 제재도 가하지 못한 채 오히려 더 좋은 조건을 제시하여 협력을 이루려고 하는 양국의 모습에서 이러한 현실이 드러난다.

<그림 4, 러시아의 최근 에너지정책 변경 사례>

“출처: 동아일보”

러시아가 이렇게 협력을 파기할 수 있는 이유는 자원 부국인 러시아의 중국, 일본에 대한 의존도보다 석유 확보가 필수적인 일본, 중국의 러시아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비대칭적 상호의존 현상 때문이다. 애초에 러시아가 중국과 안다센 노선을 건설하기로 약속하고 나홋카로의 동시베리아 송유관 건설에 합의한 것 역시 석유가 중국이라는 하나의 구매국에 집중될 경우 중국에 대한 러시아의 의존도가 높아질 것을 고려한 선택이었다. 즉 국가들이 비대칭적 상호의존 관계에 있을 때 자원 분야에 있어서의 국가 간의 우열관계가 설정되며 동시에 협력을 배신한 국가를 실질적으로 제재할 방법이 없다는 사실을 중․일의 자원 전쟁이 명백하게 보여주고 있다.

Ⅴ. 자원 레짐의 형성을 통해 본 제도주의 협력 이론 비판

제도주의자들의 또 다른 가정은 패권국의 패권유지를 위해 형성된 국제기구나 국제제도, 혹은 레짐이 패권국의 패권 쇠퇴 후에도 없어지는 것이 아니라 자체적으로 더욱 더 발전하고 그 역할을 증대시켜 나감으로써 국가들의 사익 추구를 막는다는 것이다. 유럽연합이 그 대표적인 예이다. 유럽연합은 일단 형성되고 난 뒤 유럽연합이라는 국제기구, 레짐 자체가 발전하여 유럽연합 회원국들의 국익 추구를 막고 유럽연합 공동의 이익에 관한 회원국들의 합의를 이끌어내는 데 성공했다.

물론 제도가 일단 만들어지고 나면 그 제도 자체가 성장하여 국가들의 개별적인 국익을 국가 공통의 이익으로 환원하는 역할을 한다는 제도주의의 가정이 틀린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이러한 레짐의 역할이 꼭 긍정적인 방향으로 작동한다고 볼 순 없다. 실제로 자원 분야에서의 국가들 간의 레짐 자체가 발전하여 개별 국가를 능가하는 권력을 행사한다는 점은 사실이지만, 이러한 자원 레짐은 오히려 자원민족주의를 부추겨 궁극적으로 자원 전쟁을 더욱 더 격화시키는 부정적인 효과를 낳게 된다. 이러한 자원 전쟁을 부추기는 자원 레짐의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OPEC(석유수출국기구)이다.

OPEC은 석유메이저에 대한 발언권을 강화하고 석유 수출국들 간의 협력을 강화하기 위해 세계의 대표적인 석유 수출국들에 의해 만들어진 석유 레짐이다. 레짐 형성 초기에는 석유메이저들에 의해 주도되는 가격 조정에 개입하고 산유국들 간의 정책협조와 이를 위한 정보수집 및 교환을 목적으로 하는 가격 카르텔의 성격이 강했으나 1973년 1차 석유 파동 때 유가 상승에 성공한 후부터는 유가의 지속적 상승을 위해 생산량을 조절하는 생산 카르텔로 그 성격이 변모했다. 이후 OPEC은 석유 시장에 대한 지배력을 바탕으로 유가 상승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변수 중에 하나가 되었다. 2006년 8월 이후 유가가 하락하자 OPEC은 2006년 10월, 12월 2차에 걸쳐 이라크를 제외한 ‘OPEC 10’(알제리, 나이지리아, 리비아, 베네수엘라, 이란, 쿠웨이트, 사우디아라비아, 카타르, 아랍에미리트, 인도네시아)의 산유량을 170만 B/D를 감축하기로 합의했다. 이러한 감산합의가 비교적 잘 이행되어 2007년 1~3분기 중 ‘OPEC 10’의 원유생산량은 전년 동기 대비 4.3%(120.4만 B/D) 감소했다. 이러한 OPEC의 감산정책은 2007년 말부터 2008년 중반까지 이어졌던 유가의 급격한 상승의 원인 중에 하나였다.

이러한 OPEC의 감산정책은 특정 집단이나 세력이 모두가 필요로 하는 자원의 가격을 좌지우지한다는 점에서 석유 시장에서의 불안정성을 증대시키고 이에 따라 자원을 안전하게 확보하고자 하는 국가들의 욕구를 증대시킨다. 이러한 국가들의 욕구는 실제적인 군사적 충돌로까지 이어진다.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제 1차 걸프전이다.

1차 걸프전은 OPEC 내에서의 이라크와 쿠웨이트의 유가 상승 정책에 관한 대립으로부터 시작되었다. 1980~88년에 발생한 이란-이라크 전쟁에서 이라크는 이란을 견제하기 위한 미국의 군사지원에 힘입어 승리하지만, 전쟁의 여파로 이라크는 국가 채무가 1천억 달러에 달하는 엄청난 경제 위기를 맞게 된다. 이러한 경제적 위기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으로 이라크의 대통령 후세인은 OPEC을 이용한 유가 인상을 시도한다. 그러나 미국은 2차례에 걸친 석유 파동으로 인해 OPEC의 유가 인상 시도에 자국이 취약하다는 점을 깨닫고 이미 OPEC에 자국의 영향력을 확대하기 위해 노력해왔다. 그 결과로 OPEC의 회원국이자 친미성향의 쿠웨이트가 이라크의 유가 인상 시도에 제동을 건다. 이에 이라크는 쿠웨이트 유전을 접수하기 위해 1990년 8월 2일 쿠웨이트를 침공하고 쿠웨이트 유전을 접수한다. 이에 대한 대응으로 미국 주도로 결성된 다국적군이 1991년 1월 이라크에 전쟁을 선포함으로써 제 1차 걸프전이 시작되었고, 전쟁은 다국적군의 승리로 끝이 났다. 이후 미국의 주도 아래 이루어진 UN 결의안에서 이라크는 석유 수출을 금지 당한다. 이라크가 전세계 석유시장에 영향력을 미칠 수 없도록 조치를 취한 것이다. 이처럼 걸프전은 OPEC을 이용해 자국 이익을 추구하려는 이라크와 중동의 석유의존도가 높아 유가 상승시 피해를 보게 될 미국 사이의 군사적 충돌이었다.

걸프전의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자원 레짐 그 자체는 국가들 간의 협력이라 볼 수 있지만 그 레짐으로 인해 전쟁까지 발생했다. 그 이유는 자원 레짐이 세계적 규모의 협동관리, 공동통치인 글로벌 거버넌스(Global goverance)의 형태로 운영되는 것이 아니라 몇몇 국가들의 공동 이익 추구를 중심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이처럼 레짐이 지역, 혹은 특정 몇몇 국가들의 이익 추구를 위해 만들어진다면 이에 속하지 못하는 다른 국가들은 피해를 보게 된다. 그렇기에 국가들은 자원 확보를 위해 새로운 자원 레짐을 형성한다.

새로운 자원 레짐을 형성하여 자원을 확보하는 방식은 중국과 일본의 자원 확보 정책에 잘 드러나 있다. 중국의 경우 상하이 협력기구(Shanghai Cooperation Organization)를 만들어 자국의 자원 확보에 힘쓰고 있다. 원래 상하이 협력기구는 중국과 CIS(구소련 독립국가 연합) 국가들 간의 지역 간 신뢰를 높이고 군비를 감축하는 등 정치적 문제 해결을 위해 설립된 기구이지만 중국의 자원 확보의 필요성이 증대하면서 점차 자원 레짐으로 변화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실제로 지난 2004년 상하이협력기구의 주요 인사들은 향후 20년간 효력을 발휘할 다자간 무역 및 경제협력을 골자로 한 “프로그램 A"에 서명한 바 있는데 동 프로그램에서 중국은 특히 전력, 석유, 가스, 교통 분야에 지대한 관심을 표명하였고 개별적으로는 러시아, 카자흐스탄 등과 전력협력, 송유관 협력, 천연가스 협력 등의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일본의 경우 양자협력을 통한 자원 레짐 형성을 통해 자원 확보에 힘쓰고 있다. 이란 아자데간 유전 개발 프로젝트, 아제르바이잔 ACG 유전 개발 프로젝트, 사할린 광구 프로젝트 등이 대표적인 예이다.

위에서 말한 논의들을 정리해보면, 제도주의자들이 말한 대로 일단 레짐이 형성되면 그 레짐이 자체적으로 발전하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자원 레짐이 글로벌 거버넌스의 형태와 같은 전지구적 협력으로 이루어짐으로써 세계 모든 국가들이 자원을 공유하고 공동 관리하는 형태의 국제 협력이 발생하지 않는 한 자원 레짐은 오히려 자원 경쟁과 전쟁을 부추기는 부정적인 역할을 한다. 국가들이 자원 확보를 위해 새로운 자원 레짐을 형성한다는 사실 자체가 자원 레짐의 형성으로 인해 상대적으로 피해를 보게 될 나라들의 현실을 반영하고 있다. 이러한 자원 레짐의 형성은 1차 걸프전과 같이 자원 레짐에 피해를 받은 국가가 그것을 극복하고자 하는 방식의 전쟁까지 불러일으킴으로써 결국 부정적인 결과를 가져오게 된다.

Ⅵ. 나오며

앞서 설명했듯이 자원에 있어서 글로벌 거버넌스를 구축하기란 매우 힘든 일이다. 그렇기 때문에 한국과 같은 자원빈국이 점점 거세지는 전 지구적 차원의 자원 전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국가의 여러 상황을 다각적으로 살펴보고 그 결과를 바탕으로 국가의 ‘대전략’을 잘 구축하여 전쟁에서 이길 수 있는 경쟁력을 갖추어야 한다. 한국의 경우 자원빈국임에도 불구하고 다소비형 산업구조, 낭비적 소비행태로 인해 많은 취약점을 안고 있다. 그러나 최근에는 바다와 육지를 잇는 지리적 이점을 이용하여 동북아의 오일허브가 되겠다는 야심찬 프로젝트를 계획하고 있다. 선례로 네덜란드와 싱가포르의 예를 들 수 있다. 네덜란드의 경우 우리나라와 같은 자원 빈국이지만 유럽 전역에 석유를 대주는 공급기지로서, 석유를 팔아 돈을 벌 뿐만 아니라 많은 양의 석유를 저장하여 자국에서 소비되거나 석유 및 석유화학제품으로 가공해 수출한다. 싱가포르는 중국과 동남아시아에 석유를 대주는 공급기지 역할을 하여 자원 없는 자원강국으로 평가 받고 있다.

이를 초석으로 삼아 앞으로 우리나라가 자원전쟁에서 경쟁력을 갖출 수 있는 국가전략을 국내적 차원과 국외적 차원으로 나누어 살펴보고자 한다. 우선 국내적 차원에서 국제적인 자원 전쟁에서의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자원이용의 효율성을 높여 외부 에너지 자원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어야 한다. 현재 우리나라는 에너지 원단위(부가가치 기준)가 OECD 평균 1.8배에 이르는 에너지 비효율국가로 분류되고 있다. 국내 기업 에너지 효율은 일본의 약 1/3로서 제품 1개(또는 일정량)를 만드는 데 필요한 에너지 원(原)단위를 산업별로 비교했을 때 한국 산업체들이 일본 산업체들보다 최고 231%까지 에너지를 많이 사용한다고 최근 삼성경제연구소가 밝혔다. 따라서 미래에는 이러한 저효율의 산업 전반의 시스템을 고도화 시켜 적은 자원이용으로 고수익을 올릴 수 있는 산업형태를 갖추어야 한다. 일례로 조선 산업을 들 수 있는데, 배의 원자재 자체는 외국에서 수입하여 오지만 배를 만듦으로써 그 수입한 원자재 값의 수천 배의 부가가치를 창출하고 있으니 투입한 인풋에 비해 아웃풋의 효율이 매우 높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러한 고부가가치를 지속적으로 창출하기 위해서는 기술의 진보가 필수적인데, 기술의 진보를 위해서는 R&D에 대한 투자 확대를 확대하고 최근 기피학문인 기초과학 분야를 집중적으로 육성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산업의 고도화뿐만 아니라 중요한 것이 에너지에 관한 국민 의식의 전환이다. <그림 5>에서 볼 수 있듯이 우리나라 국민의 1인당 석유 소비 순위가 대단히 높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러한 점에서 볼 때 자원 빈국으로서 한국은 가계, 기업, 정부 등 모든 경제주체가 나서 다소비형 산업구조, 낭비적 소비행태를 절약형으로 개편해야 한다.

<그림 5, 국가별 1인당 석유소비 순위>

“출처 : ENI”

다음으로 국외적 측면에서 한국은 정밀한 자원외교 정책을 준비해야한다. 우리와 같이 자원에 대한 대외의존도가 높은 일본의 경우에는 철저한 자료 분석에 따른 자원외교 정책을 펼치고 있다. 일례로 일본은 사할린Ⅰ프로젝트를 실시하고 있는데, 이 프로젝트는 원유 3억 700백만 톤과 가스 4850억 CBM이 걸린 막대한 프로젝트이다. 이 프로젝트를 실시하기 위해 일본은 철저한 사전 조사를 토대로 러시아 정부에 접근하여 러시아 정부와 긴밀한 협조를얻어내는 데 성공하였다. 이러한 협조를 토대로 일본은 4단계의 컨소시엄을 통하여 막대한 양의 자원을 채취할 수 있는 권리를 획득 한 것이다. 이러한 일본의 자원에 있어서의 치밀함은 이 프로젝트 외에도 사할린Ⅱ 프로젝트, 아제르 바이잔 ACG 유전 개발 프로젝트, 아제다간 유전 개발 프로젝트 등에서도 여실히 증명되고 있다. 우리나라도 자원외교에 있어서 철저한 지역의 사전조사와, 향후 이해득실 등을 따지는 전략적 선택을 해야 할 것이다.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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